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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이론

골법용필 및 자세

by 목향정광옥서예가 2011. 6. 29.

골법용필 및 자세
골법 용필은 결구(結構) 혹은 운필 방법을 말하는 것이다.
서법(書法)에는 여러가지 용어가 있어서 가끔 혼용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뿐만 아니라 서론가, 서예가들이 호칭하는 용어의 해석을 조금씩 달리하기도 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가장 일반적인 개념을 따르고자 한다. 먼저, 필법이란 말을 살펴보면 중국에서는 "필법은 문자의 점획쓰기의 운필방법이다."라고 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필법은 글씨를 쓰는 법칙, 서법(書法)"이라고 풀이하였다. 중국서법 용어상에 좀더 상세히 풀이한 것을 보면 " 집필(執筆), 운완(運脘)에서부터 용필(用筆)에 이르기까지를 모두 합하여 필법이라고 칭한다."라고 하였다.
운필법(運筆法)은 집필(執筆), 용필(用筆), 행필(行筆)의 개념을 포함하는 상당히 다의적인 개념이지만 일반적으로 점.획을 형성하기 위해 붓이 움직이는 과정과 그에 따른 상황을 말한다고 볼 수 있겠다. 여기서는 여러가지 용어별 방법을 통해서 알아보고 자 한다.
기필(起筆).행필(行筆).수필(收筆)
각종 서체의 기본 점획을 각각의 크기와 종류에 관계없이 1개의 획을 용필하는데 있어서 3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즉 처음과 중간과 끝냄의 3단계가 있기 마련인데 필봉을 움직일 때 처음 부분을 기필(起筆), 중간 부분을 행필(行筆), 끝부분을 수 필(收筆)이라고 한다.
또한 한 획을 그을 때에는 최소한 두 번 이상 붓을 세워줘야 하는데 이를 일컬어 일획삼절(一劃三切)이라 한다. 즉 한 획에는 세마디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획에 힘을 주기 위함이다. 기필의 방법은 역입(逆入)으로 하는데 역입(逆入)이란 붓이 가고자 하 는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용필해서 나가는 것으로 기필(起筆)부분에 힘을 주기 위함이다.
행필에 있어서는 붓을 세워준다는 말의 의미를 잘 습득해야 하며 올바로 세워주지 못하게 되면 획에 힘이 빠져버리고 만다. 수필은 회봉(廻鋒)을 하여 붓을 점점 들어가면서 끝내게 된다.
중봉(中鋒).편봉(偏鋒)
중봉(中鋒)이란 한개 획을 쓸 때 필봉을 서선의 중간으로 행필한다는 뜻으로 설명하는데 붓의 털 부분을 전부 가지런히 하여 필 봉의 위치를 항상 서선의 중간에 가게 하여 써 나가는 방법을 중봉용필, 또는 중봉법이라고 한다. 이렇게 용필을 하면 먹물이 종 이 뒷면까지 힘있게 침투하여 웅경(雄勁)하고 절대로 경박하거나 태만해 보이지 않으며 병 글씨 같지는 않게 되는 것이다. 그 러므로 모든 서체의 용필은 대부분 중봉을 위주로 해야 한다. 특히 전서는 반드시 중봉으로써 써야 하며, 한글 서예도 마찬가지 다. 편봉(偏鋒)은 측봉(側鋒)이라고도 하는데 편봉이란 획의 가장자리 한편으로 필봉이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편봉으로 운필을 하면 서선의 한쪽은 매끈하고 반대편은 서선이 거칠게 보이기 때문에 이렇게 쓴 글씨는 획형이 평평하고 가벼우며 힘이 없어 보 인다. 중봉으로 쓴 글씨는 입체적이고 서선이 살아있는 듯하지만 편봉으로 쓴 글씨는 힘이 약하고 획형이 보잘 것 없어 보인다
장봉(藏鋒).노봉(露鋒)
