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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이론

[스크랩] 서예란 무엇인가?

by 목향정광옥서예가 2011. 6. 29.

서예란 무엇인가?


 

서우가 되기 위해서는 붓 잡는 법을 알기 전에, 중봉(中鋒)과 만호 제착(萬毫齊着)을 알기 전에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
서예를 왜 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전근대적 유물이나 사상을 비판할 때 흔히 쓰는 '인간이 달나라에 갔다 오는
세상'이란 표현도 이미 30년 전의 것이 되어 버 린 지금 과연 서예라는 것을 하는 것이 어떤 필요가 있는 것일까. 또 필요성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이러한 생각을 한다는 것조차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서예에 대한 다소 터무니없어 보이는 생각들도 곳곳에 퍼져 있어 더욱
혼란스럽다. 학생의 신분으로 글씨를 쓰고 있으므로 서예의 자리매김을 전문 서예인의 몫으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살핌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실질적인 서예 입문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 충분히 그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

서예, 다시 말해서
서법예술(書法藝術)은 예술의 한 분야인가(정답을 다 써 주고 응모 엽서를 받는 신문의 경품광고같다)? 정 답은 물론 'YES'이다. 예술이
당시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요구를 담아내는 것이라면 서예도 예술의 한 분야인 만큼 그러한 기 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수라가 부른 '兒! 대한민국'은 노래도 아니다. 서예의 예술로서의 다른 예술 분야와의 공통된 특징이 이러한 것이라면, 서예만의 고유한
특징들도 존재하고 이 두 가지가 어우러져 서예의 모습을 나타낸다. 그러면 서 예만의 고유한 특징이 무엇인가.





  • 첫째
    그림이나 음악, 문학 등의 다른 예술 분야들이 당시대의 삶의 모습과 요구를 직접적으로 나타낸다면 서예는 상대적으로
    간접적으로 그러한 기능을 한다. 청대(淸代)나 민국초(民國初)의 금석학(金石學), 전서에 대한 연구 등은 그 성과물 자체에 어 떠한 삶의
    모습이나 요구를 담고 있다기보다는 그러한 작업 자체에 만주족 지배 구조에 대한 간접적 저항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 다.


  • 둘째
    다른 예술 분야들이 밖으로 향하는 힘의 방향을 지니고 있다면 서예는 안으로의 끝없는 세계로 파고드는 예술이다. 따 라서
    다른 예술 분야는 낭만파 고전파 조용히살고파 등의 시대 사조들이 패러다임 교체의 방법으로 격렬히 변해온 반면, 서예는 수천년의 역사를
    두고 매우 완만하게 혁명적 변화 없이 발전해 왔다.


  • 세째
    서예는 주변적인 수많은 요소들의 영향을 받으며 그 요소들과 분리시켜 생각하기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주 변적인
    요소란 작자의 상황이나 인격, 쏟아부은 노력 등을 들 수 있겠는데, 다른 예술은 이러한 요소들이 일방적으로 작품에 영 향을 미친다고
    보아도 무방하고 따라서 작품에 대한 평론도 그러한 시각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서예에서는 역방향의 영향은 흔 한 일이며 따라서 이러한
    주변적인 요소는 서예의 주요 요소가 된다. 송준호 교수님께서 '書展에 붙여'라는 글에서 지적하셨듯, 인격과 분리된 서품(書品, 서예
    작품을 말하는 듯)은 아무리 그것이 뛰어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사람이 지니는 연륜이나 인생 경험 따위가
    '경력'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서예 작품을 직접적 분석적으로 감상하는 행위는 전체 작품 의도의 대부분을
    버리고 감상하는 행위가 되고 그것은 별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음악에서 '소나타 형식'의 완벽한 적용이, 미술에서
    '원근법의 효과적 사용'이 작품의 완성도(完成度)를 높일지 모르나, 서예에 서는 '파책의 완결'이 서예작품의 완성도를 반드시 높인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 네째
    서예의 미적 요소에는 다른 예술에는 없는 중요한 한 가지 요소가 추가되는데 그것이 바로 서예 작품에 쓰인 문자(혹은
    문장)의 뜻이다. 석고문에서 '第 1鼓'라고 불리는 것 중에서 아마 낚시하는 내용이 나올 텐데 이 부분에서의 주요 포인트는 '물 수(
    )'자이다. 전서의 상형자는 대부분 그렇듯이 써 놓은 그 자체가 물이 흐르는 느낌을 주게끔 되어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의 분위기는 전체가
    물 흐르는 듯한 느낌을 주게 써야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의 내용은 여러 가지가 있 겠지만 (전에 박준호 서우가
    임서한 부분은 고구려 건국 신화의 내용이었다) 만주 벌판을 정벌하던 내용이 있다. 그런데 이것을 쫀쫀한 전서로 썼다고 하면 어떨까.
    위에서 말한 '경품 퀴즈' 이야기에서 답을 찾으세요. 그 정도 눈치는 있어야지. 따라서 광개 토 대왕비는 (보는 이에 따라서는
    다르겠지만) 호방한 고예(古隸)로 되어 있다.



 예술 분야이기 때문에 가지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지적한 점들 때문에 서예를 대할 때에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아 야
한다. 그런데 어떤 이가 이러한 점들을 무시하고 다른 예술 장르들이 삶의 모습과 요구를 담아내는 공식에 대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다른 시각 예술(그림, 사진, 영화, 무용 등)의 주요 미적 요소인 상징의 방법을 서예에다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힘의 방향이 끝없는 내적 세계를 향하던 서예를 무리하게 외부로 끌어냄으로써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을 겪을 것이다. 우선 서예와 한데 어우러져
있던 주변적 요소들을 분리시킴으로써 이 요소들의 차이에 의해 나타나던 작품의 맛은 완전히 배제될 것이고, '얼굴은 X같지만 노래 하난 끝내
줍니다.'라는 동요처럼 될 것이다. 삶의 요구를 담아낸 예는 아니지만 베를리오즈같은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자는 오히려 '홍콩 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환상 교향곡을 썼으며, 고흐 같은 정신 이상자의 그림은 오히려 명작이 되었다. 서예에도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서예에 무조건 무언가를 표현하도록 '요구' 한다면 내적 완성과 예술적 표현이 본디 하나였던 서예를 이 둘로 양극분해함으로써 서예의 성질을
잃고 말 것이다. 특히, 예술 쟝르를 하나의 수단으로 봄으로써 서예를 그 희생양으로 만들 것이다.
서예가 하나의 예술로써 현재의 삶을
담아내고 무엇인가를 지향하려는 움직임은 서예를 즐기는 사람들 내부에서 논의되어 나 와야 하는 것이지 어떠한 공식에 대입될 변수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서우회의 나아갈 바를 밝힐 때가 되 었다. 앞에서 서예가 당시대의 삶의 모습과 요구를 담아낼 때에는 그
말하고자 하는 바가 서예 작품에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행위 그 자체가 그러한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화우회에서 서우회가 독립하여
나왔을 때의 정신은 무엇인가. 바로 전통 에 대한 관심이다. 화우회 안에서는 도저히 그것을 이룰 수가 없었을
것이다.

출처 : 끝 전사
글쓴이 : 영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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