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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향 정광옥 한글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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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이론

[스크랩] 僧拔松行-茶山 丁若鏞

by 목향정광옥서예가 2013. 1. 28.

* 1. 승발송행( 僧拔松行)-정약용(丁若鏞)-스님이 소나무를 뽑는구나

白蓮寺西石廩峰(백련사서석름봉) : 백련사 서쪽편의 석름봉 산기슭에
有僧彳亍行拔松(유승척촉행발송) : 어떤 중이 이리저리 다니며 소나무를 뽑아내고 있네.
稚松出地纔數寸(치송출지재수촌) : 어린 소나무 싹이 터서 땅위로 두어 치 자라
嫩幹柔葉何丰茸(눈간유엽하봉용) : 여린 줄기에 포름한 잎사귀 어찌 저리 탐스러운가.
嬰孩直須深愛護(영해직수심애호) : 어린 생명 모름지기 사랑하고 보호해야 하겠거니
老大況復成虯龍(노대황부성규룡) : 하물며 자라서 커지면 용이 틀어오르듯 되겠거늘
胡爲觸目皆拔去(호위촉목개발거) : 저 중은 어이하여 눈에 뛰는 대로 쏙쏙 뽑아버려
絶其萌蘖湛其宗(절기맹얼담기종) : 그 싹을 아주 말려 소나무라면 멸종시키려 든단 말가.
有如田翁荷鋤携長欃(유여전옹하서휴장참) : 마치 부지런한 농부 호미 괭이 들고 밭에 나가
力除稂莠勤爲農(력제랑유근위농) : 가라지 잡초를 뽑아서 곡식을 잘 가꾸듯
又如鄕亭小吏治官道(우여향정소리치관도) : 또 마치 향정의 대로를 닦느라고
翦伐茨棘通人蹤(전벌자극통인종) : 가시덤불 잡목을 베서 인마를 통하게 하듯이
又如蔿敖兒時樹陰德(우여위오아시수음덕) : 또 마치 옛날 손숙오가 어린 시절 음덕을 쌓느라고
道逢毒蛇殲殘凶(도봉독사섬잔흉) : 길에서 독사를 만나자 때려잡아 해악을 제거하듯
又如髬鬁怪鬼披赤髮(우여비리괴귀피적발) : 또 마치 더벅머리 괴기가 붉은 머리털 더풀더풀
拔木九千聲訩訩(발목구천성흉흉) : 나무 구천 그루 잡아 뽑으며 시끌시끌 떠들어대듯
招僧至前問其意(초승지전문기의) : 그 중을 불러와서 나무 뽑는 연유를 물어보니
僧咽不語淚如?(승열불어루여?) : 중은 울먹이며 말 못하고 눈이 이슬이 적시는구나.
此山養松昔勤苦(차산양송석근고) : 이 산은 양송(養松)을 전부터 공들여 하였거든요
闍梨苾蒭遵約恭(도리필추준약공) : 스님 상좌 모두 조심해서 법도를 삼가 지켰으니
惜薪有時餐冷飯(석신유시찬냉반) : 땔나무 아끼느라 찬 음식 먹기도 하고
巡山直至鳴晨鍾(순산직지명신종) : 산을 순시하다 보면 새벽종 소리 듣기 일쑤였지요.
邑中之樵不敢近(읍중지초불감근) : 읍내 초군들도 감히 범접을 못했거늘
況乃村斧淬其鋒(황내촌부쉬기봉) : 촌의 나무꾼들이야 도끼 들고 얼씬이나 하였나요.
水營小校聞將令(수영소교문장령) : 수영의 군교들이 장영 받고 들이닥쳐
入門下馬氣如蜂(입문하마기여봉) : 절 문간에서 말을 내리는데 그 기세는 벌떼 덤비듯
枉捉前年風折木(왕착전년풍절목) : 작년 바람에 부러진 소나무를 일부러 벤 것으로 트집잡아
謂僧犯法撞其胸(위승범법당기흉) : 중을 보고 금송을 범하였다 가슴을 들이치니
僧呼蒼天怒不息(승호창천노불식) : 중은 하늘에 호소해도 분노가 식지 않지만
行錢一萬纔彌縫(행전일만재미봉) : 어찌 합니까, 돈 만 닢을 바쳐 겨우 액땜 하였지요.
今年斫松出港口(금년작송출항구) : 금년에는 벌목을 하게 해서 항구로 모두 운반하는데
爲言備倭造艨艡(위언비왜조몽당) : 말인즉 왜구를 방비해서 병선을 만든다 하였으되
一葉之舟且不製(일엽지주차불제) : 조각배 한 척도 당초에 만들지 않았으니
只赭我山無舊容(지자아산무구용) : 속절없이 우리의 산만 옛모습 잃고 벌거숭이 되었네요.
此松雖稚留則大(차송수치유칙대) : 이 잔솔 지금은 어리지만 그대로 두면 크게 자랄 터이라
拔出禍根那得慵(발출화근나득용) : 화근을 뽑아버리는 일 어찌 게을리하오리까.
自今課拔如課種(자금과발여과종) : 이제부턴 소나무 뽑아내기 소나무 심듯 할 일이니
猶殘雜木聊禦冬(유잔잡목료어동) : 잡목이나 남겨두면 겨울에 화목으로 쓰겠지요.
官帖朝來索榧子(관첩조래색비자) : 오늘 아침 공문이 내려와 비자를 급히 바치라 하니
且拔此木山門封(차발차목산문봉) : 장차 이 나무도 뽑아버리고 절간문 봉해야겠네요

