[옮긴 글]
두보(杜甫) 1
중국 시문학의 쌍벽을 이루는 이백과 두보는 대조되는 삶과 시 세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조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노래했다
두 사람의 작품에는 그들이 함께 살았던 동시대의 아픔이 담겨있으며 후세 사람들은 당나라를 중국 시문학의 황금시대로 평한다.
그때 우리나라에서는
732년 : 발해, 장문휴를 보내 당의 등주를 공격
751년 : 신라 김대성, 불국사 창건 시작(23년 후 완공)
현종, 당의 영화와 몰락을 함께 하다
대당 제국의 영화와 몰락을 상징하는 시점에 현종이 서 있다.
그의 지배기에 수도 장안은 인구 백만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도시였다.
질서정연하게 구획된 계획도시 장안은 세계 도처의 사람들이 모인 인종 전시장과 같았으며 당의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문화의 산실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년에는 제국 몰락의 서곡인 안사의 난이 일어났으며 당의 국력은 다시는 전과 같은 영화를 회복할 수 없었다.
중국인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현종과 양귀비의 아름다운 사랑과 그 비극적 말로를 주제로 삼아 몰락하는 제국의 쓸쓸한 황혼을 즐겨 노래했다.
구세력과 신흥세력의 갈등 속 민생 안정을 꾀하다
당 현종은 예종의 셋째 아들로 이름은 이융기이다.
당시 이씨의 황실은 할머니 측천무후가 시작한 새로운 전통을 계승하고자 하는 야망에 가득찬 여성들, 즉 중종의 비인 위황후와 무후의 막내딸인 태평공주, 그리고 그들 뒤에 버티고 선 명문 구세력과 과거로 진출한 신흥 세력 간의 갈등 등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당 현종예술적 감각과 재능이 뛰어났으나 정치에 싫증을 느끼고 양귀비에 빠진 당 현종 이융기.
마침내 위황후는 고기만두에 독을 넣어 중종을 시해했다.
이때 25세의 나이로 쿠데타를 일으켜 큰어머니 위황후를 제거하고 아버지 예종을 복위시킨 실력자가 바로 현종이다.
황위를 계승한 현종은 실력자인 고모 태평공주를 제거하고 타고난 총명함과 정성으로 정무를 돌봐 '개원의 치(開元之治)'라고 불리는 8세기 전반 성당기의 번영을 구가했다.
민생안정을 꾀하고 경제를 충실히 하였으며, 신병제를 정비하고 국경지대 방비를 튼튼히 하였다.
노년의 현종, 양귀비와 사랑에 빠져 향락을 즐기다
그러나 즐겨 시를 짓고 서역의 음악까지 흡수하여 음악을 작곡하는 등 예술적 감각과 재능이 뛰어났던 현종은 점차 정치에 싫증이 났다.
노년의 그는 명문 구귀족 출신인 이임보에게 정치를 도맡긴 채 도교에 빠지고 양귀비와의 사랑 놀음에 빠졌다.
양귀비당현종을 미모와 가무로 사로잡은 귀비.
양귀비의 이름은 양옥환이고 귀비는 황후 다음가는 비의 칭호다.
황제의 부인들은 황후, 귀비, 부인, 육의, 미인, 재인으로 서열이 매겨져 있다.
그녀는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의 표현을 빌린다면, '구름 같은 머리카락, 꽃 같은 얼굴에, 눈동자를 돌려 한번 웃으면 백 가지 사랑스러움이 생기는'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천하는 것이다.
궁중에서 그녀의 경쟁자들이 '뚱뚱보 계집'이라고 불렀다 하니, 그녀는 당삼채 도용에서 보는 것처럼 풍만한 미인이었던 것 같다.
그녀에 대해서는 고아였다고도 하고, 당시 장안에 들어와 있었던 수많은 서역의 미인들 중의 한 명이 아니었겠나 하는 이야기도 있다.
그녀는 본래 현종의 아들 수왕의 비였는데, 현종은 그만 그녀의 미모와 훌륭한 가무에 정신을 빼앗겨, 급기야 그녀를 여도사로 만들었다가 다시 귀비로 삼고 화청궁(華淸宮)에서 환락에 젖은 나날을 보냈다.
시성 두보, 부패한 정계와 고통 받는 민중을 시로 표현하다
어느 날, 시성 두보는 길을 지나다가 화청궁에서 벌어진 이들의 향락적인 주연을 목격하게 되었다.
순간 두보의 뇌리에 고통 속에 나날을 살아가는 민중의 고달픈 삶이 교차되어 지나갔다.
장안 네거리에 굶어 얼어 죽은 시체가 연상되었다.
그는 이를 '부잣집엔 술 고기 썩어나는데 길가에는 얼어 죽은 시체 널렸네'라는 단 두 줄의 세련되고 생동적인 시어로 표현했다.
화청궁당 태종과 양귀비가 환락에 젖은 나날을 보낸 화청궁.
조국 자연의 아름다움과 애국적 열망을 노래하다
중국 시문학의 쌍벽을 이루는 이백과 두보는 모두 이 시기에 활약한 인물이다.
태백이라는 자로 더 유명한 이백은 두보보다 10살 위였고, 두 사람이 대조되는 삶과 시 세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명승지를 주유하면서 시작 활동을 하던 시절을 그리워했다.
두 사람은 모두 조국의 웅휘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노래했으며, 어두운 시대를 극복하려는 애국적 열망을 갖고 관계에 진출하여 조국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말단의 이름뿐인 관직에 올라서 백성들의 고통 치유를 기대하기에는 너무나 부패한 정계를 목도했을 뿐이다.
이백, 짧은 벼슬생활을 마치고 천하를 주유하다
어느 날 이백은 현종과 양귀비의 모란연회에 궁정시인의 자격으로 불려와 작시를 요구받았다.
굴욕감과 분노에 가득 찬 그는 당대의 유력한 권신인 환관 고력사에게 신발을 벗기게 했다는 일화가 있다.
고력사와 양귀비의 미움을 산 이백은 짧은 벼슬생활을 마치고 다시 천하를 주유하게 된다.
이백인간의 기쁨을 노래한 이백의 모습을 담은 이백음행도.
이백과 두보, 대조되는 삶과 시 세계를 갖다
두 사람의 작품에는 그들이 함께 살았던 동시대의 아픔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백이 타고난 자유분방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뛰어난 감각으로 인간의 기쁨을 드높이 노래했다면, 두보는 인간의 고뇌에 깊이 침잠하여 시대적 아픔을 깊은 울림으로 노래했다.
두보시대적 아픔을 노래한 시성 두보의 동상.
이백이 두보의 표현대로 '한 말 술을 마시면 곧 백 편의 시'를 짓는 격렬하고 낙천적인 성품으로, 인생과 자연의 불가사의를 즐겁게 노래하는 도가적 경향의 시인임에 비해, 두보는 '티끌만한 유감도 남길 수 없는' 경지에 달하기 전에는 작품에서 손을 떼지 않는 엄정함을 지닌 유가적 경향의 시인이었다.
흔히 이백을 시선(詩仙)으로, 두보를 시성(詩聖)으로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백이 부유한 상인의 가계에서, 두보가 빈궁한 관료의 가계에서 자랐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중국 시문학의 황금시대를 맞다
'달과 술과 노래'로 지칭되는 이백의 삶은 사람들에게 그가 받아 온 사랑만큼 많은 일화와 전설을 낳았다.
물 속에 비친 달을 건지려다 익사했다는 그의 사망에 대한 전설은 그의 이러한 삶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두보는 조국의 웅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 그의 사실주의적 시 안에서 민중과 조국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탁월한 시어와 절제된 감정과 사색의 깊이로 중국인들에게 널리 사랑받아왔다.
그는 귀족시인들에게 민중들의 처절한 삶과 사회적 모순에 관심을 쏟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선각자이기도 하다.
이백은 구비문학과 굴원, 장자, 도연명 등에 의해 넓혀져 온 낭만주의의 전통을 확립했으며, 두보는 시경과 악부 민요의 전통을 확장하여 사실주의의 경지를 개척했다.
후세 사람들은 당나라를 중국 시문학의 황금시대로 평가한다.
두보(杜甫) 2
두보
두보(杜甫,712~770)는 54세부터 시작해서 59세에 죽을 때까지 표박(漂泊)을 하였다.
말년에 고생만 하다 간 것이다.
표(漂)는 떠돈다는 의미이다.
박(泊)은 배를 댄다는 뜻이다.
두보는 난리가 나자 배를타고 고향을 떠나 중국 양쯔강 일대를 떠돌아다녔다.
혼자도 아니고 가족을 동반한 상태였다.
더군다나 두보는 폐병에다가 배를 타고 떠돌면서 중풍까지 왔다.
오른팔은 마비됐고 한쪽 귀도 들리지 않았다.
식구들 먹을 끼니도 없는 데다 습기 찬 조그만 배에서 쪼그려 잠을 자는 생활을 했으니 몸이
병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떠돌다가 그 유명한 후난성의 웨양루(岳陽樓)에 구경을 갔다.
몸은 병들고 가족은 배고파서 떨고있는 상태에서도 호쾌한 둥팅호(洞庭湖) 풍광이 그의 심금을 울렸다. 이때 남긴 두보의 시가 등악양루(登岳陽樓) 이다.
등악양루(登岳陽樓)
석문동정수 (昔聞洞庭水) 예전에 동정호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들었는데
금상악양루 (今上岳陽樓) 이제서야 악양루에 오르는구나
오초동남탁 (吳楚東南坼) 광활한 동정호가 오국과 초국을 나누고
건곤일야부 (乾坤日夜浮) 천지 만물은 밤낮으로 동정호에 떠 다닌다
친붕무일자 (親朋無一字) 근래 친척과 친구들의 소식은 한자 없고
노병유고주 (老病有孤舟) 늙고 병드니 작은 배만 나를 따르는구나
융마관산북 (戎馬關山北) 싸움터의 말이 관산 북쪽에 있어
빙헌체사류 (憑軒涕泗流) 악양루 난간에 기대서니 눈물 콧물 흐른다
두보의 시 상상력은 너무나 호쾌하다. 생활의 주름은 하나도 없다.
그 고생과 서러움과 고독을 겪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천지의 호탕함을 노래할 수 있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를 쓸 때 두보의 나이가 57세였다고 한다.
인간은 춥고 배고픈 고생을 해야 작품이 나오는 것인가
두보는 무엇을 가지고 생계를 해결하였을까? 시술(詩術) 이었을까. 조선의 김삿갓은 시술로 유랑 생활을 하였고, 이중환은 파직당하고 전국을 떠돈 방랑 끝에 저술(著術) 을 남겼다.
택리지(擇里志)' 가 그것이다. <조용헌 살롱>
중국 성당시대(盛唐時代)의 시인. [712~770]. 자는 자미(子美), 별호는 소릉(少陵)ㆍ두릉(杜陵).
이백(李白)이 시선(詩仙)이라고 불리는데 대해 시성(詩聖)이라고 불리며 이백과 더불어 〘이두(李杜)〙라 병칭되는 중국 최고의 시인.
두목(杜牧)이라는 시인과 구별하기 위해 두목을 소두(小杜), 그를 노두(老杜)라고도 부른다.
하 남성 공현(鞏縣)에서 초당(初唐)의 시인인 두한(杜閑)의 2남으로 태어났으며 할아버지 두심언(杜審言)도 유명한 시인이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낙양(洛陽)의 숙모 밑에서 자랐는데 7세 때부터 시를 지어 낙양의 명사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젊었을 때부터 술을 좋아했고 강직한 성품을 드러냈으며 연장자들과 교류를 즐겼다.
20세를 전후하여 8, 9년간 각 지방을 유람했는데, 처음에 강소 성(江蘇省)과 절강 성(浙江省)을 여행하고 24세에 일단 낙양으로 돌아왔으나 진사 시험에 낙제하고는 다시 여행길에 나서 산동성(山東省)과 하북 성(河北省)을 유랑했다.
이때 명산대천을 보고 많은 시를 썼다고 하나 이 시기의 시는 전혀 전해지지 않고 있다.
29세(740) 때 당시 산동성 연주(兗州)에서 관리로 있던 아버지를 방문했을 때 지은 시가, 남아있는 두보 시 중 가장 초기의 것이다.
다음해 산동성에서 돌아와 평생의 반려자였던 부인 양(楊)씨를 맞아들였다.
이즈음 그는 벌써 30세나 되었는데도 전도가 열리지 않은 탓인지, 억압당하고 있던 정신이 때로는 대상을 찾아 날카로운 어조의 시로 표현되었다.
그는 전대의 시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빈약하고 엉성한 내용을 수식어로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참모습을 충실하게 묘사하고자 했다.
744년, 낙양에서, 때마침 장안의 궁정에서 추방되어 산동성으로 향하던 이백과 만났다.
이백의 천재적인 풍격을 사모하던 두보는 이백과 함께 양송(梁宋: 지금의 하남성) 지방으로 유람을 떠났다.
여기서 이백 외에 시인 고적(高適)ㆍ잠삼(岑參) 등과도 알게 되어 함께 술을 마시며 시를 지었다.
그해 겨울 이백과 헤어진 두보는 강남으로 향했고 그 뒤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746년 두보는 수도인 장안으로 갔으나 그 후 약 10년 동안 관직도 얻지 못한 채 곤궁한 생활을 계속했다.
두보는 천자가 옛날의 요ㆍ순(堯ㆍ舜) 같은 훌륭한 임금이 되어 이상적인 정치를 실현해 백성을 구원하기를 바라며 정치에 참여하려고 했다.
그러나 여의치 못해 정치가로서 세상에 아무런 공헌도 할 수 없는 것을 항상 부끄럽게 여기고 또 초조해 했으며 “즐겨 천하의 대사를 논했지만 이상이 높고 실제적이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장안에서의 두보의 생활은 불우하고 궁핍한 것이었다.
천보(天寶) 13년에는 장마가 심하게 계속되어 기근으로 생활이 점점 더 어려워지자 한때 처자를 봉선현(奉先縣)의 친척집 농가에 맡겼다.
다음해 처음으로 금위군(禁衛軍)의 무기고 관리라는 가장 낮은 관직을 얻었으나 일단 굶주림을 면하게 되었다고 기뻐하며 서둘러 처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장안을 출발해서 도중에 여산(驪山) 기슭에 다다르니 그곳 온천에는 현종이 양귀비(楊貴妃)와 함께 조정의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환락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두 보가 봉선현에 겨우 당도해보니 처자는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고 어린 자식은 굶어죽어 있었다.
이때 두보는 비분강개의 울분과 서글픔을 못 이겨 “부자집에서는 술과 고기냄새가 나지만, 길에는 얼어 죽은 해골이 뒹굴고 있다.”고 하며 빈부의 차가 너무나도 현격한 세상에 대해 분노를 토로했다.
그때 지은 장편의 시 〈자경부봉선현영회(自京赴奉先縣詠懷) 오백자〉는 이러한 심정을 강렬하게 읊은 작품이다.
755 년 11월 9일 [안사(安史)의 난(755~763)]이 일어나자 두보는 어려운 피난길을 계속했는데 지극히 궁핍한 떠돌이 생활을 하는 중에도 늘 부인과 함께 다녔고 잠시라도 떨어져 있게 되면 항상 처자의 신상을 염려하는 애정이 넘치는 시를 짓곤 했다.
그러다가 홍수를 만나 가족을 부주 교외의 강촌(羌村)에 남겨두고, 새로 즉위한 숙종(肅宗) 휘하로 가던 도중 반란군에게 잡혀 장안으로 도로 끌려갔다.
수 도는 황폐해졌고 반란군이 거리에 넘쳐나고 있었다.
두보는 장안에서 겨우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나날을 보내면서 망국의 비애를 애도하고 가족의 안부를 염려했다.
이 무렵에 지은 시가 유명한 〈춘망(春望)〉ㆍ〈월야(月夜)〉ㆍ〈애왕손(哀王孫)〉ㆍ〈애강두(哀江頭)〉 등이다.
757 년 반란군 사이의 내분으로 안녹산이 살해되자 영무(靈武)에 있던 숙종은 장안에서 가까운 봉상(鳳翔)으로 행재소를 옮겼다.
두보가 변장하고 장안을 탈출해서 봉상으로 달려가자. 황제는 그 공을 가상히 여겨 두보를 5월에 좌습유(左拾遺 - 정치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둔 간관(諫官))에 임명했다.
이무렵 휴가를 얻어 부주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러 가게 되었는데 이 려행길에서 두보는 많은 걸작시를 남겼다.
그해도 저물어 장안은 관군에 의해 탈환되고 숙종과 상황인 현종도 장안으로 돌아왔다.
두보도 장안의 궁정에서 좌습유의 관료생활을 하게 되었으나 반란군은 아직도 중원의 각지를 황폐시키고 있었고 시국은 여전히 불안했다.
758년 5월까지 그는 2년 동안 장안의 조정에 있었으나 그의 의견은 하나도 중시되지 않았고 6월에 화주(華州)의 사공참군(司功參軍)이라는 지방관으로 좌천되었다.
758 년의 가을에서 겨울 무렵에 낙양으로 가는 길도 뚫렸으므로 오랫 만에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다음해 반란군 사사명(史思明)이 안녹산의 아들 안경서(顔慶緖)를 도와 대적하는 바람에, 관군은 크게 패하고 낙양은 다시 위험에 처하게 되어 그도 다시 화주로 돌아왔다.
이듬해 가을에 관직을 버리고 10명 가까이 되는 식솔들을 거느린 채 국경에 있는 진주(秦州: 감숙성(甘肅省) 천수현(天水縣))으로 옮겨 4개월 간 머물렀지만 생활이 몹시 곤궁하여 10월에 살기 좋다는 동곡(同谷: 감숙성 성현(成縣))으로 향했다.
그 렇지만 생활은 더욱더 궁해져서 12월 초에 사천 지방의 성도(成都)로 가서 친분이 있던 승려와 친척 두제(杜濟), 그리고 두보에게 누구보다도 큰 후원자가 되어 준 옛 친구인 성도윤(成都尹) 겸 검남(劍南) 서천절도사 엄무(嚴武)의 도움으로 성도 교외 완화계(浣花溪) 부근에 초당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사천성[四川省 =쓰촨성] 성도[成都 = 청두]에 있는 관광지 두보 초당
여기에서 비교적 평온한 나날을 보내면서 한숨을 돌리게 되었는데 그때까지는 실로 그의 생애에서 최악의 시기였다.
두보를 간혹 두공부(杜工部)라고도 부르는데 그것은 이때 엄무로부터 공부원외랑(工部員外郞)의 직함을 받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락한 기간은 2년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762년에 엄무가 서울로 소환되고 성도 부근에서 서지도(徐知道)의 난이 일어나자 두보는 난을 피해 각지를 떠돌아다녔다.
9년에 걸친 안사(安史)의 난은 763년 1월에 끝났으나 이어지는 위구르족과 토번(吐番)의 침입으로 북쪽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소원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후원자인 엄무가 죽자 두보는 처자를 이끌고 또다시 표류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추석이 지난 후 운안(雲安: 지금의 운양(雲陽))으로 내려왔다.
폐병과 중풍 때문에 요양생활을 했으나 내우외환으로 시국이 점점 더 험악해지자 766년 다시 강을 따라 내려가서 기주(夔州: 사천성(四川省) 봉절현(奉節縣))로 가서 약 2년간을 이곳에서 지냈다.
두 보는 기주에 온 이래로 2년 동안 430여 수에 이르는 많은 시를 지었는데 이는 전체 시의 7분의 2에 해당한다.
그 시는 점점 율격이 엄격해지고 자구(字句)도 단련되어 정연한 구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시에서는 더 이상 이전의 시에 보이던 혹독한 사회비판이라든가 격렬한 분개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비장함은 밑바닥에 가라앉고 다만 무거운 우수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절실하게 배어 있었다.
장년시절에 이백ㆍ고척 등과 하남성 지방에 놀러갔던 때의 추억, 장안에서의 생활, 안사의 난, 그리고 결국 사천 지방으로 흘러들어오게 된 추억을 시로 읊었다.
767년 3월에는 양서(瀼西)의 초당으로 옮겼다.
기주의 도독(都督) 백무림(柏茂林)의 도움으로 생활은 비교적 여유가 있었으나 두보의 건강은 쇠약해져서 각종 병에 걸렸다.
그럼에도 시작(詩作)은 점점 많아졌다.
그는 산골짜기에 있는 고장의 열악한 기후와 친구도 없는 적막함을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768년 정월 중순경 또다시 배를 타고 삼협(三峽)을 내려가 강릉(江陵)으로 갔다.
그러나 어디를 가도 안주할 곳이 없었다.
769년 1월에는 악주에서 배를 타고 동정호(洞庭湖)에 들어갔다가 다시 담주(潭州)로 가서 약초를 캐서 시장에서 팔아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 즈음의 시는 신세진 사람들에게 바치는 것들이 많아서 그의 궁핍한 정도를 미루어 짐작케 한다.
770년 겨울 담주에서 악양(岳陽)으로 가는 도중 상수(湘水)의 배 위에서 두보는 조용히 그 고생스럽던 일생을 끝마쳤다. 이때 나이 59세였다.
오 늘날 전해지는 두보의 시는 대략 1,470여 수이다.
그 시를 보면 고난으로 가득 찼던 유랑의 시기에 따라 각각 시풍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다른 시인에게서는 그 예를 찾아보기 드문 일이라고 한다.
두보 시는 그의 엄격한 정신을 표현한 격조 높은 것이었다.
철저하게 사실을 묘사하는 수법과 엄격한 성률에 의해 세상일이나 사람의 감정을 미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백의 자유분방한 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두보 시의 긴밀하고 엄격한 구성, 특히 율시(律詩)에서는 초당(初唐)에 완성된 금체(今體 =근체近體)) 형식이 두보에 의해 비로소 생명력을 갖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두 보의 고시(古詩)와 악부(樂府)에는 당시 눈앞에 보이던 사회적 부합리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백성들의 고난을 호소한 것이 많다.
이것이야말로 《시경(詩經)》 이래의 풍유(諷諭) 정신을 계승한 것이고 이른바 중국 시의 올바른 전통이다.
백거이(白 居易)와 원진(元稹)이 두보의 시를 존중한 것도 그 풍유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함이었다.
이백의 시는 육조(六朝)에서 안사의 난 전까지의 낭만정신이 최고로 발휘된 것이고, 두보는 안사의 난 이후의 현실주의적 시풍을 열었던 것이다.
나아가 그의 시는 다음 시대인 북송(北宋)의 왕인석(王安石)ㆍ 소식(蘇軾)ㆍ황정견(黃庭堅) 등에 의해 높이 평가되어 오늘날까지 여전히 민중을 위한 시인으로 널리 존중되고 있다.
두보초당(杜甫草堂)
두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당나라 때의 시인이다.
두보는 현종때 안록산의 난을 피해 사천성 청뚜(成都)에 피난와서 4년을 머믈렀으며, 그가 머무르며 왕성한 시작활동을 하던 곳이 이곳 두보초당이다.
이 초당은 옛 시대부터 그를 기념하는 건축물들을 지어 그를 기념하여 왔으며 주변은 아름다운 공원으로 꾸며져있다.
입장료는 60위엔(1만원정도)
사천성[四川省 = 쓰촨 성 ] 성도[成都 = 청두]에 있는 관광지 두보 초당
두보(杜甫) 시 모음
증비부소낭중십형(贈比部蕭郎中十兄)-두보(杜甫) 피부낭붕인 소형게에 드린다-두보(杜甫)
有美生人傑(유미생인걸) : 아름다운 사람 있어 인물을 낳았으니
由來積德門(유내적덕문) : 원래부터 덕업을 쌓은 가문입니다.
漢朝丞相系(한조승상계) : 한나라 조정에서는 승상의 핏줄이요
梁日帝王孫(양일제왕손) : 양나라 때에는 제왕의 자손이었습니다.
蘊藉爲郎久(온자위낭구) : 관대한 마음 지니시고 오랫동안 낭중 벼슬 하였고
魁梧秉哲尊(괴오병철존) : 장대한 기골에 명철함을 지니신 존귀한 분입니다.
詞華傾後輩(사화경후배) : 문장이 화려하여 후배들을 경도시키고
風雅靄孤鶱(풍아애고건) : 용모가 우아하여 구름 가를 홀로 나는 새 같습니다.
宅相榮姻戚(댁상영인척) : 혈족께서는 인척들을 영광되게 하시고
兒童惠討論(아동혜토논) : 어린 저에게는 토론하는 은혜를 주셨습니다.
見知眞自幼(견지진자유) : 어려서부터 저의 진면목을 알아주셨으나
謀拙愧諸昆(모졸괴제곤) : 지혜가 모자라 여러 형님들에게 부끄럽기만 합니다.
漂蕩雲天闊(표탕운천활) : 이리저리 떠도니 구름길 하늘은 광활하기만 하고
沈埋日月奔(침매일월분) : 묻히어 사는 동안 세월은 빨리도 달아나버렸습니다.
致君時已晩(치군시이만) : 임금님께 다가가기에는 시간이 이미 늦어버리고
懷古意空存(회고의공존) : 옛날을 떠올리니 마음은 허전하기만 합니다.
中散山陽鍛(중산산양단) : 혜강은 산양에서 대장장이 일을 하고
愚公野谷邨(우공야곡촌) : 우공은 시골 골짜기 마을에서 살았습니다.
寧紆長者轍(녕우장자철) : 어찌 어르신 수레를 돌리게 하겠습니까
歸老任乾坤(귀노임건곤) : 돌아가 늙어가며 천지에 이 몸을 맡기려 합니다.
증특진여양왕이십운(贈特進汝陽王二十韻)-두보(杜甫) 특진 벼슬의 영양왕에게 드리는 시-두보(杜甫)
特進羣公表(특진군공표) : 특진께서는 여러 공들의 표상이시며
天人夙德升(천인숙득승) : 귀인의 오랫동안 쌓은 덕망이 높아집니다.
霜蹄千里駿(상제천리준) : 서리 밟는 발굽으로 천리를 달리는 명마이시고
風翮九霄鵬(풍핵구소붕) : 바람 날개짓하며 하늘까지 오르는 붕새이십니다.
服禮求亳髮(복례구박발) : 예의를 갖추심에 철저하시고
惟忠忘寢興(유충망침흥) : 충성을 생각함에 자고 일어남도 잊으십니다.
聖情常有眷(성정상유권) : 천자의 마음에 항상 돌보심이 있으나
朝退若無憑(조퇴야무빙) : 조정에서 물러나면 의지할 곳도 없는 것 같다.
仙醴來浮蟻(선례내부의) : 왕실에서 내리는 감로주는 부의라는 술이 나오고
奇毛或賜鷹(기모혹사응) : 기이한 새로는 혹 송골매를 내려주셨습니다.
淸關塵不雜(청관진부잡) : 맑은 대문에는 먼지 같은 사람들로 잡되지 않았고
中使日相乘(중사일상승) : 대궐의 사신은 날마다 수레 타고 찾아옵니다.
晩節嬉遊簡(만절희유간) : 늙어서도 노는 것이 간소하고
平居孝義稱(평거효의칭) : 평소 생활함에 효도와 의리로 칭송 받았습니다.
自多親棣萼(자다친체악) : 형제간의 친애함을 스스로 아름답게 여기니
誰敢問山陵(수감문산능) : 누가 감히 산릉에 대해서 물을 수 있겠는가.
學業醇儒富(학업순유부) : 학업은 순정한 유가처럼 풍부하시고
辭華哲匠能(사화철장능) : 문장은 뛰어난 문장가처럼 능숙하셨다.
筆飛鸞聳立(필비난용립) : 글씨를 날려 쓰면 난새가 솟아오르는 듯하고
章罷鳳鶱騰(장파봉건등) : 문장을 다 지으면 봉황새처럼 뛰어오는 듯하다.
精理通談笑(정리통담소) : 이치에 정통하여 담소하심이 능통하고
忘形向友朋(망형향우붕) : 신분을 잊고 친구를 대하신다.
寸長堪繾綣(촌장감견권) : 작은 장점도 친밀하게 돌보아주시고
一諾豈驕矜(일낙개교긍) : 한 번 허락해주셔도 어찌 교만하게 자랑하겠습니까.
已忝歸曹植(이첨귀조식) : 이미 외람되게도 조식 같은 분에게 기탁하였는데
何如對李膺(하여대리응) : 어떻게 해서 권세가 이응을 대하겠습니까.
招要恩屢至(초요은누지) : 불러주시니 은혜가 여러 차례나 이르고
崇重力難勝(숭중력난승) : 높이고 귀하게 여기심을 제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披霧初歡夕(피무초환석) : 안개 헤치고는 처음 기쁜 저녁
高秋爽氣澄(고추상기징) : 높은 가을 하늘에 상쾌한 바람이 맑았습니다.
樽罍臨極浦(준뢰림극포) : 술잔을 들고 먼 포구에 서니
鳧雁宿張燈(부안숙장등) : 물오리와 기러기는 켜진 등불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花月窮遊宴(화월궁유연) : 꽃 핀 달 아래서 한껏 노닐며 잔치벌이고
炎天避鬱蒸(염천피울증) : 더운 여름날 무더운 습기를 피하였습니다.
硯寒金井水(연한금정수) : 벼루는 차가워 금정수 우물의 물 같고
簷動玉壺冰(첨동옥호빙) : 처마는 움직이는 것은 옥 같은 병의 얼음과 같다.
瓢飮惟三徑(표음유삼경) : 표주박으로 물 마시려면 오직 세 갈래 길이 있으니
巖棲在百層(암서재백층) : 바위굴 집은 백 층이나 높이 있습니다.
謬持蠡測海(류지려측해) : 잘못 표주박 가지고 바닷물을 재려하다니
況挹酒如澠(황읍주여민) : 하물며 승수와 같이 많은 술을 뜨려함에 있어서야.
鴻寶寧全袐(홍보녕전필) : 큰 보배가 어찌 완전히 숨겨질까
丹梯庶可凌(단제서가능) : 신선세계의 붉은 사다리는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淮王門有客(회왕문유객) : 회왕의 문하에는 빈객이 있으니
終不愧孫登(종부괴손등) : 끝내 손등과 같은 분에게 부끄럽지 않겠습니다.
금석항(今夕行)-두보(杜甫) 오늘 밤의 노래-두보(杜甫)
今夕何夕歲云徂(금석하석세운조) : 오늘 밤은 어떤 밤인가, 한 해가 간다는데
更長燭明不可孤(경장촉명부가고) : 밤은 길고 촛불은 밝으니 외롭지가 않도다.
咸陽客舍一事無(함양객사일사무) : 함양 객사에는 하나도 할 일이 없어
相與博塞爲歡娛(상여박색위환오) : 서로 박색놀이를 즐거움으로 삼는다.
馮陵大叫呼五白(풍능대규호오백) : 신나게 크게 외치며 오백의 패를 소리쳐 부르며
袒跣不肯成梟盧(단선부긍성효노) : 옷 벗고 맨 발로 해도 효노의 패로 되지 않는구나.
英雄有時亦如此(영웅유시역여차) : 영웅도 때로는 이와 같나니
邂逅豈卽非良圖(해후개즉비량도) : 우연히 만났어도 어찌 좋은 의도가 없겠는가.
君莫笑劉毅從來布衣願(군막소류의종내포의원) : 그대는 웃지 말라, 유의의 포의 시절의 소망을
家無儋石輸百萬(가무담석수백만) : 집안에 1, 2 석의 식량도 없었으나 백만 전을 잃었단다.
송공소부사병귀유강동겸정이백(送孔巢父謝病歸游江東兼呈李白)-두보(杜甫)
공소보가 병으로 관직을 버리고 강동으로 돌아가 노는 것을 전송하고 겸하여 이백에게 드리다-두보(杜甫)
巢父掉頭不肯住(소보도두부긍주) : 소보는 머리를 흔들며 머물려 하지 않고
東將入海隨煙霧(동장입해수연무) : 동으로 장차 바다로 가 안개를 따라가려 한다.
詩卷長留天地間(시권장류천지간) : 시를 적은 두루마리를 세상에 남겨두고
釣竿欲拂珊瑚樹(조간욕불산호수) : 낚싯대 가지고 산호초를 흔들려 하신다.
深山大澤龍蛇遠(심산대택룡사원) : 깊은 산과 큰 못에는 용과 뱀은 멀리 있고
春寒野陰風景暮(춘한야음풍경모) : 봄날 추위에 들판은 어둑하고 해는 저문다.
蓬萊織女回雲車(봉래직녀회운거) : 봉래산 선녀가 구름수레 돌려오고
指點虛無引歸路(지점허무인귀노) : 동쪽 아련한 곳 가리키며 가는 길을 안내한다.
自是君身有仙骨(자시군신유선골) : 본래 그대의 몸에 신선의 골격 있으나
世人那得知其故(세인나득지기고) : 세상 사람들 어찌 그 까닭을 알겠는가.
惜君只欲苦死留(석군지욕고사류) : 그대 아끼노니, 애써 머물게 하고 싶지만
富貴何如草頭露(부귀하여초두노) : 부귀가 어찌 풀끝의 이슬만 하겠는가.
蔡侯靜者意有餘(채후정자의유여) : 채후는 조용한 사람으로 마음이 넉넉하여
淸夜置酒臨前除(청야치주림전제) : 맑은 밤에 술을 차려 뜰 앞의 섬돌에 나왔다.
罷琴惆悵月照席(파금추창월조석) : 거문고 소리 그쳐 서글픈데 달빛은 자리를 비추고
幾歲寄我空中書(기세기아공중서) : 어느 해에나 나에게 신선의 공중 글을 보내려는가.
