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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향 정광옥 한글서예가
  • 목향 정광옥 서예가
한글서예이론

조침문 원문

by 목향정광옥서예가 2010. 12. 16.

조침문

유세차(維歲次)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 미망인(未亡人) 모씨(某氏)는 두어자 글로써 침자(針者)에게 고()하노니, 인간 부녀(人間婦女)의 손 가운데 종요로운 것이 바늘이로대,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도처(到處)에 흔한 바이로다. 이 바늘은 한낱 작은 물건(物件)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회(情懷)가 남과 다름이라. 오호 통재(嗚呼痛哉),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손 가운데 지닌지 우금(于今) 이 십 칠 년이라. 어이 인정(人情)이 그렇지 아니하리요. 슬프다. 눈물을 잠깐 거두고 심신(心身)을 겨우 진정(鎭定)하여, 너의 행장(行狀)과 나의 회포(懷抱)를 총총히 적어 영결(永訣)하노라.

 연전(年前)에 우리 시삼촌(媤三村)께옵서 동지상사(冬至上使) 낙점(落點)을 무르와, 북경(北京)을 다녀 오신 후에, 바늘 여러 쌈을 주시거늘, 친정(親庭)과 원근 일가(遠近一家)에게 보내고, 비복(婢僕)들도 쌈쌈이 나눠 주고, 그 중에 너를 택()하여 손에 익히고 익히어 지금까지 해포되었더니, 슬프다, 연분(緣分)이 비상(非常)하여, 너희를 무수(無數)히 잃고 부러뜨렸으되, 오직 너 하나를 연구(年久)히 보전(保全)하니, 비록 무심(無心)한 물건(物件)이나 어찌 사랑스럽고 미혹(迷惑)지 아니하리오. 아깝고 불쌍하며, 또한 섭섭하도다.

 나의 신세(身世) 박명(薄命)하여 슬하(膝下)에 한 자녀(子女) 없고, 인명(人命)이 흉완(凶頑)하여 일찍 죽지 못하고, 가산(家産)이 빈궁(貧窮)하여 침선(針線)에 마음을 붙여, 널로 하여 생애(生涯)를 도움이 적지 아니하더니, 오늘날 너를 영결(永訣)하니, 오호 통재(嗚呼痛哉), 이는 귀신(鬼神)이 시기(猜忌)하고 하늘이 미워하심이로다.

 아깝다 바늘이여, 어여쁘다 바늘이여, 너는 미묘(微妙)한 품질(品質)과 특별(特別)한 재치(才致)를 가졌으니, 물중(物中)의 명물(名物)이요, 철중(鐵中)의 쟁쟁(錚錚)이라. 민첩(敏捷)하고 날래기는 백대(百代)의 협객(俠客)이요, 굳세고 곧기는 만고(萬古)의 충절(忠節)이라. 추호(秋毫) 같은 부리는 말하는 듯하고, 두렷한 귀는 소리를 듣는 듯한지라. 능라(綾羅)와 비단(緋緞)에 난봉(鸞鳳)과 공작(孔雀)을 수놓을 제, 그 민첩하고 신기(神奇)함은 귀신(鬼神)이 돕는 듯하니, 어찌 인력(人力)이 미칠 바리요.

 오호 통재(嗚呼痛哉), 자식(子息)이 귀()하나 손에서 놓일 때도 있고, 비복(婢僕)이 순()하나 명()을 거스릴 때 있나니, 너의 미묘(微妙)한 재질(才質)이 나의 전후(前後)에 수응(酬應)함을 생각하면, 자식에게 지나고 비복(婢僕)에게 지나는지라. 천은(天銀)으로 집을 하고, 오색(五色)으로 파란을 놓아 곁고름에 채였으니, 부녀(婦女)의 노리개라. 밥 먹을 적 만져 보고 잠잘 적 만져 보아, 널로 더불어 벗이 되어, 여름 낮에 주렴(珠簾)이며, 겨울 밤에 등잔(燈盞)을 상대(相對)하여, 누비며, 호며, 감치며, 박으며, 공그릴 때에, 겹실을 꿰었으니 봉미(鳳尾)를 두르는 듯, 땀땀이 떠 갈 적에, 수미(首尾)가 상응(相應)하고, 솔솔이 붙여 내매 조화(造化)가 무궁(無窮)하다. 이생에 백년 동거(百年同居)하렸더니, 오호 애재(嗚呼哀哉), 바늘이여.

 금년 시월 초십일 술시(戌時), 희미한 등잔 아래서 관대(冠帶) 깃을 달다가, 무심중간(無心中間)에 자끈동 부러지니 깜짝 놀라와라. 아야 아야 바늘이여, 두 동강이 났구나. 정신(精神)이 아득하고 혼백(魂魄)이 산란(散亂)하여, 마음을 빻아 내는 듯, 두골(頭骨)을 깨쳐 내는 듯, 이윽토록 기색 혼절(氣塞昏絶)하였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만져 보고 이어 본들 속절 없고 하릴 없다. 편작(扁鵲)의 신술(神術)로도 장생불사(長生不死) 못하였네. 동네 장인(匠人)에게 때이련들 어찌 능히 때일손가. 한 팔을 베어 낸 듯, 한 다리를 베어 낸 듯, 아깝다 바늘이여, 옷 섶을 만져 보니, 꽂혔던 자리 없네. 오호 통재(嗚呼痛哉), 내 삼가지 못한 탓이로다.

 무죄(無罪)한 너를 마치니, 백인(伯仁)이 유아이사(由我而死), 누를 한()하며 누를 원()하리요. 능란(能爛)한 성품(性品)과 공교(工巧)한 재질을 나의 힘으로 어찌 다시 바라리요. 절묘(絶妙)한 의형(儀形)은 눈 속에 삼삼하고, 특별한 품재(稟才)는 심회(心懷)가 삭막(索莫)하다. 네 비록 물건(物件)이나 무심(無心)?지 아니하면, 후세(後世)에 다시 만나 평생 동거지정(平生同居之情)을 다시 이어, 백녁 고락(百年苦樂)과 일시 생사(一時生死)를 한 가지로 하기를 바라노라. 오호 애재(嗚呼哀哉), 바늘이여.

요점 정리

작자 : 유씨 부인

연대 : 조선 순조 때.