 

* 2. 불역쾌재행1(不亦快哉行1)-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跨月蒸淋積穢氛(과월증림적예분) : 한 달 넘게 찌는 장마에 쌓인 곰팡내
四肢無力度朝曛(사지무력도조훈) : 팔다리로 맥이 없이 아침 저녁 보내다가
新秋碧落澄寥廓(신추벽락징요곽) : 가을 되어 푸른 하늘 맑고도 넓어
端軒都無一點雲(단헌도무일점운) : 하늘 땅 어디에도 구름 한 점 없다면
不亦快哉行(불역쾌재행) : 유쾌하지 않을까

 

 

* 3. 불역쾌재행2(不亦快哉行2)-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疊石橫堤碧澗隈(첩석횡제벽간외) : 산골 굽이진 시내 돌무더기 가로막혀
盈盈滀水鬱盤迴(영영축수울반회) : 가득히 고인 물이 빙빙 돌고 있다
長鑱起作囊沙決(장참기작낭사결) : 막고 있는 모래주머니 긴 삽으로 툭 터서
澎湃奔流勢若雷(팽배분유세약뢰) : 우레처럼 소리 내며 쏜살같이 흘러간다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4. 불역쾌재행4(不亦快哉行4)-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客舟咿嘎汎晴江(객주이알범청강) : 삐걱덕삐걱덕 배저어 청강에 띄우고
閒看盤渦浴鳥雙(한간반와욕조쌍) : 쌍쌍이 자맥질하는 물새들 보았다
正到急湍投下處(정도급단투하처) : 쏜살같이 내닫는 여울목에 배가 내려와
涼颸拂拂洒篷牕(량시불불쇄봉창) : 시원한 강바람이 뱃전을 스쳐 가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5. 불역쾌재행5(不亦快哉行5)-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岧嶢絶頂倦游筇(초요절정권유공) : 깎아지른 절정을 힘겨웁게 오르니
雲霧重重下界封(운무중중하계봉) : 구름 안개 겹겹이 시야를 막았다
向晩西風吹白日(향만서풍취백일) : 저무는 저녁 서풍은 태양이 불어오는데
一時呈露萬千峯(일시정로만천봉) : 천봉만학 산봉우리 일시에 다 보이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6. 불역쾌재행6(不亦快哉行6)-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嬴驂局促歷巉巖(영참국촉역참암) : 야윈 말이 힘겹게 험한 길을 지나다가
石角林梢破客衫(석각임초파객삼) : 돌부리 나뭇가지에 옷자락이 찢겼다
下馬登舟前路穩(하마등주전로온) : 말을 내려 배 타고 평온한 앞 길 따라
夕陽高揭順風帆(석양고게순풍범) : 석양에 순풍에 돛을 높이 달고 가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7. 불역쾌재행7(不亦快哉行7)-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騷騷木葉下江皐(소소목엽하강고) : 소소히 낙엽은 강언덕에 떨어지고
黃黑天光蹴素濤(황흑천광축소도) : 우중충한 하늘 빛에 흰 파도 넘실대는데
衣帶飄颻風裏立(의대표요풍리립) : 옷자락 휘날리며 바람 속에 서있으면
怳疑仙鶴刷霜毛(황의선학쇄상모) : 하얀 깃을 빗어대는 선학과도 같으리니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8. 불역쾌재행8(不亦快哉行8)-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隣人屋角障庭心(린인옥각장정심) : 이웃집 처마구석이 앞마당 막고 있어
涼日無風晴日陰(량일무풍청일음) : 서늘한 날 바람 없고 맑은 날 그늘졌는데
請買百金纔毁去(청매백금재훼거) : 백금 돈으로 사서 모두 다 헐어내고
眼前無數得遙岑(안전무수득요잠) : 먼 산 묏부리가 눈앞에 훤하다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9. 불역쾌재행9(不亦快哉行9)-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支離長夏困朱炎(지리장하곤주염) : 지루한 여름날 불볕더위에 시달려서
濈濈蕉衫背汗沾(즙즙초삼배한첨) : 등골에 땀 흐르고 베적삼이 축축한데
洒落風來山雨急(쇄락풍래산우급) : 시원한 바람에 소나기 쏟아져서
一時巖壑掛氷簾(일시암학괘빙렴) : 얼음발이 단번에 벼랑에 걸린다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10. 불역쾌재행10(不亦快哉行10)-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淸宵巖壑寂無聲(청소암학적무성) : 맑은 저녁 골짜기 소리 없어 적막한데
山鬼安棲獸不驚(산귀안서수불경) : 산 귀신도 잠이 들고 짐승도 기척 없을 때
挑取石頭如屋大(도취석두여옥대) : 집채 같은 큰 바위를 두 손 번쩍 들어다가
斷厓千尺碾砰訇(단애천척년팽굉) : 천 척 낭떠러지를 연자 매돌질하듯 울려본다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11. 불역쾌재행11(不亦快哉行11)-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局促王城百雉中(국촉왕성백치중) : 장안의 성 안에서 움츠리고 지내기를