장봉이란 하나의 획을 쓸 때 처음 부분에 필봉을 어떻게 들이대느냐에 대한 운용 방법인데 붓끝 즉 필봉을 서선의 처음 부분으 로 밀어서 대면 붓끝이 감추어 지게 된다. 이렇게 필봉을 감추어지게 대는 것을 장봅이라고 한다. 서선의 방향대로 붓을 대어서 필봉이 나타나도록 하는 것을 노봉이라고 한다. 그래서 장봉은 붓을 순서대로 대지 않고 역으로 입필한다고 하여 역입(逆入)이라 고 하는데 역입을 하면 필봉은 자연히 장봉(藏鋒)으로 된다. 수직획은 위쪽으로 밀어 올렸다가 아래로 행필을 하고 횡획은 오른 쪽에서 왼쪽으로 미는 듯했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필봉을 행필한다. 그래서 이러한 필봉의 움직임을 역입장봉(逆入藏鋒)이라고 하 는데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글씨를 써야 필력이 강하게 보이게 된다. 한 획을 쓸 때 붓끝이 밖으로 노출되게 하는 것을 노봉이라고 하는데 글자와 글자가 연결되게 쓸 때 노봉이 나타난다. 또한 노봉은 작은 글자나 행.초서를 쓸 때 많이 나타나게 된다.
역봉(逆鋒).회봉(廻鋒)
1개의 획을 기필할 때 필력을 충분히 나타내기 위하여 필봉의 봉망이 나타나지 않도록 붓끝을 밀어넣어서 기필을 하는데 이렇게 붓을 밀어넣어 입필을 하게 되는 것을 역봉이라 칭한다.역봉은 대개 기필에서 응용이 되는데 앞서 말한 역입장봉과 같은 뜻이라 하겠다. 획의 수필 부분에서 필봉을 거둘 때는 행필의 방향을 돌려서 장봉의 방법으로 붓을 거두게 된다. 이렇게 필봉의 방향을 둘려서 거두는 것을 회봉이라고 한다. 회봉에는 실제로 되돌리는 실회(實廻)와 허공에서 되돌리는 허회(虛廻)의 방법이 있다. 역봉이나 회봉은 너무 의식적으로 표현하면 어색하므로 용필을 작게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제봉(提鋒).둔봉(頓鋒)
제봉은 제필 또는 제법이라고 하는데 획을 쓸 때 필봉을 당겨서 획형의 특징을 나타내는 용필 방법이다. 서선의 중간부분에서 점점 가늘어지게 하거나, ㄱ부분의 획형을 점점 뾰족하게 수필을 하거나 꺾이는 부분에서 획형을 점점 가늘어지게 표현할 때는 제봉으로 용필을 해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제봉이 시작되는 앞부분은 반드시 둔봉으로 용필을 해야 한다. 둔봉은 준봉, 안필 이라고도 하는 데 제봉과 정반대가 되는 것으로 필봉을 눌러서 쓰는 것이다. 하나의 획은 굵고 가늚의 변화가 반드시 있게 마련 이다. 하나의 획은 제와 둔의 반복운행으로 조세(粗細)가 나타나고 자연스럽고 생동감이 넘치게 형성되는 것이다. 획을 모지게 쓸 때에는 제필로 쓰고, 둥글게 쓸 때에는 둔필로 쓴다. 따라서 제필법은 전서를 쓰기에 알맞는 방법이고 둔필법은 예서를 쓰기 에 알맞다.
절봉(折鋒), 전봉(轉鋒)
절봉이란 꺽는다는 필법 용어로 쓰이는데 필봉을 절한다는 의미에서 용필 운용상 절봉 또는 절필이라고 부른다. 한개의 서선이 나 점은 용필과정에서 절필이 있으며 가로획과 세로획이 만나는 부분에서 절이 생긴다. 꺾을 때에는 원형이 이루어지면 힘이 없 어 보인다. 그러므로 둔필의 방법으로 꺾어야 힘의 느낌이 나타나며 전절이 되는 부분에 각이 생기게 된다. 전봉이란 절봉의 상 대적 용어인데 절봉을 해야 할 부분에서 필봉의 방향을 각이 생기지 않도록 둥글게 돌려 행필을 하는 것이다. 특히 전서에는 절 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고 전이 대다수를 이루게 된다.
방필(方筆), 원필(圓筆)
필획중에서 획형이 방형(方形)으로 생긴 것을 방필이라고 한다. 방필의 의미에는 동사적인 면과명사적인 면이 있는데 방형으로 필봉을 운용하은 것을 방필이라고 하고 방필로 써놓은 필획도 방필이라고 한다. 원필은 원형(圓形)의 필획을 말하는데 방필과 상 대적인 획형의 명칭이며 속으로 살찐 듯 강한 골격이 나타나지 않으며 둥글고 힘이 센 듯한 느낌을 풍긴다. 전서는 모두가 원필 로 이루어지며 예서에 이르러서야 방필과 원필을 횬용하게 된다.
골육근혈법(骨肉筋血法)
글자에는 인체와 같이 뼈, 살, 힘줄, 피가 모두 있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부연하자면 좋은 글씨란 사람의 인체조직과 같아서 4가지 모두가 하나도 빠짐없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골은 필획 중에서 힘을 나타낼 수 있는 골격을 뜻함이고 육은 먹물의 농담을 비유하여 선의 굵고 가늚, 즉 살찌고 마름을 말하는 것이다. 근은 사 람의 힘줄과 같이 그자의 획간에 기맥이 서로 통하도록 표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혈은 필획이 윤택하고 생기가 있어야 하므 로 먹물의 신선함을 피에 비유한 것이다.