南尋禹穴見李白(남심우혈견리백) : 남쪽으로 우임금 무덤 찾다가 이백을 만나거든
道甫問訊今何如(도보문신금하여) : 두보가 지금은 어떠하신지 묻더라고 말해주게나.
정부마댁연동중(鄭駙馬宅宴洞中)-두보(杜甫) 정 부마 집 동굴에서 잔치하다-두보(杜甫)
主家陰洞細煙霧(주가음동세연무) : 공주의 집 그늘진 동굴에 엷은 안개
留客夏簟靑琅玕(류객하점청랑간) : 객을 머물게 하는 여름 대자리에 푸른 옥돌.
春酒盃濃琥珀薄(춘주배농호박박) : 봄술 담긴 술은 잔이 짙어 호박 빛처럼 엷고
冰漿椀碧瑪瑙寒(빙장완벽마노한) : 얼음물은 그릇이 푸르러 마놋빛처럼 차갑다.
悞疑茅堂過江麓(오의모당과강록) : 초가집에 강기슭 지나는 듯 잘못 알고
已入風磴霾雲端(이입풍등매운단) : 바람 부는 돌계단에 드니, 멀리 구름 끝에 흙비 내린다.
自是秦樓壓鄭谷(자시진누압정곡) : 본래 진루가 정곡을 내리누르고 있고
時聞雜佩聲珊珊(시문잡패성산산) : 때때로 찰랑찰랑 온갖 패옥소리 들린다.
여리십이백동심범십은거(與李十二白同尋范十隱居)-두보(杜甫) 이백과 범은사를 방문하다-두보(杜甫)
李侯有佳句(이후유가구) : 이후에게 아름다운 시구 있으니
往往似陰鏗(왕왕사음갱) : 왕왕 음객의 시구와 흡사하다.
余亦東蒙客(여역동몽객) : 나 또한 동몽산의 나그네
憐君如弟兄(련군여제형) : 당신 좋아하기를 형제처럼 하였다.
醉眠秋共被(취면추공피) : 취하여 잠들면 가을에는 함께 이불 덮고
攜手日同行(휴수일동항) : 손을 맞잡고 날마다 동했었다.
更想幽期處(경상유기처) : 기약한 그윽한 곳을 다시 생각하며
還尋北郭生(환심배곽생) : 다시 고고한 북곽선생 찾는다.
入門高興發(입문고흥발) : 문을 들어서니 고상한 흥이 일고
侍立小童淸(시립소동청) : 모시고 서있는 어린 동자가 해맑다.
落景聞寒杵(낙경문한저) : 지는 햇볕에 차가운 다듬이 소리 들려오고
屯雲對古城(둔운대고성) : 쌓인 구름이 옛 성을 마주한다.
向來吟橘頌(향내음귤송) : 지금껏 굴원의 귤나무 노래를 읊었으니
誰與討蓴羹(수여토순갱) : 누구와 같이 고향 돌아 와 순채 나물국 찾을까.
不願論簪笏(부원논잠홀) : 벼슬아치의 비녀와 홀을 말하고 싶지도 않나니
悠悠滄海情(유유창해정) : 아득하다, 푸른 바닷가에 살고 싶은 마음이로다.
증이백(贈李白)-두보(杜甫) 이백에게-두보(杜甫)
秋來相顧尙飄蓬(추내상고상표봉) : 가을이 되어 서로 돌아 보니 떠도는 쑥 같아
未就丹砂愧葛洪(미취단사괴갈홍) : 단사의 땅으로 나아가지 못해 갈홍에게 부끄러워라.
痛飮狂歌空度日(통음광가공도일) : 난 통쾌히 마시고 미친 듯 노래하며 헛되이 세월 보내고
飛揚跋扈爲誰雄(비양발호위수웅) : 당신은 멋대로 날아오르고 뛰어오르니 구누 위한 허세인가.
잠여림읍지작산호정봉회이원외성흥(暫如臨邑至㟙山湖亭奉懷李員外成興)-두보(杜甫)
잠시 입읍에 가서 택산호의 정자에 이르러 이원외를 생각하니 흥이 일다-두보(杜甫)
野亭逼湖水(야정핍호수) : 들의 정자가 호수에 가까워
歇馬高林間(헐마고림간) : 말을 높은 숲 사이에서 쉬게 한다.
鼉吼風奔浪(타후풍분낭) : 악어가 소리치니 바람에 물결 일어
魚跳日映山(어도일영산) : 물고기가 뛰고 햇빛이 산에 비친다.
暫遊阻詞伯(잠유조사백) : 잠시 돌아다니다가 사백과 떨어져
却望懷靑關(각망회청관) : 돌아보니 그가 있는 정관이 생각난다.
靄靄生雲霧(애애생운무) : 자욱이 구름과 안개 피어나니
惟應促駕還(유응촉가환) : 오직 수레 재촉하여 돌아가야 하리라.
동리태수등력하고성원외신정(同李太守登歷下古城員外新停)-두보(杜甫)
이태수의 <역하 고성에 있는 원외랑의 새 정자에 올라>에 화답하여-두보(杜甫)
新亭結構罷(신정결구파) : 새 정자 짓는 일 모두 마치니
隱見淸湖陰(은현청호음) : 정자 모습 맑은 호수 남쪽에 아련하다.
跡籍臺觀舊(적적대관구) : 집터는 누대와 누각의 옛 모양 빌리고
氣冥海嶽深(기명해악심) : 분위기는 바다와 산의 깊숙함처럼 어둑하다.
圓荷想自昔(원하상자석) : 둥근 연잎 예부터 있었던 듯한데
遺堞感至今(유첩감지금) : 성가퀴는 지금까지 남아 있어 감회가 인다.
芳宴此時具(방연차시구) : 향기로운 잔치 이 시간에 베풀어지고
哀絲千古心(애사천고심) : 슬픈 음악소리 천고의 마음을 전하는구나.
主稱壽尊客(주칭수존객) : 주인은 술잔 들어 귀한 손님을 축수하고
筵秩宴北林(연질연배림) : 연회의 격식대로 북림에서 잔치를 벌인다.
不阻蓬蓽興(부조봉필흥) : 미천한 사람들의 흥취도 막지 않아
得兼梁甫吟(득겸량보음) : 능히 양보음도 겸하여 노래하게 되었도다.
배리배해연력하정(陪李北海宴歷下亭)-두보(杜甫) 이북해를 모시고 역하정에서 연회하다-두보(杜甫)
東藩駐皁蓋(동번주조개) : 동쪽 번국에 검은 수레 멈추고
北渚凌淸河(배저능청하) : 북쪽 물가에서 청하를 건너간다.
海右此亭古(해우차정고) : 바다 오른편엔 이 정자가 예스럽고
濟南名士多(제남명사다) : 제남 땅에는 이름난 선비들이 많았다.
雲山已發興(운산이발흥) : 구름 낀 산에는 이미 흥이 일고
玉珮仍當歌(옥패잉당가) : 옥패를 소리꾼은 곧 노래를 부른다.
脩竹不受暑(수죽부수서) : 늘어진 대나무에 덥지도 않고
交流空湧波(교류공용파) : 섞여 흐르는 물 공연히 물결 치솟는다.
蘊眞愜所遇(온진협소우) : 참된 멋 모여 닥치는 것마다 흡족하니
落日將如何(낙일장여하) : 지는 해를 장차 어찌하랴.
貴賤俱物役(귀천구물역) : 귀하고 천한 사람 모두 일에 얽매여
從公難重過(종공난중과) : 공을 따라 다시 이곳에 오기는 어려우리라.
중제정씨동정(重題鄭氏東亭)-두보(杜甫) 정씨의 동편 정자에 다시 제하다-두보(杜甫)
華亭入翠微(화정입취미) : 푸른 푸른 산빛 속 화려한 정자
秋日亂淸暉(추일난청휘) : 가을 해는 맑은 빛을 산란시킨다.
崩石欹山樹(붕석의산수) : 무너진 돌이 산 나무에 걸치고
淸漣曳水衣(청련예수의) : 맑은 잔물결이 물풀을 끌고 간다.
紫鱗衝岸躍(자린충안약) : 자줏빛 물고기 언덕에 부딪혀 뛰고
蒼隼護巢歸(창준호소귀) : 푸른 매는 둥지를 지키려 돌아간다.
向晩尋征路(향만심정노) : 저녁이 되어 갈 길을 찾는데
殘雲傍馬飛(잔운방마비) : 말곁에서는 남은 눈이 날린다.
이감댁이수1(李監宅二首1)-두보(杜甫) 이감의 저택에서-두보(杜甫)
尙覺王孫貴(상각왕손귀) : 아직도 왕손의 귀함을 알겠노니
豪家意頗濃(호가의파농) : 호화로운 집에 마음 씀이 자못 깊다.
屛開金孔雀(병개금공작) : 병풍에는 금빛 공작새가 펼쳐있고
褥隱繡芙蓉(욕은수부용) : 잠자리 요에는 수놓은 부용이 숨어 있다.
且食雙魚美(차식쌍어미) : 한 쌍의 물고기 요리 맛있게 먹으려는데
誰看異味重(수간리미중) : 이 많은 특이한 요리가 누가 보기나 했나.
門闌多喜色(문란다희색) : 문의 난가에는 기뻐하는 사람들 많고
女壻近乘龍(녀서근승룡) : 이 집 사위는 용을 탄 사람에 가깝구나.
이감댁이수2(李監宅二首2)-두보(杜甫) 이감의 저택에서-두보(杜甫)
華館春風起(화관춘풍기) : 화려한 집에 봄바람 이니
高城煙霧開(고성연무개) : 높은 성에 연기안개 걷힌다.
雜花分戶映(잡화분호영) : 온갖 꽃들을 문에 나누어 비치고
嬌燕入簾回(교연입렴회) : 예쁜 제비들 주렴에 들었다 간다.
一見能傾座(일견능경좌) : 한 번 한번 보면 능히 좌중을 장악하니
虛懷只愛才(허회지애재) : 속마음 비우고 다만 재주가 좋아해서라
鹽車雖絆驥(염거수반기) : 소금 수레가 천리마를 묶어두었어도
名是漢庭來(명시한정내) : 명색은 곧 한나라 조정의 핏줄이어라.
용문(龍門)-두보(杜甫) 용문산-두보(杜甫)
龍門橫野斷(용문횡야단) : 용문산은 들판을 가로 누워 끊어지고
驛樹出城來(역수출성내) : 역의 나무들은 성에서부터 늘어서 있다.
氣色皇居近(기색황거근) : 분위기를 보니 황제 계신 곳이 가까워
金銀佛寺開(금은불사개) : 휘황찬란한 금빛 은빛, 사찰들이 열려있다.
往來時屢改(왕내시누개) : 왕래하는 때마다 자주 바뀌나
川陸日悠哉(천륙일유재) : 냇가와 땅은 날마다 변함없구나.
相閱征途上(상열정도상) : 여행하면서 사람들을 살펴보니
生涯盡幾回(생애진기회) : 내 일생동안 모두 몇 번이나 다시 찾아올까.
가산(假山)-두보(杜甫) 가산-두보(杜甫)
天寶初(천보초) : 천보 연간 초기에
南曹小司寇舅(남조소사구구) : 남조 소사구인 외삼촌이
於我太夫人堂下(어아태부인당하) : 내 할머니 당 아래에
壘土爲山(루토위산) : 흙을 쌓아 작은 산을 이루었다.
一匱盈尺(일궤영척) : 한 광주리의 흙으로 한 자 높이가 되어
以代彼朽木(이대피후목) : 썩은 나무를 대신하였다.
承諸焚香瓷甌(승제분향자구) : 그것이 여러 향불을 피우는 자기를 받치는데
甌甚安矣(구심안의) : 자기가 대단히 안정되어있다.
旁植慈竹(방식자죽) : 옆에다가 자죽을 심었는데
蓋茲數峰(개자수봉) : 이 가산의 몇 개 봉우리를 덮었다.
嶔岑嬋娟(금잠선연) : 산은 우뚝하고 대나무는 선연하여
宛有塵外致(완유진외치) : 완연히 세속에서 벗어난 운치가 있었다.
乃不知興之所至(내부지흥지소지) : 이에 나도 모르게 흥이나 서
而作是詩(이작시시) : 이 시를 짓는다.
一匱功盈尺(일궤공영척) : 한 광주리 흙으로 한 자 높이를 이루니
三峯意出羣(삼봉의출군) : 세 봉우리의 의미가 출중하여라.
望中疑在野(망중의재야) : 바라보니, 내가 들에 있는 듯 하고
幽處欲生雲(유처욕생운) : 그윽한 곳에서는 구름이 일어나는 듯 하다.
慈竹春陰覆(자죽춘음복) : 심은 자죽은 봄날의 그늘에 덥혀있고
香爐曉勢分(향노효세분) : 향기는 새벽 연기의 형세로 나누어진다.
惟南將獻壽(유남장헌수) : 남산이 장차 헌수 하려는 듯이
佳氣日氤氳(가기일인온) : 아름다운 기운이 날마다 끝없이 생겨나다.
임읍사제서지(臨邑舍弟書至)-두보(杜甫) 임읍 동생의 편지가 오다-두보(杜甫)
* 原題 : 臨邑舍弟書至苦雨黃河泛因寄此詩 用寬其意
二儀積風雨(이의적풍우) : 하늘과 땅에는 온통 바람과 비
百谷漏波濤(백곡누파도) : 골짜기마다 큰 물결이 흘러내린다.
聞道洪河坼(문도홍하탁) : 듣자니, 큰 황하의 둑이 터져
遙連滄海高(요련창해고) : 아득히 동해 푸른 바다와 이어져 물결이 높단다.
職司憂悄悄(직사우초초) : 맡은 관리들이 초조하게 근심하고
郡國訴嗷嗷(군국소오오) : 수해 입은 지방에서는 웅성거리며 호소한다.
舍弟卑棲邑(사제비서읍) : 동생은 임읍에서 비천하게 사는데
防川領簿曹(방천령부조) : 하천의 범람을 막는 부조의 벼슬직을 맡고 있다.
尺書前日至(척서전일지) : 짧은 편지 하나 전날 도착했는데
版築不時操(판축불시조) : 판과 축을 제때에 대지 못했습니다.
難假黿鼉力(난가원타력) : 자라와 악어 같은 큰 힘을 빌리지도 못하고
空瞻烏鵲毛(공첨오작모) : 오리와 까마귀 깃털의 도움마저 바라고 있습니다.
燕南吹畎畝(연남취견무) : 연 지방 남쪽은 논밭이 휩쓸려나가고
濟上沒蓬蒿(제상몰봉호) : 제수 위에는 쑥대조차 물에 잡겼습니다.
螺蚌滿近郭(나방만근곽) : 고동과 조개가 근방 성곽에 가득하고
蛟螭乘九皐(교리승구고) : 교룡 같은 것이 높은 언덕을 타고 넘습니다.
徐關深水府(서관심수부) : 서관 지방은 깊은 용궁이 되었고
碣石小秋毫(갈석소추호) : 갈석산도 가을 터럭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白屋留孤樹(백옥류고수) : 백성들의 초라한 집에는 외로운 나무만 남고
靑天失萬艘(청천실만소) : 비 그친 푸른 하늘에는 길 잃은 배가 만 척입니다.
吾衰同泛梗(오쇠동범경) : 나는 쇠약하여 물에 떠도는 나무인형 같은 신세
利涉想蟠桃(리섭상반도) : 물을 건너기는 유리하니 반도 복숭아나 생각하리라.
却倚天涯釣(각의천애조) : 도리어 하늘 끝에 기대어 살면서 낚시질하면
猶能掣巨鼇(유능체거오) : 그래도 거대한 자라라도 낚을 수 있으리라.
과송원외지문구장(過宋員外之問舊莊)-두보(杜甫) 원외랑 송지문의 옛 별장을 지나며-두보(杜甫)
宋公舊池館(송공구지관) : 송지문님의 옛 연못가 별장이라
零落首陽阿(령낙수양아) : 수양산 언덕에 영락하여 있구나.
枉道秪從入(왕도지종입) : 길을 돌아 다만 따라 들어가니
吟詩許更過(음시허경과) : 시를 읊자니, 다시 들릴 수 있을까
淹留問耆老(엄류문기노) : 오래 머물며 노인에게 물으며
寂寞向山河(적막향산하) : 쓸쓸히 산과 강을 바라본다.
更識將軍樹(갱식장군수) : 더욱 알겠다, 장군의 나무에
悲風日暮多(비풍일모다) : 서글픈 바람이 해질녘에 많은 것을.
사상인모재(巳上人茅齋)-두보(杜甫) 사상인의 조가집에서-두보(杜甫)
巳公茅屋下(사공모옥하) : 사상인님 초가집 아래에서는
可以賦新詩(가이부신시) : 멋진 시를 지을 만하구나.
枕簟入林僻(침점입림벽) : 목침과 댓자리 가지고 깊숙한 숲으로 드니
茶瓜留客遲(다과류객지) : 차와 외를 내놓으며 객을 오래 머물게 한다.
江蓮搖白羽(강련요백우) : 강의 연꽃은 흰 부채처럼 흔들리고
天棘蔓靑絲(천극만청사) : 천문동 덩굴은 푸른 실처럼 뻗어있다.
空忝許詢輩(공첨허순배) : 산수 유람 좋아한 허순 같은 분들을 공연히 욕되게 하고
難酬支遁詞(난수지둔사) : 수도하는 고승인 지둔같은 분 말씀에 응대하기 어렵구나.
대우서회주요허주부(對雨書懷走邀許主簿)-두보(杜甫)
비를 대하고 마음을 적어 달려가 허주부를 맞게 하다-두보(杜甫)
東嶽雲峰起(동악운봉기) : 동악에 구름이 봉우리에 일어
溶溶滿太虛(용용만태허) : 아득히 흘러 하늘에 가득하다.
震雷翻幕燕(진뇌번막연) : 진동하는 우뢰는 장막의 제비를 뒤집고
驟雨落河魚(취우낙하어) : 소나기에 강물의 물고기 솟아 떨어지게 한다.
座對賢人酒(좌대현인주) : 앉아서 현인의 술, 백주를 마주하면
門聽長者車(문청장자거) : 문에서는 귀인의 수레 오는 소리 들린다.
相邀愧泥濘(상요괴니녕) : 맞아 모시자니 진흙탕이 부끄러우니
騎馬到堦除(기마도계제) : 말을 타신 채로 섬돌까지 닿아오세요.
여임성허주부유남지(與任城許主簿遊南池)-두보(杜甫) 임성 허주부와 남지에서 놀다-두보(杜甫)
秋水通溝洫(추수통구혁) : 가을 물 밭도랑으로 통하고
城隅進小船(성우진소선) : 성 모퉁이에 작은 배가 나아간다.
晩涼看洗馬(만량간세마) : 싸늘한 저녁에 말 씻는 것 보이고
森木亂鳴蟬(삼목난명선) : 숲 속 나무에는 매미소리 어지럽다.
菱熟經時雨(능숙경시우) : 때맞춘 비 지나가니 마름이 익고
蒲荒八月天(포황팔월천) : 팔월 하늘에 창포가 황폐해지는구나.
晨朝降白露(신조강백노) : 이른 아침에 흰 이슬 내리는데
遙憶舊靑氈(요억구청전) : 낡은 푸른 털담요 아득히 생각는구나.
유구법조정하구석문연집(劉九法曹鄭瑕丘石門宴集)-두보(杜甫)
법조참군사 유씨, 하구현령 정씨와 석문에 모여 잔치하다-두보(杜甫)
秋水淸無底(추수청무저) : 가을 물 맑아 바닥이 보이지 않아
蕭然淨客心(소연정객심) : 쓸쓸하게 나그네 마음을 씻어주는구나.
掾曹乘逸興(연조승일흥) : 연조 유씨는 편안한 흥취를 타고
鞍馬到荒林(안마도황림) : 안장 얻은 말이 황폐한 숲에 이르렀다.
能吏逢聯璧(능리봉련벽) : 유능한 관리가 같은 좋은 친구 만나니
華筵直一金(화연직일금) : 화려한 술자리 한 덩이 금에 값하노라.
晩來橫吹好(만내횡취호) : 저녁에 오랑캐 노래는 좋고
泓下亦龍吟(홍하역룡음) : 깊은 물 아래에서 용도 시를 읊는다.
등연주성누(登兗州城樓)-두보(杜甫) 연주성루에 올라-두보(杜甫)
東郡趨庭日(동군추정일) : 동군서 종종걸음으로 집뜨락 처음 가던 날
南樓縱目初(남누종목초) : 남루서 눈 가는대로 마음껏 구경한 첫날이었다.
浮雲連海岱(부운련해대) : 뜬구름은 동해와 태산으로 이어지고
平野入靑徐(평야입청서) : 평평한 들판은 청주와 서주로 뻗혀들었다.
孤嶂秦碑在(고장진비재) : 외로이 솟은 산봉우리에 진나라 비석이 서있고
荒城魯殿餘(황성노전여) : 황폐한 성에는 노나라 궁궐이 남아있었다.
從來多古意(종내다고의) : 지금껏 옛날을 그리는 마음이 많아
臨眺獨躊躇(임조독주저) : 임하여 바라보며 홀로 자꾸만 머뭇거린다.
단가항증왕낭사직(短歌行贈王郎司直)-두보(杜甫) 단가행을 사직 왕랑에게 주다-두보(杜甫)
王郎酒酣拔劍斫地歌莫哀(왕낭주감발검작지가막애) : 왕랑이 취하여 칼을 뽑아 땅을 치며 막애를 노래하지만
我能拔爾抑塞磊落之奇才(아능발이억새뇌낙지기재) : 나는 그대의 누르고 막는 뇌락한 기이한 재능을 뽑을 수 있도다.
豫章翻風白日動(예장번풍백일동) : 예장 나무는 바람에 펄럭이며 대낮의 해를 움직이고
鯨魚跋浪滄溟開(경어발낭창명개) : 고래가 물결을 밟으며 푸른 바다를 여는구나.
且脫劍佩休徘徊(차탈검패휴배회) : 잠시 패용한 칼을 풀어놓고서 배회하기를 그치고
西得諸侯棹錦水(서득제후도금수) : 서방에서 제후를 얻어 비단빛 물결에 노를 젖는다.
欲向何門趿珠履(욕향하문삽주리) : 어느 문을 향하여 가서 구슬 집어 밟으려하나
仲宣樓頭春色深(중선누두춘색심) : 중선이 배의 다락 머리에 있는데 봄빛은 짙어간다.
靑眼高歌望吾子(청안고가망오자) : 푸른 눈과 높은 소리로 노래하며 나를 바라보니
眼中之人吾老矣(안중지인오노의) : 눈에 비친 사람인 내가 이미 늙었구나.
배왕시어동등동산최고정연(陪王侍御同登東山最高頂宴)-두보(杜甫)
왕시어을 모시고 동산의 최고봉에 같이 올라 잔치를 열다-두보(杜甫)
姚公美政誰與儔(요공미정수여주) : 용공의 선정을 누구에게 비할 수 있을까
不減昔時陳太丘(부감석시진태구) : 그 옛날 진태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리라.
邑中上客有柱史(읍중상객유주사) : 읍중 상객 중에서 주사인 왕시어가 있어
多暇日陪驄馬遊(다가일배총마유) : 많은 휴가날을 총마를 데리고 노닌다.
東山高頂羅珍羞(동산고정나진수) : 동산의 높은 봉우리에서 진수성찬 차리고
下顧城郭銷我憂(하고성곽소아우) : 성곽을 내려다보고 근신을 녹여버린다.
淸江白日落欲盡(청강백일낙욕진) : 맑은 강에 맑은 해가 다 넘어가려고 하는데
復攜美人登綵舟(복휴미인등채주) : 다시 미인을 끼고 올라 배에 올라본다.
笛聲憤怨哀中流(적성분원애중류) : 피리소리 쏟아낸 분노는 강 한 가운데서 애닲고
妙舞逶迤夜未休(묘무위이야미휴) : 교묘한 춤은 느릿느릿 온 밤 동안 그치지 않는다.
燈前往往大魚出(등전왕왕대어출) : 등불 앞에는 가끔씩 큰 고기가 나와
聽曲低昂如有求(청곡저앙여유구) : 노래를 듣고는 물을 오르내리며 무얼 구하는 듯하다.
三更風起寒浪湧(삼경풍기한낭용) : 한 밤에 바람이 일어 차가운 물결이 솟구치는데
取樂喧呼覺船重(취낙훤호각선중) : 악기를 가지고 소리쳐 부르며 배가 무거운 것만 알고있다.
滿空星河光破碎(만공성하광파쇄) : 공중에 가득한 은하수의 빛이 부서지고
四座賓客色不動(사좌빈객색부동) : 사방 자리에 가득한 손님들의 얼굴빛은 변함이 없다.
請公臨深莫相違(청공림심막상위) : 공에게 청하노니, <시경>의 깊은 물가 교훈을 잊지 말고
廻船罷酒上馬歸(회선파주상마귀) : 배를 돌려 술자리를 그치고 말에 올라 돌가가시오.
人生歡會豈有極(인생환회개유극) : 인생의 기쁜 연회가 어찌 끝이 있을까
無使霜露霑人衣(무사상노점인의) : 서리와 이슬이 사람의 옷을 적시게 하지 말았으면.
위풍녹사댁관조장군화마도인(韋諷錄事宅觀曹將軍畫馬圖引)-두보(杜甫)
위풍 녹사댁에서 조장군의 말 그림을 본 노래-두보(杜甫)
國初已來畫鞍馬(국초이내화안마) : 국초 이래로 안마를 그려왔는데
神妙獨數江都王(신묘독수강도왕) : 신묘한 경지는 오직 강도왕을 헤아린다.
將軍得名三十載(장군득명삼십재) : 장군은 삼십 세에 이름을 얻었으며
人間又見眞乘黃(인간우견진승황) : 사람들은 다시 요순의 명마인 승황을 보았다.
曾貌先帝照夜白(증모선제조야백) : 한 때는 선 황제의 조야백을 그렸고
龍池十日飛霹靂(룡지십일비벽력) : 용지에는 십 일만에 용이과 운우가 날았다.
內府殷紅瑪瑙盤(내부은홍마노반) : 내부에 소장된 짙붉은 마노 소반을
婕妤傳詔才人索(첩여전조재인색) : 쳡여는 재인에게 전하여 찾아 주게 하셨다.
盤賜將軍拜舞歸(반사장군배무귀) : 은반을 하사받은 장군은 배례하고 춤추며 돌아왔다.
輕紈細綺相追飛(경환세기상추비) : 가벼운 비단 섬세한 비단이 서로 따라 날아오고
貴戚權門得筆跡(귀척권문득필적) : 귀척과 권세가도 필적을 얻었으니
始覺屛障生光輝(시각병장생광휘) : 장군이 그린 평풍에 광채가 있음을 비로소 알았다.
昔日太宗拳毛騧(석일태종권모왜) : 옛날에는 태종에게 권모왜라는 명마가 있었고
近時郭家獅子花(근시곽가사자화) : 근래에는 곽가에 사자화라는 명마가 있다.
今之新圖有二馬(금지신도유이마) : 지금의 새 그림에 두 마리 말이 그려 있으니
復令識者久嘆嗟(복령식자구탄차) : 다시 식자로 하여금 오랫동안 차탄하게 한다.
此皆戰騎一敵萬(차개전기일적만) : 이들은 모두가 전쟁 말로서 하나가 만을 상대했다.
縞素漠漠開風沙(호소막막개풍사) : 흰 비단에서 아득히 바람과 모래 일으키니
其餘七匹亦殊絶(기여칠필역수절) : 그 나머지 일곱 필도 특별히 뛰어났다.
逈若寒空動煙雪(형야한공동연설) : 아득히 찬 공중에 연기같은 흰 눈이 움직이는 듯
霜蹄蹴踏長楸間(상제축답장추간) : 서리 밟은 발굽은 길이 오동나무 사이를 밟는다.
馬官厮養森成列(마관시양삼성렬) : 마관과 시양들이 삼엄하게 줄지어 서있다.
可憐九馬爭神駿(가련구마쟁신준) : 어여쁘게도, 아홉 말은 신령스러움과 준일함을 다투어
顧視淸高氣深穩(고시청고기심온) : 맑고 높은 절개를 돌아보니 기품이 깊고도 온건하다.
借問苦心愛者誰(차문고심애자수) : 고심하고 아끼는 것이 어느 것이냐고 잠깐 물으니
後有韋諷前支遁(후유위풍전지둔) : 위로는 위풍이 있고 앞에는 지둔이 있다고 한다.
憶昔巡幸新豐宮(억석순행신풍궁) : 옛날 신풍궁을 행차한 때를 생각하니
翠華拂天來向東(취화불천내향동) : 천자의 깃발인 취화는 하늘을 치며 동쪽 향하고
騰驤磊落三萬匹(등양뇌낙삼만필) : 등양뇌락한 말이 삼 만 필이나 되었는데
皆與此圖筋骨同(개여차도근골동) : 모두 이 그림처럼 근골이 같았도다.
自從獻寶朝河宗(자종헌보조하종) : 스스로 보물을 바치고 하종에 조공하여
無復射蛟江水中(무복사교강수중) : 다시는 강물 안에서 교룡을 잡지 않았단다.
君不見金粟堆前松柏裏(군부견금속퇴전송백리)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금속퇴전의 송백의 안을
龍媒去盡鳥呼風(룡매거진조호풍) : 준마 용매는 다 떠나가고 새만이 바람을 불러댄다.
희제왕재화산수도가(戲題王宰畫山水圖歌)-두보(杜甫)왕제의 산수화 그림을 재미로 지은 노래-두보(杜甫)
十日畫一水(십일화일수) : 십일만에 물 하나 그리고
五日畫一石(오일화일석) : 오일만에 돌 하나 그린다.
能事不受相促迫(능사부수상촉박) : 서로 촉박하게 받지 않음을 능사로 했으니
王宰始肯留眞跡(왕재시긍류진적) : 왕재는 비로소 진정한 자취를 머룰게 했다.
壯哉崑崙方壺圖(장재곤륜방호도) : 장하구나, 곤륜방호의 그림
挂君高堂之素壁(괘군고당지소벽) : 군의 고당의 깨끗한 벽에 걸려있구나.
巴陵洞庭日本東(파능동정일본동) : 파릉동정은 일본의 동쪽에 있고
赤岸水與銀河通(적안수여은하통) : 적안의 물은 은하수와 통한다.
中有雲氣隨飛龍(중유운기수비룡) : 그 안에 운기가 있으니 나는 용을 따르고
舟人漁子入浦漵(주인어자입포서) : 뱃사람과 어부는 포서로 들어간다.
山木盡亞洪濤風(산목진아홍도풍) : 산수가 다하니 다음은 큰 물결과 바람이라.
尤工遠勢古莫比(우공원세고막비) : 먼 정황을 그림에 특히 뛰어나 옛날에 견줄 바 없고
咫尺應須論萬里(지척응수논만리) : 지척에 있으면서도 만리를 논하게 된다.
焉得幷州快剪刀(언득병주쾌전도) : 어찌 병주의 쾌전도를 구해서
剪取吳松半江水(전취오송반강수) : 오송과 반강의 물을 끊어버릴 수 있을까.
만흥(漫興)-두보(杜甫) 흥겨워서-두보(杜甫)
斷腸春江欲盡頭(단장춘강욕진두) : 애끊는 봄날의 강, 강둑길이 끝나는 곳
杖藜徐步立芳洲(장려서보립방주) : 지팡이 짚고 천천히 걸어 방초 우거진 물가에 서다.
顚狂柳絮隨風舞(전광유서수풍무) : 미친 듯 날리는 버들개지는 바람 따라 춤추고
輕薄桃花逐水流(경박도화축수류) : 가볍고 얇은 복사꽃은 물을 따라 흘러만 가는구나.
절구4(絶句4)-두보(杜甫) 절구시-두보(杜甫)
江動月移石(강동월이석) : 강물이 움직이니 달이 돌을 옮기는 듯
谿虛雲傍花(계허운방화) : 개울이 비어있어 구름이 꽃과 이웃하였다.
鳥棲知故道(조서지고도) : 옛 길을 알아 새는 깃들이는데
帆過宿誰家(범과숙수가) : 돗단배 지나가다 누구네 집에서 묵고 갈까.