常如病羽鎖雕籠(상여병우쇄조롱) : 병든 새가 조롱 속에 갇혀있듯 하다가
鳴鞭忽過郊門外(명편홀과교문외) : 채찍을 울리면서 문 밖을 썩 나선다면
極目川原野色通(극목천원야색통) : 산천과 들빛들이 눈에 온통 다 보이니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12. 불역쾌재행12(不亦快哉行12)-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雲牋闊展醉吟遲(운전활전취음지) : 흰 종이 활짝 펴두고 시상에 지긋이 취해 읊다가
草樹陰濃雨滴時(초수음농우적시) : 우거진 녹음 속에 빗방울 뚝뚝 떨어질 때
起把如椽盈握筆(기파여연영악필) : 서까래와 같은 붓을 손에 꼭 움켜쥐고
沛然揮洒墨淋漓(패연휘쇄묵림리) : 흥건하게 먹물로 일필휘지 한다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13. 불역쾌재행13(不亦快哉行13)-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奕棋曾不解贏輸(혁기증부해영수) : 장기 바둑 승부수를 내 일찍이 몰라
局外旁觀坐似愚(국외방관좌사우) : 곁에서 바라보며 바보처럼 앉았다가
好把一條如意鐵(호파일조여의철) : 한 자루 여의철 손으로 움켜잡고
砉然揮掃作虛無(획연휘소작허무) : 단번에 판 위를 쓸어 없애 버린다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14. 불역쾌재행14(不亦快哉行14)-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篁林孤月夜無痕(황임고월야무흔) : 대숲위에 외로운 달, 밤에는 흔적 없이
獨坐幽軒對酒樽(독좌유헌대주준) : 초당에 홀로 앉아 술독을 앞에 놓고
飮到百杯泥醉後(음도백배니취후) : 백 잔 마시다가 질탕하게 취한 후에는
一聲豪唱洗憂煩(일성호창세우번) : 노래 한바탕 불러 근심 걱정 씻어 버리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15. 불역쾌재행15(不亦快哉行14)-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飛雪漫空朔吹寒(비설만공삭취한) : 날리는 눈보라 찬 하늘에 삭풍 차갑게 불고
入林狐兎脚蹣跚(입림호토각반산) : 숲 찾아든 여우와 토끼 다리 절고 있을 때
長槍大箭紅絨帽(장창대전홍융모) : 긴 창에 큰 화살로 홍전립 모자 눌러 쓰고
手挈生禽側挂鞍(수설생금측괘안) : 산 채로 손에 잡아 안장 곁에 꿰어찬다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16. 불역쾌재행16(不亦快哉行16)-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漁舟容與綠波間(어주용여록파간) : 푸르른 물결 사이를 고깃배로 노닐면서
風露三更醉不還(풍로삼경취불환) : 밤 깊은 삼경, 술에 취해 돌아갈 줄 모르다가
歸雁一聲驚破睡(귀안일성경파수) : 돌아가는 기러기 소리에 놀라 잠을 깼더니
蘆花被冷月如彎(노화피냉월여만) : 갈대꽃 이불 서늘한데 초생달 떠 오른다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17. 불역쾌재행17(不亦快哉行17)-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落盡家貲結客裝(낙진가자결객장) : 세간살이 모두 팔아 개나리봇짐 꾸려
雲游蹤跡轉他鄕(운유종적전타향) : 뜬구름 신세로 타향을 떠돌다가
路逢失志平生友(로봉실지평생우) : 뜻 못 펴고 유랑하는 평생의 친구길에서 만나
交與囊中十錠黃(교여낭중십정황) : 주머니 속 열 냥 황금을 그에게 꺼내 주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18. 불역쾌재행18(不亦快哉行18)-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噍噍磌鵲繞林梢(초초전작요임초) : 나무 끝 맴돌면서 어미까치 둘러싸고
黑質脩鱗正入巢(흑질수린정입소) : 시커먼 구렁이가 둥지로 막 기어드는데
何處戛然長頸鳥(하처알연장경조) : 어디선가 왝하고 목 긴 새가 날아들어
啄將珠腦勢如虓(탁장주뇌세여효) : 성난 호랑이처럼 머리통을 쪼아대다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19. 불역쾌재행19(不亦快哉行19)-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琴歌來趁月初圓(금가래진월초원) : 달 둥글면 거문고 타고 노래하려 했는데
無那頑雲黑萬天(무나완운흑만천) : 어찌하나, 온 하늘에 먹구름이 덮혔어라
到了整衣將散際(도료정의장산제) : 옷 모두 챙겨 입고 흩어지려는 즈음에
忽看林末出嬋娟(홀간임말출선연) : 숲 끝에 얼굴 내민 예쁜 달을 갑자기 보게 되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20. 불역쾌재행20(不亦快哉行20)-정약용(丁若鏞)-유쾌하지 않을까