골법 : 운필을 할 때 중봉으로 글씨가 이루어지게 하며 역봉을 할 때에는 절필을 하여 글씨에서 뼈대가 나타나는 듯하게 쓰는 방법이다.
육법 : 필봉에 함묵시키는 먹물의 양을 적당히 하여 용필을 해야 살이 알맞게 쪄보이는 서선을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은 먹물의 함묵량에 관계가 있는 것인데 먹물이 너무 많이 함묵되어도 적게 되어도 좋지 않다.
근법 : 글자끼리나 획끼리는 기맥이 상통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을 사람의 몸으로 보면 힘줄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둔 필할 때는 붓을 아주 정지하거나 거두지 않으면 안된다.
혈법 : 먹물은 글자쓰기에서 글자의 피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기있고 윤기있는 글씨를 쓰기위해 서는 먹물의 농도 맞추기를 잘 하여야 한다.
결구와 장법
문자의 점획은 점획 자체로서는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므로 점획의 운필법을 익힌 후에는 점획을 모아서 하나의 문자를 구성하 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바르고 아름다운 글자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점획 구성이 운필법(運筆法)이라면 문자의 구성은 결구(結構)라고 할 수 있다. 점.획이 모여서 한 글자의 구성이 이루어진 다음에 문제가 되는 것은 "전체의 구성 "이다. 이것을 장법(章法)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문자를 조화롭게 배열 또는 배자하여 하나의 완성된 문장을 꾸미는 것 뿐 만이 아니라 최종적인 낙관을 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집필(執筆)
붓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전신정력(全身精力)을 종이에 쏟을 수 있고 또 먹칠만 하게도 되어 예로부터 여기에 부심(腐心)하 여 왔다. 붓을 쥐는 데에는 단구법(單鉤法), 쌍구법(雙鉤法), 발등법(撥등法) 등의 3 법이 있으나 가장 합리적인 것은 발등법이 다.
발등법은 각기 다른 다섯 손가락의 특징을 살려서 집필하는 것이어서 오지집필법(五指執筆法)이라고도 하는데 오지집필(五指執筆)은 다음과 같은 요령으로 한다.
대지(大指) : 염(?) : 엄지의 상절(上節)을 꺾고 손끝으로 붓대의 왼쪽을 누르며 버텅기는 것
식지(食指) : 압(壓) : 누른다.
중지(中指) : 구(鉤) : 꺾는다.
명지(名指) : 격(格) : 튕긴다.
소지(小指) : 저(抵) : 저항한다.
먼저 엄지와 중지의 손가락 끝으로 필관의 아래에서 1/3 점을 잡되 위에서 볼 때 동그란 모양이 되게 하고 가능한 한 손가락 끝으로 잡아 면적이 가장 크게 되게 한다.
명지의 손톱부분을 필관에 대어 후방에서 전방으로 내치는 힘을 만든다. 1.3.4의 손가락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식지는 중지와 같이 꺾어서 필관을 누른다. 이 때 손가락의 끝부분이 필관에 닿아야지 첫째마디나 둘째마디가 피관에 닿아서 는 안된다.
소지는 명지와 같이 필관에 대어 명지를 도와 힘을 더하게 한다. 이 때 깍 손가락들의 틈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이렇게 붓을 쥐고 위에서 보면 엄지와 중지가 원 모양을 이루는데 이것을 호구(虎口)라고 부르며 이것이 동그란 원이 될 때 용 안(容顔)이라 하고, 꺾었던 엄지 손가락의 마디를 약간 필 때 타원 모양이 되는데 이를 봉안(鳳眼)이라 하여 붓의 힘은 빠지게 된다. 호구(虎口)가 용안(龍眼)이 되도록 다섯 손가락의 마디를 모두 꺾어서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잡게 되면 손바닥은 텅비어 허장실지(虛掌實指)가 제대로 된다.