등보공탑(登寶公塔)-왕안석(王安石) 보공탑에 오르며-왕안석(王安石)
倦童疲馬放松門(권동피마방송문) : 지친 동복과 피로한 말을 송문에 놓아두고
自把長筇倚石根(자파장공의석근) : 홀로 긴 대지팡이 짚고 올라 돌벽에 기대어선다
江月轉空爲白晝(강월전공위백주) : 강 위의 달은 공중을 빙돌아 대낮같이 비추고
嶺雲分暝與黃昏(령운분명여황혼) : 고개 너머 구름은 어둠을 갈라 황혼빛과 함께 한다
鼠搖岑寂聲隨起(서요잠적성수기) : 새앙쥐는 정적을 깨고 쉬지 않고 바스락거리고
鴉矯荒寒影對翻(아교황한영대번) : 황량하고 추운 달빛 속을 갈가마귀 짝지어 날아간다
當此不知誰客主(당차불지수객주) : 누가 객이고 주인인지 모를 이 때에
道人忘我我忘言(도인망아아망언) : 스님은 나를 잊고 나는 할 말을 잊는다
고백항(古柏行)-두보(杜甫) 오래된 측백나무를 노래함-두보(杜甫)
孔明廟前有老柏(공명묘전유노백) : 공명의 무덤 앞, 오래된 측백나무
柯如靑銅根如石(가여청동근여석) : 가지는 청동같고 뿌리는 돌같도다
霜皮溜雨四十圍(상피류우사십위) : 서리 맞은 껍질에 흐르는 빗방울 사십 겹
黛色參天二千尺(대색삼천이천척) : 대색이 하늘에 닿은 것이 이천 척 높이로다
君臣已與時際會(군신이여시제회) : 군신이 때에 맞춰 모여들지만
樹木猶爲人愛惜(수목유위인애석) : 나무는 여전히 사람을 위해 애석히 여긴다
雲來氣接巫峽長(운내기접무협장) : 구름이 몰려와 기운이 무협에 길게 닿고
月出寒通雪山白(월출한통설산백) : 달이 뜨니 한기가 하얗게 설산에 통하는구나
憶昨路繞錦亭東(억작노요금정동) : 전날을 돌아보면 길이 금정의 동쪽을 둘러있다
先主武侯同閟宮(선주무후동비궁) : 선왕과 무후는 비궁에 함께 했구나
崔嵬枝幹郊原古(최외지간교원고) : 높다란 줄기와 가지 교외 언덕에 오래 있어
窈窕丹靑戶牖空(요조단청호유공) : 아름다운 단청에도 방과 창문은 비어있고
落落盤踞雖得地(낙낙반거수득지) : 낙락히 살아 땅을 차지한다해도
冥冥孤高多烈風(명명고고다렬풍) : 아득히 높아서 강한 바람이 많구나
扶持自是神明力(부지자시신명력) : 붙어있임은 스스로 신통력이 있어서며
正直元因造化功(정직원인조화공) : 정직함은 원래 조화옹의 공덕에 의함이로다
大厦如傾要梁棟(대하여경요량동) : 커다란 집이 기울어지면 큰 들보가 필요하며
萬牛廻首丘山重(만우회수구산중) : 만 두의 소도 머리를 돌릴 만큼 구산은 무겁도다
不露文章世已驚(부노문장세이경) : 그 문장 드러나지 않아도 세상은 이미 놀라고
未辭剪伐誰能送(미사전벌수능송) : 자르고 베는 것을 말하지 않았으니 누가 보낼 수 있을까
苦心豈免容螻蟻(고심개면용루의) : 고심스럽게도 어찌 개미를 받아들임을 면할 수 있으며
香葉曾經宿鸞鳳(향섭증경숙난봉) : 향기로운 나뭇잎에는 이미 난새와 봉황새가 묵었구나
志士幽人莫怨嗟(지사유인막원차) : 지사와 은사는 원망하고 탄식하지 말지니
古來材大難爲用(고내재대난위용) : 예부터 재목이 크면 쓰이기 어려웠다 하였노라
전출새7(前出塞7)-두보(杜甫) 전출새-두보(杜甫)
驅馬天雨雪(구마천우설) : 하늘에는 눈비 내리는데, 말 몰고
軍行入高山(군항입고산) : 군대는 행군하며 높은 산을 오른다
逕危抱寒石(경위포한석) : 좁다란 길 위태하여 찬 바위 껴안으니
指落曾冰間(지낙증빙간) : 손가락은 얼음 사이로 미끄러 떨어진다
已去漢月遠(이거한월원) : 이미 떠나온 고향의 달은 멀기만 한데
何時築城還(하시축성환) : 어느 때라야 성곽을 쌓아 쌀 수 있을까
浮雲暮南征(부운모남정) : 날은 저무는데 뜬구름 남으로 가는데
可望不可攀(가망부가반) : 거저 바라만 볼 뿐, 따라 잡을 수가 없구나
전출새6(前出塞6)-두보(杜甫) 전출새-두보(杜甫)
挽弓當挽强(만궁당만강) : 활을 당김에는 마땅히 강한 것을 당겨야 하고
用箭當用長(용전당용장) : 화살을 쓸 때에는 마땅히 긴 것을 사용해야 한다네
射人先射馬(사인선사마) : 먼저 말을 쏘아죽일 각오라야 사람을 쏠 수 있고
擒敵先擒王(금적선금왕) : 먼저 왕을 사로잡을 각오라야 적을 사로 잡을 수 있다네
殺人亦有限(살인역유한) : 사람을 죽이는 데는 또한 한계가 있는 법이고
立國自有疆(입국자유강) : 나라를 세움에는 강토의 경계가 있어야 한다네
苟能制侵陵(구능제침능) : 진실로 적의 침략을 막을 수 있다면
豈在多殺傷(개재다살상) : 어찌 그리도 많은 살상이 있어야 하겠는가
강촌3(羌村3)-두보(杜甫) 강촌-두보(杜甫)
羣雞正亂叫(군계정난규) : 닭들은 어지러이 소리치더니
客至雞鬪爭(객지계투쟁) : 객이 오니 닭들은 싸우기 시작한다
驅雞上樹木(구계상수목) : 닭을 몰아 나무 위에 올리니
始聞叩柴荊(시문고시형) : 비로소 사립문 두드리는 소리 들린다
父老四五人(부노사오인) : 동네 어르신 네댓 분이
問我久遠行(문아구원항) : 나의 오랜 걸음을 물어온다
手中各有攜(수중각유휴) : 손에는 각자 들고 온 것이 있는데
傾榼濁復淸(경합탁복청) : 술잔을 기울이니 탁주이고 또 청주였다
莫辭酒味薄(막사주미박) : 술맛이 보잘것 없어도 사양하지 말게나
黍地無人耕(서지무인경) : 기장밭이 있어도 갈 사람 하나 없었다네
兵革旣未息(병혁기미식) : 전쟁은 아직 그치지 않아
兒童盡東征(아동진동정) : 아이들 모두가 동으로 군대에 갔다네
請爲父老歌(청위부노가) : 어르신들 위하여 청하여 노래부르기를
艱難愧深情(간난괴심정) : 가난한데도 깊은 정에 부끄러워 했다네
歌罷仰天歎(가파앙천탄) : 노래가 끝나 하늘 바라보며 탄식하니
四座涕縱橫(사좌체종횡) : 사방 어르신도 눈물이 마구 흘러내린다
강촌2(羌村2)-두보(杜甫) 강촌-두보(杜甫)
晩歲迫偸生(만세박투생) : 만년에는 사는데 급급하여
還家少歡趣(환가소환취) : 집에 돌아와도 기쁜일이 적었도다
嬌兒不離膝(교아부리슬) : 사랑스런 아이는 무릎을 떠나지 않고
畏我復却去(외아복각거) : 내가 다시 떠날까를 두려워하는구나
憶昔好追涼(억석호추량) : 지난 날 생각니, 서늘한 것 좋아하여
故繞池邊樹(고요지변수) : 연못가의 나무들을 빙둘러 돌았다네
蕭蕭北風勁(소소배풍경) : 소소하게 북풍이 매섭게 불어
撫事煎百慮(무사전백려) : 일을 생각하니 온갖 생각이 끓어오른다
賴知禾黍收(뢰지화서수) : 힘이 나는 것은, 곡식이 추수되었음을 알고
已覺糟牀注(이각조상주) : 지개미술이 술동에 부어졌음도 깨달았도다
如今足斟酌(여금족짐작) : 지금 술을 따를 만하다니
且用慰遲暮(차용위지모) : 이것으로 저무는 저녁을 위로할만 하도다
강촌1(羌村1)-두보(杜甫) 강촌-두보(杜甫)
崢嶸赤雲西(쟁영적운서) : 붉은 구름 서편에 산은 높고
日脚下平地(일각하평지) : 햇발은 평지에 내려 깔리는구나
柴門鳥雀噪(시문조작조) : 사립문에 새들은 시끄럽고
歸客千里至(귀객천리지) : 고향 돌아온 나그네 천리길을 왔도다
妻孥怪我在(처노괴아재) : 아내와 자식은 살아 왔음이 신기하여
驚定還拭淚(경정환식누) : 놀라움이 진정되니 다시 눈물을 닦는다
世亂遭飄蕩(세난조표탕) : 세상의 전란에 떠돌게 되었다가
生還偶然遂(생환우연수) : 살아 돌아오다니 기적같은 일이라네
鄰人滿牆頭(린인만장두) : 이웃사람들 담장에 가득 모여
感歎亦歔欷(감탄역허희) : 감찬하고 또한 흐느껴 우는구나
夜闌更秉燭(야란경병촉) : 밤이 깊어도 다시 촛불을 잡고
相對如夢寐(상대여몽매) : 서로 마주하며 꿈꾸는 듯 하였다
성도부(成都府)-두보(杜甫) 성도부-두보(杜甫)
翳翳桑楡日(예예상유일) : 뽕나무, 느릅나무 사이로 해는 어둑한데
照我征衣裳(조아정의상) : 길 떠난 나그네, 나의 옷깃을 비추는구나
我行山川異(아항산천리) : 내가 걷는 길은 산천도 다르고
忽在天一方(홀재천일방) : 문득 나는 먼 하늘 한 곳, 여기에 있도다
但逢新人民(단봉신인민) : 오직 만나는 이는 낯설은 사람들
未卜見故鄕(미복견고향) : 고향 다시 볼 일은 첨칠 수도 없도다
大江東流去(대강동류거) : 큰 강물은 동으로 흘러가는데
遊子日月長(유자일월장) : 떠도는 나그네 길은 멀기만 하여라
曾城塡華屋(증성전화옥) : 층진 성채에는 화려한 집들 가득하고
季冬樹木蒼(계동수목창) : 마지막 겨울인데도 나무는 푸르기만 하다
喧然名都會(훤연명도회) : 이름 난 도회는 소란하여
吹簫間笙簧(취소간생황) : 생황소리에 퉁소소리까지 들려온다
信美無與適(신미무여적) : 참으로 아름다워도 함께 갈 사람 없어
側身望川梁(측신망천량) : 몸을 옆으로 누워 냇물과 다리를 바라본다
鳥雀夜各歸(조작야각귀) : 참새도 저녁에는 각자가 돌아가는데
中原杳茫茫(중원묘망망) : 중원은 아득하고 멀기만 하여라
初月出不高(초월출부고) : 초생달이 떠도 높지가 않고
衆星尙爭光(중성상쟁광) : 뭇별들은 아직도 밝은 빛을 다툰다
自古有羇旅(자고유기려) : 예부터 나그네야 있겠지만
我何苦哀傷(아하고애상) : 나는 어찌 이리도 고통스럽게 애닲아하는가
적곡(赤谷)-두보(杜甫) 적곡에서-두보(杜甫)
天寒霜雪繁(천한상설번) : 차가운 날, 눈서리 날리는데
遊子有所之(유자유소지) : 그곳이 나그네 가는 길이어라
豈但歲月暮(개단세월모) : 어찌하여 세월만 저무는가
重來未有期(중내미유기) : 다시 올리라는 기약도 없구나
晨發赤谷亭(신발적곡정) : 새벽에 적곡정을 떠나왔는데
險艱方自茲(험간방자자) : 험난한 길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亂石無改轍(난석무개철) : 울퉁불퉁 돌길에 수레 돌리지 못해
我車已載脂(아거이재지) : 나의 수레에 이미 기름을 발랐도다
山深苦多風(산심고다풍) : 산이 깊어지니 바람은 더욱 심하고
落日童稚飢(낙일동치기) : 지는 해에 아이들은 더욱 배고파 한다
悄然村墟逈(초연촌허형) : 사람 사는 마을은 멀어 근심되는데
煙火何由追(연화하유추) : 어느 길을 가야 연기와 불빛 찾아갈까
貧病轉零落(빈병전령낙) : 가난과 병으로 더욱 영락해지니
故鄕不可思(고향부가사) : 고향 가는 일은 생각지도 못하노라
常恐死道路(상공사도노) : 항상 두려운 건, 길가다 죽어서
永爲高人嗤(영위고인치) : 영원히 고인의 비웃음거리 되는 일이로다
적초령(積草嶺)-두보(杜甫) 적초령에서-두보(杜甫)
連峯積長陰(연봉적장음) : 잇단 봉우리에 긴 그늘 쌓이고
白日遞隱見(백일체은견) : 밝은 해는 숨었다가 다시 나탄다
颼颼林響交(수수림향교) : 숲속엔 바람소리 어울려 들리고
慘慘石狀變(참참석장변) : 을씨연스럽게 돌 모양도 변한다
山分積草嶺(산분적초령) : 적초령에서 산이 나누어지고
路異鳴水縣(노리명수현) : 명수현에선 길이 달라지는구나
旅泊吾道窮(려박오도궁) : 나그네 같은 삶, 나의 길은 궁하고
衰年歲時倦(쇠년세시권) : 늙은 나이에 계절마저 겨울이로다
卜居尙百里(복거상백리) : 내 사는 곳은 아직 백리 먼 길
休駕投諸彦(휴가투제언) : 수레 멈추고 선비들 집에 투숙한다
邑有佳主人(읍유가주인) : 고을에는 좋은 주인이 있다 하니
情如已會面(정여이회면) : 마음은 이미 서로 만난 것 같아라
來書語絶妙(내서어절묘) : 보내온 편지 받아보니, 그 말이 절묘하여
遠客驚深眷(원객경심권) : 먼 길 떠난 나그네가 깊은 배려에 놀란다
食蕨不願餘(식궐부원여) : 고사리를 먹어도 더 이상 바랄 것 없으니
茅茨眼中見(모자안중견) : 초가집이 눈안에 아런거리는구나
석감(石龕)-두보(杜甫) 석굴-두보(杜甫)
熊羆咆我東(웅비포아동) : 곰은 나의 동편에서 포효하고
虎豹號我西(호표호아서) : 호랑이는 나의 서편에서 운다
我後鬼長嘯(아후귀장소) : 나의 뒤에는 귀신의 긴 휘파람소리
我前狨又啼(아전융우제) : 나의 앞에는 원숭이가 운다
天寒昏無日(천한혼무일) : 날은 차갑고 해는 져서 어둡고
山遠道路迷(산원도노미) : 산은 아득히 멀어 길을 잃는다
驅車石龕下(구거석감하) : 석굴 아래로 수레를 몰아가니
仲冬見虹霓(중동견홍예) : 한겨울인데도 무지개가 보인다
伐竹者誰子(벌죽자수자) : 대나무 베는 이들은 누구네 자식인가
悲歌上雲梯(비가상운제) : 슬픈 노래가 구름 사다리 위로 올라간다
爲官採美箭(위관채미전) : 나라를 위해 좋은 화살거리를 채취하고
五歲供梁齊(오세공량제) : 오년동안이나 양나라 제나라에 공급했도다
苦云直幹盡(고운직간진) : 괴롭게 말하기를, 곧은 대나무 다 없어져
無以應提攜(무이응제휴) : 공급할 방법이 없다고 말 하는구나
奈何漁陽騎(나하어양기) : 어찌할꺼나, 안록산과 사사명의 반군들
颯颯驚蒸黎(삽삽경증려) : 삽삽하게도 만백성을 놀라게 하는 것을
야망(野望)-두보(杜甫) 들판의 조망-두보(杜甫)
淸秋望不極(청추망부극) : 맑은 가을날, 조망은 끝이 없고
迢遞起層陰(초체기층음) : 멀리 층계 구름 바뀌어 이는구나
遠水兼天淨(원수겸천정) : 멀리 보이는 물, 하늘처럼 깨끗하고
孤城隱霧深(고성은무심) : 외로운 성곽, 깊숙이 안개에 묻혀있구나
葉稀風更落(섭희풍경낙) : 나뭇잎은 드물어도 바람에 다시 떨어지고
山逈日初沈(산형일초침) : 산은 아득히 멀고 해는 지기 시작하는구나
獨鶴歸何晩(독학귀하만) : 외짝 학은 돌아옴이 어찌 그리도 늦은가
昏鴉已滿林(혼아이만림) : 황혼녘에 까마귀는 이미 숲에 가득 앉았구나
일모(日暮)-두보(杜甫) 해가 저문다-두보(杜甫)
日暮風亦起(일모풍역기) : 해 저무는데 바람마저 일어
城頭烏尾訛(성두오미와) : 성머리에 까마귀 꼬리가 쫑긋쫑긋
黃雲高未動(황운고미동) : 누런 구름 높아 움직이지 않는데
白水已揚波(백수이양파) : 흰 물이 이미 물결이 이는구나
姜婦語還笑(강부어환소) : 굳센 아낙들, 말소리 도리어 우습고
胡兒行且歌(호아항차가) : 오랑캐들 걷다가 또 노래를 부른다
將軍別換馬(장군별환마) : 장군이 따로 말을 바꿔 타고
夜出擁雕戈(야출옹조과) : 밤에 나가 독수리를 잡아 돌아온다
추적(秋笛)-두보(杜甫) 가을 피리-두보(杜甫)
淸商欲盡奏(청상욕진주) : 맑은 소리 연주가 끝나려는데
奏苦血霑衣(주고혈점의) : 연주의 고통에 피가 옷을 적신다
他日傷心極(타일상심극) : 타일에 마음 상함이 심하리니
征人白骨歸(정인백골귀) : 군에 간 사람, 백골 되어 돌아온다
相逢恐恨過(상봉공한과) : 서로 만나 한스럽게 지나칠까 두려워
故作發聲微(고작발성미) : 시작하는 소리를 작게도 만들었구나
不見秋雲動(불현추운동) : 가을구름의 움직임 보이지 않는데
悲風稍稍飛(비풍초초비) : 서글픈 바람에 조금씩 조금씩 날아오른다
형화(螢火)-두보(杜甫) 반딧불-두보(杜甫)
幸因腐草出(행인부초출) : 다행히도 썩은 풀에서 나와
敢近太陽飛(감근태양비) : 감히 태양을 가까이 하며 난다
未足臨書卷(미족림서권) : 책에는 족히 이르지 못해도
時能點客衣(시능점객의) : 때로는 나그네 옷에 번쩍인다
隨風隔幔小(수풍격만소) : 바람 따라 휘장 건너 작고
帶雨傍林微(대우방림미) : 비에 묻어 숲풀 가에 희미하다
十月淸霜重(십월청상중) : 시월 맑은 서리가 심각하거늘
飄零何處歸(표령하처귀) : 떠돌다가 어느곳으로 돌아가는가
겸가(蒹葭)-두보(杜甫) 갈대-두보(杜甫)
摧折不自守(최절부자수) : 꺾이어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데
秋風吹若何(추풍취야하) : 가을바람 불어오니 어찌 하려나
暫時花戴雪(잠시화대설) : 잠시 꽃들이 흰 눈을 이고 있는데
幾處葉沈波(기처섭침파) : 몇몇 곳에는 잎들이 깔린 물결이로다
體弱春苗早(체약춘묘조) : 몸집은 연약해도 봄 싹은 일찍 나고
叢長夜露多(총장야노다) : 떨기가 길어서 밤에는 이슬이 많도다
江湖後搖落(강호후요낙) : 강과 호수의 뒤에서 흔들리며 떨어지니
亦恐歲蹉跎(역공세차타) : 세월에 미끄러져 넘어질까 또한 두렵구나
대설(對雪)-두보(杜甫) 눈을 보고-두보(杜甫)
戰哭多新鬼(전곡다신귀) : 전장의 곡성, 새 귀신 많아져
愁吟獨老翁(수음독노옹) : 홀로 늙은 노인을 수심겨워 노래한다
亂雪低薄暮(난설저박모) : 어지러이 날리는 눈 저문 저녁 깔리고
急雪舞回風(급설무회풍) : 심하게 내리는 눈 회오리 바람에 춤춘다
瓢葉樽無綠(표엽준무록) : 박 잎사귀 술단지, 푸른빛도 없고
爐存火似紅(노존화사홍) : 화로에는 불이 있어 붉게 타는 듯
數州消息斷(수주소식단) : 적지의 몇 고을에서는 소식조차 없어
愁坐正書空(수좌정서공) : 수심에 홀로 앉아 빈 종이에 적어본다
야연좌씨장(夜宴左氏莊)-두보(杜甫) 밤에 좌씨의 별장에서 잔치하다-두보(杜甫)
風林纖月落(풍림섬월낙) : 바람 이는 숲에 고운 달 떨어지고
衣露淨琴張(의노정금장) : 맑은 거문고 소리처럼 옷 이슬 퍼진다
暗水流花徑(암수류화경) : 어둑한 강물은 꽃길로 흘러들고
春星帶草堂(춘성대초당) : 봄 하늘의 별빛은 초가를 둘러싼다
檢書燒燭短(검서소촉단) : 촛불 밝혀 책을 봄은 짧지만
看劍引杯長(간검인배장) : 잔을 들어 칼을 봄은 길기만 하다
詩罷聞吳詠(시파문오영) : 시 다 지으니, 들려오는 오나라 소랫소리
扁舟意不忘(편주의부망) : 조각배에서 마음 속 생각 잊혀지지 않는다
제장씨은거2(題張氏隱居2)-두보(杜甫) 장씨 은거에 제하다-두보(杜甫)
之子時相見(지자시상견) : 자시에 가서 서로 만나니
邀人晩興留(요인만흥류) : 사람을 만나 저녁 흥겨워 머룰다
霽潭鱣發發(제담전발발) : 갠 못에 물고기 이리저리 다니고
春草鹿呦呦(춘초녹유유) : 봄풀에는 사슴들이 울어댄다
杜酒偏勞勸(두주편노권) : 두주는 권하기 바쁘고
張梨不外求(장리부외구) : 장래는 밖에서 바라지 않는다
前邨山路險(전촌산노험) : 앞 마을 산길은 험준한데
歸醉每無愁(귀취매무수) : 취하여 돌아옴에 근심이 없어진다
유룡문봉선사(遊龍門奉先寺)-두보(杜甫) 용문 봉선사에 올라-두보(杜甫)
已從招提遊(이종초제유) : 초제를 따라 놀다가
更宿招提境(경숙초제경) : 다시 초제의 경내에서 묵다
陰壑生虛籟(음학생허뢰) : 으슥한 골짜기에 빈 소리 들리고
月林散淸影(월림산청영) : 달 뜬 숲에 맑은 그림자 흩어진다
天闕象緯逼(천궐상위핍) : 부두성은 씨줄 모양으로 다가오고
雲臥衣裳冷(운와의상냉) : 구름이 옷에 드리워져 기운이 차갑다
欲覺聞晨鐘(욕각문신종) : 잠을 깨려는데 새벽종소리 들려와
令人發深省(영인발심생) : 사람을 깊은 성찰을 하게 하는구나
북풍(北風)-두보(杜甫) 북풍-두보(杜甫)
北風破南極(배풍파남극) : 북풍은 남쪽 끝까지 불고
朱鳳日威垂(주봉일위수) : 주봉에는 해가 내리쬔다
洞庭秋欲雪(동정추욕설) : 동정호 가을에 눈 내릴 것 같은데
鴻雁將安歸(홍안장안귀) : 기러기들은 어디로 돌아가려는가
十年殺氣盛(십년살기성) : 십년 추위가 심하여
六合人煙稀(육합인연희) : 천지엔 사람과 연기 드물구나
吾慕漢初老(오모한초노) : 한나라 초기 노인 그리운데
時淸猶茹芝(시청유여지) : 날씨는 맑은데 여전히 여지풀이 있도다
풍질주중복침서회(風疾舟中伏枕書懷)-두보(杜甫) 바람 빠른 배안에서 엎드려 마음을 적다-두보(杜甫)
軒轅休製律(헌원휴제률) : 황제 헌원씨 음악 만들지 말고
虞舜罷彈琴(우순파탄금) : 순임금과 유후씨도 거문고 타지 말았어야지
尙錯雄鳴管(상착웅명관) : 관의 장웅도 봉황의 울음도 어그러졌으니
猶傷半死心(유상반사심) : 여전히 상심하여 반사의 마음조차 없도다
聖賢名古邈(성현명고막) : 성현의 명성도 아득한 옛 일
羇旅病年侵(기려병년침) : 떠도는 나그네에게 병은 해마다 닥치는구나.
舟泊常依震(주박상의진) : 작은 배를 매어 항상 동북방에 의지하고
湖平早見參(호평조견삼) : 호수가 넓고 평평하여 일찍 참성을 본다.
如聞馬融笛(여문마융적) : 마치 마융이 객지에서 피리소리 듣는 듯하고
若倚仲宣襟(야의중선금) : 왕찬이 타향세서 누에 올라 옷깃을 펼친 듯하다
故國悲寒望(고국비한망) : 고향을 생각하며 추위에 바라보니 슬프기만 하고
羣雲慘歲陰(군운참세음) : 뭉게구름에는 세모의 참람한 기운이 서렸도다.
水鄕霾白屋(수향매백옥) : 강남의 고을이라 흰 집이 자욱하고
楓岸疊靑岑(풍안첩청잠) : 단풍나무 언덕에는 푸른 봉우리 모여 있도다.
鬱鬱冬炎瘴(울울동염장) : 겨울에도 무더운 병으로 답답하기만 하고
濛濛雨滯淫(몽몽우체음) : 지루한 장마비에 어둑어둑하다오.
鼓迎非祭鬼(고영비제귀) : 북을 치며 맞는 것은 귀신에 제사함이 아니요
彈落似鴞禽(탄낙사효금) : 쏘아서 떨어지는 것은 올빼미 같은 새라네.
興盡纔無悶(흥진재무민) : 흥이 다하니 겨우 답답한 마음 가진다오.
愁來遽不禁(수내거부금) : 시름이 오면 참을 수 없고
生涯相汩沒(생애상율몰) : 평생을 서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운데
時物正蕭森(시물정소삼) : 시절의 물상은 얼씨년 스럽기만 하다오.
疑惑樽中弩(의혹준중노) : 술잔 속 활 그림자 의심스러워하며
淹留冠上簪(엄류관상잠) : 갓 위의 비녀 처지로 머물러 있다오
牽裾驚魏帝(견거경위제) : 옷깃을 당기며 위나라 임금 놀라게 한 일도
投閣爲劉歆(투각위류흠) : 유음의 아들 일로 알아 던져지기도 하였다
狂走終奚適(광주종해적) : 미친 사람처럼 떠돌아 끝내는 어디로 가리오.
微才謝所欽(미재사소흠) : 하찮은 재주러 흠모하는 사람을 뿌리치니
吾安藜不糝(오안려부삼) : 나는 명아 주국에 쌀 섞지 않은 밥도 만족하다오.
汝貴玉爲琛(여귀옥위침) : 그대들은 옥보다 귀한 보배들이니
烏几重重縛(오궤중중박) : 다 망가져서 칭칭 동여맨 책상에 기대어서
鶉衣寸寸針(순의촌촌침) : 메추리처럼 달아 놓은 것 같이 꿰매었도다.
哀傷同庾信(애상동유신) : 애처롭고 쓰라림은 유신과 같고
述作異陳琳(술작리진림) : 글을 지음에는 진림보다는 못했도다.
十暑岷山葛(십서민산갈) : 촉 지방 민산에 칡옷으로 10년 여름을 보내고
三霜楚戶砧(삼상초호침) : 초 지방에서는 가을 다듬이 소리를 3년을 보냈도다.
叨陪錦帳坐(도배금장좌) : 외람되게도 비단 장막에 앉아 모시는 낭관이 되어
久放白頭吟(구방백두음) : 오랫동안 늙은 나이로 시를 뜻대로 옮기었소
反樸時難遇(반박시난우) : 순박한 시절로 돌아가는 시간 만나기 어려워도
忘機陸易沈(망기륙역침) : 기회를 노리는 마음 잊어버리면 뭍에 살 듯 쉬워라
應家數粒食(응가삭립식) : 응당 가족들 몇 술 잡을 더 먹으나
得近四知金(득근사지금) : 하늘과 땅과 그대와 내가 아는 돈을 얻었도다.
春草封歸恨(춘초봉귀한) : 봄풀은 푸르러 고향에 가고자 하는 한은 더하고
源花費獨尋(원화비독심) : 무릉도원 홀로 찾고자 하는 마음을 생긴다오.
轉蓬憂悄悄(전봉우초초) : 쑥이 바람에 구르듯 근심이 심해지고
行藥病涔涔(항약병잠잠) : 약을 써도 병은 여전히 심하기만 하도다.
瘞夭追潘岳(예요추반악) : 반악처럼 요절한 자식을 길 가에 묻고
持危覓鄧林(지위멱등림) : 위태한 몸을 버티고자 지팡이를 찾는다오.
蹉跎翻學步(차타번학보) : 엉덩방아 찧으면서도 한단의 걸음을 흉내 내고
感激在知音(감격재지음) : 참된 친구 있음에 감격스럽도다
卻假蘇張舌(각가소장설) : 그러면서도 소진과 장의처럼 말을 잘하여
高誇周宋鐔(고과주송심) : 주송의 칼자루로 크게 자부했었다오
納流迷浩汗(납류미호한) : 모든 물 받아들여 호수 되어 아득하고
峻趾得嶔崟(준지득금음) : 높은 터전은 우람한 산과 같은 곳에서 얻었고
城府開淸旭(성부개청욱) : 해맑은 아침 햇볕이 쪼이는 곳에 감영이 있도다.
松筠起碧潯(송균기벽심) : 소나무와 대나무는 푸른 물가에서 생겨나고
披顔爭倩倩(피안쟁천천) : 낯을 활짝 펴서 다투어 웃으며 맞아들인다.
逸足競駸駸(일족경침침) : 빠른 말은 좋은 다리로 앞을 다투고
朗鑒存愚直(낭감존우직) : 밝은 눈으로 우직한 자를 위로해준다
皇天實照臨(황천실조림) : 하늘은 진실하게 비춰주고 있고
公孫仍恃險(공손잉시험) : 공손술 같은 자가 험함을 믿고서 날뛰고
侯景未生擒(후경미생금) : 후경과 같은 자를 아직 사로잡지 못하고 있도다.
書信中原闊(서신중원활) : 중원에서는 소식이 아득하고
干戈北斗深(간과배두심) : 전쟁 중이라 은 임금 계신 장안은 아득하도다.
畏人千里井(외인천리정) : 천리 밖에서 남을 두려워하고
問俗九州箴(문속구주잠) : 천하의 잠언에 실린 풍속을 묻고 있소
戰血流依舊(전혈류의구) : 전쟁에서 흘리는 피는 옛날과 같고
軍聲動至今(군성동지금) : 군사들의 함성소리는 지금까지 울려온다오.
葛洪尸定解(갈홍시정해) : 갈홍처럼 시체가 변하여 신선이 되지 못해도
許靖力難任(허정력난임) : 허정처럼 식구들을 맡기도 어렵다오.
家事丹砂訣(가사단사결) : 집안 살림과 신선되는 단사의 비결도
無成涕作霖(무성체작림) : 이루지 못하니 눈물이 흘러 비가 되었다오.
