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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이론

[스크랩] 金剛山 詩 모음 - 栗谷(李珥)

by 목향정광옥서예가 2013. 1. 28.

율곡의 금강산 시 모음

* 산 중에서(山中)

약 캐다가 갑자기 길을 잃었다. 採藥忽迷路

일천 봉우리 가을 낙엽 속에서, 千峰秋葉裏

마침 중이 물을 길어 가는데, 山僧汲水歸

숲 끝에 차 다리는 연기가 일어나네. 林末茶烟起

 

* 풍악산에서 작은 암자에 있는 노승에게 시를 지어 주다(楓岳贈小菴 老僧)
물고기 뛰고 솔개 나는 것 위 아래가 한가지라. 魚躍鳶飛上下同

저것은 색도 아니고 공도 아니로세. 這般非色亦非空

무심히 한 번 웃고 신세를 돌아보니, 等閒一笑看身世

석양의 나무 숲 속에 홀로 서 있네. 獨立斜陽萬木中

 

만폭동(萬瀑洞)

높고 낮은 돌길 거쳐 동문에 들어가니, 石逕高低入洞門

골짜기 속 날으는 폭포 성난 우뢰처럼 울려퍼진다. 洞中飛瀑怒雷奔

바위엔 만고로 녹기 어려운 눈이 서리었고, 巖橫萬古難逍雪

산에는 천추로 흩어지지 않는 구름이 높이 떴도다. 山聳千秋不散雲

사자봉 앞을 지날 땐 짙은 안개를 헤치고, 獅子峯前披翠霧

화룡연 위에 앉아서 황혼을 맞는다. 火龍淵上坐黃昏

이윽고 밤에 보덕암에 투숙하니, 夜投普德禪菴宿

학 울음 원숭이 울음 꿈속 혼 어지럽히네. 鶴猿啼攪夢魂

 