텅빈 손바닥은 천변만화(千變萬化)하게 하는 굴신자재(掘伸自在)를 자유롭게 한다. 운필의 묘는 집필에 따라 발휘된다. 손가락 끝에 힘을 주되 일정한 힘을 어느 때는 빼기도 하고 채우기도 하여 경중을 임의로 하지 않으 면 손가락은 굳어지고 팔목과 어깨가지 통증을 가져오게 된다. 그리하여 오지 매듭의 굴절은 언제나 같지만 손가락 끝의 힘은 마 음대로 가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곧 굴신이다. 그 조종은 대지(大指)와 중지(中指)및 명지(名指)가 동시에 일치되어야만 비로소 힘의 경중을 조화있게 할 수 있다.
참고로 단구법(單鉤法), 쌍구법(雙鉤法)을 보면 단구법은 엄지와 식지만으로 잡는다. 그리고 쌍구법은 엄지와 식지 및 중지로 잡는다. 쌍구법은 발등법과 비슷한 듯하나 관절이 꺾이지 않는데다 다섯 손가락의 역량을 모두 발휘할 수 없는 점에서 발등법과 다르다. 이 두 방법들은 모두 손가락 끝을 위주로 해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에 설명하는 바와 같이 운필은 팔을 움직여 한다는 본령(本領)에 어긋나니 탐탁한 방법이 못된다. 특히 단구법은 아주 작은 소자를 쓸 경우가 아니고는 꺼리는 방법이다.
운완(運腕)
글씨는 손가락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팔과 관절의 역량'으로 쓰는 것이다. 운완(運腕:팔의 움직임)으로 글씨를 쓸 때에는 힘찬 탄력으로 시작하여 거두어 드리게 되기 때문에 비록 실처럼 가느다란 필봉(筆鋒)일지라도 거기서 이루어지는 획(劃)은 알차고 힘있는 것이 되어지며 이와 반면에 손가락의 움직임만을 위주로 하여 쓸 때에는 작은 소자의 경우가 아니고는 붓의 움직이는 범 위가 좁고 역량이 미약하여 힘있는 글씨를 쓸 수가 없다. 따라서 손목을 다소 안으로 오무려가지고 관절과 함께 팔을 충분히 움 직여서 써야만 부드러우면서 굳센 글씨를 쓰게 된다. 이것을 글씨 쓸 때의 회완(回腕)이라고 한다.
운완방법(運腕方法)에는 현완(懸腕), 제완(提腕), 침완(枕腕)의 세가지가 있다.
현완법은 글씨를 쓸 때 팔을 책상에 대지 않고 들어 올리고 쓰는 방법을 말한다. 그래야만 자유로운 운완으로 전신의 기력은 충 분히 발휘되고, 팔, 팔뚝, 팔목, 손가락이 모두 움직여져서 온 힘이 붓끝(筆鋒)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正姿勢 參照)
제완법은 오른쪽 팔둑을 책상에 대고 팔목 부분만을 올리고 쓰는 방법이다. 이것은 소자(小字), 중자(中字)를 슬 때에 적당하고 대자(大字)를 쓸 때에는 부적당하다.
침완법은 왼손을 오른손 밑에 받치고 쓴다. 이 방법은 팔의 역량이 붓끝(筆鋒)에 까지 충분히 미치 지 못하는 흠이 있어 소자(小字)를 쓸 때 그런대로 적용된다.
자세
바른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자세가 정확해야 한다. [바른 자세]란 몸가짐이 [자연스러운 상태]에 있고 정신이 긴장하거나 흥분 하는 일 없이 평안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의자에 앉아서 쓸 경우의 바른 자세는 다음과 같다.
우선 정신을 편안하게 가라앉힌 다음 책상에서 10cm쯤 떨어져 가슴을 펴고 않는다.
손을 반드시 얼굴 중심 30cm 전방에 머물게 하고 팔은 둥글기가 마치 맷돌질 하는 형태로 수제골(手蹄骨)이 탁자를 향하게 하면 필관은 곧게 서도록 된다.
대지(大指)와 식지(食指)가 형성하는 호구(虎口)의 용안(龍眼)은 탁자와 수평을 이루어야 하며 왼손은 힘을 주어 탁자를 짚 어 좌실(左實), 우허(右虛)가 되도록 한다. 그래야만 오른손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현완이 되게한다. 여기서 현완이라 함은 팔 을 든다는 뜻으로 팔이 책상과 평행이 되도록 든다.
지면과 눈과의 거리는 30cm 정도를 견지하되 의연한 자세로 정좌하는 것이 원칙이나 상반신이 약간 앞으로 숙여지게 된다.
두 다리는 어느 한쪽을 반드시 앞으로 내어딛고 전진후퇴에 자유로운 동작을 취할 수 있게 한다.