모추장귀진(暮秋將歸秦)-두보(杜甫) 저무는 가을 진으로 돌아가며-두보(杜甫)
水闊蒼梧野(수활창오야) : 강물 넓고 짙푸른 차오의 들판
天高白帝秋(천고백제추) : 백제의 하늘은 하늘이 높기도 하다
途窮那免哭(도궁나면곡) : 길이 궁벽하니 어찌 통곡 하지 않겠으며
身老不禁愁(신노부금수) : 몸마저 늙어서 시름을 참기 어렵도다
大府才能會(대부재능회) : 호남은 큰 고을이라 재주꾼 모여드니
諸公德業優(제공덕업우) : 그대들 모두가 덕업이 우스한 분들이도다
北歸衝雨雪(배귀충우설) : 비와 눈을 무릅쓰고 북으로 돌아가니
誰憫敝貂裘(수민폐초구) : 누가 초라한 가죽옷을 불쌍히 여기리오
만모(晩暮)-두보(杜甫) 저녁에-두보(杜甫)
耒陽馳尺素(뇌양치척소) : 뇌양 현령 섭씨 편지 보내와
見訪荒江渺(견방황강묘) : 거친 강물 아득한 곳을 찾아왔다
義士烈女家(의사렬녀가) : 그대는 의사와 열녀의 집안
風流吾賢紹(풍류오현소) : 풍류를 내 어진 친구, 그대이었소
昨見狄相孫(작견적상손) : 어제는 적상공의 손자를 보았는데
許公人倫表(허공인륜표) : 공을 인륜의 사포라고 인정하였소
前朝翰林後(전조한림후) : 전 왕조의 한림학자 자손인데
屈跡縣邑小(굴적현읍소) : 이 작은 고을에 몸을 굽히고 있소
知我礙湍濤(지아애단도) : 내가 큰 물살에 시달림을 알면서도
半旬獲浩溔(반순획호요) : 닷새 동안이나 홍수를 만났다오
孤舟增鬱鬱(고주증울울) : 외로운 배에서 답답함은 더해가고
僻路殊悄悄(벽노수초초) : 궁벽한 길에서는 특별히 초초했다오
側驚猿猱捷(측경원노첩) : 곁의 원수이들 날래게 돌아다니고
仰羨鸛鶴矯(앙선관학교) : 황새들이 높이 날아감을 선망했었다오
禮過宰肥羊(례과재비양) : 예우가 살찐 양을 대접하는 것보다 더했고
愁當置淸醥(수당치청표) : 근심을 당하여도 맑은 술을 차려주었소
麾下殺元戎(휘하살원융) : 휘하에서는 장수를 죽이고
湖邊有飛旐(호변유비조) : 호수가에는 죽은 최관의 명정이 날린다오
方行郴岸靜(방항침안정) : 바라흐로 침주의 땅이 안전하여 가려하니
未話長沙擾(미화장사요) : 장사지방의 소란함은 말하지 않겠소
人非西諭蜀(인비서유촉) : 서쪽으로 초나라 회유하지 못할 사람이니
興在北坑趙(흥재배갱조) : 생각에 북쪽 조를 구덩이에 넣어 있게 하오
崔師乞已至(최사걸이지) : 최시어가 청한 구원군은 이미 와있고
澧卒用矜少(례졸용긍소) : 풍주의 병졸은 적지만 자랑할 만 하오
問罪消息眞(문죄소식진) : 반군의 죄를 묻는 소식은 진실이니
開顔憩亭沼(개안게정소) : 얼굴 주름을 펴고 역마을 늪에서 쉬고 있소
소한식주중작(小寒食舟中作)-두보(杜甫) 소한식날 배 안에서 짓다-두보(杜甫)
佳辰强飮食猶寒(가진강음식유한) : 명절이라 억지로 먹으니 음식이 차고
隱几蕭條戴鶡冠(은궤소조대할관) : 앉은 자리 쓸쓸하고, 관은 초라한 할관을 쓴다
春水船如天上坐(춘수선여천상좌) : 봄물은 불어나 배가 하늘 위에 앉은 듯
老年花似霧中看(노년화사무중간) : 늙은이 눈에는 꽃이 안개 속에 보이는 듯 하여라
娟娟戲蝶過閒幔(연연희접과한만) : 곱게도 노는 나비는 한가히 장막을 지나가고
片片輕鷗下急湍(편편경구하급단) : 여기저기 무지지은 갈매기들 급한 여울 내려간다
雲白山靑萬餘里(운백산청만여리) : 청산에는 흰구름 만리나 멀리 떠가니
愁看直北是長安(수간직배시장안) : 수심에 바로 북쪽 바라보니, 그곳이 장안이로다
증고식안(贈高式顔)-두보(杜甫) 고식안에게 주다-두보(杜甫)
昔別是何處(석별시하처) : 옛 이별한 곳, 어느 곳인가
相逢皆老夫(상봉개노부) : 만나보니 노인이 다 되었도다
故人還寂寞(고인환적막) : 친구들은 도리어 적막하고
削迹共艱虞(삭적공간우) : 마른 모습 모두가 고난과 근심
自失論文友(자실논문우) : 허탈하여 친구들 이야기해보나
空知賣酒壚(공지매주로) : 허되이 술집만 알고 있을 뿐이라
平生飛動意(평생비동의) : 평생을 바삐 떠도는 마음
見爾不能無(견이부능무) : 그대를 보니 없애지 못하노라
추수고고촉주인일견기(追酬故高蜀州人日見寄)-두보(杜甫)
수고 고촉주를 쫓아 인일에 부치다-두보(杜甫)
開文書帙中(개문서질중) : 문갑을 열고 잊었던 글을 뒤적여
檢所遺忘(검소유망) : 잊었던 글을 뒤적여
因得故高常侍(인득고고상시) : 그리하여 옛 고상시의 것을 얻었다
人日相憶見寄詩(인일상억견기시) : 인일에 그리워 보내온 시를 보니
淚灑行間(누쇄항간) : 눈물이 시 행간에 뿌려진다
讀終篇末(독종편말) : 편의 끝가지 다 읽었다
自枉詩(자왕시) : 시를 보내온지
已十餘年(이십여년) : 이미 십년이 지났다
莫記存沒(막기존몰) : 존몰의 연대를 기록하지 않은 채로
又六七年矣(우륙칠년의) : 또 육칠년이 되었다
老病懷舊(노병회구) : 늙고 병들어 옛날을 생각하니
生意可知(생의가지) : 삶의 뜻을 짐작할 수 있다
今海內(금해내) : 이제 세상에서
忘形故人(망형고인) : 몸을 잊을 정도로 친한 친구는
獨漢中王瑀(독한중왕우) : 오직 한중왕 이우
與昭州敬使(여소주경사) : 그리고 소주의 군수인 경초선만 있을 뿐이다
君超先在(군초선재) : 경초선만 있을 뿐이다
愛而不見(애이불견) : 좋아하기는 하지만 볼 수가 없어
情見乎辭(정견호사) : 그리워하는 정을 글에 나타내었다
大曆五年(대력오년) : 대력 5년
正月二十一日(정월이십일일) : 1월 21일에
卻追酬高公(각추수고공) : 돌이켜 고적의 작품에 따라 글을 지어
因寄王及敬弟(인기왕급경제) : 인하여 한중왕과 초선에게 보낸다
잠곡항(蠶穀行)-두보(杜甫) 잠곡행-두보(杜甫)
天下郡國向萬城(천하군국향만성) : 천하의 고을은 만성에 가깝고
無有一城無甲兵(무유일성무갑병) : 갑옷 입은 병사 없는 성이 하나 없다
焉得鑄甲作農器(언득주갑작농기) : 어찌 능히 갑옷 녹여 농기구를 만들어
一寸荒田牛得耕(일촌황전우득경) : 한 치의 거친 밭이라도 소로 논 갈 수 있다
牛盡耕田蠶亦成(우진경전잠역성) : 소는 모두 밭갈고, 누에도 쳐서
不勞烈士淚滂沱(부노렬사누방타) : 의로운 선비 피곤하게 하여 눈물 흘리지 않게 하고
男穀女絲行復歌(남곡녀사항복가) : 남자는 농사짓고, 여자는 길쌈하며 길가다 노래할까
원유(遠遊)-두보(杜甫) 멀리 놀다-두보(杜甫)
江闊浮高棟(강활부고동) : 강이 넓어 높은 용마루 그림자 물에 뜨고
雲長出斷山(운장출단산) : 구름이 길어지니 허리 잘린 산이 드러난다
塵沙連越嶲(진사련월수) : 티끌과 모래바람은 월수 땅에 이어지고
風雨暗荊蠻(풍우암형만) : 바람 불고 비가 내려 형만 땅이 어둑하다
雁矯銜蘆內(안교함노내) : 갈대를 물고 나는 기러기 조심스럽게 날고
猿啼失木間(원제실목간) : 나무 잃은 원숭이들 애절하게 우는구나
敝裘蘇季子(폐구소계자) : 헐어진 가죽옷 입은 소진 같은 사람
歷國未知還(력국미지환) : 여러 지방 다니면서 돌아올 줄을 모른다
강한(江漢)-두보(杜甫) 강한에서-두보(杜甫)
江漢思歸客(강한사귀객) : 강한의 고향 생각하는 나그네
乾坤一腐儒(건곤일부유) : 천지간에 한 진부한 선비로다
片雲天共遠(편운천공원) : 조각구름, 하늘처럼 아득하고
永夜月同孤(영야월동고) : 기나긴 밤, 달처럼 외로워라
落日心猶壯(낙일심유장) : 지는 해에도 마음만은 굳고
秋風病欲蘇(추풍병욕소) : 가을바람에 병마저 나아지려 한다
古來存老馬(고내존노마) : 예부터 늙은 말을 그냥 놔 둠은
不必取長途(부필취장도) : 반드시 먼 길에 쓸려고 함은 아니다
쌍풍포(雙楓浦)-두보(杜甫) 쌍풍포에서-두보(杜甫)
輟棹靑楓浦(철도청풍포) : 청풍도에서 노를 멎으니
雙楓舊已摧(쌍풍구이최) : 두 단풍나무 이미 꺾이었다
自驚衰謝力(자경쇠사력) : 노쇠하여 힘이 사라짐에 놀라
不道棟梁材(부도동량재) : 나라의 대들보감이라 말하지 못한다
浪足浮紗帽(낭족부사모) : 물결 자국은 사모를 띄운 듯 하고
皮須截錦苔(피수절금태) : 껍질은 비단 이끼 깎은 듯 하도다
江邊地有主(강변지유주) : 강가의 땅은 임자가 있으리니
暫借上天廻(잠차상천회) : 잠시 빌려서 하늘에 올랐다 오리라
발담주(發潭州)-두보(杜甫) 담주를 떠나며-두보(杜甫)
夜醉長沙酒(야취장사주) : 밤에 장사의 술에 취하고
曉行湘水春(효항상수춘) : 새벽에 상수의 봄날로 간다
岸花飛送客(안화비송객) : 언덕의 꽃잎도 날아 나그네를 보내고
檣燕語留人(장연어류인) : 돛대의 제비는 나를 가지 말라 말한다
賈傅才未有(가부재미유) : 가의의 재주는 흔하지 않고
褚公書絶倫(저공서절륜) : 저수량의 글씨는 뛰어나도다
名高前後事(명고전후사) : 명성 높은 앞뒤의 일들
回首一傷神(회수일상신) : 돌이켜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아프다
남정(南征)-두보(杜甫) 남으로 원정가-두보(杜甫)
春岸桃花水(춘안도화수) : 봄언덕에 복숭아꽃에 물들고
雲帆楓樹林(운범풍수림) : 구름 같은 돛 달고 단풍 숲을 간다
偸生長避地(투생장피지) : 살기 위해 오랫동안 난리 난 땅 피해
適遠更霑襟(적원경점금) : 멀리 떠나며 다시 옷깃에 눈물 적신다
老病南征日(노병남정일) : 늙고 병들어 남으로 가는 날
君恩北望心(군은배망심) : 임금의 은혜에 북녘을 바라보는 마음
百年歌自苦(백년가자고) : 백년 한 평생 노래가 스스로 괴롭고
未見有知音(미견유지음) : 참된 친구는 아직도 만나보지 못했도다
효발공안(曉發公安)-두보(杜甫) 공안에서 새벽에 떠나며-두보(杜甫)
北城擊柝復欲罷(배성격탁복욕파) : 북성 순라꾼 딱딱이 소리 다시 잦아들고
東方明星亦不遲(동방명성역부지) : 동쪽 하늘에 샛별도 머지 않아 곧 지리라
鄰雞野哭如昨日(인계야곡여작일) : 이웃 닭 들판에서 우는 소리 어제와 같은데
物色生態能幾時(물색생태능기시) : 만물의 물색과 생태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舟楫眇然自此去(주즙묘연자차거) : 배 타고 아득히 이곳을 떠나가
江湖遠適無前期(강호원적무전기) : 강호로 멀리 가서 앞날의 기약이 없도다
出門轉眄已陳跡(출문전면이진적) : 문을 나와 돌아보니 이미 옛 자취 없고
藥餌扶吾隨所之(약이부오수소지) : 약물로 살아가는 나 갈대로 가보자구나
이거공안산관(移居公安山館)-두보(杜甫) 공안산관으로 옮겨 살다-두보(杜甫)
南國晝多霧(남국주다무) : 남쪽 고장에는 낮에도 안개가 자욱
北風可正寒(배풍가정한) : 북풍은 가이 이제 막 모질고 차가워진다
路危行木杪(노위항목초) : 길은 가팔라서 나무 끝을 걸어가는 듯
身逈宿雲端(신형숙운단) : 몸은 멀리 하늘 끝에서 묵는구나
山鬼吹燈滅(산귀취등멸) : 산의 귀신 등불을 불어 끄고
廚人語夜闌(주인어야란) : 부엌에는 사람의 말소리 밤 늦도록 들린다
雞鳴問前館(계명문전관) : 닭이 울어 앞의 역사를 묻는 것은
世亂敢求安(세난감구안) : 세상이 어지러운데 감히 편안함을 구하리오
항차고성점범강작(行次古城店汎江作)-두보(杜甫) 고성점 범강에 행차하여 짓다-두보(杜甫)
老年常道路(노년상도노) : 노년에 항상 길에서 헤매는 신세
遲日復山川(지일복산천) : 낮은 길어지는데 다시 산천을 떠돈다
白屋花開裏(백옥화개리) : 꽃 활짝 핀 곳에 초라한 초가집
孤城麥秀邊(고성맥수변) : 보리 팬 곳에 외로운 성만 서있구나
濟江元自闊(제강원자활) : 건너 편 강은 원래부터 넓은데
下水不勞牽(하수부노견) : 내려가는 강물에 끄는 수고 필요 없도다
風蝶勤依槳(풍접근의장) : 바람에 나는 나비 부지런히 상앗대에 붙고
春鷗懶避船(춘구나피선) : 봄 갈매기는 권태로워 배를 피해가는구나
王門高德業(왕문고덕업) : 양성군왕 위백업의 문은 덕이 높아
幕府盛才賢(막부성재현) : 그 막부에는 어진이가 무수히 많았다
行色兼多病(항색겸다병) : 떠나는 행색 쓸쓸하고 병도 많으니
蒼茫汎愛前(창망범애전) : 널리 자선하는 앞에 서니 정신이 창망하도다
해민3(解悶3)-두보(杜甫) 번민을 푼다-두보(杜甫)
一辭故國十經秋(일사고국십경추) : 고향 한번 떠나 열 번이나 가을 지나니
每見秋瓜憶故丘(매견추과억고구) : 가을 외를 볼 때마다 고향이 생각나는구나
今日南湖采薇蕨(금일남호채미궐) : 호남에서 오늘 아침 고사리 나물 캐니
何人爲覓鄭瓜州(하인위멱정과주) : 그 누구가 나를 위하여 정과주를 찾으리오
해민2(解悶2)-두보(杜甫) 번민을 푼다-두보(杜甫)
商胡離別下揚州(상호리별하양주) : 상호에서 이별하고 양주로 내려와
憶上西陵故驛樓(억상서능고역누) : 서릉의 옛 역루가 생각 나 올라본다
爲問淮南米貴賤(위문회남미귀천) : 회남의 쌀 가격 물어보니
老夫乘興欲東遊(노부승흥욕동유) : 노인은 흥이 나서 동에서 놀려한다
해민1(解悶1)-두보(杜甫) 번민을 푼다-두보(杜甫)
草閣柴扉星散居(초각시비성산거) : 초가집 사립문에 별들은 흩어지고
浪翻江黑雨飛初(낭번강흑우비초) : 비 날리는 초하루, 물결 뒤집혀 강이 어둑하다
山禽引子哺紅果(산금인자포홍과) : 산 새는 새끼 끌여 익은 열매 먹이고
溪女得錢留白魚(계녀득전류백어) : 개울가 여인내는 뱅어를 가두어 돈 벌이한다
우시종무(又示宗武)-두보(杜甫) 종무에게 또 보이다-두보(杜甫)
覓句新知律(멱구신지률) : 싯구를 찾다가 율시를 새로 알게 되었으니
攤書解滿牀(탄서해만상) : 책을 펼쳐놓고 가득한 책상 뒤질 줄도 안다
試吟靑玉案(시음청옥안) : 장형의 시, <청옥안>을 외워보라
莫羨紫羅囊(막선자나낭) : 사형처럼 붉은 비단 부러워하지 말아라
暇日從時飮(가일종시음) : 휴일에 시절을 따라 술을 마시니
明年共我長(명년공아장) : 명년에는 나처럼 성장하리라
應須飽經術(응수포경술) : 반드시 경서와 학문을 배불리 익혀
已似愛文章(이사애문장) : 이미 문학을 좋아하는 것 같구나
十五男兒志(십오남아지) : 열다섯살 사나이는 뜻을 가지고
三千弟子行(삼천제자항) : 삼천 제자의 행렬에 들어야 하느니라
曾參與游夏(증삼여유하) : 증삼과 자유와 자하처럼
達者得升堂(달자득승당) : 도달하면 승당의 경지는 얻을 수 있으리라
이농(耳聾)-두보(杜甫) 귀머거리-두보(杜甫)
生年鶡冠子(생년갈관자) : 한 해를 살아가는 할관 쓴 사람
歎世鹿皮翁(탄세녹피옹) : 세상을 개탄하는 녹피의 늙은이로다
眼復幾時暗(안복기시암) : 눈은 다시 어느 때 어두워지나
耳從今月聾(이종금월농) : 이번 달부터 귀가 먹었도다
猿鳴秋淚缺(원명추누결) : 원숭이가 울어도 가을 눈물 없어졌다
雀噪晩愁空(작조만수공) : 참새가 지저겨도 저녘 근심 없어진다
黃落驚山樹(황낙경산수) : 누런 낙엽이 산의 나무를 놀라게 하니
呼兒問朔風(호아문삭풍) : 아이 불러 북풍이 부는가 물어본다
복수십이수6(復愁十二首6)-두보(杜甫) 다시 수심에 겨워-두보(杜甫)
胡虜何曾盛(호노하증성) : 오랑캐 어찌 그렇게 성했는가
干戈不肯休(간과부긍휴) : 전쟁은 그치려 하지 않는구나
閭閻聽小子(여염청소자) : 마을마다 젊은이들 소리 들리니
談笑覓封侯(담소멱봉후) : 담소를 나누며 벼슬을 찾는구나
복수십이수5(復愁十二首5)-두보(杜甫) 다시 수심에 겨워-두보(杜甫)
金絲鏤箭鏃(금사루전족) : 금실로 화살에 새기고
皁尾製旗竿(조미제기간) : 말꼬리에 깃대를 만들었다
一自風塵起(일자풍진기) : 한번 풍진이 일어나니
猶嗟行路難(유차항노난) : 여전히 행로난을 탄식한다
복수십이수4(復愁十二首4)-두보(杜甫) 다시 수심에 겨워-두보(杜甫)
身覺省郎在(신각생낭재) : 벼슬버린 몸임을 알았으니
家須農事歸(가수농사귀) : 집에 반드시 농사일로 돌아온다
年深荒草徑(년심황초경) : 해마다 거친 풀 길을 깊게 하니
老恐失柴扉(노공실시비) : 늙은이 사립문 뵈지 않을까 두려워라
복수십이수3(復愁十二首3)-두보(杜甫) 다시 수심에 겨워-두보(杜甫)
萬國尙戎馬(만국상융마) : 전국은 아직도 전쟁 중
故園今若何(고원금야하) : 고향에는 지금 어떠할까
昔歸相識少(석귀상식소) : 돌아가 봐도 아는 이 더물었으니
早已戰場多(조이전장다) : 일찍이 많은 곳이 이미 전쟁터였다
복수십이수2(復愁十二首2)-두보(杜甫) 다시 수심에 겨워-두보(杜甫)
釣艇收緡盡(조정수민진) : 낚시배 낙시줄 다 걷으니
昏鴉接翅稀(혼아접시희) : 저녘 가마귀 날개짓 드물다
月生初學扇(월생초학선) : 달이 떠올라 둥글어지는데
雲細不成衣(운세부성의) : 구름은 엷어서 옷이 되지 못한다
복수십이수1(復愁十二首1)-두보(杜甫) 다시 수심에 겨워-두보(杜甫)
人煙生處僻(인연생처벽) : 사람과 연기 이는 곳 드물어
虎跡過新蹄(호적과신제) : 새로 난 발자국 호랑이 지나갔나보다
野鶻翻窺草(야골번규초) : 들판의 독수리 번득 풀섶을 노리는데
邨船逆上溪(촌선역상계) : 마을의 배는 거슬러 계곡을 올라간다
정초(庭草)-두보(杜甫) 뜰의 풀-두보(杜甫)
楚草經寒碧(초초경한벽) : 초나라 풀, 추위 지나 푸르고
庭春入眼濃(정춘입안농) : 뜨락의 봄이 짙게 눈에 드는구나
舊低收葉擧(구저수섭거) : 지난 날, 시들은 잎 살아나니
新掩卷牙重(신엄권아중) : 새로 가린 권아가 무거워진다
步履宜輕過(보리의경과) : 발걸음도 가벼워지리니
開筵得屢供(개연득누공) : 잔치도 여러 번 열리리라
看花隨節序(간화수절서) : 계절에 맞춰 꽃 바라보노니
不敢强爲容(부감강위용) : 감히 억지로 꾸미지는 못하리라
수(愁)-두보(杜甫) 근심-두보(杜甫)
江草日日喚愁生(강초일일환수생) : 강가의 풀은 나날이 수심을 불러오고
巫峽泠泠非世情(무협령령비세정) : 무협의 맑은 물은 세상의 정은 아니더라
盤渦鷺浴底心性(반와노욕저심성) : 소용돌이 여울에서 멱감는 백로는 무순 심사
獨樹花發自分明(독수화발자분명) : 외로운 나무에 꽃이 피지 저절로 선명하도다
十年戎馬暗南國(십년융마암남국) : 십년 오랑캐 전쟁에 남방이 어둡고
異域賓客老孤城(이역빈객노고성) : 이역만리 떨어진 나그네 외로운 성에서 늙는다
渭水秦山得見否(위수진산득견부) : 위수와 태산를 돌아가 볼수나 있을까
人今罷病虎縱橫(인금파병호종횡) : 이제야 병이 그쳤지만 호랑이가 횡행하는구나
강매(江梅)-두보(杜甫) 강가의 매화-두보(杜甫)
梅蘂臘前破(매예납전파) : 매화꽃술 섣달 전에 지고
梅花年後多(매화년후다) : 매화꽃 해 넘긴 뒤 많이 핀다
絶知春意好(절지춘의호) : 봄날 좋음을 절실히 알았으니
最奈客愁何(최나객수하) : 제일먼저 나그네 수심 어찌할까
雪樹元同色(설수원동색) : 눈과 나무는 본래 같은 색
江風亦自波(강풍역자파) : 강바람도 물결에서 일어난다
故園不可見(고원부가견) : 고향 땅을 볼 수 없으니
巫岫鬱嵯峨(무수울차아) : 우뚝한 무협의 묏구멍 답답하여라
입춘(立春)-두보(杜甫) 입춘-두보(杜甫)
春日春盤細生菜(춘일춘반세생채) : 봄날 화분에 나물 싹 돋으니
忽憶兩京全盛時(홀억량경전성시) : 갑자기 두 서울의 전성기가 생각난다
盤出高門行白玉(반출고문항백옥) : 화분이 큰 집을 떠나 옮겨 백옥으로 가니
菜傳纖手送靑絲(채전섬수송청사) : 나물이 전문가에 맡겨져 푸른 잎 나는구나
巫峽寒江那對眼(무협한강나대안) : 무협의 차가운 강을 어찌 바라보며
杜陵遠客不勝悲(두능원객부승비) : 두릉의 먼 나그네 슬픔을 이기지 못한다
此身未知歸定處(차신미지귀정처) : 이몸은 돌아가 살 곳을 아직 알지 못하여
呼兒覓紙一題詩(호아멱지일제시) : 아이를 불러 종이를 찾아 한 편 시를 지어본다
영회고적오수5(詠懷古跡五首5)-두보(杜甫) 옛자취 회고하며-두보(杜甫)
諸葛大名垂宇宙(제갈대명수우주) : 제갈량의 위대한 명성 우주에 드리우고
宗臣遺像肅淸高(종신유상숙청고) : 종신의 남긴 얼굴, 엄숙하고 맑기도 하여라
三分割據紆籌策(삼분할거우주책) : 셋으로 나누어 할거하니 술책에 모자라
萬古雲霄一羽毛(만고운소일우모) : 만고의 구름 낀 하늘에 날리는 깃털같도다
伯仲之間見伊呂(백중지간견이려) : 백중지간의 상황으로 이윤과 여상을 보고
指揮若定失蕭曹(지휘야정실소조) : 지휘한 대로 정해지면 소하와 조삼이 무색하리
運移漢祚終難復(운이한조종난복) : 옮아가는 한나라의 운수가 끝내 회복 어려워
志決身殲軍務勞(지결신섬군무노) : 뜻 무너지고 몸 다 하니 군무에 수고로웠도다
영회고적오수4(詠懷古跡五首4)-두보(杜甫) 옛자취 회고하며-두보(杜甫)
蜀主窺吳幸三峽(촉주규오행삼협) : 촉나라 임금 오나라 노려 삼협에 행차하니
崩年亦在永安宮(붕년역재영안궁) : 돌아가신 그 해에도 영안궁에 계셨도다
翠華想像空山裏(취화상상공산리) : 상상 속, 화려한 깃발 쓸쓸한 산 속에 있고
玉殿虛無野寺中(옥전허무야사중) : 허무한 궁궐터는 저 들판 절터에 있었도다
古廟杉松巢水鶴(고묘삼송소수학) : 옛사당 소나무에는 물새들이 둥지 틀고
歲時伏臘走村翁(세시복납주촌옹) : 명절이면 사냥하려 시골 노인들 부산하다
武侯祠屋長鄰近(무후사옥장린근) : 제갈공명의 사당집이 언제나 이웃되어
一體君臣祭祀同(일체군신제사동) : 한 몸 된 임금과 신하, 제사도 같이 하는구나
영회고적오수3(詠懷古跡五首3)-두보(杜甫) 옛자취 회고하며-두보(杜甫)
羣山萬壑赴荊門(군산만학부형문) : 산고 골짜기 넘어 형산에 이르니
生長明妃尙有村(생장명비상유촌) : 왕소군 생장한 마을 아직도 남아 있구나
一去紫臺連朔漠(일거자대련삭막) : 한번 대궐을 떠나니 북녘 사막에 가
獨留靑塚向黃昏(독류청총향황혼) : 푸른 무덤에 홀로 남아 황혼을 향하리라
畫圖省識春風面(화도생식춘풍면) : 봄바람 같이 고운 얼굴 화공은 알았지만
環珮空歸夜月魂(환패공귀야월혼) : 옥패물 두른채로 달밤에 헛되이 돌아온 넋
千載琵琶作胡語(천재비파작호어) : 천년 전의 비파노래 오랑캐말로 지어졌지만
分明怨恨曲中論(분명원한곡중논) : 분명한 원과 한이 곡조 속에서 논하는구나
영회고적오수2(詠懷古跡五首2)-두보(杜甫) 옛자취 회고하며-두보(杜甫)
搖落深知宋玉悲(요낙심지송옥비) : 요락한 처지라 송옥의 비애를 깊이 알아
風流儒雅亦吾師(풍류유아역오사) : 풍류와 선비의 멋, 그 또한 나의 스승이로다
悵望千秋一灑淚(창망천추일쇄누) : 지난 오랜 세월 생각하니 한결 같은 눈물
蕭條異代不同時(소조리대부동시) : 쓸쓸하여라, 같은 시대 아니고 다른 시대라니
江山故宅空文藻(강산고댁공문조) : 남긴 옛글은 없어지고 옛집만 강산에 남아
雲雨荒臺豈夢思(운우황대개몽사) : 운우의 거친 양대 어찌 꿈속의 생각일까
最是楚宮俱泯滅(최시초궁구민멸) : 최고인 초나라 궁궐, 모두가 사라없어지고
舟人指點到今疑(주인지점도금의) : 뱃사공은 멀리 손짓하나 지금은 의심스럽도다
영회고적오수1(詠懷古跡五首1)-두보(杜甫) 옛자취 회고하며-두보(杜甫)
支離東北風塵際(지리동배풍진제) : 동북 지방 전쟁에 가족과 떨어져
漂泊西南天地間(표박서남천지간) : 서쪽과 남쪽으로 천지를 떠돌았다
三峽樓臺淹日月(삼협누대엄일월) : 삼협의 누대에서 오래 머물고
五溪衣服共雲山(오계의복공운산) : 오계의 의복으로 운산에서 살았다
羯胡事主終無賴(갈호사주종무뢰) : 오랑캐 임금 섬김은 끝내 미덥지 못해
詞客哀時且未還(사객애시차미환) : 나그네는 시절을 슬퍼 돌아가지 못하노라
庾信生平最蕭瑟(유신생평최소슬) : 우신은 평생동안 누구보다 쓸쓸했지만
暮年詩賦動江關(모년시부동강관) : 말년의 그의 글은 강남을 움직였도다
제장오수5(諸將五首5)-두보(杜甫) 장군들-두보(杜甫)
錦江春色逐人來(금강춘색축인내) : 금강의 춘색이 사람을 쫓아 오게 하니
巫峽淸秋萬壑哀(무협청추만학애) : 무협에는 온 골짝들이 맑은 가을이로다
正憶往時嚴僕射(정억왕시엄복야) : 지난 날 엄복야가 몹시도 생각나느니
共迎中使望鄕臺(공영중사망향대) : 망향대에서 함께 사신을 맞았었다네
主恩前後三持節(주은전후삼지절) : 은혜로 전후로 세 번이나 병부를 잡았고
軍令分明數擧杯(군령분명삭거배) : 군령이 분명하여 여러 번 승리의 축배 들었도다
西蜀地形天下險(서촉지형천하험) : 서촉의 지형은 천하의 험한 곳이라
安危須仗出羣材(안위수장출군재) : 나라의 안위는 모름지기 뛰어난 인재에게 있도다
제장오수4(諸將五首4)-두보(杜甫) 장군들-두보(杜甫)
廻首扶桑銅柱標(회수부상동주표) : 동쪽 국경으로 고개 돌려보니
冥冥氛祲未全銷(명명분침미전소) : 어득한 기운 아직 사라지지 않았구나
越裳翡翠無消息(월상비취무소식) : 월상국의 비취는 소식도 전혀 없고
南海明珠久寂寥(남해명주구적요) : 남해의 구슬도 오랫동안 적료하구나
殊錫曾爲大司馬(수석증위대사마) : 특패를 받고자 대사마가 된 자 있는데
總戎皆揷侍中貂(총융개삽시중초) : 장군은 하나같이 높은 벼슬 겸하였다
炎風朔雪天王地(염풍삭설천왕지) : 춥고 더운 남북방이 임금님의 땅이라
只在忠臣翊聖朝(지재충신익성조) : 다만 나라를 보좌할 충신은 있으리라
제장오수3(諸將五首3)-두보(杜甫) 장군들-두보(杜甫)
洛陽宮殿化爲烽(낙양궁전화위봉) : 낙양성 궁궐이 봉화불로 변했으니
休道秦關百二重(휴도진관백이중) : 나라의 이백 겹 관문을 말하지 말게나
滄海未全歸禹貢(창해미전귀우공) : 산동은 아직 수복되지 않았는데
薊門何處盡堯封(계문하처진요봉) : 하북 땅 어느 곳에서 국권이 다했는가
朝廷袞職誰爭補(조정곤직수쟁보) : 조정의 제상 자리 누가 다투어 메울 것인가
天下軍儲不自供(천하군저부자공) : 나라가 군량미도 공급하지 못한다네
稍喜臨邊王相國(초희림변왕상국) : 조금은 기쁘도다, 변방의 왕제상이
肯銷金甲事春農(긍소금갑사춘농) : 갑옷을 벗어 놓고 봄 농사를 짓는다네
제장오수2(諸將五首2)-두보(杜甫) 장군들-두보(杜甫)
韓公本意築三城(한공본의축삼성) : 삼성을 쌓은 한공의 본래의 뜻은
擬絶天驕拔漢旌(의절천교발한정) : 천교를 끊고 오랑캐를 뽑아버리는 것
豈謂盡煩回紇馬(개위진번회흘마) : 어찌 생각했으랴, 회흘의 병마 모두 욕보이고
翻然遠救朔方兵(번연원구삭방병) : 번연히 북방의 병사들을 모두 구해내다니
胡來不覺潼關隘(호내부각동관애) : 안록산 쳐들어와 동관이 막힌 것 알지 못해
龍起猶聞晉水淸(용기유문진수청) : 장군이 일어나 진수를 맑게 한 사실을 들었도다
獨使至尊憂社稷(독사지존우사직) : 다만 지존께서 사직을 걱정하게 하였으니
諸君何以答升平(제군하이답승평) : 여러분들은 어떻게 해서 태평성대에 답하려나
제장오수1(諸將五首1)-두보(杜甫) 장군들-두보(杜甫)
漢朝陵墓對南山(한조능묘대남산) : 한나라 종묘가 남산을 마주하고
胡虜千秋尙入關(호노천추상입관) : 오랑캐는 천추 동안 국경을 침입하네
昨日玉魚蒙葬地(작일옥어몽장지) : 어제의 옥어가 무덤에 묻혔더니
早時金盌出人間(조시금완출인간) : 빨리도 금 소반이 세상에 나왔구나
見愁汗馬西戎逼(견수한마서융핍) : 서융의 천리마들 처들어와 수심겨운데
曾閃朱旗北斗殷(증섬주기배두은) : 대궐에는 붉은 깃발들 번쩍이는구나
多少材官守涇渭(다소재관수경위) : 수많은 장군들 경수와 위수를 지켜도
將軍且莫破愁顔(장군차막파수안) : 장군들은 장차도 긴장한 얼굴 풀지 마시라
시요노아단(示獠奴阿段)-두보(杜甫) 요뇨 아단에게-두보(杜甫)
山木蒼蒼落日曛(산목창창낙일훈) : 나무는 검푸르고 지는 해에 어득하니
竹竿裊裊細泉分(죽간뇨뇨세천분) : 대통이 간들간들 가는 샘물 흘러내린다
郡人入夜爭餘瀝(군인입야쟁여력) : 고을 사람들 밤 들어 물 받기를 다투고
豎子尋源獨不聞(수자심원독부문) : 내 종도 물줄기 찾아 불러도 기척없구나
病渴三更廻白首(병갈삼경회백수) : 당뇨병이라 한밤에 머리 돌려 찾아도
傳聲一注濕靑雲(전성일주습청운) : 한 줄기 물소리 드려도 하늘만 적신다
曾驚陶侃胡奴異(증경도간호노리) : 도간의 종과는 다름에 놀라기도 하지만
怪爾常穿虎豹羣(괴이상천호표군) : 호랑이 소굴을 뚫고 다님이 이상하여라
희우(喜雨)-두보(杜甫) 기쁜 빗소리-두보(杜甫)
南國旱無雨(남국한무우) : 남쪽 지방 가물어 비소식 없다가
今朝江出雲(금조강출운) : 오늘 아침 강가에 구름이 이는구나
入空纔漠漠(입공재막막) : 공중에 들어 겨우 막막하더니
灑逈已紛紛(쇄형이분분) : 쇄아 소리내며 어지러이 내린다
巢燕高飛盡(소연고비진) : 둥지의 제비도 좋아라 높이 날고
林花潤色分(림화윤색분) : 숲 속 꽃에도 생기가 넘치는구나
晩來聲不絶(만내성부절) : 저녁에 돌아오니 소리 끊이지 않아
應得夜深聞(응득야심문) : 밤 깊으도 반가운 빗소리 들리겠구나
거촉(去蜀)-두보(杜甫) 촉을 떠나며-두보(杜甫)
五載客蜀郡(오재객촉군) : 오년 동안 촉 땅의 나그네
一年居梓州(일년거재주) : 일년 동안은 재주에 살았다
如何關塞阻(여하관새조) : 어찌하여 국경에 막혀
轉作瀟湘遊(전작소상유) : 전저나며 소상 땅을 다니는가
萬事已黃髮(만사이황발) : 만사는 이미 누렇게 늙어
殘生隨白鷗(잔생수백구) : 남은 인생 갈매기 따라 살리라
安危大臣在(안위대신재) : 나라의 안위 대신에게 달린 것
不必淚長流(부필누장류) : 반드시 길이 눈물 흘릴 필요없도다
