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숙 2014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공지사항
[신춘문예 시 당선작]
상 강
최영숙
장독대 옆에 살던 뱀은 산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나무는 허술해져 경계처럼 빗금을 긋는다
저렇게 주먹 불끈 쥐고 가는 길
너를 향해 가는 고추 벌레 구멍 같은 길
툭 부러지고 싶다 이제 그만 자리 잡고
눕고 싶은 생각
생각은 자면서도 깨어 있을까
꿈틀, 나의 손을 치우는 돌서덜
그 돌서덜 위에서
숲은 작은 몸을 하고 툰드라의 바람으로 운다.
〔심사평〕 신춘문예 당선작]군더더기 없이 행간의 여백 만드는 솜씨 탁월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들은 일정한 수준을 상회했고 개성적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시조의 경우, 시와 시조가 한 자리에서 경합한다는 점에서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매년 응모작이 늘고 있어 반가웠다. 그러나 시조의 율격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와 시적 언술에 미치지 못하거나 진부한 소재와 발상을 보여 아쉬웠다. 시의 경우, 좋은 작품이 많아 즐거운 고민을 하는 가운데 의구심도 있었다. 새로운 독법을 요구하는 듯 보이는 낯설게하기가 지나친 기교주의로 흐른다는 느낌. 비틀리고 장황한 언술들을 독자가 어떻게 이해하고 공감, 공명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최종에 오른 작품은 `적멸보궁', `디딤돌이 있는 풍경', `모서리의 비밀', `상강'이었다. `적멸보궁'은 사유의 깊이와 묘사력이 돋보였으나 참신성과 독창성이 부족했다. `디딤돌이 있는 풍경'은 한 폭의 동화를 보는 듯 시상이 맑고 깨끗하게 다가왔으나 시는 사상과 형식의 등가물이란 점에서 볼 때 내면적 깊이가 약했고, `모서리의 비밀'은 전체를 견인하는 결미의 주제의식이 부족했다. 최종적으로 최영숙의 `상강'은 기교주의에 빠지지 않은 가운데 산뜻하게 응축된 시상이 참신하고 진정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다가와 당선작으로 올렸다. 상강 절기의 자연이법을 선명한 이미지로 포착하면서 고도의 상상력과 직관으로 군더더기 없이 행간의 여백을 만드는 솜씨가 탁월했다. 함께 응모한 `풍장' 역시 절제된 비유와 표현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영예의 당선자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며 시인으로서 대성하길 축원 드린다. 심사위원 : 이영춘·홍성란 시인 |
출처 : 이영춘 시 창작 교실
글쓴이 : 너의 천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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