 

 

 

 

낙관(落成款識)

서화가들이 꼭 알아야 할 두 가지


                           삼도헌 정태수(한국서예사연구소장, 서예세상 지기)

 

 지난 여름에 필자는 서울의 어느 서예전시장에서 전시된 작품을 보면서 두 가지 문제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하나는 그 전시를 관람하던 서예인들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면서 생각해 본 문제이다. 서예를 지도하는 스승으로 보이는 노신사가 제자들에게 전시된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그들의 대화 가운데 “낙관(落款)을 잘 새기지 못했다”는 등의 말이 오가면서 ‘낙관’이란 용어를 원래의 뜻과는 다른 ‘인장’이란 의미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다른 방문객에게 조용히 ‘낙관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더니 역시 손가락으로 전시된 인장(印章)을 가리켰다. 그들은 ‘인장’을 ‘낙관’이라고 말하였고 또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낙관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낙관은 낙성관지(落成款識)를 줄인말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 뒤 작자가 직접 그 작품에 년월(年月), 성명(姓名), 시구(詩句), 발어(跋語)를 쓰든가 성명(姓名)이나 아호(雅號)를 쓰고 인장을 찍는 전체를 의미한다. 낙관은 제관(題款)이라고도 하는데 서예작품 전체의 중요한 유기적 구성성분이다. 그것은 전체화면을 안정시키거나 분위기를 돋구기도 하고, 작품의 주제를 부각시키거나 예술적 의경을 조성하여 더욱 풍부한 정취를 갖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서화작품에서 낙관은 전체구도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