문관군수하남하배(聞官軍收河南河北)-두보(杜甫) 관군이 하남하북을 수복한 소식을 듣고-두보(杜甫)
劍外忽傳收薊北(검외홀전수계배) : 검각산 밖에서 하남하북 수복 소식
初聞涕淚滿衣裳(초문체누만의상) : 처음 듣고는 눈물이 옷에 가득하여라
卻看妻子愁何在(각간처자수하재) : 돌아가 처자를 만나면 무슨 걱정일까
漫卷詩書喜欲狂(만권시서희욕광) : 아무렇게나 책 덮고 기뻐서 미칠 것 같아라
白首放歌須縱酒(백수방가수종주) : 흰머리로 노래하며 미친 듯 술을 마시며
靑春作伴好還鄕(청춘작반호환향) : 한창의 봄을 벗삼아 기분좋게 고향에 돌아가리라
卽從巴峽穿巫峽(즉종파협천무협) : 곧장 파협을 다라 무협을 뚫고 지나
便下襄陽向洛陽(편하양양향낙양) : 바로 양양으로 내려가 낙양을 향하리로다
객정(客亭)-두보(杜甫) 나그네 정자-두보(杜甫)
秋窓猶曙色(추창유서색) : 가을 창가는 아직 새벽
落木更高風(낙목경고풍) : 낙엽 진 나무에다 높은 바람 분다
日出寒山外(일출한산외) : 쓸쓸한 산 밖으로 해 뜨고
江流宿霧中(강류숙무중) : 묵은 안개 속으로 강물이 흐른다
聖朝無棄物(성조무기물) : 거룩한 조정에서 버릴 물건 없지마는
衰病已成翁(쇠병이성옹) : 늙고 병든 이 몸 이미 늙은이
多少殘生事(다소잔생사) : 남은 삶의 내일이 그 얼마이기에
飄零任轉蓬(표령임전봉) : 영락한 삶이 마음대로 구르는 쑥대 같구나
객야(客夜)-두보(杜甫) 나그네의 밤-두보(杜甫)
客睡何曾著(객수하증저) : 나그네 어찌 일찍 잠이오나
秋天不肯明(추천부긍명) : 가을날 날 밝기가 쉽지가 않도다
入簾殘月影(입렴잔월영) : 발 사이로 드는 새벽달 그림자
高枕遠江聲(고침원강성) : 높은 베개 너머로 멀리 강물소리
計拙無衣食(계졸무의식) : 처세에 어색하여 의식도 빈궁하여
途窮仗友生(도궁장우생) : 막다른 형편에 친구에게 빌붙었구나
老妻書數紙(노처서삭지) : 아내에게 부치는 몇 장의 편지
應悉未歸情(응실미귀정) : 응당 모두가 못돌아가는 사연이로다
강상치수여해세료단술(江上値水如海勢聊短述)-두보(杜甫) 강 위에서-두보(杜甫)
爲人性僻耽佳句(위인성벽탐가구) : 위인이 괴벽하여 좋은 글귀 탐내어
語不驚人死不休(어부경인사부휴) : 시가 사람을 놀래키지 못하면 그치지 않으리라
老去詩篇渾漫與(노거시편혼만여) : 늙어가며 시편을 함부로 하여
春來花鳥莫深愁(춘내화조막심수) : 봄이 되어 꽃과 새를 봐도 깊이 생각지 않는구나
新添水檻供垂釣(신첨수함공수조) : 새로 난간에 물을 부어 낚시줄을 드리우고
故著浮槎替入舟(고저부사체입주) : 일부러 뗏목 붙여 배를 갈아 타는도다
焉得思如陶謝手(언득사여도사수) : 어찌 시상이 도연명과 사영운 같아
令渠述作與同遊(령거술작여동유) : 너를 글을 지으며 더불어 노니게 되었는가
복거(卜居)-두보(杜甫) 살 곳을 찾아-두보(杜甫)
浣花溪水水西頭(완화계수수서두) : 완화계곡, 개울물 서쪽편에
主人爲卜林塘幽(주인위복림당유) : 주인은 숲과 그윽한 못에 집을 지었다
所卽山郭少塵事(소즉산곽소진사) : 집터가 산성 밖이라 번거로운 일 적고
更有澄江銷客愁(경유징강소객수) : 게다가 맑은 물있어 나그네 근심 삭혀준다
無數蜻蜓齊上下(무삭청정제상하) : 무수한 잠자리들 위아래로 가지런히 날고
一雙꜒鶒對沈浮(일쌍계칙대침부) : 한 쌍의 뜸부기 서로 잠겼다 떳다한는구나
東行萬里堪乘興(동항만리감승흥) : 동으로 만리교로 가서 흥을 돋우려
須向山陰入小舟(수향산음입소주) : 자못 산음 지방을 향새 작은 배에 오른다
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7(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7)-두보(杜甫)
건원 연간에 동곡현에 우거하며 짓은 노래-두보(杜甫)
男兒生不成名身已老(남아생부성명신이노) : 사나이로 성공 못하고 몸은 이미 늙어
三年飢走荒山道(삼년기주황산도) : 삼년동안을 거친 산길 굶으며 뛰어다녔도다
長安卿相多少年(장안경상다소년) : 장안의 재상들은 젊은이도 많은데
富貴應須致身早(부귀응수치신조) : 부귀의 자리는 반드시 일찍 차지해야 하노라
山中儒生舊相識(산중유생구상식) : 산중의 선비들 예부터 알았지만
但話宿昔傷懷抱(단화숙석상회포) : 지난 이야기 하자하니 속 마음만 아파라
嗚呼七歌兮悄終曲(오호칠가혜초종곡) : 아, 일곱 번째 노래라, 노래를 마치자니 쓸쓸하여라
仰視皇天白日速(앙시황천백일속) : 하늘을 쳐다보니 낮의 해는 빠르기도 하구나
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6(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6)-두보(杜甫)
건원 연간에 동곡현에 우거하며 짓은 노래-두보(杜甫)
南有龍兮在山湫(남유룡혜재산추) : 남쪽에 용있으니 용추산에 있어
古木巃嵷枝相樛(고목롱종지상규) : 높다란 고목나무, 가지는 엉켰구나
木葉黃落龍正蟄(목섭황낙룡정칩) : 나뭇잎 누렇게 떨어지고 용이 서려있고
蝮蛇東來水上游(복사동내수상유) : 살무사가 동에서 와서 물에 놀고 있도다
我行怪此安敢出(아항괴차안감출) : 내가 괴상한 이곳에 가려 했으나 어찌 감히 나가랴
拔劍欲斬且復休(발검욕참차복휴) : 칼 뽑아 죽리려다 다시 그만 두었도다
嗚呼六歌兮歌思遲(오호륙가혜가사지) : 아, 여섯 번째 노래여 그 노래 지루하니
溪壑爲我廻春姿(계학위아회춘자) : 골짝에 나를 위해 봄의 자태 돌아오시라
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5(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5)-두보(杜甫)
건원 연간에 동곡현에 우거하며 짓은 노래-두보(杜甫)
四山多風溪水急(사산다풍계수급) : 사방 산에 바람 잦고 골짝 물살 급한데
寒雨颯颯枯樹濕(한우삽삽고수습) : 차가운 비 몰아치니 잎 진 나무 다 젖는다
黃蒿古城雲不開(황호고성운부개) : 옛 성에는 쑥 시들고 구름도 개지 않고
白狐跳梁黃狐立(백호도량황호립) : 흰 여우 날뛰고 누런 여우 우뚝서 있구나
我生何爲在窮谷(아생하위재궁곡) : 나는 무엇하려 이 깊은 골짝에 살며
中夜起坐萬感集(중야기좌만감집) : 깊은 밤중 일어나 온갖 감상에 젖는가
嗚呼五歌兮歌正長(오호오가혜가정장) : 아, 다섯 번째 노래여 정말 지루하니
魂招不來歸故鄕(혼초부내귀고향) : 내 넋을 불러도 고향에 돌아가 오지를 않는구나
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4(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4)-두보(杜甫)
건원 연간에 동곡현에 우거하며 짓은 노래-두보(杜甫)
有妹有妹在鍾離(유매유매재종리) : 누이들 있으나 종리 땅에 살아
良人早歿諸孤癡(량인조몰제고치) : 남편들 일찍 죽어 조카들은 어리도다
長淮浪高蛟龍怒(장회낭고교룡노) : 길고 긴 회수의 물결 높고 교룡은 노하여
十年不見來何時(십년부견내하시) : 십년 동안 보지도 못했는데 언제나 오나
扁舟欲往箭滿眼(편주욕왕전만안) : 조각배로 가보려도 화살이 눈앞에 가득
杳杳南國多旌旗(묘묘남국다정기) : 아득한 남방에는 군깃발 가득하여라
嗚呼四歌兮歌四奏(오호사가혜가사주) : 아, 네 번째 노래를 읊조리니
林猿爲我啼淸晝(림원위아제청주) : 숲 속 잔나비도 나를 위해 대낮에 울어준다
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3(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3)-두보(杜甫)
건원 연간에 동곡현에 우거하며 짓은 노래-두보(杜甫)
有弟有弟在遠方(유제유제재원방) : 형제들 있지만 먼 곳에 있어
三人各瘦何人强(삼인각수하인강) : 셋이 모두 초라한데 누가 강한가
生別展轉不相見(생별전전부상견) : 생이별하여 떠돌아 서로 보지 못하니
胡塵暗天道路長(호진암천도노장) : 오랑캐 난리에 하늘 어둡고 길마저 멀도다
東飛鴐鵝後鶖鶬(동비가아후추창) : 동으로 기러기 날고 뒤에는 재두루미 나는데
安得送我置汝傍(안득송아치여방) : 어찌해야 너희들을 내 곁에 둘 수 있을까
嗚呼三歌兮歌三發(오호삼가혜가삼발) : 아, 세 번째 노래를 띄우나니
汝歸何處收兄骨(여귀하처수형골) : 너희들 어디서 돌아와 형의 뼈를 수습하랴
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2(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2)-두보(杜甫)
건원 연간에 동곡현에 우거하며 짓은 노래-두보(杜甫)
長鑱長鑱白木柄(장참장참백목병) : 길고 흰 나무 자루 삽이여
我生託子以爲命(아생탁자이위명) : 나는 너 때문에 살고 있도다
黃獨無苗山雪盛(황독무묘산설성) : 산에 눈이 많아 황독초 싹도 없고
短衣數挽不掩脛(단의삭만부엄경) : 옷이 짧아 당겨봐도 정정이도 못가린다
此時與子空歸來(차시여자공귀내) : 이러한 때 너를 쥐고 빈손으로 돌아온다
男呻女吟四壁靜(남신녀음사벽정) : 사방은 고요한데 아들 딸들 신음한다
嗚呼二歌兮歌始放(오호이가혜가시방) : 아, 두 번째 노래를 읊어보나니
閭里爲我色惆悵(여리위아색추창) : 이웃들도 나 때문에 얼굴빛이 추창하다
녹두산(鹿頭山)-두보(杜甫) 녹두산-두보(杜甫)
鹿頭何亭亭(녹두하정정) : 녹두산이 어찌나 높은지
是日慰飢渴(시일위기갈) : 오늘에야 주림과 갈증을 면하겠도다
連山西南斷(연산서남단) : 연이은 봉우리 서남쪽에서 끊어지고
俯見千里豁(부견천리활) : 천리 널따란 땅을 굽어볼 수 있도다
遊子出京華(유자출경화) : 나그네 서울 떠나서
劍門不可越(검문부가월) : 검문산을 넘지 못한다 하니
及茲險阻盡(급자험조진) : 여기서부터는 험하고 막힌 바 없어
始喜原野濶(시희원야활) : 비로서 평야의 훤함에 기뻐지는구나
殊方昔三分(수방석삼분) : 이 지방은 옛날 셋으로 나누어져
霸氣曾間發(패기증간발) : 일찍이 패왕의 기운이 간간이 있었지만
天下今一家(천하금일가) : 지금은 천하가 한 가족이 되었도다
雲端失雙關(운단실쌍관) : 구름 끝 험한 두 관문 없는 듯하여
悠然想揚馬(유연상양마) : 아득히 양웅과 사마상여 생각하노라
繼起名硉兀(계기명률올) : 잇달아 일어난 이름난 사람들
有文令人傷(유문령인상) : 그 문장 있어 사람들 상심케 하는구나
何處埋爾骨(하처매이골) : 그 어디에 그대들의 뼈가 묻혀있는가
紆餘脂膏地(우여지고지) : 넓고 기름진 고장들
慘澹豪俠窟(참담호협굴) : 참담한 호걸들의 고장이로다
仗鉞非老臣(장월비노신) : 노숙한 신하가 다스리지 않았다면
宣風豈專達(선풍개전달) : 어진 풍속이 어찌 이루어졌겠는가
冀公柱石姿(기공주석자) : 기공은 주춧돌같은 자질이어서
論道邦國活(논도방국활) : 도덕을 논하며 나라를 살리고 있다
斯人亦何幸(사인역하행) : 이런 분이 또한 어찌 다행하지 않으리오
公鎭踰歲月(공진유세월) : 기공께서 부임한지 한 해가 넘어가는구나
법경사(法鏡寺)-두보(杜甫) 법경사-두보(杜甫)
身危適他州(신위적타주) : 신변이 위험하여 다른 고을로 떠나니
勉强終勞苦(면강종노고) : 억지로 가는지라 수고롭고 고통스럽다
神傷山行深(신상산항심) : 산길이 너무 깊어 정신이 아찔하고
愁破崖寺古(수파애사고) : 오래된 벼랑의 절에 걱정을 사라진다
嬋娟碧蘚淨(선연벽선정) : 아름다운 파란 이끼 고요하고
蕭摵寒籜聚(소색한탁취) : 선들거리는 차가운 대 꺼풀 모인다
回回山根水(회회산근수) : 휘돌아 흐르는 산 아래 물
冉冉松上雨(염염송상우) : 부드럽게 떨어지는 소나무 아래 빗물
洩雲蒙淸晨(설운몽청신) : 피어나는 구름 이는 맑은 새벽
初日翳復吐(초일예복토) : 돋아오르는 해가 어둠 속에서 빛을 토한다
朱甍半光炯(주맹반광형) : 붉은 기와 반쯤 빛나고
戶牖粲可數(호유찬가삭) : 창문이 환하여 문살도 헤아릴 수 있도다
拄策忘前期(주책망전기) : 지팡이 짚고서 갈 기약 잊었는데
山蘿已亭午(산나이정오) : 산 다래숲 나서니 이니 대낮이로다
冥冥子規叫(명명자규규) : 어둑한 곳에서 소쩍새 울음소리
微徑不敢取(미경부감취) : 희미한 오솔길을 감히 찾지 못한다
발진주(發秦州)-두보(杜甫) 진주를 떠나며-두보(杜甫)
我衰更懶拙(아쇠경나졸) : 늙은데다가 게을러서
生事不自謀(생사부자모) : 생계를 꾸리지도 못한다
無食問樂土(무식문낙토) : 먹을 것 하나 없어 낙원 찾고
無衣思南州(무의사남주) : 입을 것 하나 없어 남쪽 고을 생각한다
漢源十月交(한원십월교) : 한수의 발원지라 시월이라도
天氣如涼秋(천기여량추) : 날씨는 서늘한 가을이도다
草木未黃落(초목미황낙) : 초목은 아직 시들어 지지 않은데
況聞山水幽(황문산수유) : 게다가 그윽한 물소리 들려온다
栗亭名更嘉(율정명경가) : 율정이란 이름이 더욱 좋고
下有良田疇(하유량전주) : 아래에는 기름진 밭이 있도다
充腸多薯蕷(충장다서여) : 배를 채워줄 마가 많고
崖蜜亦易求(애밀역역구) : 벼랑에는 꿀을 구하기도 쉽도다
密竹復冬笋(밀죽복동순) : 빽빽한 대숲에는 다시 겨울 죽순도 있고
淸池可方舟(청지가방주) : 맑은 못에는 배도 띄울 수 있도다
雖傷旅寓遠(수상려우원) : 비록 더부살이 멀어 마음 상하나
庶遂平生遊(서수평생유) : 한평생 노닐 것은 찾은 셈이로다
此邦俯要衝(차방부요충) : 이 고장 요새를 내려다보니
實恐人事稠(실공인사조) : 실은 인사가 번거로워 두려워진다
應接非本性(응접비본성) : 응대하는 일 본래 마음에 맞지 않아
登臨未銷憂(등림미소우) : 올라가 바라보아도 근심을 못삭인다
谿谷無異石(계곡무리석) : 골짜기에는 기이한 바위 하나 없고
塞田始微收(새전시미수) : 변방의 땅이라 수확도 적도다
豈復慰老夫(개복위노부) : 어찌하여야 늙은 나를 위로하나
惘然難久留(망연난구류) : 망연하여 오래도록 머물지 못하고
日色隱孤戍(일색은고수) : 햇빛은 외로운 수자리를 감추어버린다
烏啼滿城頭(오제만성두) : 우짖는 까마귀 성머리에 가득하고
中宵驅車去(중소구거거) : 한밤에 수레 몰고 떠나
飮馬寒塘流(음마한당류) : 차가운 못물을 말에게 먹인다
磊落星月高(뇌낙성월고) : 말똥말똥한 별과 달은 높기만 한데
蒼茫雲霧浮(창망운무부) : 창망히 피어난 구름과 안개 떠있다
大哉乾坤內(대재건곤내) : 크기도 하여라, 하늘과 땅이여
吾道長悠悠(오도장유유) : 나의 도는 길이 아득하여라
만목비생사(滿目悲生事)-두보(杜甫) 눈에 가득 슬픈 인생사-두보(杜甫)
滿目悲生事(만목비생사) : 눈에 가득한 슬픈 인생사
因人作遠遊(인인작원유) : 인간사에 멀리 떠나 사노라
遲廻度隴怯(지회도롱겁) : 천천히 농 땅 건너 두려워
浩蕩及關愁(호탕급관수) : 호탕하게 변방에 오니 근심스럽다
水落魚龍夜(수낙어룡야) : 강물 빠진 어룡천의 밤
山空鳥鼠秋(산공조서추) : 빈 산의 조서산의 가을이로다
西征問烽火(서정문봉화) : 서쪽으로 와서 봉화불을 물으니
心折此淹留(심절차엄류) : 마음이 쪼개져 이곳에 머무노라
숙찬공방(宿贊公房)-두보(杜甫) 찬공방에 묵으며-두보(杜甫)
杖錫何來此(장석하내차) : 석장 짚고 언제 여기 오셨는가
秋風已颯然(추풍이삽연) : 가을바람 이미 을씨년스러워라
雨荒深院菊(우황심원국) : 깊숙한 절집 국화, 비맞아 황량하고
霜倒半池蓮(상도반지련) : 연못에 절반이나 되는 연꽃이 서리에 꺽였소
放逐寧違性(방축녕위성) : 내쫓겨진들 어찌 본성이야 어기리오
虛空不離禪(허공부리선) : 빈 마음이라 참선에서 떠나지 않는다오
相逢成夜宿(상봉성야숙) : 서로 만나 밤잠을 같이 자니
隴月向人圓(롱월향인원) : 농 땅의 달이 사람을 향하여 둥글기도 하다
공낭(空囊)-두보(杜甫) 빈 주머니-두보(杜甫)
翠柏苦猶食(취백고유식) : 푸른 잣잎은 써나 먹을 수 있고
晨霞高可餐(신하고가찬) : 새벽 노을 높아도 먹을 수 있도다
世人共鹵奔(세인공로분) : 세상 인심들 어수선하니
吾道屬艱難(오도속간난) : 나의 길도 곤궁한 처지로다
不爨井晨凍(부찬정신동) : 우물물 얼어 밥도 못짓고
無衣牀夜寒(무의상야한) : 의복이 없어 참상의 밤은 차갑도다
囊空恐羞澀(낭공공수삽) : 주머니 비면 부끄럽고 곤란할까
留得一錢看(유득일전간) : 한 푼만 남겨두고 있노라
의골항(義鶻行)-두보(杜甫) 보라매를 노래하다-두보(杜甫)
陰崖二蒼鷹(음애이창응) : 응달 낭떠러기에 두 검은 보라내
養子黑柏顚(양자흑백전) : 시켜먼 잣나무 꼭대기에 새끼를 친다
白蛇登其巢(백사등기소) : 하얀 구렁이가 그 둥지에 올라
呑噬姿朝餐(탄서자조찬) : 닦치는 대로 삼켜 아침밥으로 씹어먹었다
雄飛遠求食(웅비원구식) : 수컷은 멀리 먹이 구하러 날아가고
雌者鳴辛酸(자자명신산) : 암컷만 울부짖으며 고생하며 싸웠다
力强不可制(력강부가제) : 힘들여 강제하여 보나 막아내지 못해
黃口無半存(황구무반존) : 노오란 입의 새끼들 반만 살아 남았다
其父從西歸(기부종서귀) : 그 애비 서쪽에서 돌아와
翻身入長煙(번신입장연) : 몸을 돌이켜 먼 이내속으로 들어갔다
斯須領健鶻(사수령건골) : 이에 곧 사나운 보라매 거느리고 돌아와
痛憤寄所宣(통분기소선) : 분하고 원통하여 마땅한 곳 기다려서
斗上捩孤影(두상렬고영) : 우뚝 하늘로 올라 외로운 그림자 비튼다
噭哮來九天(교효내구천) : 으르렁 포효하며 높은 하늘에서 내려오니
修鱗脫遠枝(수린탈원지) : 비늘 달린 궁렁이가 나무꼭대기에서 벗겨져
巨顙拆老拳(거상탁노권) : 꺼다란 이마가 익숙한 발톱에 잘라진다
高空得蹭蹬(고공득층등) : 높은 공중에서 맥을 추지 못해
短草辭蜿蜒(단초사완연) : 짧은 풀에서처럼 설설 다닐 수가 없었다
折尾能一掉(절미능일도) : 동강 난 꼬리는 한번 흔들지도 못하고
飽腸皆已穿(포장개이천) : 포식한 창자는 이미 구멍이 뚫리었다
生雖滅衆雛(생수멸중추) : 살아서는 새끼들 먹어 없앴지만
死亦垂千年(사역수천년) : 죽어서는 천년에 교훈을 남겼도다
物情有報復(물정유보복) : 물정에는 주고받는 보복이 있어
快意貴目前(쾌의귀목전) : 통쾌한 마음 눈앞에서 귀하기도하다
茲實鷙鳥最(자실지조최) : 보라매는 새중에서 정말 사나운데
急難心炯然(급난심형연) : 남의 급함을 구하는 마음은 이리도 밝도다
功成失所往(공성실소왕) : 공을 세우고 아무 미련도 없으니
用舍何其賢(용사하기현) : 나가고 물러섬이 어찌 그리도 어진가
近經潏水湄(근경휼수미) : 근래에 휼수 가를 지나다가
此事樵夫傳(차사초부전) : 이 이야기 나뭇꾼에서 전해 듣고
飄蕭覺素髮(표소각소발) : 쓸쓸히 늙어 흰머리 된 것 알았도다
凜欲衝儒冠(늠욕충유관) : 그 늠름함에 망건 밖으로 머리털이 뻗친다
人生許與分(인생허여분) : 인생이 남에게 마음을 나눔이
只在顧盼間(지재고반간) : 다만 서로 돌아보는 사이에 있도다
聊爲義鶻行(료위의골항) : 애오라지 의로운 보라매의 노래 지어
用激壯士肝(용격장사간) : 장사의 의협심을 불러 일으키련다
구일남전최씨장(九日藍田崔氏莊)-두보(杜甫) 구일 남전 최시 별장에서-두보(杜甫)
老去悲秋强自寬(노거비추강자관) : 늙어가지 서글픈 가을 억지로 덤덤하렸더니
興來今日盡君歡(흥내금일진군환) : 흥이 난 오늘, 그대와 함께 기쁨을 다하도다
羞將短髮還吹帽(수장단발환취모) : 짧아진 머리에 모자가 벗어질까 부끄러워
笑倩傍人爲正冠(소천방인위정관) : 웃으며 옆 사람에게 모자 고쳐달라 부탁한다
藍水遠從千澗落(남수원종천간낙) : 남수는 이득히 천리 먼 골짜기에서 떨어지고
玉山高竝兩峯寒(옥산고병량봉한) : 옥산은 높아 두봉오리와 차갑게 나란하다
明年此會知許健(명년차회지허건) : 명년의 이 모임에는 누가 건강히 남아있을지
醉把茱萸仔細看(취파수유자세간) : 취하여 수유를 손에 잡고 자세히도 살펴본다
대운사찬공방사수2(大雲寺贊公房四首2)-두보(杜甫) 대운사 찬공방 사수-두보(杜甫)
細軟靑絲履(세연청사리) : 가늘고 부드러운 청색 비단 신
光明白疊巾(광명백첩건) : 윤기나는 흰 명주 손수건이로다
深藏供老宿(심장공노숙) : 깊이 간직한 늙은 스님 것인데
取用及吾身(취용급오신) : 받아서 입어서 내 몸에 걸치었도다
自顧轉無趣(자고전무취) : 스스로 생각해봐도 멋이란 없는데
交情何尙新(교정하상신) : 사귀는 정분은 어찌하여 새로운가
道林才不世(도림재부세) : 도림은 세상에 드문 스님
惠遠德過人(혜원덕과인) : 혜원의 덕망 세상사람과 다르도다
雨瀉暮簷竹(우사모첨죽) : 저무는 추녀 밑 대나무에 비가 쏟아지고
風吹春井芹(풍취춘정근) : 바람은 우물가 미나리에 불어온다
天陰對圖畫(천음대도화) : 날이 어둑하여 벽그림을 대하니
最覺潤龍鱗(최각윤룡린) : 새삼 그림 속 용비늘이 젖었는가 한다
비진도(悲陳陶)-두보(杜甫) 진도를 슬퍼하며-두보(杜甫)
孟冬十郡良家子(맹동십군량가자) : 초겨울 열 고을 양가집 자제들
血作陳陶澤中水(혈작진도택중수) : 죽은 피가 진도의 못과 우물이 되었도다
野曠天淸無戰聲(야광천청무전성) : 맑은 하늘 휑한 들판, 싸움 소리 하나 없이
四萬義軍同日死(사만의군동일사) : 사 만 의로운 군사 한 날에 죽었도다
羣胡歸來雪洗箭(군호귀내설세전) : 오랑캐들 몰려와 피묻은 화살 씻어내리며
仍唱夷歌飮都市(잉창이가음도시) : 오랑캐노래 불러대며, 서울에서 마셔댄다
都人廻面向北啼(도인회면향배제) : 서울사람들 고개 돌려 북쪽 향사여 울어대며
日夜更望官軍至(일야경망관군지) : 밤낮으로 다시 관군이 오기를 갈망하는구나
자경부봉선현영회오백자(自京赴奉先縣詠懷五百字)-두보(杜甫)
서울서 봉선현에 이르며 읊은 오백자-두보(杜甫)
杜陵有布衣(두능유포의) : 두릉의 벼슬 못한 사람
老大意轉拙(노대의전졸) : 늙어갈수록 마음은 치졸하다
許身一何愚(허신일하우) : 몸가짐이 어찌 그리도 우직하여
竊比稷與契(절비직여글) : 순임금의 직과 설에 비겨보다
居然成濩落(거연성호낙) : 거연히 어그러지고 말았도다
白首甘契濶(백수감글활) : 백수로 가난을 무던히 여기고
蓋棺事則已(개관사칙이) : 관뚜껑을 덮으면 일이 끝나건만
此志常覬豁(차지상기활) : 이러한 마음 언제나 가득하다
窮年憂黎元(궁년우려원) : 평생토록 민생을 근심하고
歎息腸內熱(탄식장내열) : 탄식하며 속을 태우며 산다
取笑同學翁(취소동학옹) : 같은 동기들 노인 비웃음 받아도
浩歌彌激烈(호가미격렬) : 호탕히 노래하며 더욱 우쭐하다
非無江海志(비무강해지) : 실없는 세상 떠나 살고 싶은 생각
蕭灑送日月(소쇄송일월) : 후련히 세월 보내고도 싶었도다
生逢堯舜君(생봉요순군) : 살아서 요와 순의 세상 만날까
不忍便永訣(부인편영결) : 차마 죽을 수가 없었도다
當今廊廟具(당금낭묘구) : 지금의 조정에 자리가 갖추어져
構厦豈云缺(구하개운결) : 큰 나라를다스림에 결함이 있으랴만
葵藿傾太陽(규곽경태양) : 해바라기 태양을 향하는 것처럼
物性固難奪(물성고난탈) : 성품이야 빼앗을 수 없도다
顧惟螻蟻輩(고유루의배) : 돌아보면, 개미와 같은 무리들
但自求其穴(단자구기혈) : 다만 자기들 구멍이나 찾는구나
胡爲慕大鯨(호위모대경) : 어찌 큰 고래를 사모하여
輒擬偃溟渤(첩의언명발) : 겁도 없이 넓은 바다를 생각하리
以茲悟生理(이자오생리) : 이러한 데서 삶의 이치 깨닭아
獨恥事干謁(독치사간알) : 혼자 아첨하는 취직 운동 부끄러워한다
兀兀遂至今(올올수지금) : 이럭저럭 마침내 오늘에 이르러도록
忍爲塵埃沒(인위진애몰) : 티끌같은 삶을 살아왔도다
終愧巢與由(종괴소여유) : 결국 보부와 허유에게 부끄러우나
未能易其節(미능역기절) : 아직은 절개를 바꾸지 못한다
沈飮聊自遣(침음료자견) : 거나하게 술이나 마시고 스스로 뜻을 펴
放歌破愁絶(방가파수절) : 마음대로 노래하니 시름이 끊어지는구나
歲暮百草零(세모백초령) : 해는 저물고 온갖 풀은 시드는데
疾風高岡裂(질풍고강렬) : 모진 바람에 높은 언덕마저 찥어진다
天衢陰崢嶸(천구음쟁영) : 하늘은 어둑하고 높기만한대
客子中夜發(객자중야발) : 나그네 한밤에 길을 떠난다
霜嚴衣帶斷(상엄의대단) : 서릿발이 사나워 허릿끈이 끊어지고
指直不能結(지직부능결) : 손이 곱아 매듭을 짓지 못한다
凌晨過驪山(능신과려산) : 새벽이 되어 여산을 지나는데
御榻在嵽嵲(어탑재체얼) : 임금의 의자가 높게 놓여있었다
蚩尤塞寒空(치우색한공) : 호위하는 깃발 차가운 하늘 가리고
蹴踏崖谷滑(축답애곡골) : 밟은 길은 골짜기까지 미그럽다
瑤池氣鬱律(요지기울률) : 온천에는 더운 기운 서리어있고
羽林相摩戛(우림상마알) : 임금님 모시는 친위대의 창 부짖는 소리
君臣留歡娛(군신류환오) : 임금님과 신하가 같이 머물며 즐거운데
樂動殷膠葛(낙동은교갈) : 풍악소리 은은히 울려퍼진다
賜浴皆長纓(사욕개장영) : 목욕을 허가받은이 모두가 고관들
與宴非短褐(여연비단갈) : 잔치를 함께한 사람들에는 평민은 없도다
彤庭所分帛(동정소분백) : 대궐에서 내리는 비단들
本自寒女出(본자한녀출) : 본래는 가난집안 아낙에서 나온것이로다
鞭撻其夫家(편달기부가) : 그 남편을 채직질하여
聚斂貢城闕(취렴공성궐) : 긁어모야 대궐에 바친 것이다
聖人筐篚恩(성인광비은) : 임금님이 광주리에 넣어준 은혜는
實願邦國活(실원방국활) : 실은 나라를 살리려는 소망이로다
臣如忽至理(신여홀지리) : 신하가 지극한 이치를 소홀히 한다면
君豈棄此物(군개기차물) : 임금님이 어찌 이를 저버리겠습니까
多士盈朝廷(다사영조정) : 많은 선비들이 조정에 가득하니
仁者宜戰慄(인자의전률) : 어진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전율해야 한다
況聞內金盤(황문내금반) : 하물며 대궐의 황금소반은
盡在衛霍室(진재위곽실) : 모두가 인척들의 집에 가 있도다
中堂有神仙(중당유신선) : 안 마루에는 노래하는 미희들 있어
煙霧蒙玉質(연무몽옥질) : 안개 같은 비단옷 옥같은 살을 가리운다
煖客貂鼠裘(난객초서구) : 손님을 따뜻하게 해주는 값진 털옷
悲管逐淸瑟(비관축청슬) : 구성진 악기소리 맑은 거문고에 맞춘다
勸客駝蹄羹(권객타제갱) : 낙타 발굽 국으로 손님을 대접하고
霜橙壓香橘(상등압향귤) : 서리 맞은 등자 향기로운 귤들이 가득하다
朱門酒肉臭(주문주육취) : 고관들의 문에는 술과 고기 썪는 냄새
路有凍死骨(노유동사골) : 길가에는 얼어죽은 해골들이 나딩군다
榮枯咫尺異(영고지척리) : 영화로움과 말라죽은 것이 지척 사이로 다르니
惆悵難再述(추창난재술) : 너무나 서글퍼 다디 적기가 어렵도다
北轅就涇渭(배원취경위) : 수레를 북으로 돌려 경수와 위수로 나아가
官渡又改轍(관도우개철) : 공설 나루터에 또 배를 바궈 탄다
羣水從西下(군수종서하) : 몰려오는 물은 서쪽에서 쏟아져 내려와
極目高崒兀(극목고줄올) : 끝간데 없이 바라보니 높이도 흘러간다
疑是崆峒來(의시공동내) : 아마도 동공산에서 내려오는 듯하니
恐觸天柱折(공촉천주절) : 하늘의 기둥에 닿아 꺾어질까 두려웠다
河梁幸未拆(하량행미탁) : 다행히도 다리는 꺾어지지 않은채
枝撑聲窸窣(지탱성실솔) : 떠받친 기둥이 삐걱거린다
行李相攀援(항리상반원) : 나그네 서로 붙잡고 건너는데
川廣不可越(천광부가월) : 강이하도 넓어서 건널 수가 없었다
老妻寄異縣(노처기리현) : 늙은 아내가 이미 다른 고을에 사는지라
十口隔風雪(십구격풍설) : 열 식구가 바람과 눈 때문에 떨어져 사는구나
誰能久不顧(수능구부고) : 누가 능히 오래도록 돌보지 않으리오
庶往共饑渴(서왕공기갈) : 가서 굶주림을 함께 하기를 원하노라
入門聞號咷(입문문호도) : 문에 들어서니 울부짓는 소리 들리는데
幼子餓已卒(유자아이졸) : 어린 아이가 굷어서 이미 죽었다 하는구나
吾寧捨一哀(오녕사일애) : 내 어찌 애닲아함을 외면하리
里巷亦嗚咽(리항역오인) : 마을 사람들도 오열하고 있었다
所愧爲人父(소괴위인부) : 아비가 되어 부끄러운 바는
無食致夭折(무식치요절) : 먹이지 못해 요절하게 했다는 것이로다
豈知秋禾登(개지추화등) : 어찌 가을 곡식이 익어감을 몰랐던가
貧窶有倉卒(빈구유창졸) : 가난과 구차함이 창졸간에 닥쳤도다
生常免租梲(생상면조탈) : 나는 항상 세금이라도 면제받고
名不隸征伐(명부예정벌) : 병적에도 오르지 않아 징벌도 되지 않았다
撫跡猶酸辛(무적유산신) : 이 내 몸 어루만져도 쓰라리고 고생스럽다
平人固騷屑(평인고소설) : 평민들이야 처음부처 처량하노니
黙思失業徒(묵사실업도) : 직업 잃은 많은 사람들 생각해 보고
因念遠戍卒(인념원수졸) : 멀리 전쟁나간 사람들도 생각해본다
憂端齊終南(우단제종남) : 남산만큼이나 높은 근심의 실마리
澒洞不可掇(홍동부가철) : 골짜기를 흐르듯하는 끝없는 생각 거칠수가 없도다.