異方遷謪戀觚稜(이방천상연고능) : 먼 지방 귀양살이에 대궐 그리워
旅館無眠獨剪燈(려관무면독전등) : 여관에 잠 못 이루고 등심지만 자른다
忽聽金鷄傳喜報(홀청금계전희보) : 뜻밖에 금계의 전하는 기쁜 소식에
家書手自啓緘縢(가서수자계함등) : 집에서 온 편지 손으로 직접 뜯었으니
不亦快哉(불역쾌재) : 유쾌하지 않을까

 

 

 

* 21. 음주2(飮酒2)-정약용(丁若鏞)-음주

細馬爭門入(세마쟁문입) : 섬세하고 좋은 말은 다투어 들고
豐貂滿院來(풍초만원래) : 고관들이 들어와 집에 가득하도다.
直愁衣帶熱(직수의대열) : 우선 의대가 달아오를까 걱정되어
故傍酒家廻(고방주가회) : 일부러 술집 곁으로 다가 가보노라.
牢落聊全性(뢰락료전성) : 덤뿍 마셔도 에오라지 끄떡없어야 하나
嶔崎任散才(금기임산재) : 고결한 자가 방탕해지기도 하노라.
所欣惟自適(소흔유자적) : 스스로 만족함이 제일 기쁜 일
莫笑坳堂杯(막소요당배) : 우묵한 집 술잔이라도 비웃지 말게나.

