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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기사

미술관 속 골목길에 봄날 엮어 매달다

by 목향정광옥서예가 2023. 6. 21.

미술관 속 골목길에 봄날 엮어 매달다

  • 기자명 강주영 
  •  입력 2023.03.28
  • 지면 22면

2023 춘천미술관 제1차 상설전
내달 5일까지 봄 주제 신작 전시
서예·문인화가 27명 대거 참여
희망쪽지 새끼줄로 엮는 체험도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천을 활용해 골목길처럼 구성한 전시장 전경과 관객들이 희망 쪽지를 써서 새끼줄에 엮는 체험 공간. 권매화·정지인·이현순 작가 작품.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김용택 시인의 ‘사랑’에 담긴 ‘봄’이다. 어느 곳보다 혹독하게 겨울을 보내는 강원도 춘천에도 최근 개나리와 산수유, 목련 등이 만개했다. 골목마다 시멘트 틈을 비집고 나온 들풀은 매서운 추위가 갔다는 걸 보여준다. 상춘객이라면 골목골목 내려앉은 봄을 느끼기 좋은 전시를 춘천에서 볼 수 있다.

춘천미술협회는 내달 5일까지 춘천미술관 1·2층에서 상설 기획전 ‘봄이 오는 봄내골’을 연다.

권매화·권숙희·권영이·김분호·김순여·김옥선·김유순·김춘식·김현옥·나영흠·박경자·박무숙·백상규·안종중·안혜영·우종숙·이진화·이청옥·이해승·이현순·정광옥·정지인·조경자·한응매·황선희·황재국·황현숙(이름 가나다 순) 작가가 참여한다. 서예와 민화 등을 그리고 있는 협회 내 서예·문인화 부문 화가 총 27명이다.

강원지역 서예와 문인화를 이끄는 대표 작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장르의 특성에 따라 60대 이상 중년과 원로작가들이 특히 많이 참여해 선보이는 전시이기도 하다.

천과 캔버스 등 표현한 50여점의 작품이 미술관에 걸렸다. 모두 올해 상설전을 위해 마련한 신작들이다. 전시장 1층에서 관객들은 음향오행사상을 표현한 오방색 천과 함께 붓글씨나 그림이 담긴 대형 천들을 마주한다.

물들인 천에는 오랜기간 춘천에 살아온 작가들이 맞는 봄에 대한 시구들이 적혀있다.

대형 천을 따라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전시는 마치 춘천의 어느 골목길을 걷는 것 같은 경험을 준다.

양 옆으로 펼쳐지는 작품들에는 춘천에서 보고 느낀 봄의 한 장면 장면들이 담겨있는 듯하다. 전시에 참여한 이청옥 작가는 “작품을 따라 전시장을 걸으면 작가 한 명 한 명이 만든 다른 작품이 모여 골목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드릴 수 있도록 의도한 전시 연출”이라며 “전시장이 하나의 거대한 작품으로 느껴지는 재미도 더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 입구에는 한지와 먹물 등이 놓인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시민들이 새해 목표를 다지는 소망쪽지를 적어서 볏짚으로 만든 새끼줄에 매달 수 있다. 이청옥 작가는 “볏짚이 서로 만나 새끼줄을 꼬듯 시민들이 직접 적은 소망쪽지가 매듭과 매듭으로 엮인다. 많은 이의 소원이 한 곳에 모인다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소망 쪽지는 전시 이후 박무숙 작가의 공간에서 불태워 각자의 마음을 다시 기리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춘천에서 봄 기운을 느끼면 완연한 봄을 맞는다는 의미가 더해진다는 것이 전시를 통해 작가들이 전하는 이야기다. 28년간 춘천에서 활동해온 이 작가는 “문인화를 그리다보면 자연경관을 보러 전국으로 다니게 되는데 따듯한 남쪽에 비해 춘천은 늘 2주 정도 봄이 늦게 오는 것을 느낀다”며 “춘천은 강원도에서조차 늦은 봄을 맞는 곳이기 때문에 춘천에 봄이 오면 ‘우리나라에 진짜 봄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주영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천을 활용해 골목길처럼 구성한 전시장 전경과 관객들이 희망 쪽지를 써서 새끼줄에 엮는 체험 공간. 권매화·정지인·이현순 작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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