증이백(贈李白)-두보(杜甫) 이백에게-두보(杜甫)
秋來相顧尙飄蓬(추래상고상표봉) : 가을이 와도 떠도는 신세인데
未就丹砂塊葛洪(미취단사괴갈홍) : 단사를 못찾아 갈홍에 부끄럽다
痛飮狂歌空度日(통음광가공도일) : 통음, 광가하며 헛 세월 보내며
飛揚跋扈爲誰雄(비양발호위수웅) : 세차게 돌아다님은 누구 위한 호기인지
제장씨은거1(題張氏隱居1)-두보(杜甫) 장씨 은거에 제하다-두보(杜甫)
春山無伴獨相求(춘산무반독상구) : 봄산을 친구 없이 혼자 찾으니
代木丁丁山更幽(대목정정산경유) : 나무 베는 소리에 산이 더욱 그윽하다
澗道餘寒歷冰雪(간도여한력빙설) : 개울길 남은 추위, 눈과 얼음 밟고 지나니
石門斜日到林丘(석문사일도림구) : 돌문에 기우는 해, 숲 언덕에 이르렀다
不貪夜識金銀氣(부탐야식금은기) : 탐하니 않으니 밤에도 은과 금의 기운 알아
遠害朝看麋鹿遊(원해조간미녹유) : 해칠 마음 없으니 아침 노루와 사슴 노는 것 본다
乘興杳然迷出處(승흥묘연미출처) : 흥에 취해 아득하여 나갈 곳을 몰라
對君疑是泛虛舟(대군의시범허주) : 그대를 보게 되니 신선의 빈배 탄 듯 하도다
백우집항(百憂集行)-두보(杜甫) 온갖 근심 다 모여-두보(杜甫)
憶年十五心尙孩(억년십오심상해) : 생각해보면, 열다섯 나이에 그저 어린아이
健如黃犢走復來(건여황독주복내) : 거센 황소의 송아지처럼 달음질치며 다녔다
庭前八月梨棗熟(정전팔월리조숙) : 팔월 앞마당에 배와 대추 익어가면
一日上樹能千廻(일일상수능천회) : 하루에도 천번이나 나무에 오르내렸도다
卽今倏忽已五十(즉금숙홀이오십) : 지금은 어느덧 쉰살이 넘어서
坐臥只多少行立(좌와지다소항립) : 앉거나 눕기에 바쁘고 서는 일은 드물도다
强將笑語供主人(강장소어공주인) : 억지로 집주인과 우스갯소리 나누며
悲見生涯百憂集(비견생애백우집) : 평생의 온갖 근심들 슬피 살펴보는구나
入門依舊四壁空(입문의구사벽공) : 대문에 들어서면 여전히 사방 벽은 비어있고
老妻覩我顔色同(노처도아안색동) : 늙은 아내가 나를 보나 얼굴빛은 같도다
癡兒不知父子禮(치아부지부자례) : 어리석은 아이는 부자간의 예의도 모른 채
叫怒索飯啼門東(규노색반제문동) : 성내며 소리치고 밥을 찾아 부엌에서 울어대는구나
억석2(憶昔2)-두보(杜甫) 옛날을 그리며-두보(杜甫)
憶昔開元全盛日(억석개원전성일) : 옛 개원의 전성시대를 생각해보니
小邑猶藏萬家室(소읍유장만가실) : 작은 고을에 일 만여 가구가 있었습니다
稻米流脂粟米白(도미류지속미백) : 입쌀은 기름지고 좁쌀은 희고
公私倉廩俱豐實(공사창름구풍실) : 관청과 개인 집의 창고가 가득했었습니다
九州道路無豺虎(구주도노무시호) : 온 천하 길가에 시랑이와 호랑이도 없고
遠行不勞吉日出(원항부노길일출) : 먼 길 떠나도 날 가리는 수고 하지 않았습니다
齊紈魯縞車班班(제환노호거반반) : 제 땅과 노 땅의 비단을 수레마다 싣고
男耕女桑不相失(남경녀상부상실) : 남자는 밭갈고 여자는 양잠 일 때를 잃지 않았습니다
宮中聖人奏雲門(궁중성인주운문) : 궁중에서 임금님은 운문악을 연주하시고
天下朋友皆膠漆(천하붕우개교칠) : 천하의 친구들은 아교처럼 붙어 친히 지냈습니다
百餘年間未灾變(백여년간미재변) : 백여년간 재앙이나 변란이 전혀 없었고
叔孫禮樂蕭何律(숙손례낙소하률) : 숙손의 예악과 소하의 법률로만 다스려셨습니다
豈聞一絹直萬錢(개문일견직만전) : 어찌 한 필 비단이 만금이란 소리 듣고
有田種穀今流血(유전종곡금류혈) : 종자 곡식에 지금처럼 피 흐르는 논이 있었겠습니까
洛陽宮殿燒焚盡(낙양궁전소분진) : 낙양 궁궐은 풀타 없어지고
宗廟新除狐ꟙ穴(종묘신제호토혈) : 종묘에는 새로이 여우와 토끼굴 생겼습니다
傷心不忍問耆舊(상심부인문기구) : 마음이 아파 차마 노인들에게 묻지 못하니
復恐初從亂離說(복공초종난리설) : 처음 난리따라 떠돈 이야기가 다시 두렵습니다
小臣魯鈍無所能(소신노둔무소능) : 저 못난 신하 어리석고 둔하여 무능하면서
朝廷記識蒙祿秩(조정기식몽녹질) : 조정에 어리섞게도 벼슬을 하였습니다
周宣中興望我皇(주선중흥망아황) : 주나라 중흥한 것 알리어 우리 임금님께 바라며
灑淚江漢身衰疾(쇄누강한신쇠질) : 노쇠하고 병든 이몸은 강한에 눈물을 뿌리옵니다
견우직녀(牽牛織女)-두보(杜甫) 견우와 직녀-두보(杜甫)
牽牛出河西(견우출하서) : 견우성 은하수 서쪽에 떠고
織女處其東(직녀처기동) : 직녀성은 그 동쪽에 있구나
萬古永相望(만고영상망) : 만고의 세월 영원히 바라보다
七夕誰見同(칠석수견동) : 칠석날에 같이 하는 것을 누가 보았나
神光竟難候(신광경난후) : 신비한 빛을 알기 어려우니
此事終朦朧(차사종몽롱) : 이 일은 끝내 몽롱하기만 하여라
颯然積靈合(삽연적령합) : 삽상하게 신령한 기운 쌓여
何必秋遂通(하필추수통) : 하필 가을에야 서로 만나는가
亭亭新粧立(정정신장입) : 정정하게 새로 단장한채로 서서
龍駕具層空(용가구층공) : 화려한 수레가 공중에 갖춰있구나
世人亦爲爾(세인역위이) : 세상사람들도 직녀 위하여
祈請走兒童(기청주아동) : 빌고 청하느라 아이들을 분주게 한다
稱家隨豊儉(칭가수풍검) : 부유하고 가난함에 따르고
白屋達公宮(백옥달공궁) : 백성들에서 궁궐 사람들에 까지 이른다
膳夫翼堂殿(선부익당전) : 선부 익당전에서는
鳴玉凄房櫳(명옥처방롱) : 차가운 방에 옥패물 소리 울린다
曝衣遍天下(폭의편천하) : 옷 말리려 천하에 두루 펼치고
曳月揚微風(예월양미풍) : 달 끌어드리려 가는 바람 일으킨다
蛛絲小人態(주사소인태) : 거미줄 같은 소인배들의 교태로
曲綴瓜果中(곡철과과중) : 과일나무 속에 거미줄을 엮어놓는다
전출새3(前出塞3)-두보(杜甫) 전출새-두보(杜甫)
磨刀嗚咽水(마도오열수) : 오열수에서 칼을 가는데
手赤刃傷乎(수적인상호) : 손이 붉어지니 칼날에 찔린 것인가
欲輕腸斷聲(욕경장단성) : 고통을 줄이려 단장의 외마디 소리
心緖亂已久(심서난이구) : 마음은 심란해진지 이미 오래다
丈夫誓許國(장부서허국) : 대장부 한 몸 나라에 바치기를 서약하니
憤惋復何有(분완부하유) : 분하고 원망함이 어찌 다시 있을 손가
功名圖麒麟(공명도기린) : 공명이 기린각에 그려지기 바라며
戰骨當速朽(전골당속후) : 전장에 남겨진 뼈골이 급히도 썩어간다
전출새2(前出塞2)-두보(杜甫) 전출새-두보(杜甫)
出門日已遠(출문일이원) : 문을 나서니 날은 길어도
不受徒旅欺(불수도여기) : 길 떠나는 피곤함도 모르겠다
骨肉恩豈斷(골육은기단) : 가족들 은혜를 어찌 끊으랴만
男兒死無時(남아사무시) : 사나이 죽음에 때가 없는 법이로다
走馬脫轡頭(주마탈비두) : 달리는 말 고삐 놓치고
手中挑靑絲(수중도청사) : 손 안 푸른 끈을 당겨본다
睫下萬仞岡(첩하만인강) : 눈 아래는 만 길 절벽인데
俯身試搴旗(부신시건기) : 몸을 구부려 깃발을 뽑아본다
전출새1(前出塞1)-두보(杜甫) 전출새-두보(杜甫)
戚戚去故里(척척거고리) : 슬퍼하며 고향마을을 떠나
悠悠赴交河(유유부교하) : 아득히 멀리 교하에 이르렀구나
公家有程期(공가유정기) : 나라 일에 정한 기한이 있어
亡命嬰禍羅(망명영화라) : 도망하면 징벌을 받을 것이네
君已富土境(군이부토경) : 그대 이미 부토의 경계에 있어
開邊一何多(개변일하다) : 변경 개척하는 일, 어찌 이리도 많은가
棄絶父母恩(기절부모은) : 부모의 은공 버려두고
呑聲行負戈(탄성행부과) : 소리치며 창 메고 전장으로 간다
천말회이백(天末懷李白)-두보(杜甫) 하늘가에서 이백을 그리며-두보(杜甫)
凉風起天末(양풍기천말) : 서늘한 바람 하늘가에서 불어오니
君子意如何(군자의여하) : 군자의 마음 어떠하신지요
鴻雁幾時到(홍안기시도) : 기러기는 어느 때나 날아오려나
江湖秋水多(강호추수다) : 강과 호수의 가을물 불어납니다
文章憎命達(문장증명달) : 문장은 명달을 증오하고
魑魅喜人禍(리매희인화) : 귀신은 사람의 재앙을 기뻐하지요
應共冤魂語(응공원혼어) : 마땅히 원혼과 이야기하며
投詩贈汨羅(투시증골라) : 시를 지어 멱라 강가에 던져줍니다
후유(後遊)-두보(杜甫) 뒤에 와 놀다-두보(杜甫)
寺憶曾遊處(사억증유처) : 절에서 일찍이 놀던 곳 생각나고
橋憐再渡時(교련재도시) : 다리가 너무 좋아 다시 건널 때로다
江山如有待(강산여유대) : 강산은 나를 기다리는 듯 하고
花柳更無私(화류갱무사) : 더욱이 꽃과 버들은 사심없이 반긴다
野潤煙光薄(야윤연광박) : 아지랑이 엷게 끼고 들판은 생기에 넘친다
沙暄日色遲(사훤일색지) : 모래는 따뜻하고 낮은 길기도 하다
客愁全爲減(객수전위감) : 나그네 수심 다 사라지니
捨此復何之(사차부하지) : 이곳을 버리고 다시 어디로 가리오
엄정공댁동영죽(嚴鄭公宅同詠竹)-두보(杜甫) 엄정공 댁에서 대나무를 읊다-두보(杜甫)
綠竹半含籜(록죽반함탁) : 푸른 댓잎 껍질을 반쯤 덮고
新梢綠出牆(신초록출장) : 새 가지 파랗게 담장가로 뻗었다
雨洗娟娟淨(우세연연정) : 비에 씻겨 예쁘고 깨끗한데
風吹細細香(풍취세세향) : 바람 불어오니 그향기 은은하다
但令無剪伐(단령무전벌) : 자르말라 명령만 한다면야
會見拂雲長(회견불운장) : 구름에 닿을 만큼 길게도 자랄 것을
팽아항(彭衙行)-두보(杜甫) 팽아행-두보(杜甫)
憶昔避賊初(억석피적초) : 지난날 도적을 피하던 초기를 생각해보노라
北走經險艱(배주경험간) : 북으로 달아나 험난하고 어려운 일 다 겪었도다
夜深彭衙道(야심팽아도) : 밤도 깊은 팽아 길에
月照白水山(월조백수산) : 백수산에 달빛은 밝았도다
盡室久徒步(진실구도보) : 온 식구들 오랫동안 맨발로 걸어
逢人多厚顔(봉인다후안) : 사람들 만날 때마다 부끄러웠도다
參差谷鳥吟(삼차곡조음) : 들쭉날쑥한 골짜기에 새들 울어도
不見遊子還(부견유자환) : 내가 돌아갈 길은 보이지도 않았다
癡女饑咬我(치녀기교아) : 어린 딸은 배고파서 나를 깨물고
啼畏虎狼聞(제외호낭문) : 우는 소리 호랑이가 들을까 두려웠노라
懷中掩其口(회중엄기구) : 가슴에 품고 그 입을 막으니
反側聲愈嗔(반측성유진) : 도리어 버둥거리며 소리는 더욱 거세었다
小兒强解事(소아강해사) : 작은 아이 억지로 사정을 알려
故索苦李餐(고색고리찬) : 일부러 쓰디쓴 오얏 찾아 먹게했도다
一旬半雷雨(일순반뇌우) : 열흘에 반은 우뢰치고 비 내리니
泥濘相攀牽(니녕상반견) : 진흙길을 서로 끌며 걸어 갔었다
旣使禦雨備(기사어우비) : 이미 비옷과 우산으로 막게 했으나
徑滑衣又寒(경골의우한) : 길이 미끄럽고 옷 또한 젓어 차가웠도다
결활(契闊)
有時經契濶(유시경결활) : 수시로 고생하며 길을 걸어도
竟日數里間(경일삭리간) : 종이토록 수십리 밖에 가지 못했다
野果充糇糧(야과충후량) : 들 과일로 요기하며
卑枝成屋椽(비지성옥연) : 낮은 나뭇가지로 집을 엮었다
早行石上水(조항석상수) : 아침에는 돌 위의 물을 걸으며
暮宿天邊煙(모숙천변연) : 저녁에는 하늘 멀리 안개 낀 곳에서 잤도다
少留同家漥(소류동가와) : 동가와에서 잠시 머물었다가
欲出蘆子關(욕출노자관) : 노자관 북쪽으로 빠져나가려 하였다
故人有孫宰(고인유손재) : 친구 손재라는 이가 있었는데
高義薄曾雲(고의박증운) : 높은 의리가 구름까지 닿았도다
延客已曛黑(연객이훈흑) : 우리 손을 맞아들이는데 날은 이미 어두워
張燈啓重門(장등계중문) : 초롱불 밝히고 겹겹의 문을 열어주었도다
煖湯濯我足(난탕탁아족) : 물을 덥혀 나의 발을 씻게하고
剪紙招我魂(전지초아혼) : 종이를 잘라 나의 넋을 초대해주었다
從此出妻孥(종차출처노) : 이렇게 한 후에 나의 처자를 불러내니
相視涕闌干(상시체란간) : 서로 보니 눈물을 비오듯 흘러내렸다
衆雛爛漫睡(중추난만수) : 어린 자식들 곤히 잠들어
喚起霑盤飧(환기점반손) : 불러 일으켜 더운 밥을 두루 먹게 하였다
誓將與夫子(서장여부자) : 친구가 맹세하기를, “그대와
永結爲弟昆(영결위제곤) : 영원히 의형제를 맺자”고 하였다
遂空所坐堂(수공소좌당) : 드디어는 그가 앉았던 방도 비워주어
安居奉我歡(안거봉아환) : 편히 지내라하며 나를 기쁘게 하였도다
誰肯艱難際(수긍간난제) : 어려운 때에 누가 기꺼이
豁達露心肝(활달노심간) : 활짝 속마음을 열어주리오
別來歲月周(별내세월주) : 이별하여 세월은 지나
胡羯仍構患(호갈잉구환) : 오랑캐가 반란을 일으키고 있도다
何當有翅翎(하당유시령) : 어찌해야 날개가 생겨
飛去墮爾前(비거타이전) : 날아가 그대 앞에 떨어질 수 있을까
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2(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2)-두보(杜甫)
건원에 동곡현에 우거하면서 지은 노래-두보(杜甫)
長欃長欃白木柄(장참장참백목병) : 가래야, 가래야 흰 나무 자루하고
我生託子以爲命(아생탁자이위명) : 내 삶을 너에게 의지해 목숨을 이어간다
黃獨無苗山雪盛(황독무묘산설성) : 둥굴레 싹은 없고 산에 눈만 가득
短衣數挽不掩脛(단의삭만불엄경) : 짧은 옷은 당겨도 정강이를 못 덮으니
此時與子空歸來(차시여자공귀내) : 이렇게 너와 나 빈손으로 돌아오는구나
男呻女吟四壁靜(남신녀음사벽정) : 사방 벽은 고요한데 아들 딸 울음소리
嗚呼二歌兮歌始放(오호이가혜가시방) : 아! 두 번 째 노래를 이제 노래하나니
閭里爲我色惆愴(려리위아색추창) : 이웃들도 나를 위해 측은해 하는구나
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1(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1)-두보(杜甫)
건원에 동곡현에 우거하면서 지은 노래-두보(杜甫)
有客有客字子美(유객유객자자미) : 나그네, 나그네여, 그대 이름은 자미
白頭亂髮垂過耳(백두난발수과이) : 백발은 엉클어져 귀를 덮었지났구나
歲拾橡栗隨狙公(세습상률수저공) : 저공 따라서 해마다 도토리를 줍는데
天寒日暮山谷裏(천한일모산곡리) : 날은 추워지고 해 저무는 산골 속
中原無書歸有得(중원무서귀유득) : 중원에는 소식 몰라도 가지 못한다네
手脚凍皴皮肉死(수각동준피육사) : 손발은 모두 얼어 쭈굴어져 껍질이 터져버렸다
嗚呼一歌兮歌已哀(오호일가혜가이애) : 아 한 곡조 노래하노니 노래소리 서글픈데
悲風爲我從天來(비풍위아종천내) : 슬픈 바람 날 위해 하늘에서 불어오는구나
위풍록사택관조장군화마화인(韋諷錄事宅觀曹將軍畵馬畵引)-두보(杜甫)
위풍록사의 집에서 조장군이 그린 말 그림을 보고-두보(杜甫)
國初已來畵鞍馬(국초이래화안마) : 당나라 초기 이후에 안장 놓은 말 그림 중에서
神妙獨數江都王(신묘독수강도왕) : 신묘함에 있어 오직 강도왕을 꼽았는데
將軍得名三十載(장군득명삼십재) : 조장군이 명성을 얻어 삼십년이 되자
人間又見眞乘黃(인간우견진승황) : 인간 세상에 또 명마인 승황을 정말로 보게 되었네
曾貌先帝照夜白(증모선제조야백) : 일찍이 선제 현종의 명마인 조야백을 그렸는데
龍池十日飛霹靂(용지십일비벽력) : 용지에서 열흘 동안 심한 우뢰와 번개 날았다네
內府殷紅馬腦盤(내부은홍마뇌반) : 궁중 창고의 검붉은 마뇌 쟁반 있는데
婕妤傳詔才人索(첩여전조재인색) : 천자가 첩여에게 영을 전하여 재인에게 찾아오게 하여
盤賜將軍拜舞歸(반사장군배무귀) : 그 쟁반 조장군에게 건네지자 장군은 재배 추무듯이 돌아갔네
輕紈細綺相追飛(경환세기상추비) : 가벼운 흰 비단 고운 비단도 달아서 나는 듯이 급히 하사되었네
貴戚權門得筆跡(귀척권문득필적) : 귀족들과 권세가들도 그의 필적을 얻고서
始覺屛障生光輝(시각병장생광휘) : 비로소 병풍들도 빛을 발함을 알게 되었다네
昔日太宗拳毛騧(석일태종권모왜) : 옛날 태종의 권모왜와
近時郭家師子花(근시곽가사자화) : 근래 곽자의 장군 집안의 사자화
今之新圖有二馬(금지신도유이마) : 지금의 새로운 그림에 이 두 마리 말 그려져 있어
復令識者久歎嗟(복령식자구탄차) :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다시 오래도록 감탄하게 하였으니
此皆騎戰一敵萬(차개기전일적만) : 이것들 모두 기병에 일기가 만기 대적한 것이어서
縞素漠漠開風沙(호소막막개풍사) : 흰 비단에 자욱이 모래 바람 일고있는 듯하다네
其餘七匹亦殊絶(기여칠필역수절) : 그 밖의 그려진 일곱 필 말도 역시 매우 뛰어나서
逈若寒空動煙雪(형약한공동연설) : 멀리 찬 하늘에 연기나 눈이 나부끼는 것 같았다네
霜蹄蹴踏長湫間(상제축답장추간) : 서리 위 달리는 발굽은 긴 노나무 사이를 밟고 차고 있어
馬官厮養森成列(마관시양삼성열) : 말 관원과 말 먹이는 사람들이 줄서서 보고 있다네
可憐九馬爭神駿(가련구마쟁신준) : 멋진 아홉 필 말이 매우 뛰어남을 다투는데
顧視淸高氣深穩(고시청고기심온) : 돌아보는 눈길 맑고 높고 기운은 침착하고 안정되어 있다네
借問苦心愛者誰(차문고심애자수) : 묻노니, 고심하며 사랑하는 사람 누구인가
後有韋諷前支遁(후유위풍전지둔) : 후세에는 위풍이 있고 전세에는 진나라 지둔이 있었네
億昔巡幸新豊宮(억석순행신풍궁) : 생각건대, 옛날 현종이 신풍궁에 행차하실 때는
翠華拂天來向東(취화불천래향동) : 비취빛 깃으로 장식한 깃발이 하늘에 펄럭이며 동쪽으로 왔었지
騰驤磊落三萬匹(등양뢰락삼만필) : 그때 뛰며 달리던 말이 수없이 많아 삼만 필이나 되었었는데
皆與此圖筋骨同(개여차도근골동) : 모두가 이 그림의 말과 근육이나 골격이 같았다네
自從獻寶朝河宗(자종헌보조하종) : 옛날 주 목왕이 보물을 바치고 하백에게 조공하듯 현종이 피난 간 뒤로
無復射咬江水中(무복사교강수중) : 다시는 한 무제가 장강에서 교룡을 쏘아 잡던 길 없었다네
君不見金栗堆前松栢裏(군불견금율퇴전송백리)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현종의 무덤인 금속퇴 앞 소나무와 측백나무 숲에
龍媒去盡鳥呼風(용매거진조호풍) : 준마는 모두 가버리고 부는 바람 속에 새만 울고 있는 것을
희작화경가(戲作花卿歌)-두보(杜甫) 장난삼아 화경을 노래하다-두보(杜甫)
成都猛將有花卿(성도맹장유화경) : 성동의 용맹한 장군, 화경 장군이 있는데
學語小兒知姓名(학어소아지성명) : 말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도 그 이름 알고 있다네
勇如決鶻風火生(용여결골풍화생) : 날랜 매처럼 용감하여 바람과 불이 일어나고
見賊唯多身始輕(견적유다신시경) : 보이는 적군이 많아야 몸이 비로소 가벼워진다네
緜州副使著柘黃(면주부사저자황) : 면주부사 단자장이 모반하여 누런 천자의 옷 입어
我卿掃除卽日平(아경소제즉일평) : 우리 화경 장군이 쓸어버리고 바로 평정했었네
子璋髑髏血糢糊(자장촉루혈모호) : 단자장의 해골과 뼈에는 피가 흥건하여
手提擲還崔大夫(수제척환최대부) : 손으로 끌어 던지버리고 최대부에게 돌아왔었네
李侯重有此節度(이후중유차절도) : 이환은 다시 이곳 절도사로 돌아왔으나
人道我卿絶世無(인도아경절세무) : 사람들 우리 화경 장군을 세상에 다시 없는 분이라 한네
旣稱節世無天子(기칭절세무천자) : 세상에 다시 없는 장군이라 하는데 천자는 없는 것인다
何不喚取守東都(하불환취수동도) : 어째서 다시 불러 동도를 지키게하지 않으시는가
고백행(古柏行)-두보(杜甫) 오래된 측백나무를 노래함-두보(杜甫)
孔明廟前有老柏(공명묘전유로백) : 제갈공명의 사당 앞에 오래된 측백나무
柯如靑銅根如石(가여청동근여석) : 가시는 청동같고 뿌리는 돌같구나
霜皮溜雨四十圍(상피류우사십위) : 서리 견딘 껍질에 흘러내린 물방울, 둘레는사십 아름이라
黛色參天二千尺(대색참천이천척) : 검푸른 잎새는 하늘로 이천 척이나 솟아있구나
君臣已與時際會(군신이여시제회) : 군신이 이미 시국에 따라 함께 모였으니
樹木猶爲人愛惜(수목유위인애석) : 사당 앞의 나무도 사람의 아낌을 받고 있구나
雲來氣椄巫峽長(운래기접무협장) : 구름 몰려오면 그 기운 길게 무협으로 이어지고
月出寒通雪山白(월출한통설산백) : 달 떠오르면 그 찬기운 설산의 흰 눈과 통하는구나
億昨路繞錦亭東(억작로요금정동) : 지난 날을 생각하노라, 길 따라 금정 동쪽을 도니
先主武侯同閟宮(선주무후동비궁) : 선주 유비와 무후 제갈공명이 같은 사당에 모셔있었다
崔嵬枝幹郊原古(최외지간교원고) : 나무 줄기는 크고 높았고 교외의 들판도 오래되어
窈窕丹靑戶牖空(요조단청호유공) : 단청은 으슥했으나 창문 안은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었다
落落盤踞雖得地(락락반거수득지) : 측백나무는 가지 늘어뜨리고 서리어 땅을 얻고 있으나
冥冥孤高多烈風(명명고고다열풍) : 어둑하도록 높이 자라 사나운 바람 많이 받는구나
扶持自是神明力(부지자시신명력) : 자신을 부지한 것은 곧 신명의 힘이요
正直元因造化功(정직원인조화공) : 바르고 곧게 자란 것은 조물주의 공덕일 것이다
大廈如傾要梁棟(대하여경요량동) : 만약 큰 집이 기울어져 대들보나 기둥감이 필요하여도
萬牛回首丘山重(만우회수구산중) : 나무가 산처럼 무거워 만 마리 소도 고개 돌려 외면할 것이다
不露文章世已驚(불로문장세이경) : 아름다운 무늬가 드러나지 않아도 세상사람들 이미 놀라
未辭剪伐誰能送(미사전벌수능송) : 베기를 거절하지 않아는다 해도 누가 능히 운반해 갈 수 있으리
苦心未免容螻蟻(고심미면용루의) : 개미에게 당하는 마음 속 괴로움 면하지 못하고
香葉終經宿鸞鳳(향엽종경숙란봉) : 향기로운 나무 잎새는 난새나 봉황새의 잠자리도 되었을 것이다
志士幽人莫怨嗟(지사유인막원차) : 뜻 있는 선비나 숨어사는 사람들은 원망하고 한탄하지 말아라
古來材大難爲用(고래재대난위용) : 예부터 인재가 크면 쓰이기가 어려웠노라
입주행(入奏行)-두보(杜甫) 천다께 상주하러 가는 노래-두보(杜甫)
竇侍御驥之子鳳之雛 (두시어기지자봉지추) : 두 시어사는 뛰어난 천리마나 봉황의 후예 같아
年未三十忠義俱(년미삼십충의구) : 나이 서른이 되지 않았는데도 충성과 의리를 갖추리라
骨鯁絶代無(골경절대무) : 강직하기는 세상에 다시 없고
炯如一段淸冰出萬壑(형여일단청빙출만학) : 번쩍이는 광채는 맑은 얼음이 골짜기에서 꺼내어
置在迎風寒露之玉壺(치재영풍한로지옥호) : 영풍관과 한로관의 옥 병에 넣어둔 것같으리라
蔗漿歸廚金盌凍(자장귀주금완동) : 사탕수수 음료를 부엌으로 가져가 금쟁반에 얼려
洗滌煩熱足以寧君軀(세척번열족이영군구) : 무더위를 씻으면 임금님의 몸을 편히 하리라
政用疎通合典則(정용소통합전칙) : 정치에 등용되면 일에 통달하여 법도에 부합되고
戚聯豪貴軆文儒(척련호귀체문유) : 핏줄은 호족과 귀족에 연결되고 유학을 몸에 익힌 선비라네
兵革未息人來蘇(병혁미식인래소) : 전쟁은 아직 거치지 않고 사람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니
天子亦念西南隅(천자역념서남우) : 천자께서도 서남 지방의 일을 걱정하신다
吐藩憑陵氣頗麤(토번빙릉기파추) : 토번족은 당나라를 업신여기고 기세도 다소 거칠어
竇氏檢察應時須(두씨검찰응시수) : 두시어가 그곳을 검찰하니 시국에 마땅하리라
運粮繩橋壯士喜(운량승교장사희) : 승교까지 식량을 운반하니 병사들은 기뻐하고
斬木火井窮猿呼(참목화정궁원호) : 화정 지방에 나무를 다 베어버리니 원숭이가 울부짓는다
八州刺史思一戰(팔주자사사일전) : 여덟 주의 자사들이 토번과 한번 싸움을 생각하니
三城守邊却可圖(삼성수변각가도) : 수비하는 세 성에서는 도리어 도모할 만하리라
此行入奏計未小(차행입주계미소) : 이번에 행차하여 천자에게 상주하는 일은 사소한 일이 아니니
密奉聖旨恩應殊(밀봉성지은응수) : 천자의 뜻을 은밀히 받드니 그 은혜는 각별하리라
繡衣春當霄漢立(수의춘당소한립) : 봄에 수 놓은 어사 복장하고 밤에 은하수 앞에 서리니
綵服日向庭闈趨(채복일향정위추) : 낮에는 채색 옷 입고 부모님 계신 집을 분주히 다니리라
省郞京尹必俯拾(성랑경윤필부습) : 성낭이나 경윤의 자리는 그냥 줍듯이 얻어
江花未落還成都(강화미락환성도) : 강가의 꽃이 다 지기 전에 성도로 돌아오리라
肯訪浣花老翁無(긍방완화로옹무) : 돌아오면 완화계의 이 늙은이를 기꺼니 찾아 줄 것이나
爲君酤酒滿眼酤(위군고주만안고) : 그대 위해 술을 사서 계명주가 눈에 가득할 것이며
與奴白飯馬靑蒭(여노백반마청추) : 하인에게는 흰 쌀밥을 주고 말에게는 싱싱한 푸른 꼴을 먹여 주리라
북정(北征)-두보(杜甫) 북정-두보(杜甫)
皇帝二載秋(황제이재추) : 황제 제위 2년 되는 가을
閏八月初吉(윤팔월초길) : 윤 팔월 초하룻날 좋은 날씨
杜子將北征(두자장북정) : 나 두보는 북으로 나아가
蒼茫問家室(창망문가실) : 멀리 가족을 찾아보련다
維時遭艱虞(유시조간우) : 아아, 어려운 시기를 당하여
朝野少假日(조야소가일) : 조정과 민간에 한가한 날 드물다
顧慙恩私被(고참은사피) : 돌아보건데 부끄럽게도 나만 은총 입어
詔許歸蓬蓽(조허귀봉필) : 집에 돌아가는 것 허락받았다
拜辭詣闕下(배사예궐하) : 대궐 아래 나아가 하직 여쭙고
怵惕久未出(출척구미출) : 떨리는 마음에 오래도록 나오지 못했네
雖乏諫諍資(수핍간쟁자) : 내 비록 간쟁의 자질 모자라지만
恐君有遺失(공군유유실) : 황제께 잘못 있으실까 두렵기만 하구나
君誠中興主(군성중흥주) : 황제께서는 참으로 중흥의 임금님
經緯固密勿(경위고밀물) : 나라 일에 진실로 애를 쓰셨다네
東胡反未已(동호반미이) : 동쪽 오랑캐 반란이 그치지 아니하니
臣甫憤所切(신보분소절) : 나 두보는 이것이 심히 분통스럽다
揮涕戀行在(휘체련행재) : 눈물 뿌리며 행재를 그리니
道途猶恍惚(도도유황홀) : 가는 길이 오히려 어질어질하도다
乾坤合瘡痍(건곤합창이) : 하늘과 땅이 모두 상처투성
憂虞何時畢(우우하시필) : 근심 걱정은 언제 끝날 것인가
靡靡踰阡陌(미미유천맥) : 느릿느릿 논과 밭 넘어가니
人煙眇蕭瑟(인연묘소슬) : 연기 오르는 집은 드물어 쓸쓸하도다
所遇多被傷(소우다피상) : 만나는 사람은 부상당한 사람이 대부분이고
呻吟更流血(신음갱유혈) : 신음하면서 또한 피를 흘리는구나