* 풍악산에서 본 대로 기록하다(楓岳記所見)
나는 타고난 천성이 산수를 좋아해, 吾生賦性愛山水

지팡이 하나 나막신 두 짝으로 유람하기 일쑤라. 策杖東遊雙蠟

세상사는 도무지 관심의 밖이라, 世事都歸棹頭中

다만 명산 찾아서 풍악산으로 향하였네. 只訪名山向楓岳

처음 석천을 거쳐 작은 길 발견하고, 初沿石川得小逕

차츰 가다보니 또 좁은 길이 산기슭로 통하였네. 漸見鳥道通山麓

알겠노라 가까운 숲 속에 절이 있는 걸, 林間有寺知不遠

푸른 연기 떠오르는 곳에 종소리 난다. 靑烟起處種聲落

걷고 걸어 해도 저물고 길도 끝날 때, 行行日暮路窮時

퍼런 회나무 엉성한 숲에 붉은 누각이 보인다. 蒼檜蕭森露朱閣

승방에 붙여 누워 단꿈도 못꾸고서, 僧房寄臥不成夢

밤새도록 창 너머 폭포 소리만 들었네. 隔窓終夜聞飛瀑

이른 아침 죽 공양 때 목어1)가 움직이니, 平明粥熟木魚動

수많은 승려들 한 뜰에 모여든다. 一庭緇羅千百

내 그 무렵 문을 나와 앞 길을 묻자, 我時出門問前途

어떤 중이 손 끝으로 푸른 산 북쪽을 가리키네. 有僧指點靑山北

옷 걷고 풀을 헤쳐가도 괴로운 줄 모르고, 衣披草不辭勞

맑은 바람으로 두 겨드랑을 끌게 하고 싶다. 欲使淸風駕兩腋

햇빛 가린 덩굴 속으로 골짝 깊숙이 들어가다가, 藤蔓蔽日入洞深

좁은 길 돌 모서리에 옷자락이 걸리기도, 石角拘衣知路窄

바로 절정에 오르자 앞이 탁트이어서, 直上高峰始豁然

온 경계의 삼라만상을 감당할 수 없어라. 萬境森羅收不得

물 소린지 바람 소린지 분별하기 어려워라, 風聲水響浩難分

몇 군데나 날으는 폭포가 뭇 구렁을 뒤흔드는고, 幾道飛泉喧衆壑

머리 들고 동으로 바라보니 눈망울이 아물아물, 擡頭東望眼力盡

망망한 큰 바다가 하늘에 대여 푸르도다. 茫茫大洋連天碧

유람하다 어느덧 속세 바깥 사람이 되었나봐, 逍遙便作物外人

가슴 속의 숫한 번뇌를 다 씻어버렸네. 洗盡胸中塵萬斛

깜짝 놀라라 숲 끝에 또 절이 있어, 忽驚蘭若在林端

다가가 선방 문 똑똑 두르렸네, 往禪扉聲剝啄

텅 빈 고요한 뜰엔 새 한 마리 울고 있고, 空庭寥寂一鳥鳴

맑고 맑은 창 바깥 냇물은 발 씻기가 어려워라. 門外溪淸難濯足

다시 그윽한 길 찾아 위태로운 바위를 돌고, 更尋幽逕傍危巖

손 올려 덩굴을 휘어잡다 여러 번 미끄러지기도, 引手攀蘿屢側

험한 산길 헤매다가 작은 암자 발견했으나, 崎嶇上下得小菴

사방이 방초일 뿐 사람 흔적 볼 수 없네. 四面芳草無人迹

깎아 세운 듯한 봉우리는 날아갈 듯 괴상하고, 峯巒削立怪欲飛

눈 빛 서린 높은 산세 감돌아 끝이 없다. 雪色嵯峨逈無極

푸른 하늘 땅에서 한 자[尺]도 안 떨어졌으니, 靑天去地不盈尺

머리 위 별들을 손으로 딸 것만 같다. 頭上星辰手可摘

어딜 보나 오가는 구름 뿐이오, 雲來雲去何所見

뜰 아랜 수많은 봉우리 푸르거나 흰 빛. 階下千峯靑又白

천둥 소리 우르르 굽어 듣고서야, 雷聲殷殷俯可聽

인간에 비바람 일어나는 줄 알겠도다. 知是人間風雨作

문 열고 홀연히 선정(禪定)2)에 든 스님을 보니, 排門忽見入定僧

수련하여 단련한 몸, 여윈 모습 학과 같다. 鍊得身形瘦如鶴

반기는 듯 나를 보고 서로 말은 않은 채, 欣然見我不相語

깨끗이 선상 쓸고서 나를 멈춰 묵게 하네. 淨掃禪床留我宿

이른 새벽 나를 깨워 해 뜨는 걸 보라기에, 凌晨蹴我見出日

놀라 일어나 창문 열고 멀리 바라보았네. 驚起開窓遙送目

동방이 온통 붉은 비단 속으로 들어가, 東方盡入紅錦中

아침 노을인지 바다 빛인지 분별할 수 없었다. 不辨朝霞與海色

잠시 뒤 햇님 얼굴 부상3)에 솟아 올라, 須臾火輪湧扶桑

온통 하늘 땅 비춰 어둡던 밤 깨뜨렸네. 照破乾坤一夜黑

스님 하는 말, "여기선 이 경내가 가장 절호한 곳, 僧言此地最奇絶

세간은 어찌 신선과 범부 그 격차 뿐이랴." 世間何翅仙凡隔

아! 나는 아직 세 속의 인연 다하지 않아, 嗟余俗緣磨不盡

이 곳에 살면서 나의 즐거움 온전히 하지 못하네. 不能棲此全吾樂

후년에 이 승유를 계속하게 되거들랑, 他年勝遊如可續

산 신령은 꼭 기억해 두기 부탁하오. 寄語山靈須記憶

 

〈 주 〉

1) 불가(佛家)으 법기(法器). 나무로 물고기 모양처럼 만들어 고당(庫堂)의 곁에 달아 매놓고 죽반(粥飯) 또는 기타 승려들을 소집할 때 두드려서 부르는 기구이다. 「북사(北史)」의 수기(隋紀)나 또는 「제작원시(制作原始)」 등에 두루 보인다.

2)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리를 직관하는 참선(參禪)을 가리킨다.

3) 동쪽 바다의 해 돋는 곳에 있다는 신목(神木)을 가리킨다.

 

* 송라암(松蘿菴)
천 년이나 되는 절의 지경이라, 蘭若千年境

오솔길에 송나가 우거졌구려. 松蘿一逕深

스님은 높은 나무 저 건너로 돌아가고, 僧歸喬木外

새는 저물녁 산 그늘에 건너온다. 鳥度暮山陰

절벽에서 솟은 구름에 옷이 젖고, 衣濕雲生壁

산봉우리의 떠오른 달에 창이 밝구나, 窓明月上岑

밤이 되자 온 천지가 고요한데.夜來靜    

샘물 소리는 흡사 거문고를 연주하듯 하네. 泉石奏瑤琴

 