갈래 : 바늘을 의인화하여 제문(祭文: 죽은 사람을 조상하는 글)의 형식을 빌어 쓴 수필

성격 : 애도적, 추모적, 주관적, 고백적, 신변잡기적

문체 : 신변잡기적인 미셀러니임, 내간체, 국한문 혼용체

구성 : 제문 형식으로 된 3단 구성

 

서사

본사

결사

제문

'유세차'로 시작함

고인을 회고하며 심정을 서술함

고인의 명복을 빌고 '상향'으로 끝냄

조침문

'유세차 모년 모일~'로 시작함

부러진 바늘에 대한 회포

후세를 기약함

 

영결(永訣)의 심회를 적는 취지 - 남달리 정회가 깊은 바늘을 이 글을 적어 영결함.

바늘의 행장과 나 - 바늘과의 동고동락(同苦同樂)

바늘을 얻은 내력

나의 신세와 바늘과의 관계

바늘의 신묘한 재주

바늘과의 동고동락

바늘의 최후

애도의 심정과 후세에의 기약

일곱 단락으로 나눔

첫 단락은 바늘을 소재로 한 제문을 짓게 된 동기를, 둘째 단락은 바늘을 손에 넣게 된 과정을, 셋째 단락은 바늘과의 이별을, 넷째 단락은 바늘의 외모를, 다섯째 단락은 바늘의 재능을, 여섯째 단락은 바늘이 부러지게 된 과정과 허전함을, 마지막 단락은 자책과 후세에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재 : 바늘

주제 : 부러뜨린 바늘을 애도함 [표면적으로는  부러진 바늘을 애도하는 글이지만, 남편의 죽음으로 과부가 된 절망적 상황이 주는 애통함을 바늘이라는 사물을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품에 드러난 바늘에 대한 슬픔은 남편과의 사별한 처지에서 오는 슬픔의 다른 표현으로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한이라는 주제가 내면화되어 있다.]

줄거리 : 일찍 과부가 된 작자가 슬하에 자녀가 없이 오직 바느질에 재미를 붙이고 지내다가, 시삼촌께서 주신 바늘 중 마지막 것을 부러뜨리고는 그 섭섭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제문 형식을 빌어서 쓴 글이다.

특징 : 일상 생활 속에서 소재를 취했고, 섬세한 감각과 정서가 두드러지며, 의성어, 의태어를 활용하여 감각적으로 표현함

의의 : <의유당 관북 유람일기>, <규중칠우쟁론기>와 더불어 여류 수필의 백미로 뛰어난 문장력과 한글체의 제문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내용 연구

유세차[維歲次 : 제문(祭文)의 첫머리에 쓰는 말로 이 해의 차례는이라는 뜻으로, 제문(祭文)의 첫머리에 관용적으로 쓰는 말.]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 아무 해 아무 월 아무 일. ], 미망인(未亡人 : 남편이 죽고 홀몸이 된 여자) 모씨(某氏)는 두어자 글로써 침자(針者 : 바늘)에게 고(: 알림)하노니, 인간 부녀(人間婦女)의 손 가운데 종요로운(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매우 긴요한) 것이 바늘이로대,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도처(到處)에 흔한 바이로다. 이 바늘은 한낱 작은 물건(物件)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회(情懷 : 생각하는 마음. 또는 정과 회포를 아울러 이르는 말.)가 남과 다름이라. 오호 통재(嗚呼痛哉 : 아아 슬프고 원통하도다! ),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손 가운데 지닌 지 우금(于今 :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십 칠 년[부러진 바늘을 얻은 햇수, 또는 바느질을 배운 햇수을 말하며 글쓴이가 조심성 있고 알뜰한 성품임을 짐작할 수 있음]이라. 어이 인정(人情)이 그렇지 아니하리요. 슬프다. 눈물을 잠깐 거두고 심신(心身)을 겨우 진정(鎭定)하여, 너의 행장[行狀 : 몸가짐과 품행을 통틀어 이르는 말. 죽은 사람이 평생 살아온 일을 적은 글.]과 나의 회포(懷抱 :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나 정)를 총총히[간략하게] 적어 영결(永訣 :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서로 영원히 헤어짐. )하노라. - 글을 쓴 취지

연전(年前 : 몇 해 전에)에 우리 시삼촌(媤三村 : 남편의 삼촌)께옵서 동지상사(冬至上使 : 조선 시대에, 중국으로 보내던 동지사의 우두머리) 낙점(落點 : 조선 시대에, 이품 이상의 벼슬아치를 뽑을 때 임금이 이조에서 추천된 세 후보자 가운데 마땅한 사람의 이름 위에 점을 찍던 일. 여러 후보가 있을 때 그중에 마땅한 대상을 고름.)을 무르와(받들어), 북경(北京)을 다녀오신 후에, 바늘 여러 쌈(바늘을 묶어 세는 단위. 한 쌈은 바늘 스물네 개를 이른다. 옷감, 피혁 따위를 알맞은 분량으로 싸 놓은 덩이를 세는 단위. 여기서는 )을 주시거늘, 친정(親庭 : 결혼한 여자의 본집)과 원근 일가(遠近一家 : 멀고 가까운 한 집안)에게 보내고, 비복(婢僕 : 계집종과 사내종을 아울러 이르는 말)들도 쌈쌈이 나눠 주고, 그 중에 너를 택()하여 손에 익히고 익히어 지금까지 해포(한 해가 조금 넘는 동안, 여기서는 짧지 않은 시간을 뜻함)되었더니(시삼촌이 바늘을 준 것은 '연전'의 일이고, 작가가 바늘을 손에 익힌 지는 해포라고 했는데, 바늘을 지닌 지는 '우금 이십칠 년'이나 된다고 했다.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아마 착오에서 빚어진 모순인 듯하다),

모순된 진술

바늘을 받은 것은 연전임

바늘을 지닌지 27년이 되었음

바늘을 비복들에게 나누어줌

가산이 빈궁해서 침선에 마음을 붙임

슬프다, 연분(緣分 : 서로 관계를 맺게 되는 인연.)이 비상(非常 : 보통이 아님)하여, 너희를 무수(無數)히 잃고 부러뜨렸으되, 오직 너 하나를 연구(年久 : 지난 세월이 꽤 오래됨)히 보전(保全)하니, 비록 무심(無心)[생명이 없는] 물건(物件)이나 어찌 사랑스럽고 미혹(迷惑 : 무엇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함)지 아니하리오. 아깝고 불쌍하며, 또한 섭섭하도다. - 바늘을 얻은 내력