回首鳳翔縣(회수봉상현) : 고개를 봉상현으로 돌리니
旌旗晩明滅(정기만명멸) : 깃발들은 저녁 빛에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구나
前登寒山重(전등한산중) : 앞으로 차가운 산을 거푸 오르니
屢得飮馬窟(누득음마굴) : 말에 물먹일 동굴도 여러 곳 만났다
邠郊入地底(빈교입지저) : 빈주의 성밖은 움푹 꺼져있고
涇水中蕩潏(경수중탕휼) : 경수의 물줄기는 그 속에서 세치게 흐른다
猛虎立我前(맹호립아전) : 사나운 범이 내 앞에 서서
蒼崖哮時裂(창애효시렬) : 울부짖으니 절벽이 갈라지는 듯하다
菊垂今秋花(국수금추화) : 국화는 이제 가을 꽃으로 피어있고
石戴古車轍(석대고거철) : 바위에는 옛날 수레자국 나있구나
靑雲動高興(청운동고흥) : 푸른 하늘 구름에 높은 흥취 일고
幽事亦可悅(유사역가열) : 골짜기의 일들이 즐거워할 만하도다
山果多瑣細(산과다쇄세) : 산의 열매는 하찮은 것이 많지만
羅生雜椽栗(나생잡연률) : 늘어선 온갖 도토리와 밤이 많기도 하다
或紅如丹砂(혹홍여단사) : 단사처럼 발간 것도 있고
或黑如點漆(혹흑여점칠) : 옷칠처럼 까만 것도 있구나
雨露之所濡(우로지소유) : 그것은 비와 이슬에 젖은 것
甘苦齊結實(감고제결실) : 달게도 익었고 쓰게도 익었도다
緬思桃源內(면사도원내) : 멀리 복사꽃 피는 고을을 생각하니
益歎身世拙(익탄신세졸) : 더욱 한탄스럽다, 어설픈 내 처신이
陂陀望鄜畤(피타망부치) : 높고 낮은 부주의 산들
巖谷互出沒(암곡호출몰) : 바위와 골짜기는 나타났다 사라졌다 아득하구나
我行已水濱(아행이수빈) : 나는 이미 강가를 걷고있지만
我僕猶木末(아복유목말) : 내 종은 아직 나무끝에 가려져 있구나
鴟鳥鳴黃桑(치조명황상) : 올빼미는 누런 뽕나무에서 울고
野鼠拱亂穴(야서공난혈) : 들쥐는 어지러운 구멍에서 인사한다
夜深經戰場(야심경전장) : 밤이 깊어 전쟁터를 지나가니
寒月照白骨(한월조백골) : 차가운 달이 백골을 비추는구나
潼關百萬師(동관백만사) : 동관 지키던 백만 대군들
往者散何卒(왕자산하졸) : 지난번에 흩어져 달아남이 어찌 그렇게도 빨랐는가
遂令半秦民(수령반진민) : 마침내 진나라 백성의 절반을
殘害爲異物(잔해위이물) : 죽여서 저승의 귀신을 만들었구나
況我墜胡塵(황아추호진) : 더구나 나는 오랑캐의 티끌에 떨어졌다가
及歸盡華髮(급귀진화발) : 돌아와 보니 모두가 머리가 희끗희끗해졌구나
經年至茅屋(경년지모옥) : 해를 넘겨 내 초가집에 이르니
妻子衣百結(처자의백결) : 아내와 자식의 옷은 누더기로구나
慟哭松聲廻(통곡송성회) : 통곡의 소리는 솔바람에 감돌고
悲泉共幽咽(비천공유열) : 슬픔은 샘물과 함께 목이 메어운다
平生所嬌兒(평생소교아) : 평소에 귀여움 받던 사내아이
顔色白勝雪(안색백승설) : 얼굴빛 흰 것이 눈보다 더하다
見耶背面啼(견야배면제) : 아빠를 보자 돌아서서 우는데
垢膩脚不襪(구니각불말) : 때 묻은 발에는 버선도 신지 않았구나
牀前兩少女(상전양소녀) : 침상 앞의 두 계집아이
補綻才過膝(보탄재과슬) : 기운 옷이 터져 겨우 무릎을 가기는구나
海圖柝波濤(해도탁파도) : 바다 그림에는 물결이 동강나 있으니
舊繡移曲折(구수이곡절) : 옛날에 놓은 수가 굽게 꺾여 옮겨진 까닭이라네
天吳及紫鳳(천오급자봉) : 천오와 보랏빛 봉황새
顚倒在裋褐(전도재수갈) : 짧은 저고리 위에 거꾸로 서있도다
老夫情懷惡(노부정회오) : 노부는 속이 어짢아
嘔泄臥數日(구설와수일) : 토하고 싸면서 며칠이나 몸져눕는다
那無囊中帛(나무낭중백) : 어찌 자루 속에 비단이 없어
救汝寒凜慄(구여한늠률) : 너희들 추위를 막아 주지 못할까
粉黛亦解苞(분대역해포) : 분과 눈썹먹도 보퉁이에서 나오고
衾裯稍羅列(금주초나열) : 요와 이불도 슬쩍 펼쳐진다
瘦妻面復光(수처면부광) : 수척한 아내 얼굴에 다시 빛이 돌고
癡女頭自櫛(치녀두자즐) : 어리숙한 계집아이는 머리를 혼자 빗는다
學母無不爲(학모무불위) : 어미를 본받아 못하는 짓이 없어
曉粧隨手抹(효장수수말) : 아침 화장에 마구 찍어 바르는구나
移時施朱鉛(이시시주연) : 잠시동안 분 바르고 곤지 찍었으니
狼藉畵眉闊(낭자화미활) : 요란도 하구나, 널따란 눈썹 그린 것이
生還對童稚(생환대동치) : 살아와서 어린 것들을 대하니
似欲忘飢渴(사욕망기갈) : 배고픔가 목마름을 거의 잊어버리고 싶다
問事競挽鬚(문사경만수) : 지난 일을 물으며 다투어 수염을 당기지만
誰能卽嗔喝(수능즉진갈) : 누가 곧 화내고 호통을 칠 수 있겠는가
翻思在賊愁(번사재적수) : 문득 적에게 잡혀서 있던 때를 생각하니
甘受雜亂聒(감수잡란괄) : 복잡하고 시끄러움도 달게 받아들여지는구나
新歸且慰意(신귀차위의) : 새로 돌아온 일만도 위로가되는데
生理焉能說(생리언능설) : 생활의 법도 같은 것을 어찌 마마 말할 수 있겠는가
至尊尙蒙塵(지존상몽진) : 황제께서는 아직도 피난살이
幾日休練卒(기일휴련졸) : 어느 날에나 전쟁이 끝날 것인가
仰觀天色改(앙관천색개) : 우르러 하늘을 보니, 하늘빛이 변하여
坐覺妖氛豁(좌각요분활) : 요사한 기운 점차 사라지는 것을 앉아서 느끼노라
陰風西北來(음풍서북래) : 스산한 바람 서북쪽에서 불어오니
慘憺隨回紇(참담수회흘) : 따르는 회흘의 군사들이 참담하구나
其王願助順(기왕원조순) : 그 임금은 우리를 돕고싶다 하며
其俗善馳突(기속선치돌) : 그 습속은 내달리는 일에 뛰어나다고 하는구나
送兵五千人(송병오천인) : 보내 준 병사는 오천 명
驅馬一萬匹(구마일만필) : 거기에다 군마는 일만 필이로다
此輩少爲貴(차배소위귀) : 이 무리들은 젋은이를 귀히 여기니
四方服勇決(사방복용결) : 세상에서 용감하고 과감한 행동에 탄복한다
所用皆鷹騰(소용개응등) : 싸움에 쓰여서는 다 솔개가 하늘을 나는 듯하고
破敵過箭疾(파적과전질) : 적을 무찌름이 화살보다 빠르도다
聖心頗虛佇(성심파허저) : 황제께서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시지만
時議氣欲奪(시의기욕탈) : 당시의 의논으로는 그 기세가 탈환할 것 같았다
伊洛指掌收(이락지장수) : 이수와 낙수는 쉽사리 들어올 것이고
西京不足拔(서경부족발) : 서경은 공격할 것도 없다
官軍請深入(관군청심입) : 우리 군사도 제발 깊이 들어가
蓄銳可俱發(축예가구발) : 정예를 모아서 함께 떠났으면 좋겠도다
此擧開靑徐(차거개청서) : 이 싸움으로 청주와 서주를 열고
旋瞻略恆碣(선첨략긍갈) : 다시 항산과 갈석산을 겨냥해야한다
昊天積霜露(호천적상로) : 하늘에는 서리와 이슬 내리니
正氣有肅殺(정기유숙살) : 정기에 엄숙한 살기가 있도다
禍轉亡胡歲(화전망호세) : 재앙을 극복하고 오랑캐를 쳐부수고
勢成擒胡月(세성금호월) : 이 기세로 오랑캐를 사로잡으리라
胡命其能久(호명기능구) : 오랑캐의 운명이 오래 갈 수 있을까
皇綱未宜絶(황강미의절) : 황제의 법통은 끊이지 아니하리라
憶昔狼狽初(억석낭패초) : 지난 낭패하던 그 때를 생각하면
事與古先別(사여고선별) : 옛날에 없던 일이 생겼도다
姦臣竟菹醢(간신경저해) : 간신은 끝내 소금에 절여졌고
同惡隨蕩析(동악수탕석) : 그 악당도 따라서 소탕되고 꺾여졌도다
不聞夏殷衰(불문하은쇠) : 들어보지 못했네, 하나라와 은나라가 망함에
中自誅妺妲(중자주말달) : 그 중에 말희와 달기를 스스로 베었다는 말을
周漢獲再興(주한획재흥) : 주나라와 한나라가 다시 일어선 것은
宣光果明哲(선광과명철) : 선왕과 광무제가 명철했기 때문이라네
桓桓陳將軍(환환진장군) : 훌륭하도다, 진장군이시여
仗鉞奮忠烈(장월분충렬) : 군사를 이끌고 충성을 다했도다
微爾人盡非(미이인진비) : 그대 아니면 사람들은 다 죽었고
于今國猶活(우금국유활) : 그대 때문에 지금까지 나라는 살았도다
凄凉大同殿(처량대동전) : 처량한 대동전
寂寞白獸闥(적막백수달) : 적막한 백수문
都人望翠華(도인망취화) : 도성의 백성들이 비취 깃발 바라니
佳氣向金闕(가기향금궐) : 상서로운 기운은 황금 대궐 향하는구나
園陵固有神(원릉고유신) : 능묘에는 진실로 귀신이 있으니
掃灑數不缺(소쇄수불결) : 쓸고 닦는 예법 자주 거르지 말아라
煌煌太宗業(황황태종업) : 빛나도다, 태종의 업적이여
탄정전감국화(歎庭前甘菊花)-두보(杜甫)뜰 앞의 감국화를 탄식하다-두보(杜甫)
簷前甘菊花移時晩(첨전감국화이시만) : 처마 앞 감국화 옮길 때 늦고
靑蘂重陽不堪摘(청예중양불감적) : 푸른 꽃술은 중양절에도 꺾지못하네
明日蕭條盡醉醒(명일소조진취성) : 내일 아침 찬 날씨에 술에서 깨어나면
殘花爛漫開何益(잔화난만개하익) : 남은 꽃 가득 피어난들 무슨 소용있으fi
籬邊野外多衆芳(이변야외다중방) : 들 밖 울타리 가에 온 갖 꽃 향기롭도다
念玆空長大枝葉(염자공장대지엽) : 이 감국화는 큰 가지에 잎만 무성하여
結根失所纏風霜(결근실소전풍상) : 뿌리 내릴 곳 없어 풍상에 얽혀있으리
도죽장인(桃竹杖引)-두보(杜甫) 도죽 지팡이를 노래함-두보(杜甫)
江心蟠石生桃竹(강심반석생도죽) : 강 가운데 서린 돌에 도죽이 자라
蒼波噴浸尺度足(창파분침척도족) : 푸른 물결이 물뿜고 적시어 크기도 적당하자
斬根削皮如紫玉(참근삭피여자옥) : 뿌리잘라 껍질 벗기니 속 줄이 자색 옥빛
江妃水仙惜不得(강비수선석불득) : 강물의 여신인 수선이 아까워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梓潼使君開一束(재동사군개일속) : 재주의 자사가 그대를 시켜 한 묶음 풀어 놓으니
滿堂賓客皆嘆息(만당빈객개탄식) : 대청 가득한 손님들 개 탄식한다
憐我老病贈兩莖(련아로병증량경) : 내가 늙고 병들었음을 불쌍히 여겨 두 개를 주었으니
出入爪甲鏗有聲(출입조갑갱유성) : 출입에 발톱에 쇳리가 나는구나
老夫復欲東南征(로부부욕동남정) : 나 늙은 몸 동남쪽으로 다시 여행할려고 하노니
乘濤鼓枻白帝城(승도고설백제성) : 물결 타고 노 저어서 백제성을 지나리라
路幽必爲鬼神奪(로유필위귀신탈) : 길이 으슥하니 귀신들이 빼앗게 될 것이요
杖劒或與蛟龍爭(장검혹여교룡쟁) : 칼을 잡고 교룡과 싸워야할지 모른다네
重爲告曰杖兮杖兮(중위고왈장혜장혜) : 거듭 고하노니, 지팡이여 지팡이여
爾之生也甚正直(이지생야심정직) : 너의 삶이야 매우 정식하니
愼勿見水踊躍學變化爲龍(신물견수용약학변화위룡) : 조심하여 물을 보고 뛰어올라 변화를 배워 용이 되지 말게나
使我不得爾之扶持(변화위룡사아불득이지부지) : 내가 너의 부축을 받지 못하게 하면
滅迹於君山湖上之靑峯(멸적어군산호상지청봉) : 군산 동정호의 푸른 봉우리에 실종될 것이니라
噫風塵鴻洞兮豺虎咬人(희풍진홍동혜시호교인) : 아, 바람에 날리는 먼지 가득함이여 승냥이와 호랑이가 사람을 무는구나
금석행(今夕行)-두보(杜甫) 오늘 저녁의 노래-두보(杜甫)
今夕何夕歲云徂(금석하석세운조) : 오늘 저녁은 어떤 저녁인가, 한 해가 가는 날이네
更長燭明不可孤(갱장촉명불가고) : 밤은 길고 촛불은 밝으니 혼자 지낼 수야 없다네
咸陽客舍一事無(함양객사일사무) : 함양 객사에는 할 일도 하나 없고
相與博塞爲歡娛(상여박새위환오) : 서로 모여 투전하며 즐겁게 논다네
憑陵大叫呼五白(빙릉대규호오백) : 남을 이기려 크게 소리질러 오백을 부르며
袒跣不肯成梟盧(단선불긍성효로) : 옷을 벋고 맨발로 해보아도 성이나 효는 이루어지지 않는구나
英雄有時亦如此(영웅유시역여차) : 영웅도 때로로 또한 이와 같으리니
邂逅豈卽非良圖(해후기즉비량도) : 우연히 만났으니 어찌 좋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君莫笑劉毅從來布衣願(군막소류의종래포의원) : 그대는 벼슬하지 못한 때의 유의의 소원을 비웃지 말라
家無儋石輸百萬(가무담석수백만) : 집에는 몇 섬의 곡식도 없으면서 백만 섬을 투전에 걸었다네
막상의행(莫相疑行)-두보(杜甫) 의심하지 말게나-두보(杜甫)
男兒生無所成頭皓白(남아생무소성두호백) : 남아가 살아서 머리가 희어짐이 없었는데
牙齒欲落眞可惜(아치욕락진가석) : 치아가 빠질려하니 정말 어찌 애석하지 않으리
憶獻三賦蓬萊宮(억헌삼부봉래궁) : 내가 지은 <세부>를 봉래궁에 바친 것을 생각하니
自怪一日聲輝赫(자괴일일성휘혁) : 하루 아침에 이름이 당당해졌음을 이상히 여겼다네
集賢學士如堵墻(집현학사여도장) : 집현전 학사들이 담장처럼 둘러 앉아서
觀我落筆中書堂(관아락필중서당) : 내가 중서당에서 글짓는 것 바라보았다네
往時文彩動人主(왕시문채동인주) : 지난 시절 내 글의 문체는 임금을 움직였는데
今日飢寒趨路傍(금일기한추로방) : 오늘날은 주리고 궁하여 길가로 쫓겨다닌다네
晩將末契托年少(만장말계탁년소) : 만년에 말석이라도 젊은 그대에게 의탁하려했으나
當面輸心背面笑(당면수심배면소) : 얼굴을 대해서는 마음을 주다가 안보면 비웃네
寄謝悠悠世上兒(기사유유세상아) :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니
不爭好惡莫相疑(불쟁호오막상의) : 좋고 싫음을 다투지 않으니 의심하지 말게나
거의행(去矣行)-두보(杜甫) 떠나가며 노래함-두보(杜甫)
君不見韝上鷹(군불견구상응)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사냥꾼의 토시에 앉은 매
一飽卽飛掣(일포즉비체) : 한 번 배불리 먹으면 높이 날아오르는 것을
焉能作堂上燕(언능작당상연) : 어찌 대청 위의 제비가 될 수 있겠는가
銜泥付炎熱 (함니부염열) : 진흙을 물고 날아와 권세가의 집에 붙어살겠는가
野人曠蕩無靦顔(야인광탕무전안) : 야인은 마음이 넓고 호탕하여 염치없는 얼굴 못하니
豈可久在王侯間(기가구재왕후간) : 어찌 오래도록 왕후들 사이에 있을 수 있겠는가
未試囊中湌玉法(미시낭중찬옥법) : 신선되려 주머니 속 옥 먹는 법을 아직 시험해보지 않았지만
明朝且入藍田山(명조차입남전산) : 내일 아침에는 옥 명산지인 남전산으로 들어가려네
핍측행(偪側行)-두보(杜甫) 나를 죄어오네-두보(杜甫)
偪側何偪側(핍측하핍측) : 궁박하네, 어찌 아다지도 궁박한지
我居巷南子巷北(아거항남자항북) : 나믐 골목 남쪽에 살고 그대는 북쪽에 산다네
可憐隣里間(가련린리간) : 가련구나, 이웃 동리에 살면서
十日一不見顔色(십일일불견안색) : 열흘에 얼굴 한 번도 못보는구나
自從官馬送還官(자종관마송환관) : 내 말을 관마로 보낸 뒤부터
行路難行澁如棘(행로난행삽여극) : 길 다니기 가시밭 가기처럼 어렵고
我貧無乘非無足(아빈무승비무족) : 나가 가난하녀 탈 것이 없지만 발이 없는 것은 아니라네
昔者相過今不得(석자상과금불득) : 옛날엔 서로 찾아다녔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니
實不是愛微軀(실불시애미구) : 사실 미천한 이 몸 아껴서가 아니라네
又非關足無力(우비관족무력) : 또 다리에 힘이 없어서가 아니고
徒步翻愁官長怒(도보번수관장노) : 다만 걸어자니다가 관청의 나리들에게 걱정 끼칠까 염려되네
此心炯炯君應識(차심형형군응식) : 이 내 마음을 분명하니 그대는 응당 알 것이네
曉來急雨春風顚(효래급우춘풍전) : 새벽에 갑자기 비내리고 봄바람 어지러웠지만
睡美不聞鍾鼓傳(수미불문종고전) : 잠 푹 들어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와 북소리 듣지 못했네
東家蹇驢許借我(동가건려허차아) : 동쪽집에서 절름발이 노새 내게 빌려주었으나
泥滑不敢騎朝天(니활불감기조천) : 진흙판이 미끄러워 감히 조정에 타고 갈 수 없다네
已令請急會通籍(이령청급회통적) : 이미 임시 휴가를 신청하게 하여 허가서를 받았지만
男兒性命絶可憐(남아성명절가련) : 사나이의 한 목숨이 정말로 가련하구나
焉能終日心拳拳(언능종일심권권) : 어찌 종일토록 마음 따분하게 지내리오
憶君誦詩神凜然(억군송시신름연) : 그대를 생각하며 시를 읊으니 정신이 늠름해진다
辛夷始花亦已落(신이시화역이락) : 목련꽃 처음 꽃피었다가 이미 또 꽃잎 떨어지는데
況我與子非壯年(황아여자비장년) : 하물며 나와 자네는 장년이 아닌가
街頭酒價常苦貴(가두주가상고귀) : 시가의 술값은 늘 너무 비싸
方外酒徒稀醉眠(방외주도희취면) : 세상 밖 술꾼 취하여 잠들기 쉽지않구나
速宜相就飮一斗(속의상취음일두) : 속히 서로 만나 술 한 말 마셔야지
恰有三百靑銅錢(흡유삼백청동전) : 마침 내게는 삼백 청동 동전이 있다네
총마행(驄馬行)-두보(杜甫) 총마를 노래함-두보(杜甫)
鄧公馬癖人共知(등공마벽인공지) : 등공이 말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모두다 아는데
初得花驄大宛種(초득화총대완종) : 대완 산의 화총을 처음으로 구하셨다
夙昔傳聞思一見(숙석전문사일견) : 옛 날에 전해듣고 한 번 보고 싶어
牽來左右神皆竦(견래좌우신개송) : 좌우로 끌고오자 정신이 다 아찔하였다네
雄姿逸態何崷崒(웅자일태하추줄) : 웅건한 자세와 빼어난 태도가 어찌 이렇게도 높고 험한지
顧影驕嘶自矜寵(고영교시자긍총) : 그림자 돌아보고 교만하게 울며 스스로 사랑 받음을 자랑한다
隅目靑熒夾鏡懸(우목청형래경현) : 각진 눈빛 푸르게 빛나 거울을 끼워 매달아 놓은 것 같아
肉騣碨礧連錢動(육종외뢰련전동) : 근육 같은 말갈기 울퉁불퉁, 얼룩진 털무늬는 연결된 동전 움직이는 듯 하구나
朝來少試華軒下(조래소시화헌하) : 아침에 화려한 수레 내리는 것 조금 실험해보니
未覺千金滿高價(미각천금만고가) : 천금이 비싼 가격임을 깨닫지 못하겠네
赤汗微生白雪毛(적한미생백설모) : 붉은 땀이 백설 같은 털에서 조금 나오는데
銀鞍却覆香羅帕(은안각복향나파) : 은 안장에는 향기 나는 비단 수건이 덮여있도다
卿家舊物公能取(경가구물공능취) : 양경 집안의 오래된 것을 이공이 갖게 되었으니
天廐眞龍此其亞(천구진룡차기아) : 이것은 천자 마굿간의 용마와 버금가는 말이로다
晝洗須騰涇渭深(주세수등경위심) : 낮에는 모름지기 위수와 경수 깊은 물을 뛰어넘고
夕趨可刷幽幷夜(석추가쇄유병야) : 저녁에는 달려 유주와 병주의 밤에 탈을 솔질하리라
吾聞良驥老始成(오문량기로시성) : 듣건대, 천리마란 늙어야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此馬數年人更驚(차마수년인갱경) : 이 말은 몇 년 사이에 사람을 더욱 놀라게 하였다
豈有四蹄疾於鳥(기유사제질어조) : 어찌 있겠는가, 네 말발굽이 새보다 빠른데도
不與八駿俱先鳴(불여팔준구선명) : 팔 준마와 같이 먼저 울며 달려들지 않겠는가
時俗造次那得致(시속조차나득치) : 세상에서 갑자기 어찌 생겨날 수 있겠는가
雲霧晦冥方降精(운무회명방강정) : 어둑한 구름과 안개에서 이제 막 정기가 내려온다
近聞下詔喧都邑(근문하조훤도읍) : 요즈음 듣건데, 좋은 말 구하는 조서를 내려 도읍이 떠들썩한데
肯使麒麟地上行(긍사기린지상행) : 기린마를 그냥 땅에 다니게 내버려두려 하겠는가
이호현장인호마행(李鄠縣丈人胡馬行)-두보(杜甫) 호현 고을의 이노인의 호마를 노래함-두보(杜甫)
丈人駿馬名胡騮(장인준마명호류) : 노인은 준마를 호류라고 이름지었네
前年避胡過金牛(전년피호과금우) : 지난 해 오랑캐를 피하여 금우 지방을 지났다
廻鞭却走見天子(회편각주현천자) : 말머리를 돌려 되돌아가다가 천자를 알현하고
朝飮漢水暮靈州(조음한수모령주) : 아침에 한수를 마시고 저녁에 영주에 와서
自矜胡騮奇絶代(자긍호류기절대) : 스스로 호류를 자랑하기를 시대에 다시 없을 만큼 뛰어나다네
乘出千人萬人愛(승출천인만인애) : 타고 나서면 천만 인이 모두 좋아한다니
一聞說盡急難材(일문설진급난재) : 설명을 듣고나니, 위급을 구해 줄 좋은 자질이구나
轉益愁向駑駘輩(전익수향노태배) : 더욱 더 근심스럽게 둔한 말들을 바라보게 되나니
頭上銳耳批秋竹(두상예이비추죽) : 머리 위의 날카로운 귀는 가을 대나무를 깎아 놓은듯
脚下高蹄削寒玉(각하고제삭한옥) : 다리 아래 높은 발굽은 옥을 깎아 놓은 듯하구나
始知神龍別有種(시지신룡별유종) : 신룡에는 특별한 종자가 있음을 비로소 알았으니
不比俗馬空多肉(불비속마공다육) : 저속한 말들이 공연히 살찐 것과 비교되지 않는구나
洛陽大道時再淸(락양대도시재청) : 서울 낙양의 큰 길, 시국이 다시 맑아져
累日喜得俱東行(루일희득구동행) : 여러 날 만에 기뻐하며 함께 동쪽으로 왔다네
鳳臆龍鬐未易識(봉억룡기미이식) : 봉황새 가슴과 용의 수염을 쉽게 알아보지 못했지만
側身注目長風生(측신주목장풍생) : 몸 기울여 자세히 살피니 긴 바람같은 기운이 이는구나
고도호총마행(高都護驄馬行)-두보(杜甫) 도호 고선지 장군의 말인 총마를 노래함-두보(杜甫)
安西都護胡靑驄(안서도호호청총) : 안서 도호 장군의 서호의 총마는
聲價欻然來向東(성가훌연래향동) : 높은 명성 지닌 채 갑자기 와서 동쪽으로 향하네
此馬臨陣久無敵(차마림진구무적) : 이 말은 싸움에서 오랫동안 적수가 없어
與人一心成大功(여인일심성대공) : 사람과 한 마음으로 큰 공적을 이루었다네
功成惠養隨所致(공성혜양수소치) : 공을 이루자 은혜롭게 길러져 가는대로 두었으니
飄飄遠自流沙至(표표원자류사지) : 이 말은 원래 날리듯 달려서 멀리 사막지방에 왔다네
雄姿未受伏櫪恩(웅자미수복력은) : 웅혼한 자태는 마판에서 편히 길러지는 것 바라지 않고
猛氣猶思戰場利(맹기유사전장리) : 날랜 기운은 여전히 전장에서 유익함을 생각하게 하네
腕促蹄高如踣鐵(완촉제고여북철) : 관절이 짧고 발굽이 높아 쇠덩어리 뉘어놓은 것 같아
交河幾蹴層冰裂(교하기축충빙렬) : 교하지방을 몇 번이나 차고 다려 얼음을 갈라놓았을까
五色散作雲滿身(오색산작운만신) : 오색 갈기 흩어져 구름이 몸에 가득한 듯 하고
萬里方看汗流血(만리방간한류혈) : 만리를 달려야 핏빛 땀이 흐르는 것 보인다
長安壯兒不敢騎(장안장아불감기) : 서울 장안 장자들도 감히 타지 못하나니
走過掣電傾城知(주과체전경성지) : 번개치듯 달려는 것을 성안 사람들 모두 알기 때문이네
靑絲絡頭爲君老(청사락두위군로) : 푸른 실로 갈기털 묶고 주인을 위해 늙어가려니
何由却出橫門道(하유각출횡문도) : 어찌하면 다시 서울 장안 횡문을 지나 전장으로 갈까
취가행(醉歌行)-두보(杜甫) 술에 취하여 부른 노래-두보(杜甫)
陸機二十作文賦(륙기이십작문부) : 진나라 육기는 나이 스물에 문부를 지었지만
汝更小年能綴文(여갱소년능철문) : 너는 더욱 젋은 나이에 글을 지을 수 있었다
總角草書又神速(총각초서우신속) : 총각인데도 초서를 썼을 뿐아니라 빨리도 썼서
世上兒子徒紛紛(세상아자도분분) : 세상 아이들은 공연히 많아 분분하기만 했다
驊騮作駒已汗血(화류작구이한혈) : 명마 화류가 새끼를 낳자 이미 피땀을 흘리고
鷙鳥擧翮連靑雲(지조거핵련청운) : 사나운 새가 날개죽지를 들어올려 푸른 하늘의 구름을 나는 듯 하였다
詞源倒流三峽水(사원도류삼협수) : 네 문장의 원천은 삼협의 물을 거꾸로 흐르게 함과 같고
筆陣獨掃千人軍(필진독소천인군) : 붓의 기세는 천 명의 군사를 혼자서 쓸어내는 것 같았다
只今年纔十六七(지금년재십륙칠) : 지금 네 나이는 불과 십육칠세
射策君門期第一(사책군문기제일) : 임금님 앞에서 사책 과거를 보아 일등을 기약했었다
舊穿楊葉眞自知(구천양엽진자지) : 옛사람 활 쏘아 버들잎을 맞춘 것 같이 자신을 잘 알고있으니
暫蹶霜蹄未爲失(잠궐상제미위실) : 잠시 서리에 미끄러진 말은 아직 실족한 것이 아니듯이
偶然擢秀非難取(우연탁수비난취) : 우연히 길게 자라나는 기회는 가지기 어렵지 않나니
會是排風有毛質(회시배풍유모질) : 마침 바람을 밀치는 거친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汝身已見唾成珠(여신이견타성주) : 너 자신은 침을 뱉으면 구슬이 되는 사람으로 알려졌으니
汝伯何由髮如漆(여백하유발여칠) : 너의 삼촌인 나 두보는 어이해야 머리털이 옻처럼 검어질까
春光淡沲秦東亭(춘광담타진동정) : 장안 동쪽 역 누대에 봄빛이 출렁이고
渚蒲牙白水荇靑(저포아백수행청) : 물가의 창포는 치아처럼 희고 마름풀은 푸르다
風吹客衣日杲杲(풍취객의일고고) : 햇살은 밝은데 바람은 나그네 옷에 불어들고
樹攪離思花冥冥(수교리사화명명) : 꽃빛은 어둑한데 나무는 이별의 심사를 어지럽힌다
酒盡沙頭雙玉甁(주진사두쌍옥병) : 모랫벌에서 두 옥 병의 술이 다 하니
衆賓已醉我獨醒(중빈이취아독성) : 여러 손님들은 이미 취했으나 나 혼자 깨어있도다
乃知貧賤別更苦(내지빈천별갱고) : 가난한 사람의 이별이 더욱 아픈 줄을 이제야 알고
呑聲躑躅涕泣零(탄성척촉체읍령) : 울음을 삼키며 머뭇거리니 눈물이 흘러내린다
천육표기가(天育驃騎歌)-두보(杜甫) 천육의 날랜 말을 노래하다-두보(杜甫)
吾聞天子之馬走千里(오문천자지마주천리) : 내가 듣건데, 천자의 말은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데
今之畵圖無乃是(금지화도무내시) : 지금의 이 그림이 바로 그렇지 않은가
是何意態雄且傑(시하의태웅차걸) : 이것이 얼마나 자태가 웅장하고 걸출해 보이는가
駿尾蕭梢朔風起(준미소초삭풍기) : 준마의 꼬리에슨 쓸쓸한 나뭇가지에 북풍이 일고
毛爲綠縹兩耳黃(모위록표량이황) : 털빛은 녹옥색, 두 귀는 노랗구나
眼有紫焰雙瞳方(안유자염쌍동방) : 눈에는 자주빛 화염이 일고 두 눈동자는 각지는구나
矯矯龍性合變化(교교룡성합변화) : 교교한 용과 같은 성질은 변화에 적합하고
卓立天骨森開張(탁립천골삼개장) : 우뚝선 뼈대는 삼엄하게 뻗어있구나
伊昔太僕張景順(이석태복장경순) : 옛날 태복 장경순이
考牧攻駒閱淸峻(고목공구열청준) : 기르고 길들이어 맑고 건장한 말을 알아보고
遂令大奴字天育(수령대노자천육) : 나침내 대노로 하여금 천육을 지키게 하였다네
別養驥子憐神俊(별양기자련신준) : 신통하고 빼어난 점을 좋아해 건장한 놈을 별도로 기르게 하였다
當時四十萬匹馬(당시사십만필마) : 당시에 사십 만 마리 말이 있었는데
張公嘆其才盡下(장공탄기재진하) : 장경순은 그 재질이 모두가 하급인 것을 탄식하였다네