 

 낙관은 상관(上款)과 하관(下款)으로 나누거나 장관(長款)과 단관(短款)으로 나누기도 한다. 상관은 시(詩)의 명칭이나 작품을 받을 사람의 성과 이름을 기록하고, 하관은 글씨를 쓴 사람의 성명, 년월, 글씨를 쓴 장소 등을 기술한다. 특정인에게 작품을 주지 않을 때 일반적으로 상관은 생략하고 하관만 하는데, 이것을 단관(單款)이라고도 한다. 또한 화면의 구도상 여백이 많아서 전체화면을 채우고 빈자리를 보충하기 위해서 본문과 관계있는 문장을 길게 덧붙이고 성명, 아호 등을 적어 글자수가 많아지게 하는 형식을 장관이라고 하고, 이와 반대로 화면 구도상 아호와 성명을 적고 인장을 찍을 공간만 있어서 글자수가 적어지게 하는 형식을 단관이라고 한다. 고대 시기에는 서화작품에 낙관을 하지 않았다. 송, 원대를 지나면서 조금씩 낙관을 하게되었고, 명, 청대에 접어들면서 거의 제도화되어 작품제작의 필수적인 과정이 되었다.


 그리고 서화작품에서 낙관은 작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완성의 표시이기도 하고, 후세에 한 작가의 작품이 진적인지 위작인지를 가리는 귀중한 열쇠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는 낙관을 할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주의해야 한다. 첫째, 본문보다 낙관글씨는 작아야 한다. 왼쪽 모서리에 본문보다 작으면서 조화를 이루도록 처리해야 한다. 둘째, 하관을 하는 서체는 본문과 어울려야 한다. 예컨대 전서작품은 행서낙관, 예서작품은 해서나 행서낙관, 해서작품은 해서나 행서낙관, 행서작품은 행서나 초서로 낙관할 수 있다. 행서는 서화작품에서 낙관하기에 가장 무난한 서체이다. 셋째, 낙관에는 작가의 연령이나 신분을 밝히기도 하는데 젊은 사람이 나이를 쓴다든가 ■■거사, ■■도인 등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이다. 넷째, 윗사람이나 친구 등의 부탁으로 본문을 쓰고 낙관을 할 때는 항렬이나 선후배를 따져서 격에 맞게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 쌍관(雙款)한 예를 아래에서 살펴보자.


 첫째, 상대를 높이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하면된다. ①■■道兄指正 ■■ 拜贈(■■도형께서 바로잡아 주기를 바랍니다. ■■은 절하면서 선사합니다. (여기서 도형(道兄)은 상대를 높여서 부르는 말이고, 지정(指正)은 남에게 작품을 보낼 때 자신의 작품에 잘못된 곳이 있으니 바로 지적해 달라는 겸손의 의미가 있다.) ②■■先生正之 ■■■題贈(■■선생께서는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는 제(題)하여 바칩니다. ■여기서 正之는 자신의 작품이 잘못되었으니 고쳐달라는 겸사이다.) ③■■女史雅正 ■■■畵(■■여사께서는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 그렸습니다. ■여기서 아정(雅正)은 지정(指正)과 같은 의미로 자신의 작품 중에 잘못된 부분을 고쳐달라는 겸사이다.) ④■■吾兄七十壽書(畵)此以祝(■■형의 칩십세 수연(壽筵)에 이를 써서(그려서) 축하합니다.) ⑤辛巳初冬寫(書)呈■■■博士(將軍, 社長)敎正 ■■■ 敬獻(신사년 초겨울에 ■■■박사(장군, 사장)께 그려서(써서) 드리니 잘못된 곳을 바로 가르쳐 주십시오, ■■■는 삼가 바칩니다.)