나의 신세(身世 : 주로 불행한 일과 관련된 일신상의 처지와 형편) 박명(薄命 : 복이 없고 팔자가 사나움)하여[작가의 외로운 처지가 드러남] 슬하(膝下 : 무릎의 아래라는 뜻으로, 어버이나 조부모의 보살핌 아래. 주로 부모의 보호를 받는 테두리 안을 이른다.)에 한 자녀(子女) 없고, 인명(人命 : 사람의 목숨)이 흉완(凶頑 : 모질고 질김)하여 일찍 죽지 못하고, 가산(家産 : 집안의 재산)이 빈궁(貧窮 : 가난하고 궁색함)하여 침선(針線 : 바늘과 실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여기서는 바느질)에 마음을 붙여, 널로 하여 생애(生涯 : 생계)를 도움이 적지 아니하더니, 오늘날 너를 영결(永訣 :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서로 영원히 헤어짐.)하니, 오호 통재(嗚呼痛哉), 이는 귀신(鬼神)이 시기(猜忌 : 남이 잘되는 것을 샘하여 미워함)하고 하늘이 미워하심이로다[작가와 바늘의 두터운 정을 하늘이 시기하여 바늘을 죽게 하였다는 뜻 / 글쓴이의 처지는 설상가상, 멸이가의, 화불단행, 병상첨병]. - 바늘과 나의 신세

아깝다 바늘이여, 어여쁘다(불쌍하다) 바늘이여[바늘의 죽음을 슬퍼하는 아녀자의 마음이 드러남], 너는 미묘[微妙 : 섬세(纖細), 현묘(玄妙), 정묘(精妙), 불가사의(不可思議), 미묘복잡(微妙複雜), 미묘(微妙), 복잡(複雜)]한 품질(品質)[내용상 바늘의 특성을 '품질''재치'로 나누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굳세고 곧기'는 품질을 표현한 말이고, '민첩하고 날래기''민첩하고 신기함'은 재치를 표현한 것이고, '추호같은 부리', '두렷한 귀'는 바늘의 겉모습을 표현한 것임 ]과 특별(特別)한 재치(才致)를 가졌으니, 물중(物中)의 명물(名物 : 남다른 특징이 있어 인기 있는 것을 이르는 말)이요, 철중(鐵中 : 철 가운데)의 쟁쟁(錚錚 : 으뜸)이라. 민첩(敏捷)하고 날래기는 백대(百代)의 협객(俠客 : 호방하고 의협심이 있는 사람)이요[바늘의 빠른 움직임을 말함], 굳세고 곧기는 만고(萬古)의 충절(忠節)이라. 추호(秋毫 : 가을에 짐승의 털처럼 아주 가늘다는 뜻으로, 아주 적거나 조금인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비슷한 말로 조금, 이호(釐毫), 손톱만큼이 있다.) 같은 부리(새나 일부 짐승의 주둥이. 길고 뾰족하며 보통 뿔의 재질과 같은 딱딱한 물질로 되어 있다.)는 말하는 듯하고, 두렷한(둥근) 귀는 소리를 듣는 듯한지라. 능라(綾羅 : 두꺼운 비단과 얇은 비단)와 비단(緋緞 : 명주실로 짠 광택이 나는 피륙을 통틀어 이르는 말. 가볍고

빛깔이 우아하며 촉감이 부드럽다.)에 난봉(鸞鳳 : 난조(鸞鳥)와 봉황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며, 뛰어난 인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뜻을 같이하는 친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혹은 사이 좋은 부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과 공작(孔雀 : 꿩과의 새. 꿩과 비슷하나 깃이 매우 화려하고 몸이 크다. 날개의 길이는 수컷이 50cm, 암컷은 40cm, 꽁지는 1.5미터 정도이며, 머리 위에 10cm 정도의 깃털이 삐죽하게 있는데 수컷이 꽁지를 펴면 큰 부채와 같으며 오색찬란하다. 암컷은 수컷보다 작고 꼬리가 짧으며 무늬가 없다. 미얀마, 말레이 반도, 스리랑카, 인도 등지에 분포한다)을 수놓을 제, 그 민첩하고 신기(神奇)함은 귀신(鬼神)이 돕는 듯하니, 어찌 인력(人力)이 미칠 바리요. - 바늘의 신묘한 재주

오호 통재(嗚呼痛哉), 자식(子息)이 귀()하나[금지옥엽 : 금으로 된 가지와 옥으로 된 잎이라는 뜻으로, 임금의 가족을 높여 이르는 말 귀한 자손을 이르는 말로 여기서는 의 뜻] 손에서 놓일 때도 있고, 비복(婢僕)이 순()하나 명()을 거스릴 때 있나니, 너의 미묘(微妙)한 재질(才質 : 재주와 기질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 나의 전후(前後)에 수응(酬應 : 남의 요구에 응함)함을 생각하면, 자식에게 지나고[보다 낫고] 비복(婢僕)에게 지나는지라[비복보다 낫다]. 천은(天銀 : 품질이 가장 뛰어난 은. 순도가 십성 곧 100%인 것을 이른다)으로 집을 하고, 오색(五色 : 다섯 가지의 빛깔. 청색, 황색, 적색, 백색, 흑색을 이른다.)으로 파란[광물을 원료로 하여 만든 유약(釉藥). 사기그릇의 겉에 올려 불에 구으면 밝은 윤기가 나고 쇠 그릇에 올려서 구으면 사기그릇의 잿물처럼 된다. 에나멜칠]을 놓아 곁고름(곁옷고름)에 채였으니, 부녀(婦女)의 노리개[여자들이 몸치장으로 한복 저고리의 고름이나 치마허리 따위에 다는 물건. , , 보석 따위에 명주실을 늘어뜨린 것으로, 단작(單作)과 삼작(三作)이 있다. 패물(佩物) 심심풀이로 가지고 노는 물건. 농구(弄具). 장난삼아 데리고 노는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 여기서는 에 해당 ]. 밥 먹을 적 만져 보고 잠잘 적 만져 보아, 널로 더불어 벗이 되어, 여름 낮에 주렴(珠簾 : 구슬 따위를 꿰어 만든 발)이며, 겨울 밤에 등잔(燈盞 : 기름을 담아 등불을 켜는 데에 쓰는 그릇.)을 상대(相對)하여, 누비며(두 겹의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줄이 죽죽 지게 박다), 호며(헝겊을 겹쳐 바늘땀을 성기게 꿰매다.), 감치며(바느질감의 가장자리나 솔기를 실올이 풀리지 않게 용수철이 감긴 모양으로 감아 꿰매다.), 박으며(실을 곱걸어서 꿰매다), 공그릴(기본형은 공그르다로 헝겊의 시접을 접어 맞대어 바늘을 양쪽의 접힌 시접 속으로 번갈아 넣어 가며 실 땀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속으로 떠서 꿰매다 ) 때에, 겹실( 두 올 이상으로 드린 )을 꿰었으니 봉미(鳳尾 : 봉황의 꼬리.)를 두르는 듯, 땀땀이[실을 꿴 바늘로 한 번 뜬 자국마다] 떠 갈 적에, 수미(首尾 : 사물의 머리와 꼬리)가 상응(相應 : 서로 응하거나 어울림)하고, 솔솔이(솔기 마다 : 솔기는 옷이나 이부자리 따위를 지을 때 두 폭을 맞대고 꿰맨 줄) 붙여 내매 조화(造化 :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신통하게 된 일. 또는 일을 꾸미는 재간.)가 무궁(無窮 : 공간이나 시간 따위가 끝이 없음)하다. 이생에 백년 동거(百年同居)하렸더니, 오호 애재(嗚呼哀哉), 바늘이여. - 바늘과의 각별한 인연