故獨寫眞傳世人(고독사진전세인) : 그러므로 다만 실물을 그려서 세상에 전하게 한 것인데
見之座右久更新(견지좌우구갱신) : 좌우에 두고 보니 오래될수록 더욱 새로워지네
年多物化空形影(년다물화공형영) : 여러 해 지난 물건들은 변하여 공연히 형태만 있으니
嗚呼健步無由騁(오호건보무유빙) : 아, 굳센 발걸음으로 다리게 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如今豈無騕褭與驊騮(여금기무요뇨여화류) : 지금은 어찌 요노와 화류 같은 명마는 없는 것인가
時無王良伯樂死卽休(시무왕량백락사즉휴) : 이 시대에는 왕량과 백락이 없기에 그대로 죽어갈 뿐이라네
이조팔분소전가(李潮八分小篆歌)-두보(杜甫) 이조의 팔분소전을 노래하다-두보(杜甫)
蒼頡鳥跡旣茫昧(창힐조적기망매) : 창힐의 새 발자국 글자 이미 망연하여 모르게 되어
字體變化如浮雲(자체변화여부운) : 자체의 변화는 뜬 구름 같아졌구나
陳倉石鼓又已訛(진창석고우이와) : 진차의 석고체 또한 이미 와전되어서
大小二篆生八分(대소이전생팔분) : 다전과 소전이 팔분서를 낳게 했네
秦有李斯漢蔡邕(진유리사한채옹) : 진나라에는 이사가 있었고 한나라에는 채옹이 있었지만
中間作者寂不聞(중간작자적불문) : 그 중간의 작자는 적막하여 아무도 전하지 않았네
嶧山之碑野火焚(역산지비야화분) : 진시황의 역산의 비석도 들불에 다 타버리니
棗木傳刻肥失眞(조목전각비실진) : 대추나무에 옮겨 새겨 전하나 자획이 굵어져 진품과 다르다네
苦縣光和尙骨立(고현광화상골립) : 고현에는 한나라 때 세운 노자비가 아직 우뚝 서있지만
書貴瘦硬方通神(서귀수경방통신) : 글씨는 여위고 굳어야만 신통하다네
惜哉李蔡不復得(석재리채불부득) : 아깝도다, 이사와 채옹은 다시 나오지 않으니
吾甥李潮下筆親(오생리조하필친) : 나의 생질 이조의 글씨씀이 그들과 가깝다네
尙書韓擇木騎曹蔡有隣(상서한택목기조채유린) : 상서 한택목과 병조 참판 채유린이 있다네
開元已來數八分(개원이래수팔분) : 개원 이래로 몇 사람의 팔분서를 쓰는 사람이 있는데
潮也奄與二子成三人(조야엄여이자성삼인) : 이조에게는 두 아들이 있으니 모두 세 사람이고
况潮小篆逼秦相(황조소전핍진상) : 더구나 이조의 소전은 진나라 제상 시사와 집진하니
快劒長戟森相向(쾌검장극삼상향) : 예리한 칼과 긴 창이 삼업하게 마주보는 듯하네
八分一字直百金(팔분일자직백금) : 팔분 한 글자는 백금의 값이 나가니
蛟龍盤拏肉屈强(교룡반나육굴강) : 교룡이 서리어 뒤틀려 근육이 억세게 보인다네
吳郡張顚誇草書(오군장전과초서) : 오군의 장전이 초서를 자랑하지만
草書非古空雄壯(초서비고공웅장) : 초서는 옛 것 아니고 부질없이 웅장하기만 하다네
豈知吾甥不流宕(기지오생불류탕) : 어찌 내 생질이 제멋대로 방탕하지 않은 것을 알겠는가
丞相中郞丈人行(승상중랑장인행) : 승상 이사와 중랑 채옹의 노숙한 행렬에 이르렀다네
巴東逢李潮(파동봉리조) : 파동에서 이조를 만났는데
逾月求我歌(유월구아가) : 한 달이 지나 나에게 노래를 지어줄 것을 요청하는구나
我今衰老才力薄(아금쇠로재력박) : 내가 이제 노쇠하고 재능도 보잘것 없어졌으니
潮乎潮乎奈汝何(조호조호내여하) : 조여, 이조여, 내 너를 어찌 노래할 것인가
유소부신화산수장가(劉少府新畵山水障歌)-두보(杜甫) 유보부가 그린 산수 병풍을 노래하다-두보(杜甫)
堂上不合生楓樹(당상불합생풍수) : 대청 위에는 단풍나무 자라지 못하는데
怪底江山起烟霧(괴저강산기연무) : 이상하게도 강산의 아래 쪽에서 안개가 피어오른다
聞君掃却赤縣圖(문군소각적현도) : 듣건대, 그대가 적현도를 쓸어 없애버리고
乘興遣畵滄洲趣(승흥견화창주취) : 흥에 따라 산수의 흥을 그려서 기분을 푼다지
畵師亦無數(화사역무수) : 화가는 또한 무수히 많지만
好手不可遇(호수불가우) : 진정한 화가는 만나기 어렵다지
對此融心神(대차융심신) : 이 그림을 보니 마음과 정신이 융합되니
知君重毫素(지군중호소) : 그대가 붓과 비단 화폭을 신중히 여김을 알겠네
豈但祁岳與鄭虔(기단기악여정건) : 어찌 가악과 정건 정도에 그치겠는가
筆迹遠過楊契丹(필적원과양계단) : 필치가 양계단보다 훨씬 뛰어나네
得非玄圃裂(득비현포렬) : 곤륜산의 현포를 잘라 갖다 놓은 것이 아이라면
無乃瀟湘飜(무내소상번) : 소수와 상수가 물결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悄然坐我天姥下(초연좌아천모하) : 초연히 나를 천모산 아래에 앉혀놓은 것이라면
耳邊已似聞精猿(이변이사문정원) : 내 귓가에는 이미 맑은 원숭이 소리 들리는 듯하네
反思前夜風雨急(반사전야풍우급) : 지난 밤 비바람 세차게 불던 일 도리켜 생각해보니
乃是蒲城鬼神入(내시포성귀신입) : 이는 바로 포성의 귀신이 들어온 것 아닐까
元氣淋漓障猶濕(원기임리장유습) : 천지의 원기는 질펀하고 병풍도 젖어있음은
眞宰上訴天應泣(진재상소천응읍) : 주제자가 상소하여 하늘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野亭春還雜花遠(야정춘환잡화원) : 들판 정자에 봄이 찾아왔으나 꽃 피기는 아직 이르고
漁翁暝踏孤舟立(어옹명답고주립) : 늙은 어부 어둠을 밟고 외로운 배에 서있구나
滄浪水深靑溟闊(창랑수심청명활) : 맑은 강물은 깊고 푸른 하늘은 넓고
欹岸側島秋毫末(의안측도추호말) : 언덕 곁에 기댄 섬은 자세히 그려있기도 하다
不見湘妃鼓瑟時(불견상비고슬시) : 상수의 왕비가 거문고 타는 것 보이지 않고
至今斑竹臨江活(지금반죽림강활) : 지금은 얼룩 대나무만이 강가에 살아있다
劉侯天機精(류후천기정) : 유소부는 천기에 정통하고
愛畵入骨髓(애화입골수) : 그림을 좋아하는 것이 골수에 박혔다네
自有兩兒郞(자유량아랑) : 아들이 둘 있는데
揮灑亦莫比(휘쇄역막비) : 붓을 휘두름이 비길 사람이 없다네
大兒聰明到(대아총명도) : 큰 아들은 총명함이 지극하여
能添老樹巓崖裏(능첨로수전애리) : 산 마루와 절벽에 오래된 나무 그려넣을 수 있다네
小兒心孔開(소아심공개) : 작은 아들은 마음의 창이 열려서
貌得山僧及童子(모득산승급동자) : 산승과 동자의 모습을 잘 그려낸다네
若耶溪雲門寺(약야계운문사) : 약야계와 운문산이 있는데
吾獨胡爲在泥滓(오독호위재니재) : 나만 홀로 어찌 진흙판에 사는가
靑鞋布襪從此始(청혜포말종차시) : 짚신에 버선 신고 이제부터 시작하자
희위언위쌍송도가(戱韋偃爲雙松圖歌)-두보(杜甫) 장난삼아 위언이 그린 쌍송도를 노래하다-두보(杜甫)
天下幾人畵古松(천하기인화고송) : 천하에 몇 사람이 노송을 그렸는지
畢宏已老韋偃少(필굉이로위언소) : 필굉은 이미 늙었어도 위언은 아직 젊다
絶筆長風起纖末(절필장풍기섬말) : 빼어난 필력으로 장풍에 일어나는 나무 끝과
滿堂動色嗟神妙(만당동색차신묘) : 방안 가득한 사람들의 감동한 얼굴빛까지 그려낸다
兩株慘裂苔蘚皮(량주참렬태선피) : 두 그루 소나무의 참렬히 찢기어진 이끼 낀 껍질
屈鐵交錯回高枝(굴철교착회고지) : 굽은 쇠줄 얽혀진 굽은 높은 나뭇가지도 그려낸다
白摧朽骨龍虎死(백최후골룡호사) : 흰 곳은 용과 호랑이 죽어 꺾이고 썩은 뼈같고
黑入大陰雷雨垂(흑입대음뢰우수) : 검은 곳은 태음의 세계로 들어간 우뢰와 비가 드리운 것다
松根胡僧憩寂寞(송근호승게적막) : 소나무 뿌리에는 오랑캐 스님이 가만히 쉬고 있는데
厖眉皓首無住著(방미호수무주저) : 짙은 눈썹과 흰머리는 아무런 집착도 없어보인다
偏袒右肩露雙脚(편단우견로쌍각) : 오른쪽 어깨로 옷 걷어올리고 두 다리 드러내어
葉裏松子僧前落(엽리송자승전락) : 솔잎 속에서 솔방울 스님 앞에 뜰어진다
韋侯韋侯數相見(위후위후수상견) : 위 선생, 위 선생 우리 서로 자주 만었지
我有一匹好東絹(아유일필호동견) : 내게 한 필의 좋은 비단 있으니
重之不减錦繡叚(중지불감금수가) : 중하기는 수놓은 비단 못지 않다네
已令拂拭光凌亂(이령불식광릉란) : 이미 잘 털고 닦아서 광채가 요란한데
請公放筆爲直幹(청공방필위직간) : 붓을 놓아 곧은 소나무 하나 그려주시게나
두보의 '호우시절' 옆 삼국지에 진심인 거리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기행]
2022. 11. 5. 10:00
<103> 쓰촨 ③두보초당, 무후사, 금리고가
청두에 있는 두보초당 대해(관청)의 시인 동상. ⓒ최종명
봄비 내리는 밤에 두보(杜甫)가 붓을 들었다.
춘야희우(春夜喜雨)다.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키자 관직을 잃고 처자와 정처 없이 떠돌다
청두(成都)에 정착했다.
미관말직 하나 얻어 초당을 짓고 살던 시절이다.
절도사 엄무의 추천으로 '공부(工部)'라는 관직을 얻긴 했으나 이름만 걸어둔 허직(虛職)에 가까웠다.
춘야희우(春夜喜雨) 밤에 내리는 반가운 봄비 두보 (杜甫, 712~770)
好雨知時節 (호우지시절) 좋은 비는 때를 알아서
當春乃發生 (당춘내발생) 올해도 봄이 되니 어김없이 오누나
隨風潛入夜 (수풍잠입야) 야밤에 바람과 함께 내리는 비는
潤物細無聲 (윤물세무성) 소리도 없이 촉촉히 만물을 적시네
野徑雲俱黑 (야경운구흑) 구름 덮인 들길은 칠흑처럼 어두운데
江船火燭明(강선화촉명) 강가 고깃배엔 불이 환히 밝다.
曉看紅濕處(효간홍습처) 새벽녘 붉게 젖은 곳이 어딘가 바라보니
花重錦官城 (화중금관성) 금관성에 꽃이 활짝 피었네.
‘춘야희우’는 농부의 마음을 헤아리며 지은 시로 761년 작품이다.
첫 구절은 영화 ‘호우시절’로도 유명하다.
출장 온 정우성은 우연히 미국 유학 시절 친구 가오위엔위엔을 만난다.
두보초당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여성이다.
첫사랑의 로맨스가 초당의 싱그러운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시절’을 알고 내리는 비는 때맞춰 찾아온 사랑이 됐다.
영화의 여운을 지니고 두보초당으로 간다.
쓰촨성 청두의 두보초당 정문. ⓒ최종명
미관말직 두공부의 '호우시절', 두보초당
대문을 들어서니 대해(大廨)가 나타난다.
관청이란 뜻이다.
청나라 가경제 시대인 1811년에 지었다.
뜻을 이루지 못한 천재 시인에 대한 예우였다.
천년이 지났어도 존경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사면이 뻥 뚫린 공간이었는데, 동상이 허공을 채웠다. 입를 다물고 어딘가 멀리 응시한다.
야윈 몸으로 두 손 모아 시집을 보듬고 꿇어앉은 모습이다.
두보초당 시인 동상의 손 부분. ⓒ최종명
조각가 쳰사오우가 문화혁명이 끝난 후인 1980년에 빚은 작품이다.
두보의 500자 장편 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구술했다.
‘벼슬아치 집에는 술과 안주 냄새 진동하고(朱門酒肉臭), 길가에는 얼어 죽은 해골로 넘쳐나네(路有凍死骨)’라는 구절이다.
천년이 훨씬 더 지났어도 그의 시어는 현실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사람들 손길이 만든 공감이 마치 조각가의 솜씨인 양 불그레하다.
두보초당 공부사에 보존된 석각. ⓒ최종명
두보초당 공부사의 황정견(왼쪽부터), 두보, 육유의 상반신상. ⓒ최종명
공부에 근무할 때 두공부(杜工部)라 불렸다.
사당인 공부사(工部祠)가 있다.
명나라 만력제 시대인 1602년에 제작된 석비가 있다.
또 하나의 석비가 나란히 있다. 청나라 말기 문무를 겸비한 장준의 작품으로 상반신을 조각했다.
유리로 막았는데 바깥이 밝아 글자가 약간 가린다.
시성(詩聖)으로 대우받았다.
정사에 간언하는 벼슬로 호칭한 두습유(杜拾遺)도 보인다.
관모와 관복 차림으로 여의(如意)를 품에 안고 있다.
북송의 시인이자 서예가인 황정견과 남송의 시인이자 역사학자인 육유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당송 시대의 걸출한 문인을 한꺼번에 만나니 감개무량하다.
두보초당의 실개천에서 청소부가 부유물을 제거하고 있다. ⓒ최종명
초당은 20만㎡ 규모다.
겨우 4년 머물던 거처가 점점 커져 지금에 이르렀다.
실개천인 완화계(浣花溪)가 실핏줄처럼 사방으로 흐른다.
꽃을 씻는다는 뜻이다.
새벽녘 빗소리와 꽃피는 봄날의 풍광이 엿보인다.
뱃사공 청소부가 무수히 떨어지는 잎사귀를 건지고 있다.
물기를 마시며 자라는 대나무가 높이 솟아있다.
영화 ‘호우시절’에서 대나무가 살랑거리는 장면이 떠오른다.
바람 따라 몰래 들어온 비처럼 촉촉하게 젖은 두 주인공의 마음을 따라간다.
정갈하게 꾸민 두보초당 내부. ⓒ최종명
초당으로 가는 길은 한산하다.
사립문 앞에서 두 주인공이 처음 인사를 한다.
봄날의 온기로 푸릇푸릇한 풀 내음을 따라 들어간다.
두보는 청두 시절 240여 편의 시를 지었다.
새벽녘 빗줄기에 번진 꽃잎을 노래하며 금관성이라 마무리했다.
청두의 별칭이다.
청두는 예로부터 비단 수공업으로 명성을 떨쳤다.
삼국시대 촉나라의 주요 재원이었고 비단 생산과 관리를 위한 관청인 금관(錦官)을 설치했다.
생명이 발아하는 시절이면 뽕잎도 무성하게 자란다.
비단 도시에서 그저 봄비에 소박하게 감정이입하며 사는 삶이었다.
두보초당의 붉은 담장과 대나무 숲. ⓒ최종명
홍장(紅牆)이 나오고 담장 너머에 죽림이 울창하다.
높이 자란 대나무가 햇볕을 가리니 그늘 길이다.
담장은 붉고 대나무는 푸르니 걸음은 느긋하고 가볍다.
시는 꽤나 혁명가 기질이 엿보이는데 청두에 체류하던 시절의 메시지는 대체로 평온하다.
'강촌(江村)'도 그렇다. ‘맑은 강 한 굽이가 마을을 감싸고 흐르네(淸江一曲抱村流)’로 시작한다.
놀랍게도 2014년 한국 수능의 국어 시험에 출제됐다.
한문 과목도 아닐 터인데 갸웃할 일이다.
두보초당의 대나무 숲으로 가는 원동문과 붉은 담장. ⓒ최종명
한글 창제 후인 성종 12년(1481년) 그의 시가 번역된다.
그래서 수능 예문이 언해로 제시된다.
8연 중 5연을 유심히 봤다.
'노처화지위기국(老妻畫紙爲棋局)'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와 이를 참고한 글마다
'기(棋)'를 바둑판이라 번역하고 있다.
조선의 번역가는 ‘쟝긔판’이라 했다.
'늙은(늘근) 아내(겨지븐)'가 어떻게 가로세로 열아홉 줄(19X19) 바둑판을 그리겠는가?
한글 수요자인 백성이 선비처럼 바둑이나 두고 있겠는가?
기(棋)는 바둑인 위기(圍棋)도 되고 장기인 상기(象棋)도 된다.
수능을 본 아이들은 알고 있으리라.
아들은 이때 무얼 했을까?
‘어린(져믄) 아들은 바늘을 두드려 고기 낚을 낚시를 만든다’고 했다.
초당 생활의 여백이 느껴진다.
걷다 보니 대나무 숲이 보이는 원동문(圓洞門)이 나온다.
곡선이 참으로 부드럽다.
두보초당의 목각. ⓒ최종명
시를 새긴 목각이 진열돼 있다.
꽤 많은 시를 남겼고 성인의 반열이라 추앙할 만큼 모두 역작이다.
청두에 오면 ‘촉상(蜀相)’이라는 작품이 더욱더 가슴 깊숙하게 공감을 낳는 듯하다.
재상 제갈량에 대한 찬양을 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丞相祠堂何處尋 (승상사당하처심) 승상의 사당 어디서 찾을꼬
錦官城外柏森森 (금관성외백삼삼) 금관성 밖 잣나무 빼곡한 곳이었지
映階碧草自春色 (영계벽초자춘색) 계단에 비친 푸른 풀은 절로 봄색이고
隔葉黃鸝空好音 (격엽황리공호음) 잎사귀 너머 누런 꾀고리는 부질없이 좋은 소리 내네
三顧頻煩天下計 (삼고빈번천하계) 삼고초려를 자주 번거롭게 함은 천하의 계책이었고
兩朝開濟老臣心 (량조개제로신심) 두 왕조를 개국하여 구제함은 늙은 신하의 마음이었지
出師未捷身先死 (출사미첩신선사) 군사를 내었지만 이기지 못하고 몸이 먼저 죽어
長使英雄淚滿襟 (장사영웅루만금) 길이 영웅에게 옷깃 가득 눈물 짓게 하는 구나
제갈량 사당 무후사와 유비 사당 한소열묘
청두 무후사 대문. ⓒ최종명
제갈량 사당은 두보초당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다.
국가1급박물관인 무후사(武侯祠) 대문에 한소열묘(漢昭烈廟) 편액이 걸려있다.
유비 사당인 한소열묘가 앞에 있고 일직선으로 제갈량 사당인 무후사와 삼의묘(三義廟)가 배치돼 있다.
왼쪽 유비 무덤인 혜릉(惠陵)까지 하나의 관광지로 묶여 있다.
그야말로 군주와 신하가 합체된 모습이다.
지금의 골격은 명나라 홍무제 시대인 1391년 형성됐다.
화재와 중건을 여러 차례 거쳤고 1984년에 무후사박물관으로 통합했다.
주변의 문화 거리와 호수, 숲까지 15만㎡ 규모다.
청두 무후사 한소열묘 이문의 '명량천고' 편액. ⓒ최종명
펑제에 위치한 백제묘 명량전의 '한대명량' 편액. ⓒ최종명
대문을 들어서니 양쪽으로 정자가 세워져 있다.
당나라와 명나라 비석을 보존하고 있다.
복판 길을 따라가면 이문(二門)이 나온다.
영원히 오랫동안 빛나는 인물이라는 명량천고(眀良千古)가 걸렸다.
청나라 강희제 시대 쓰촨 제독으로 부임한 오영의 필체다.
자세히 보면 해와 달이 있는 명(明)이 아니라 눈(目)과 달이 붙었다.
명나라 국호를 쓰지 않으려 했다고 흔히 말한다.
강희자전에도 나오는 이체자다.
유비가 숨을 거둔 펑제(奉節)의 백제묘 명량전에도 똑같은 글자가 있다.
비슷한 시기의 쓰촨 총독 채육영의 필체다.
당시 밝을 명에는 눈도 달렸던 듯하다.
한소열묘 문신 복도의 방통과 간옹. ⓒ최종명
한소열묘 무장 복도의 요화와 황충. ⓒ최종명
이문을 넘어서면 양쪽에 긴 복도가 있다.
오른쪽에 문신, 왼쪽에 무장이 도열해 있다.
삼국지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다.
수장인 방통과 함께 앉은 간옹을 비롯해 문신이 14명, 조운을 필두로 요화와 황충을 비롯해 무장이 14명이다.
모두 28명이 전투라도 벌일 기세로 앉아 있다.
청나라 시대 무대극 복장으로 치장하고 있는데 치적을 기록한 비석이 하나씩 놓였다.
한소열묘의 유비 좌상. ⓒ최종명
안으로 더 들어가면 한소열묘 대전이다.
3m 높이의 유비가 앉아있다.
전신을 도금으로 꾸몄으며 9줄 면류관을 쓰고 있다.
양손으로 다소곳하게 제례에 사용하는 옥기인 규장(珪璋)을 들고 있다.
자세히 보니 북두칠성을 새겼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양쪽 시위가 황제의 상징인 전국옥새(傳國玉璽)와 상방보검(尚方寶劍)을 들고 있다.
대낮인데도 깜깜하니 조명을 받은 유비만 돋보인다.
무후사의 과청. ⓒ최종명
한소열묘와 제갈량 사당 사이에 과청(過廳)이 있다.
뚫린 건물이라는 뜻이지만 무후사 대문이다.
편액은 문학가인 궈모뤄가 썼다. 유적지에 남긴 필체가 워낙 많아 한눈에 알기 쉽다.
오른쪽 기둥에 적힌 글자가 익숙하다.
'촉상'에 나오는 삼고빈번천하계(三顧頻煩天下計)다.
중국 공산당이 결성된 1921년 1차 전국 대표로 유명한 둥비우가 썼다.
왼쪽 기둥에 일번오대고금정(一番晤對古今情)이라는 소회를 이었다.
‘한번 대면해 고금의 회포를 풀리라’라는 소망이다.
부주석까지 오른 당 원로이니 기둥 한자리를 차지할 만하다.
무후사 정원당 앞의 향로를 잡고 있는 병사 석상. ⓒ최종명
제갈량 사당인 무후사 정원당. ⓒ최종명
제갈량을 봉공하는 전각 앞에 이른다.
향로를 붙잡고 있는 조각상이 보인다.
역사 인물을 보다가 사병의 수더분한 인상을 마주하니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그냥 친구 같은 느낌이다.
5칸 크기인 본전은 정원당(靜遠堂)이다.
제갈량이 아들에게 남긴 계자서(誡子書)가 출처다.
마음이 깨끗해야 뜻을 세울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해야 포부를 이룰 수 있다는 ‘담박명지(澹泊明志) 영정치원(寧靜致遠)’에서 따왔다.
불감 안에 앉은 제갈량은 청나라 강희제 시대인 1672년에 제작됐다.
깃털 우산을 들고 두건을 두르고 도포 입은 유학자 모습이다.
시동 둘이 병서와 보검을 들고 있고 벽에는 아들인 제갈첨과 손자 제갈상이 보좌하고 있다.
무후사의 삼의묘. ⓒ최종명
무후사 삼의묘의 관우(왼쪽부터), 유비, 장비. ⓒ최종명
삼의묘가 뒤쪽에 있다.
청나라 강희제 시대 쓰촨 제독 정교린이 처음 세웠다.
무장은 도원결의와 같은 의협심과 영웅을 좋아하는 듯하다.
진흙으로 빚은 유비, 관우, 장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약 3㎞ 떨어진 곳에 위치했는데 1998년 무후사박물관 안으로 옮겨왔다.
신성동진(神聖同臻)은 ‘제왕이 고난을 함께 했다’는 뜻이다.
동치제 시대 중건할 때 한 신발회사가 기증했다.
유명인이 아니라 일개 회사라 하니 뜻밖이다.
관우와 장비가 함께 나란하다.
동고동락했는데 유비는 2.8m이고 둘은 2.6m로 만들었다.
아무래도 황제 프리미엄이 붙은 듯하다.
하기야 함께 죽자는 맹세도 지키지 못했는데 말이다.
유비의 묘인 혜릉 입구와 묘비. ⓒ최종명
무후사 혜릉의 신도(神道). ⓒ최종명
유비는 서기 223년 5월 펑제에서 사망했다.
진수(陳壽)가 기록한 정사에 따르면 운구 후 청두에 묻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혜릉은 생모와 황후까지 합장한 무덤이다.
전쟁을 수행하느라 여느 황제처럼 능원을 미리 조성하기 어려웠을 터다.
신도(神道)를 따라가니 무덤 앞에 청나라 건륭제 시대 묘비가 보인다.
청나라는 엄청나게 무덤을 크게 지었다.
유비의 체면을 살리고 백성을 위무하고 싶었다.
둘레는 180m이고 높이는 12m다.
온통 나무와 풀로 뒤덮여 있다.
능원이 예상보다 커서 놀랐지만, 다른 황제의 능과 비교하면 왜소하고 초라하다.
장기 집권한 명나라와 청나라의 황릉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삼국지와 두보에 진심인 거리, 금리고가
청두 금리고가의 패방. ⓒ최종명
무후사 동쪽 담장과 붙어 금리고가(錦里古街)가 있다.
‘제갈량을 참배하고 금리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유행어가 있을 정도로 필수 코스다.
반듯하게 서 있는 패방이 있다.
넓은 길도 있지만 좁은 골목도 군데군데 통로다.
쓰촨의 전통과 먹거리 문화가 물씬 풍기는 거리다.
어디로 가도 홍등이 달려 있어 주변이 붉다. 약 500m 거리가 인파로 북적거린다.
쓰촨 최고의 ‘명동’이다.
골목마다 홍등이 걸려 있는 금리고가. ⓒ최종명
금리고가의 도랑과 식당. ⓒ최종명
쓰촨의 매운 요리인 훠궈(火鍋)가 사방에 널렸다.
길거리 꼬치 파는 포장마차도 있고 공연이 열리는 식당도 있다.
삼삼오오 짝을 맞춰 걷고 손잡고 안으로 들어가고 또 나온다.
도랑 주변의 식당은 인기가 많다. 봉긋한 다리도 있어 넘나드는 행인이 어깨를 부딪힌다.
금리가 있어 문득 청두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낭만 어린 분위기가 비단처럼 보드라운 느낌이다.
금리고가에 전시된 삼국지 등장 인물 가면. ⓒ최종명
금리고가 식당 앞에서 분장하는 모습. ⓒ최종명
공연 문화가 발달한 도시답게 가면이 걸려 있다.
삼국지 소설의 나라답게 조조, 관우, 장비, 강유, 방통, 하우연, 주창이 보인다.
색깔과 모양으로 캐릭터를 알 수 있어서 볼수록 소설로 빠져든다.
조조 가면은 간웅을 상징하듯 밉상이다.
백성의 마음이지 싶다. 삼국지 주인공으로 변장하고 손님을 유인하는 식당도 많다.
한 식당 앞에 배우가 분장을 하고 있다.
행인이 점점 모여들어 사진 찍기 바쁘다.
두보와 도교 도사를 모델로 내세운 설탕과 쌀강정. ⓒ최종명
두보가 차오탕(炒糖)의 광고 모델로 등장한다.
빨아먹는 사탕이 아니라 볶음설탕이다.
이름까지 가져다 쓴다.
저작권을 포기한 당나라 시인은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시의(詩意)라는 카피도 있다.
시적 정취가 담겨 달콤하다는 뜻이다.
옆에 있는 미화탕(米花糖)은 과자 이름이 장인방(丈人坊)이다.
쌀강정으로 땅콩 맛을 섞었다고 홍보한다.
모델은 도교의 도사다.
신화에서 황제(黃帝)가 오악을 다 둘러본 후 쓰촨에 있는 청성산(青城山)을 찾았다.
도교 명산인 오악의 장인으로 책봉했다.
두보도 청성산을 찾아 시 한 수를 남겼다.
쓰촨의 청성산. ⓒ최종명
自爲靑城客 (자위청성객) 청성산 여행객이 되어
不唾靑城地 (불타처성지) 침을 뱉지는 않으리라
爲愛丈人山 (위애장인산) 장인산 마음에 품으니
丹梯近幽意 (단체근유의) 단숨에 고요함 이르네
丈人祠西佳氣濃 장인사서가기농
緣雲擬住最高峰 연운의주최고봉
掃除白髮黃精在 소제백발황정재
君看他時冰雪容 군간타시빙설용
청성의 나그네 된 이후로
청성땅에 침 뱉지 않은 것은
장인산을 아껴서이니
높은 봉우리 오르는 길이 나의 은거하려는 뜻에 가깝구나.
장인사 서쪽에 아름다운 기운 자욱하니
구름을 따라 올라 가장 높은 봉우리에 살고 싶네.
백발을 없애주는 황정이 있으니
그대 다음에는 눈처럼 흰 얼굴을 볼 수 있으리라.
청성산의 별명이 장인산(丈人山)이다.
두보의 시가 쌀강정에 담겨 있을 줄이야. 산은 조국에 대한 비유다.
비록 관리로서의 뜻을 이루지 못했으나 여전히 붉은 충정을 담고 싶었다.
상품 하나에도 시인의 마음을 새기는 금리다.
시를 읊으며 온종일 돌아다녀도 좋으리라.
최종명 중국문화여행 작가
@youyue.co.kr
한국일보
[출처] 두보(杜甫) 시 모음|작성자 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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