* 풍악산에서 구정봉에 올라 해돋이 광경을 보다(楓岳登九井 看日出)
높구려 설봉이여 몇 천 길이나 되는고, 嵯雪峯幾千

험한 길 따라 사람이 흰 구름 밖으로 다니네. 鳥道人行白雲外

명아주 지팡이로 돌산 속을 더듬어 오르니, 靑藜上中

동방 땅이 좁은 줄을 두 눈으로 알겠다. 兩眼漸覺東丘隘

밤에는 선실에 들어 새벽까지 앉아 지새우면서, 夜投禪室徹曉坐

가끔 천상으로부터 피리 퉁소 소리를 듣기도 한다. 時聽笙簫來上界

첫 닭 울 때 일어나 정상에 오르니, 金鷄一鳴登絶頂

온 경계가 보일락말락 하늘은 아직 어둡다. 萬境熹微天尙昧

조금 뒤 햇살이 온 천지에 퍼지니, 須臾火光漲天地

바다 물결, 새벽 안개를 분별할 수 없네. 不辨滄波與曉靄

마침내 둥근 해가 두어 길 높이 솟아 올라, 朱輪轉上數竿高

한 송이 채색 구름이 마치 일산 같기도 하다. 一朶彩雲如傘蓋

푸른 물과 붉은 하늘이 점차 분리되니, 靑紅漸分水與天

멀리 바라보곤 비로소 동해 큰 줄을 알았네. 極目始知東海大

아득하여라 부상과 양곡1)이 그 어느 곳인고, 扶桑暘谷渺何處

해 나오는 데를 보려 해도 볼 수 없구려. 欲看出處知無奈

진황이나 과보가 다 어린애 같아2), 秦皇父等小兒

천 년 뒤 지금에도 사람을 한숨 쉬게 하도다. 千載令人起一

 

〈 주 〉

1) 해 돋는 곳을 가리킴 《書經 堯典》

2) 진 시황(秦始皇)은 동으로 해상(海上)에 놀면서 동남동녀(童男童女)를 바다에 들여보내 삼신산(三神山)의 불사약(不死藥)을 캐게 하였고, 과보(父)라는 사람은 자기 힘을 헤아리지 않고 태양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우매함을 범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史記 秦始皇紀,列子 湯問篇》

 

* 금강연(金剛淵)
명산을 저버린 지 20년이건만, 辜負名山二十年

다시 와보아도 물색은 옛 그대로일세. 重來物色摠依然

찬 바위에 기대자 뭇 시름 서리는데, 寒巖倚遍幽集

두어 가닥 폭포수가 저녁 못에 떨어지네. 數道飛泉落晩淵

 

보응스님과 함께 산에서 내려와 풍암 이 광문지원의 집에 이르러 초당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與山人普應下山至豊岩李廣文之元家宿草堂)
도를 배우니 곧 집착이 없구나, 學道卽無著

인연 따라서 어디든지 유람하네. 隨緣到處遊

잠시 청학동을 하직하고는, 暫辭靑鶴洞

백구주에 와서 구경하노라. 來玩白鷗洲

신세는 구름 천 리이고, 身世雲千里

건곤은 바다 한 구석일세. 乾坤海一頭

초당에 하룻밤 묵어 가는데, 草堂聊寄宿

매화에 비친 달 이것이 풍류로다. 梅月是風流

 

* 산중에서 네 수의 시를 읊다(山中四詠)

나무 그늘이 막 짙어가고 여름 해는 길기도 한데, 樹影初濃夏日遲

저녁바람 일어나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 흔든다. 晩風生自拂雲枝

유인이 잠 깨어 옷 걸치고 일어나니, 幽人睡罷披襟起

뼈속에 스며드는 서늘함을 스스로만이 알 수 있네. 徹骨淸凉只自知

-바람(風)에 대하여-

 

만리에 구름 한 점 없는 온통 푸른 하늘, 萬里無雲一碧天

어스름한 산 마루에 광한궁1)이 활짝 열린다. 廣寒宮出翠微

세인들은 다만 찼다가 이지러지는 현상만 볼뿐, 世人只見盈還缺

달 바퀴가 밤마다 둥근 줄은 모르네. 不識氷輪夜夜圓

-달(月)에 대하여-

 

밤낮으로 구름을 뚫어 잠시도 쉬지 않아, 晝夜穿雲不暫休

근원과 갈래가 다같이 무궁함을 비로소 알겠네. 始知源波兩悠悠

강이나 바다의 천만 층 물결을 시험삼아 보시라, 試看河海千層浪

모두가 깊은 샘의 한줄기로부터 흐르는 것일세. 出自幽泉一帶流

-물(水)에 대하여-

 

얼마나 푸른 산에 깊이 날아드는고, 飛入靑山幾許深

골짝 속의 학이나 원숭이 이것들이 벗일거라. 洞中猿鶴是知音

어떨까 한 번 신룡을 따라가서, 何如得逐神龍去

창생들의 비 바라는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이. 慰却蒼生望雨心

-구름(雲)에 대하여-

 

〈 주 〉

1) 달 가운데 있다는 전설적인 궁전(宮殿) 이름. 광한전(廣寒殿)이라고도 한다.