 

 

* 22. 음주1(飮酒1)-정약용(丁若鏞)-음주

麴米醺皆好(국미훈개호) : 술은 취하게 하니 모두가 좋아
雲和抱更斜(운화포갱사) : 거문고를 게다가 비스듬히 안는다.
獨思千載友(독사천재우) : 혼자서 천 년 전 벗을 생각하고
不向五侯家(불향오후가) : 권세 있는 집안엔 가지도 않는다.
物態寧無變(물태녕무변) : 만물이 어찌 변함이 없겠으랴만
吾生奈有涯(오생내유애) : 어이하여 우리 인생 죽음이 있을까
閒看庭日轉(한간정일전) : 뜰을 옮겨 가는 해 그림자 보게나
花影幾枝叉(화영기지차) : 꽃 그림자 몇 가지로 갈라지는가를

 

 

* 23. 독립(獨立)-정약용(丁若鏞)-홀로 서서

秋山衰颯暮湍哀(추산쇠삽모단애) : 가을 산 바람소리 저녁 여울 처량한데
獨立江亭意味裁(독립강정의미재) : 강가 정자에 홀로 서니 마음은 머뭇거린다.
風鴈陣欹還自整(풍안진의환자정) : 기러기 떼는 허물어 졌다 발라지고
霜花莟破未輕開(상화함파미경개) : 국화꽃은 시들어 다시 피지 못하하는구나.
空懷竹杖游僧院(공회죽장유승원) : 공연히 죽장 짚고 절을 유람하려 생각하니
徑欲瓜皮汎釣臺(경욕과피범조대) : 이내 다시 작은 배로 낚시배에 떠 볼까 하나.
百事思量身已老(백사사량신이노) : 온갖 일 생각해도 몸 이미 늙었는지라
短檠依舊照書堆(단경의구조서퇴) : 짧은 등잔불은 옛날처럼 책더미에 비추는구나

 

 

* 24. 차운영산목2(次韻詠山木2)-정약용(丁若鏞)-산묵을 차운하여 읊다

玆山拔灌栵(자산발관렬) : 이 산, 우거진 잡목이 빼어나
方春沃葱蒨(방춘옥총천) : 봄부터 우거진 풀들이 무성하도다.
美惡雜礫玉(미악잡력옥) :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자갈과 옥이 섞인 듯
苦良混布絹(고양혼포견) : 거침과 섬세함이 무명과 명주 섞인 듯 하다.
杳窱風叫穴(묘조풍규혈) : 그윽하게도 바람은 구멍에서 불어 나오고
緯繣路穿線(위획로천선) : 비뚤어진 길은 실처럼 뚫리어 있구나.
若暆黮夕翳(약이담석약) : 서쪽 약목의 해는 저녁을 어둡게 하고
扶光散朝絢(부광산조현) : 동해 부상의 빛은 아침 햇살을 흩어버린다.
叢叢吐深秀(총총토심수) : 총총한 숲은 우뚝 빼어남을 보이고
往往亘孤莚(왕왕긍고연) : 왕왕 가지가 멀리 뻗기도 하여라.
笙簧沸遞聽(생황비체청) : 생황 소리 요란하게 번갈아 들리고
紅綠駭觸眄(홍록해촉면) : 붉고 푸른빛은 보는 눈을 놀라게 한다.
匪直千章盛(비직천장성) : 천 그루 큰 나무만 무성할 뿐 아니라
諒有三宿戀(량유삼숙련) : 진실로 삼숙의 그리움이 있어서다.
因君啖蔗妙(인군담자묘) : 그대가 사탕 감자 먹는 묘법으로 하여
得我啖龍便(득아담용편) : 내가 용을 먹을 방법을 얻었단다.
芳縟細上衣(방욕세상의) : 꽃다운 풀잎은 세밀히 옷 위에 올라오고
濃翠燦盈卷(농취찬영권) : 짙푸른 빛은 책에 가득 비추는구나.
復恐西灝至(부공서호지) : 다시 가을 기운이 이르렀으니
坐見崖谷變(좌견애곡변) : 골짝의 심한 변화를 앉은 채로 보는구나.

