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예총50년사에 실릴 인사말
“나의 歸鄕辭”
배동욱
강원도예총회장
(시인, 수필가)
사람이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듯,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지
20년전 이맘때 분에 넘치는 강원도예총회장을 맡은게 시작 이였다면, 이번
총회를 즈음해 스스로 물러나는 건 끝인 셈이지.
어느새 이토록 많은 세월이 흘렀단 말인가?...
새치 한 올 없이 까맣든 내 머리카락이 늦가을 서리 맞은 듯 하얀걸 보면
세월이란 우리 인간들이 거부하거나 부인할 수 없는 자연의 절대적
순리임을 새삼 깨달게 되네.
지난 20년을 회상해 보면
아무리 후하게 쳐 봐도 잘한 일 하나에 잘못한 일 둘인데 그래도 나랑
뜻을 함께하고 “향토예술 발전”이란 소명 앞에 땀 흘리며 또 믿어준
예술인 동지들이 고마울 뿐.
제대로 밥도 먹여주지 못하는 “글쟁이” 되어
예까지 궁상맞게 살아온 여정을 동행해 준 아주 가까운 사람들아
뜨거운 눈물로 사랑을 보내려오.
태어나면서 태를 묻은 내 고향 양구 땅엔 파로호 물줄기가 넘치곤 하지
밤낮없이 낚시나 하면서 못 다한 글이나 쓰다가 그 짓마져 신물이 나면
사명산에 올라 퀘퀘 묵은 더덕이랑 칡뿌리나 캐 씹으며 노송 그늘에
벌렁 누워 한잠 실컷 자고도 싶네.
가는 세월인데 어쩌겠는가?
나에게도 남은 세월이 있다면 정든 님과 벗네들 맞아 손수 따다 말린
들국화차 향기에 취하고 싶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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