금년 시월 초십일 술시(戌時 : 오후 일곱 시부터 아홉 시까지이다), 희미한 등잔 아래서 관대(冠帶 : 관디로 옛날 벼슬아치들의 공복(公服). 지금은 전통 혼례 때에 신랑이 입는다.) 깃을 달다가, 무심중간(無心中間 : 아무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없는 사이)에 자끈동 부러지니 깜짝 놀라와라. 아야 아야 바늘이여, 두 동강이 났구나[바늘이 부러지면서 느꼈을 아픔을 자신이 대신 표현하는 말로 이는 정을 주고 있는 바늘을 사람처럼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신(精神)이 아득하고 혼백(魂魄 : )이 산란(散亂 : 어지럽다)하여, 마음을 빻아[ 짓찧어서 가루로 만듦] 내는 듯, 두골(頭骨 : 머리뼈)을 깨쳐 내는 듯, 이윽토록 기색 혼절(氣塞昏絶 : 기가 막히고 혼이 나감)하였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만져 보고 이어 본들 속절없고(단념할 수밖에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하릴없다(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정신이 아득하고 - 속절없고 하릴없다 : 마음을 빻아 내고, 두골을 깨쳐 내는 듯한 아픔에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바늘을 만져 보고 이어보며 안타까워하는 바늘을 잃고 난 직후의 심정이 잘 드러남 / 속수무책]. 편작(扁鵲 : 중국의 신화적인 의사)의 신술(神術 : 신기한 재주. 또는 신통한 술법)로도 장생불사(長生不死 : 오래도록 살고 죽지 아니함, 불로장생) 못하였네. 동네 장인[匠人 : 장색(匠色), 공장(工匠), 기능공(技能工), 기능장(技能匠)]에게 때이련들 어찌 능히 때일손가. 한 팔을 베어 낸 듯, 한 다리를 베어 낸 듯[비통함이 담긴 말로, 대구, 직유법 사용], 아깝다 바늘이여, 옷섶(저고리나 두루마기 따위의 깃 아래쪽에 달린 길쭉한 헝겊.)을 만져 보니, 꽂혔던 자리 없네[바늘의 부재에서 오는 허전함과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표현으로, 화자는 바늘을 잃은 안타까움에 바늘이 꽂혔던 옷섶을 만져 보는 것이다.]. - 바늘의 최후

오호 통재(嗚呼痛哉), 내 삼가지(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 못한 탓이로다. 무죄(無罪)한 너를 마치니[끝내니, 죽이니], 백인(伯仁)이 유아이사(由我而死)['백인'이란 사람이 나로 인하여 죽었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이 화를 입게 된 원인이 자기에게 있음을 한탄하는 말로 바늘이여, 네가 바로 나로 인해 부러졌구나], 누를 한()하며 누를 원()하리요[수원수구로 글쓴이는 바늘이 부러진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능란(能爛)[잘하다, 익숙하다, 능숙(能熟)하다, ()하다, 능통(能通)하다, 가사성(可使性) 있다, 능소능대(能小能大)하다, 수활(手滑)하다, 능수능란(能手能爛)하다] 성품(性品)과 공교(工巧 : 솜씨가 재치가 있고 교묘한)한 재질을 나의 힘으로 어찌 다시 바라리요. 절묘(絶妙 : ()하다, 신기(神奇)하다)한 의형(儀形 : 의용으로 몸을 가지는 태도. 또는 차린 모습)은 눈 속에 삼삼하고(기억이 또렷하다.), 특별한 품재(稟才 : 성품과 재질을 아울러 이르는 말.)는 심회(心懷)가 삭막(索莫)하다[쓸쓸하고 외롭다]. 네 비록 물건(物件)이나 무심(無心)치 아니하면, 후세(後世)에 다시 만나 평생 동거지정(平生同居之情 : 한집에 같이 산 정)을 다시 이어, 백녁 고락(百年苦樂 : 한평생 고통과 즐거움을 같이 함)과 일시 생사(一時生死 : 한때의 죽고 사는 일)를 한 가지로 하기를 바라노라[작자의 내세관이 담겨 있음]. 오호 애재(嗚呼哀哉), 바늘이여. - 애도의 심정과 후세의 기약

상향(尙饗) : ['적지만 흠향하옵소서'의 뜻으로, 축문(祝文)의 맨 끝에 쓰는 말로 제문의 가장 뚜렷한 형식적인 특성은 맨 처음 '유세차'라는 구절로 시작하여 맨 마지막에서 '상향'이라는 구절로 끝을 맺는다는 것이다.]

지도방법

작자가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관심을 두고 읽는다.