 둘째, 상대와 신분이 비슷한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하면된다. ①辛巳秋爲■■作 ■■■書(寫) (신사년 중추에 ■■을 위하여 제작하였다. ■■■쓰다(그리다). ②辛巳晩秋■■仁兄(大雅)之屬 ■■■書(畵)(신사년 늦가을에 ■■仁兄(大兄)의 부탁으로 ■■■이 씁니다.<그립니다>. ■여기서 인형(仁兄)은 친구끼리 상대편을 대접하여 부르는 말이고, 대아(大雅)는 평교간(平交間)에서나 문인(文人)에 대하여 존경한다는 뜻으로 상대자의 이름 밑에 쓰는 말이다.) ③■■仁兄大人雅屬卽正 ■■■(■■인형(仁兄)의 부친의 부탁으로 제작하였으니 고쳐주시기 바랍니다. ■■■)


 셋째, 특별한 신분일 때 혹은 익살스럽게 할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한다. ①■■法家 指正 ■■■ 敬寫(스님께서는 보시고 바로 고쳐 주십시오. ■■■이 삼가 그렸습니다. (여기서 법가(法家)는 승려를 높여서 한 말이다.) ②■■道友補壁 ■■■塗鴉(도형(道兄)의 벽을 보충하십시오. ■■■이 먹으로 그렸습니다. ■여기서 보벽(補壁)은 서화를 벽에 걸어 벽을 채운다는 뜻이니 겸사이면서도 익살스러운 말이고, 도아(塗鴉)는 종이 위에 먹을 새까맣게 칠하였다는 뜻이니 곧 글씨가 서툴다는 겸사이다.)


 이와 같이 낙관은 본문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주기 위하여 구도나 장법상 전체 화면에 어울리게 하여야 한다. 쌍관이든 단관이든 인장의 날인까지 마쳐서 낙관이 마무리 되면 본문과 어울려 서화작품의 격조를 높이는 열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인장자체를 낙관이라고 하거나 낙관이 삐뚤게 새겨졌다는 말은 고쳐져야 할 것이다. 지도자들은 용어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된다고 본다.


 다른 하나의 문제는 그 전시장에 비치된 도록을 보면서 생각한 것이다. 일상적으로 서예계에서 인쇄되는 작품집을 보면 그 작품에 대한 정보를 표기할 때 각양각색으로 작가마다 차이가 있다. 이번 기회에 국제적으로 미술품을 표기할 때 어떻게 하는지에 대하여 소개하고 서단의 작품표기가 통일 내지는 표준화되기를 기대하는 바램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다.


 서예작품의 표기에서 가장 오류가 많은 것은 작품크기를 알리는 높이(세로)X너비(가로)㎝를 바꾸어서 대부분 너비(가로)X높이(세로)로 기록하고 있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미술작품의 도판에는 그 작품에 관한 정보를 정해진 순서대로 도판 밑 왼쪽에서 시작하여 오른쪽 방향으로 가로쓰기를 한다. 그 순서는 ①도판번호〔영어로는 본문 속에 오는 삽도는 Figure 또는 Fig.로 쓰고 도판은 Plate 또는 Pl.로 한다〕. ②작가명, ③작품명(영문의 경우 이탤릭체나 밑줄을 긋고 국문인 경우< >표를 한다), ④제작연대. ⑤재료, ⑥크기(높이는 너비보다 먼저 써준다), ⑦소장처(도시를 먼저쓰고 소장처는 다음에 쓴다). 등을 밝히는 설명문을 첨가한다.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도판 94. 이황, <書簡>, 1562. 紙本, 28.5㎝X19.5㎝ 額, 서울. 한빛문화재단 소장.

 

 작가가 개인전을 할 경우에도 도록에 이와 같은 표기의 원칙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즉 개인전 도록의 경우 작가의 성명은 알고 있기 때문에 생략이 가능하나 그 외의 사항은 순서대로 기록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개인전을 하는 작가는 최소한 ①<작품명>, ②제작연대. ③재료, ④크기(세로X가로), 등의 순서대로 표기해 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누구든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고 국제적으로도 통용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제기한 두 가지 문제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점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낙관과 작품의 표기에 관한 문제는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중요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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