 

* 우연히 시를 짓다(偶成)
취미를 얻어선 저절로 근심을 잊는데, 得趣自忘憂

시를 읊자니 글귀가 이뤄지지 않네. 吟詩不成句

꿈길에 잠간 고향 산천 돌다 보니, 鄕關夢乍回

가을 강 비에 낙엽만 지네. 木落秋江雨

 

* 임영1)으로 향하다가 상운정에 쓰다(向臨瀛題祥雲亭)
가을 바람에 풍악2)을 떠나, 秋風別楓岳

석양 무렵 상운정에 당도하니, 斜日到祥雲

모래 위에는 바위들 늘어섰고, 沙上千巖列

소나무 사이엔 길 하나 나 있구나. 松間一路分

파도 소리 우르르 바다를 몰아 가고, 殷雷波捲海

기러기 떼 듬성듬성 전자 모양 형성했네. 疎篆雁成

말 죽 먹여 급히 길 떠나니, 馬催程發

앞 산에 벌써 저녁 안개 어둑어둑. 前山晩霧昏

 

〈 주 〉

1) 임영은 강릉(江陵)의 옛 이름이다. 율곡은 1555년(명종10)에 봄에 생가인 강릉으로 돌아가서 자경문(自警文)을 지은 바 있다. 《本集 卷三十三 附錄》

2) 가을 금강산(金剛山)의 별칭이다.

 

* 옥계동에 들어가며(入玉溪洞)
맑은 시내 따라가며 걸음마다 더딘데, 行傍淸溪步步遲

기이한 바위에 걸린 폭포 눈꽃처럼 날리네. 奇巖懸瀑雪花飛

도인(道人)이 응당 물 끝나는 곳에 있으련만, 羽人應在水窮處

길 끊이고 구름 깊어 그냥 쓸쓸히 돌아서누나. 路斷雲深歸

 

* 다시 풍악산에서 노닐고 내산으로 들어가려다 비를 만나다(重遊楓嶽將入內山遇雨)
구름 끼고 비 내려 컴컴한 숲 속이건만, 雲雨暗幽林

산마루는 도리어 더없이 깔끔하다. 山堂轉淸絶

차 마시고나자 아무런 일이 없어, 茶罷一事無

시 이야기에다 부처 이야기를 섞어보네. 詩談雜禪說

내일 아침에 좋은 경치를 찾으려 하는데, 明朝欲尋勝

흐린 안개, 밤이면 아마도 개일테지. 陰靄夜應歇

 

* 산인 설의에게 주다(贈山人雪衣)
돌과 물이 서로 부딪치니, 石與水相激

골짝마다 맑은 우뢰가 운다. 萬壑淸雷鳴

묻노라 설의 상인(雪衣上人)이여, 借問衣上人

이것이 물 소리인가, 돌 소리인가. 水聲還石聲

그대 만약 말 한 마디 답변한다면, 爾若下一語

물아(物我)의 정을 알았다 하리. 便了物我情

 

* 비로봉을 올라서(登毗盧峯)
지팡이 끌고서 산꼭대기에 오르니, 曳杖陟崔嵬

긴 바람 사방에서 불어오네. 長風四面來

푸른 하늘은 머리 위의 모자요, 靑天頭上帽

파란 바다는 손바닥의 술잔이네. 碧海掌中杯

 

* 금강산을 유람하고 영대암으로 돌아가 우거하려면서(遊楓嶽將還寓靈臺菴)
평상에 높이 누워 높은 봉우리 마주 보니, 一牀高臥對高峯

천릿길 고향은 소식조차 막연해라. 千里家山信不通

한밤중에 학 울음소리 베갯머리 스쳐가니, 半夜鶴聲來枕上

비로소 알겠네 이 몸이 적막 산중에 있는 줄을. 始知身在寂蓼中

 

출처 : 소정
글쓴이 : 동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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