 

 이 작품은 표현면에서 여성의 섬세한 감각과 정서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표현에 주목하여 글을 쓸 때 적용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방법상 중요하다. 그리고 대상에 대한 애절한 느낌을 절절하게 표현한 내용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이 작품을 돋음으로 하여 사물에 대한 애정과 애착을 갖도록 한다.

 

제문, 또는 추도문의 형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양식상의 특징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미리 가르쳐 준다면 작품 감상의 맛을 줄이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작품의 형식을 이해하는 것은 작품 감상을 위한 도구라는 점에 주목하여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지 않도록 유의한다.

 

1 이 작품의 특징을 표현과 내용 면에서 말해 보자.

 

이끌어 주기 :

 

 이 작품은 제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문이 어떤 성격의 글인지를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표현과 내용상의 특징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작품 감상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시답안 :

 

 이 작품은 부러진 바늘을 대상으로 하여 추도의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따라서 표현면에 서는 오호 통재라와 같이 바늘에 대한 추모의 정을 담은 표현들을 찾을 수 있다. 또한 한 팔을 베어 낸 듯, 한 다리를 베어낸 듯, 아깝다 바늘이여, 옷섶을 만져보니 꽂혔던 자리 없네와 같이 여성의 섬세한 감각이 잘 나타나 있다. 내용면에서는 부러진 바늘의 외모, 재능, 자책감, 추모의 정 등이 단락별로 갖추어져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바늘에 대한 추모의 정이 중심 내용을 이루고 있다.

 

2. 작자가 바늘이라는 하찮은 존재에 대해 각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본문에서 찾아보자.

 

이끌어 주기 :

 

작자와 바늘의 관계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작품 내용을 세부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설정된 활동이다. 학생 스스로 작자와 바늘 사이의 각별한 관계를 찾아 작성하도록 한다.

 

예시답안 :

 

 단락별로 작자와 바늘의 관계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구절을 찾아보자. 첫 단락에서는 이 바늘은 한낱 작은 물건(物件)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화(情懷)가 남과 다름이라.’에서 찾을 수 있고, 두 번째 단락에서는 너희를 무수(無數)히 잃고 부러뜨렸으되, 오직 너 하나를 연구(年久)히 보전(保全)하니, 비록 무심(無心)한 물건이나 어찌 사랑스럽고 미혹(迷惑)지 아니하리오.’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세 번째 단락에서는 침선(針線)에 마음을 붙여 널로 하여 시름을 잊고 생애(生涯)를 도움이 적지 아니하더니, 오늘날 너를 영결(永訣)하니, 오호 통재(嗚呼痛哉)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구절들을 통해 작자에게 바늘은 생계에 큰 도움을 주고, 특별한 정회(情懷)가 있는 대상이기에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구성·창작 자신이 소중히 생각하는 물건을 읽었던 경험을 떠올려 보고, 그것을 추모하는 형식의 글을 써 보자.

 

이끌어 주기 :

 

우선, 추모할 대상을 정하도록 하고, 추모하는 글의 형식을 돋음으로 하여 한 편을 작성하게 하되 가능하면 조침문의 고풍스런 문체를 모방하는 형식으로 작성하게 하도록 한다. 내용은 추모하는 대상의 생애와 대상과 자신의 관계를 충실하게 그리면서 추모의 정이 담기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낯선 형식의 글을 쓰는 활동이므로 조침문과 더불어 유사한 형식의 추도문을 한 편 더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 과거의 글 중에는 이익의 제노문’, 오늘날의 수필 중에는 이은상의 무상이라는 수필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글을 읽었다 하더라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작품을 두고 모방의 형식으로 쓰도록 허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시답안

 

모필문(慕筆文) - 잃어버린 만년필을 추모함

 

 모년 모월 모일에 주인 모씨는 두어 자 글로써 필자(筆子)에게 고하노라. 인간사 흔한 일이 만나고 헤어짐이라 하나, 내 너를 아껴10 년간 품속에 간직하고 다니다가 우연 실수로 너를 잃었으니 이 심회가 남과 다름이라. 아깝고 불쌍하다. 내 잠깐 눈물을 거두고 마음을 진정하여 너의 행장(行裝)과 나의 심회(心懷)를 총총히 적어 이별에 부치노라.

 10년 전 어린 나이에 백일장에 나가 글을 적어 상을 타니, 그 때 상장과 함께 나의 손에 들어왔더니라. 내 너를 각별히 여겨 닳고 또 닳도록 너를 손에서 놓지 않으니 너는 내 손가락과 한 가지로 놀았더니라. 내 성격 소심하여 남들 앞에 대면하여 할 말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다가 층층이 쌓인 분노 겹겹이 덮인 한탄 새하얀 종이 위에 너를 쥔 채 풀어내면 파도치던 내 마음도 호수 같이 잠잠해졌으니, 너의 부재(不在)를 어찌 아니 서러워할까. 네 촉수(觸手) 가냘프게 가는 획을 그어 갈 적에도, 촉수가 무뎌져서 굵은 글씨 그릴 적에도 종이 위에 모인 글씨 꽃이 되고 새가 되었음이라.

 종이에 획을 그어 글을 쓰던 세상이 바뀌어 키보드를 두드리며 점을 찍는 세상이 되었어도, 너는 내 손을 떠나지 아니했더니라. 키보드가 빠르기는 빨라도 획을 긋는 촉감을 만족시켜 주지 못하여, 내 너와의 인연이 무궁하리라 여겼노라. 네 이름도 공교롭게 만년필이라 천 년 만 년 동거하자 하였더니, 아뿔싸, 별안간 이별이로다.

오호 통재라! 네가 없어도 세상에 많고 많은 게 펜이건만 어찌 십 년 정분을 잊을 수 있겠는가. 부디 필기하기 좋아하는 새 주인을 만나서 만년 동안 향락을 누리기를 빌 뿐이라. 만년필이여.

- >현대적인 문체를 구사할 수도 있으나, ‘조침문의 문체에 기대어 구성해 보았다. 산문이기는 하지만 가급적 율()적인 느낌을 자아낼 수 있도록 하였고, 의고적인 어미를 구사하였다. 부분적으로 외래어라 할 수 있는 키보드’, ‘등의 어휘도 섞어 씀으로써 현대적인 언어 감각을 존중하고자 하였다.

 

다음 두 글을 읽어 보자.

