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가
[작가] 윤선도
[원본] 내 버디 몃치나 하니 水石(수석)과 松竹(송죽)이라
東山(동산)의 달 오르니 긔 더옥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삿 밧긔 또 더하야 머엇하리
구룸빗치 조타 하나 검기랄 자로 한다 <水>
바람 소래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츨 뉘 업기난 믈뿐인가 하노라
고즌 므스 일로 퓌며셔 쉬이 디고 <石>
플은 어이 하야 프르난 닷 누르나니
아마도 변티 아닐산 바회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곳 피고 치우면 닙 디거 <松>
솔아 너난 얻디 눈서리랄 모라난다
九泉(구천)의 불희 고단 줄을 글로 하야 아노라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竹>
곳기난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난다
뎌러코 四時(사시)예 프르니 그를 됴하 하노라
쟈근 거시 노피 떠서 만물을 다 비취니 <月>
밤듕의 光明(공명)이 너만하니 또 잇나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벋인가 하노라
♣ 현대어 풀이
[1]
나의 벗이 몇이나 있느냐 헤아려 보니 물과 돌과 소나무, 대나무다.
게다가 동쪽 산에 달이 밝게 떠오르니 그것은 더욱 반가운 일이로구나.
그만 두자, 이 다섯 가지면 그만이지 이 밖에 다른 것이 더 있은들 무엇하겠는가?
[2]
구름의 빛깔이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 소리가 맑게 들려 좋기는 하나, 그칠 때가 많도다.
깨끗하고도 끊어질 적이 없는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
[3]
꽃은 무슨 까닭에 피자마자 곧 져 버리고,
풀은 또 어찌하여 푸르러지자 곧 누른 빛을 띠는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4]
따뜻해지면 꽃이 피고, 날씨가 추우면 나무의 잎은 떨어지는데,
소나무여, 너는 어찌하여 눈이 오나 서리가 내리나 변함이 없는가?
그것으로 미루어 깊은 땅 속까지 뿌리가 곧게 뻗쳐 있음을 알겠노라.
[5]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곧게 자라기는 누가 그리 시켰으며,
또 속은 어이하여 비어 있는가?
저리하고도 네 계절에 늘 푸르니, 나는 그것을 좋아하노라.
[6]
작은 것이 높이 떠서 온 세상을 다 바추니
한밤중에 광명이 너보다 더한 것이 또 있겠느냐?(없다)
보고도 말을 하지 않으니 나의 벗인가 하노라
♣ 시어, 시구풀이
○ 버디 : 벗이, 친구가
○ 몃치나 : 몇이나
○ 반갑고야 : 반갑구나 '-고야'는 감탄형어미
○ 두어라 : 그만두자. 아(감탄사로 보는 것이 무난함)
○ 밧긔 : 밖에
○ 머엇하리 : 무엇하리
○ 조타 : 깨끗하다
○ 자로 : 자주
○ 소래 : 소리
○ 하노매라 : 많구나.
○ 그츨 : 그칠, 멈춤
○ 뉘 : 때
○ 고즌 : 꽃은, 곶(종성부용초성)> 곳(팔종성)>꽃(경음화)
○ 므스 : 무슨
○ 퓌며서 : 피면서
○ 쉬이 : 쉽게
○ 디고 : 지고(구개음화)
○ 더우면 곳 퓌고 치우면 닙 디거날 : 사람들이 세상 형편에 따라 편하게 살아감
○ 변티 : 변하지
○ 곳기난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는다 : 지조가 곧고 생활이 청빈함을 뜻한 말
○ 바회 : 바위
○ 치우면 : 추우면
○ 솔아 : 소나무야
○ 구천 : 땅속, 황천
○ 불희 : 뿌리, 불휘> 뿌리(ㅎ탈락, 경음화, 단모음화)
○ 뎌러코 : 저러하고
작 품 해 제
♣ 작자 : 윤선도(尹善道:1587∼1671)
♣ 출전 : 고산유고 중 산중신곡
♣ 종류 : 연시조
♣ 성격 : 찬미적
♣ 제재 : 水·石·松·竹·月
♣ 주제 : 오우(五友)인 水·石·松·竹·月을 기림
작 품 설 명
지은이가 56세 때 전라도 해남 금쇄동(金鎖洞)에 은거할 무렵에 지은 <산중신곡(山中新曲)> 속에 들어 있는 6수의 시조로, 수(水-물)·석(石-돌)·송(松-솔)·죽(竹-대)·월(月-달)을 다섯 벗으로 삼아 서시(序詩) 다음에 각각 그 자연물들의 특질을 들어 자신의 자연애(自然愛)와 관조를 담아 고산 윤선도 문학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것으로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어 시조를 절묘한 경지로 이끈 작품이다.
첫 수는 뒤에 나올 다섯 수에 대한 소개를 하며 서시이고, 둘째 수는 물, 셋째 수는 바위, 넷째 수는 소나무, 다섯째 수는 대나무, 여섯째 수는 달을 각각 친근한 벗으로 표현함으로써 사물에 대한 작가의 짙은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말의 어휘와 어미, 문장 등을 잘 다듬는 시인의 언어적 감각에 의해 완벽하게 구현이 되고 있으며, 자연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사상과 정신이 잘 응축되어 있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어우러진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잘 그려내고 있다.
제1수는 이 작품의 서시(序詩)로서 초, 중장은 문답식으로 다섯 벗을 나열하였다. 자연과 벗이 된 청초하고 순결한 자연관을 순우리말의 조탁(彫琢)으로 잘 표현하였다 ' 더?야 머엇?리.'에서 작자의 동양적 체관(諦觀)을 발견할 수 있다.
제2수는 물의 영원성을 기린 노래이다. 구름과 바람은 가변적(可變的)이요 순간적(瞬間的)이라 한다면, 물은 영구적(永久的)이다. 물은 구름이나 바람과 달리 깨끗하고 항시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산이 좋아하는 자연이 되고 있다.
제3수는 바위의 변하지 않는 생명성을 찬양한 노래이다. 꽃이나 풀이 가변적이고 세속적이라 한다면, 바위는 영구적이요 철학적이다. 꽃이나 풀이 부귀 영화의 상징이라면, 바위는 초연(超然)하고 달관(達觀)한 군자의 모습이다.
제4수는 소나무의 변함없는 푸름에서 꿋꿋한 절개를 느껴 찬양한 노래이다. 소나무는 역경에서도 불변하는 충신(忠臣)과 열사(烈士)의 상징으로 여긴다. 여기에서도 절의(節義)의 모습으로서의 소나무를 기리면서, 자신의 강직한 고절(高節)을 나타내었다.
제5수는 중 대나무의 푸름을 찬양하여, 아울러 그가 상징하는 절개를 나타낸 것이다. 대나무는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옛 선비들의 굳은 절개를 상징하는 상징물로서 사랑을 받아온 것이다.
제6수는 달(竹)을 노래한 것인데, 달이란 작은 존재로 장공(長空)에 홀로 떠서 세상만 비출 뿐 인간의 미, 추, 선, 악을 꼬집지도 헐뜯지도 않아 좋다고 했다. 이는 병자호란 때 왕을 호종(扈從)치 않았다고 해서 반대파들로부터 논척(論斥)을 받고 영덕에 유배되기까지 한 고산(孤山)으로서는 말없이 장공에 떠서 보고도 말 아니하고 오직 세상만 골고루 비춰 주는 달만이 벗이라고 할 만하다.
더 살펴보기
○ 특정 사물에 대해 읖거나 개성이 드러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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