  오호라, 나라의 수치와 백성의 욕됨이 바로 여기에 이르렀으니, 우리 인민은 장차 생존 경쟁하는 가운데에 모두 멸망하려 하는도다. 대저, 살기를 바라는 자는 반드시 죽고 죽기를 기약하는 자는 삶을 얻을 것이니, 여러분은 어찌 헤아리지 못하는가? 영환은 다만 한 번 죽음으로써 우러러 임금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그럼으로써 우리 이천만 동포 형제에게 사죄하노라.

  영환은 죽되 죽지 아니하고, 구천(九泉)에서도 여러분을 기필코 돕기를 기약하니, 바라건대 우리 동포 형제들은 더욱 더 분발하여 힘쓰기를 더하고 그대들의 뜻과 기개를 굳건히 하여 그 학문에 힘쓰고, 마음으로 단결하고 힘을 합쳐서 우리의 자주 독립을 회복한다면, 죽은 자는 마땅히 저 어둡고 어둑한 죽음의 늪에서나마 기뻐 웃으리로다.   - '민충정공유고(閔忠正公遺稿)'

  나의 유서는 대략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장례식을 치르지 말 것과 또 하나는 나의 남은 재산 처리 문제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벌써 칠팔 년 전 시신을 몽땅 의과 대학 병원에 실험용으로 기증한다는 문서에 사인(sign)을 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 행여 내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 무슨 장례식 같은 거라도 치를까 봐 아예 장례식 거부 의사(意思)를 유서에 못박았다. 내 장례식이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억지로 만들어 세워진 흰색 화환(花環)도 끔찍하고 그 밑에 허연 천에 쓰인 각종 기증자의 이름을 보는 것도 끔찍하다.   - 조영남, '횡설수설' 중에서

여류 문학의 세계

 

 중세의 공식 문학관은 사대부 남성의 한문학만 문학으로 인정하고 평가했다. 이러한 원칙은 쉽게 수정될 수 없었다. 한시문이 아닌 국문학의 작품이 격이 낮지만 문학으로는 인정한다는 정도의 타협이 이루어지고, 사대부로서 자격이 부족한 사람들이 한문학에 힘쓰는 것도 용납하게 되었지만, 여성은 비록 지체가 대단하더라도 문학과는 관련이 없다고 하는 것이 관례였다. 다른 사람들이 널리 불러주는 이름마저 없는 여성에게 개성적인 활동이 허용될 수 없었다. 서얼 출신의 실학자인 이덕무가 사소절에서 부녀자들이야 한문의 기본 독해력을 갖추고 족보, 역대 국호, 성현의 이름 정도의 상식이나 얻으면 그만이지 함부로 시를 지어서 외간에 전파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못박은 데 개방의 한계가 명시되어 있다.

 여자라고 해서 감회가 없을 수 없고 민요나 설화를 통해서 절실한 사연을 나타내 온 내력이야 대단하지만, 그런 것들은 문학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문학은 격식을 갖춘 글로 이루어지고 한문학을 본령으로 삼았기에, 국문을 안글로 삼아 편지를 쓰고, 제문을 짓고 하는 것 정도는 용인되었다. 숙종의 어머니 명성대비가 송시열에게 밀명을 전한 편지도 국문이었다. 언간(諺簡)이라는 이름의 국문편지는 상하 없이 애용했으며, 생활상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실기(實記), 가사 등까지 국문을 이용해서 짓는 의욕이 나날이 확대되었다. 혜경국 홍씨의 한중록같은 것이 이루어져 국문 실기문학으로서 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19세기 이후에 규방가사와 수필이 널리 창작되고 필수적인 교양물로 읽히자 국문 문학의 저변이 크게 확대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국문 소설은 여성을 독자로 해서 발전 했으며, 여성의 요구를 흥미 거리로 삼았다.

 여자가 한문학을 하는 것은 긴요하지 않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전례가 일찍부터 있었다. 신라의 여성이 당나라에서 지었다는 한시가 전하고 있다. 고려 때에 여류 문인이 있었던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보이지 않으나, 조선 전기에 이르면 사정이 달라진다. 황진이를 비롯한 몇몇 기녀가 시조뿐만 아니라 한시도 익혀 창작 솜씨를 발휘했다. 신사임당처럼 명문 사대부 출신의 여류문인도 있어서 시가 널리 알려졌다. 그런 예외가 조선 후기에는 좀 더 확대되어 한문학이 사대부 남성의 독점물일 수 없게 하는 데에 한 몫을 했다. (출처 : 조동일, ‘한국문학통사3’)

 

이익의 제노문(祭奴文)’

 

 우리나라의 종과 주인의 관계를 비교하자면, 임금과 신하의 관계와 같다. 그러나 임금은 신하에게 벼슬로써 길러 주니, 은혜가 이미 크므로 그 은혜 갚기를 생각하지 않는 자가 잘못이지만, 주인은 종에게 잘 먹이고 잘 입히지도 못하면서 온갖 고역을 다 시키고, 성날 때에 벌()은 있어도 기쁠 때에 상()이 없으며, 조금만 잘못이 있으면 충성스럽지 않음을 꾸짖으니 왜 그럴까? 그런데도 신하는 임금의 상()에 머리를 풀지 않는데, 종은 주인의 상에 머리를 풀고 꼭 처자(妻子)와 같이 하며, 신하의 죽음에는 임금이 조상을 하고 제문을 보내는 예가 있는데, 종의 죽음에는 주인이 한번 슬퍼하지도 않고 술 한 잔 붓는 일이 없으니 그것은 또 왜 그럴까?

 나의 고장에 관()이란 종이 있었는데, 죽은 지 이미 수 년이 지났다. 어느 날 우연히 그곳을 지나다가 물어 보니, 그 무덤에 오래 전부터 제()를 지내지 않는다 하기에 다음과 같이 제문을 지어 위로한다. ‘아무 날 아무 날에 성호 일인은 옛 종 아무개의 무덤에 고하노라. ! 나라의 옛 풍속에 종과 주인의 관계를 임금과 신하에 비교했다. 그러나 어진 임금에 대해 신하가 반드시 은혜를 갚는 것은 당연하지만, 주인은 박()하면서 종에게 충성을 바라는 것이 어찌 이치라 하겠는가? 너는 한 평생 부지런히 윗사람을 받들었으므로 내가 사실 힘입음이 많았는데 어찌 차마 잊겠느냐? 너의 자식이 불초(不肖)하기에 내가 일찍이 훈계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 과연 살 길을 찾아 떠나 버렸고, 너의 무덤에 풀이 우거졌는데도 벌초할 것을 생각하는 자가 없구나. 살아서는 이미 노력이 심했고, 죽어 서는 귀신이 되어 항상 굶주리니 어찌 슬프지 않으랴? 내가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가 너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약간의 떡과 과일을 갖추어 너의 외손을 시켜서 무덤 앞에 술 한 잔을 붓게 하고, 변변치 못하나마 몇 마디 고하노리, 네가 비록 문자를 해득하지 못하지만 귀신의 이치는 느껴서 통하고, 정성이 있으면 반드시 깨닫게 마련이니 너는 흠향하라.’

 그런데, 이 일을 남들이 보면 반드시 나를 비웃을 것이다. 그러나 인정이 차마 여기에 있으니, 아마 이렇게 함이 옳을 것이다. (출처 : 이상익 외, ‘고전 수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해와 감상

 바늘 하나에 이런 섬세한 조문을 쓸 정도라면 이 글을 쓴 사람의 심성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할 것인가? 지금처럼 물건과의 관계가 일회용인 시대에 바늘 하나에 대한 지은이의 섬세한 감성은 지금처럼 매사에 실용성만 강조하고 일회용처럼 매사를 대하는 현대인에게 대단히 의미심장한 일로 받아 들여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끼던 바늘을 의인화하여 조문을 바치는 작자의 심성을 보면서 현대인의 자세를 생각해 보는 좋은 글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조침문이 이렇게 설명되고 있다.

 조침문은 조선 순조 때 유씨부인(兪氏夫人)이 지은 고전수필로 국문체이고 일명제침문이라고도 한다. 부러진 바늘을 의인화하여 쓴 제문(祭文)이다. 미망인 유씨의 작품으로 알려졌을 뿐 연대와 작자의 인적사항은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작자는 사대부 가문의 청상과부인로 생각되는데, 그 문장실력과 고사(故事)에 능통한 점으로 보아, 비록 삯바느질을 하고 있는 처지이나 어려서부터 독서와 문안편지쓰기로 실력을 닦아온 양반집 딸인 듯하다.

 고어(古語)의 자취 및 표기법상으로 볼 때, 조선조 말 내간체 작품들과 별 차이 없으므로 보아 연대는 19세기 중엽으로 볼 수 있다. 서두를 모년 모월 모일 미망인 모씨가 두어 자() 글로써 침자(針子)에게 고하노라. ” 라고 시작하였다. 그리고 바늘과 함께 했던 긴 세월을 회고하고 바늘의 공로와 바늘의 요긴함, 바늘의 모습과 재주를 찬양한 뒤 부러지던 날의 놀라움과 슬픔, 그렇게 만든 자신에 대한 자책과 회한, 그리고 내세의 기약으로 끝을 맺고 있다. 한 개의 바늘을 가지고 27년을 썼다는 사실은 조심성 깊고 알뜰한 여심을 말해 준다. 한편 자녀 하나 두지 못한 외로운 여인이 생계를 그것에 의지하고, 반생을 동고동락하여 왔음을 전제로 이 작품을 이해하여야 될 것이다.

 “ 자식이 귀하나 손에서 놓을 때도 있고, 비복이 순하나 거슬릴 때도 있나니. ” 라고 하여 자식과 비복보다 낫다고 한 점, 또 바늘이 부러지던 순간, 잠시 동안 혼절하였다는 표현에서 바늘에 대한 작자의 뛰어난 표현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추호(秋毫) 같은 부리는 말하랴는 듯하고, 뚜렷한 귀는 소리를 듣는 듯하도다. ” 라는 표현은 바늘을 생명체요 유정물(有情物)로 인정하고 표현한 것인데, 그 표현은 신기(神技)에 가깝다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제문에 얽힌 작자의 애절한 처지와 아울러 뛰어난 문장력과 한글체 제문이라는 측면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그림 : '바느질하는 여인(Woman sewing)'1880 - 82. 메리 카사트)

이해와 감상1

 조선 순조 때 유씨부인(兪氏夫人)이 지은 수필. 제침문(祭針文)이라고도 한다. 바늘을 의인화한 것으로, 형식은 제문(祭文)으로 되어 있다. 작자는 사대부(士大夫) 가문의 청상과부인 듯하다. 자녀도 없이 오직 바느질에 재미를 붙이며 나날을 보내다가, 어느날 쓰던 바늘이 부러지자 슬픈 심회(心懷)를 누를 길 없어 이 글을 지었다고 한다. 첫머리를 <유세차(維歲次) 모년 모월 모일 미망인 모씨가 두어 자() 글로써 침자(針子)에게 고하노니>로 시작, 이어 바늘과 더불어 지낸 27년의 회고 및 공로와 바늘의 요긴함, 바늘의 모습과 재주 찬양, 부러지던 날의 놀라움과 슬픔, 그렇게 만든 자신에 대한 자책과 회한, 그리고 내세(來世)의 기약으로 끝을 맺고 있다. 문장력이 뛰어난 한글체 제문이라는 측면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크다.

작품의 이해와 감상2

  조선 순조 때 유씨 부인이 지은 고전 수필로, '의유당 관북 유람 일기', '규중칠우쟁론기'와 더불어 여류 수필의 백미로 일컬어진다. 부러진 바늘을 의인화하여 함께 했던 긴 세월의 회고, 바늘의 공로와 재질, 바늘이 부러진 날의 놀라움과 슬픔, 자책, 회한 등을 제문(祭文)의 형식을 빌려 표현한 작품이다. 미망인 유씨의 작품으로 알려졌을 뿐 연대와 작자의 인적 사항은 모두 미상이다. 이 작품은 제문에 얽힌 작자의 애절한 처지와 아울러 뛰어난 문장력과 한글체 제문이라는 측면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출처 : 한계전 외 4인 저 '문학교과서')

심화 자료

백인이 유아이사 (伯仁由我而死)에 얽힌 고사

 백인(伯仁)이 나로 말미암아 죽었다 함이니 다른 사람이 화()를 받은 것이 자기 때문일 때 한탄하여 이르는 말로

  옛 중국의 진()나라에 백인(伯仁)이라는 사람과 그의 친구 중에 왕도(王導)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일 때문에 왕도라는 사람이 곤경에 빠졌다. 백인은 친구 왕도를 변호하는 글을 썼고, 왕도는 이 글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그런데 백인은 바로 이 글 때문에 목숨을 잃을 지경에 이르렀다. 백인이 글 때문에 목숨을 잃을 지경에 이르렀을 당시, 글 덕분에 새 삶을 얻은 왕도는 꽤 높은 자리에 있었다. 말하자면 백인의 목숨을 구해 줄 수 있는 그런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왕도는, 백인이 자기를 변호하는 글을 썼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백인이 죽음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구해 줄 마음을 먹지 않았다. 백인이 죽은 다음 왕도는, 백인이 자기를 위해 쓰고 올린 글을 읽고 나서야 크게 뉘우쳐 깨닫고는 피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한탄했다.

  ", 내가 백인을 죽인 것은 아니지만, 결국 나로 말미암아 죽었구나(, 我雖不殺伯仁, 伯仁由我而死 / 희 아수불살백인, 백인유아이사)!"  혹은  "내가 비록 백인을 죽이지는 아니했으나 백인은 나로 말미암아 죽었도다" (噫 我雖不殺伯仁 伯仁由我而死)하면서 통곡했다 함.

손바느질의 기초적 방법

홈질:가장 기본적인 바느질로서 널리 쓰인다. 헝겊을 겹쳐서 땀을 곱결지 않고 성기게 꿰매는 방법인데, 바느질땀이 고르고 아래 ·윗손이 줄지 않아야 한다. 박이옷을 제외한 겹옷 ·솜옷의 모든 솔기와 치마폭잇기 등에 널리 쓰인다.

박음질:솔기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쓰는 바느질이다. 한 땀을 뜨고 난 다음 그 바늘땀 전부를 되돌아가서 다시 뜬다. 재봉틀 바느질은 모두 박음질의 원리를 이용한 방법이다.

반박음질:홈질보다는 튼튼하고 박음질보다는 성긴 것으로서 한 땀 뜨고 그 1/2만 되돌아 뜬다.

감침질:감침질에는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안쪽에서 감칠 때 바늘을 곧게 세워 뜨고 대신 실밥이 어슷하게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겉에서 감칠 때 실밥이 작게 나오게 하기 위해 바늘을 어슷하게 꽂아 뜬다. 버선 감칠 때 이 방법으로 한다.

공그르기:공그르기에는 2가지 방법이 있는데, 창구멍 등을 마무리할 때 쓰는 방법으로, 표리에 모두 바느질땀이 작게 보이도록 뜬다. 두 번째 방법은 단을 접고 단 안쪽으로 스며 뜨고 겉은 한 올씩 뜬다.

상침질:솔기를 장식하거나 탄탄하게 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인데, 바늘땀 수에 따라 한땀 상침, 두땀 상침, 세땀 상침이라 한다. 한땀 상침은 반박음질과 같은 방법으로 하되 간격을 넓게 띈 것이고, 두땀 상침 및 세땀 상침은 박음질을 두 땀 또는 세 땀씩 하고 간격을 띄어 놓은 것이다.

시침질:2겹 이상의 감을 고정시킬 때 사용한다. 천 끝에서 0.5cm쯤 안쪽을 약 3cm 길이로 0.5cm씩 떠서 시친다. 따라서 겉에는 0.5cm 간격으로 3cm, 안에는 3cm 간격으로 0.5cm씩의 실땀이 나오게 된다.

호아시침질:천 끝에서 약 0.5cm 안쪽의 안팎을 모두 0.3cm의 땀으로 호아 시친다. 시침실을 뽑지 않고 입는 얇은 견직물 따위에 쓰인다.

사뜨기:골무나 노리개 등 양 끝이 마무리된 것을 합칠 때 쓰이는 것으로, 탄탄한 동시에 장식의 효과도 나타낸다. 바늘을 왼쪽 위쪽에서 빼내어 오른쪽 아래쪽으로 꽂아 왼쪽 아래쪽으로 빼내어 다시 오른쪽 위쪽으로 꽂아 교대로 꿰매 겹쳐가는 방법이다.

새발뜨기:두꺼운 감의 단을 탄탄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또는 장식으로서 사용되며, 왼쪽에서 시작하여 오른쪽으로 바느질해간다. 꺾은 단의 꼭대기에서 0.5cm쯤 떨어진 곳에서 바늘을 빼내어 밑의 천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0.1cm 정도 뜬 다음 다시 꺾은 단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0.1cm 정도 떠서 실이 위아래에서 교차되게 하여 되풀이해 간다.  

휘갑치기:푸서의 올이 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대개 1cm 간격에 0.51cm 깊이로 한 땀 또는 56땀씩 휘갑쳐가는 방법이다.

솔기하기:솔기하기에는 통솔 ·가름솔 ·곱솔 ·쌈솔 등 4가지가 있는데, 재봉틀 바느질에서도 솔기를 튼튼하게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이 방법을 이용한다.

통솔은 올이 잘 풀리는 옷감에 쓰는 방법으로, 먼저 겉에서 0.20.3cm 시접을 남기고 박은 다음, 시접을 꺾어 넣고 안에서 0.30.5cm 시접을 두고 다시 박는다. 가름솔은 안에서 1번 박아서 그 시접을 갈라 놓는 방법인데, 올이 풀릴 염려가 있으므로 핑킹 가위로 시접가를 베거나 1번 얕추 접어 박아 둔다. 모직물 ·무명 등 두꺼운 감의 어깨와옆솔기에 많이 쓰이는 방법으로 접어박기 가름솔, 휘갑치기 가름솔, 핑크드 가름솔, 홈질 가름솔, 테이프대기 가름솔 등이 있다.

곱솔은 솔기 하나를 3번 박아서 마무르는 방법으로 가늘게, 또 올이 풀리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먼저 2겹을 나란히 겹쳐서 박고 그 시접을 꺾어 놓고 다시 1번 박은 다음 남은 시접을 가위로 자르고 또 꺾어서 박는다.

쌈솔은 먼저 시접의 한쪽을 0.30.5cm 정도 더 두고 1번 박은 다음 넓은 시접으로 좁은 시접을 싸서 납작하게 눌러 박는 방법이다. 안에서는 박음솔이 2줄로 보이고 겉에서는 박음솔이 1줄로만 보인다.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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