 

 

* 25. 차운영산목(次韻詠山木)-정약용(丁若鏞)-산묵을 차운하여 읊다

孟夏入山中(맹하입산중) : 초여름에 산 속에 들어오니
綠溪芳草蒨(록계방초천) : 푸른 시냇가 방초가 무성하다.
醉眼纈淺綠(취안힐천록) : 취한 눈에 옅은 녹색 어른거리고
十里鋪素絹(십리포소견) : 십 리 벌이 흰 명주 펼쳐진 듯 하다.
茸茸不盈尺(용용불영척) : 우거진 풀은 한 자도 차지 않아
石徑細如線(석경세여선) : 돌길은 실처럼 가늘어라.
昔我童時游(석아동시유) : 옛날 내가 어릴 시절 노닐 적엔
蒼翠鬱采絢(창취울채현) : 푸른빛이 무성히도 고왔다.
全山夏木糾(전산하목규) : 온 산에 여름 숲 들어차고
滿谷古藤莚(만곡고등연) : 골짝 가득 묵은 등나무 넝쿨 뻗어있다.
日月今幾何(일월금기하) : 세월 지금 얼마나 흘렀는가.
桑海驚轉眄(상해경전면) : 잠깐 세월 큰 변천이 놀랍구나.
春山一蕭瑟(춘산일소슬) : 봄 산도 하나같이 쓸쓸한데
感我桑下戀(감아상하련) : 나의 그리운 마음 느껴진다.
吾生亦已老(오생역이로) : 내 인생도 이미 늙었으니
忘情卽爲便(망정즉위편) : 정을 잊는 것이 곧 편안하리라.
依遲出洞去(의지출동거) : 천천히 걸어 골짜기를 나가니
舊游懷黃卷(구유회황권) : 옛 친구가 서책을 품고 온다.
恢新期老宿(회신기로숙) : 절을 확장하기를 노승과 약속했으니
物理有窮變(물리유궁변) : 만물 이치란 궁하면 변하는 것이로다.

 

 

* 26. 산목(山木)-정약용(丁若鏞)-산 속 나무들

首夏氣布濩(수하기포호) : 초여름 날 기운이 널리 퍼지니
山木交蔥蒨(산목교총천) : 산의 나무들이 서로 푸르러진다.
嫩葉含朝暉(눈엽함조휘) : 여린 잎새는 아침 햇살 머금어
通明曬黃絹(통명쇄황견) : 볕에 쪼인 누런 명주처럼 밝아진다.
濃綠遞相次(농록체상차) : 짙은 녹음 서로 번갈아 번져
邐迤引界線(리이인계선) : 비스듬하게 경계선을 이루는구나.
松栝羞老蒼(송괄수노창) : 소나무는 늙은 게 부끄러워서
新梢吐昭絢(신초토소현) : 가지 끝에 고운 싹을 뱉어 내는구나.
壽藤亦生心(수등역생심) : 해묵은 등나무 넝쿨도 또한 마음이 있어
裊裊舒蔓莚(뇨뇨서만연) : 간들간들 넝쿨을 쭉쭉 뻗어 간다.
要皆非俗物(요개비속물) : 요컨대 모두가 속물이 아닌지라
熙怡共幽眄(희이공유면) : 서로 기뻐하며 그윽이 구경하는구나.
幸無簪組累(행무잠조누) : 다행히도 벼슬에 얽매이지 않는데
奚復室家戀(해부실가연) : 어찌 다시 집안일을 연연하리오.
躋攀旣費勞(제반기비로) : 부여잡고 오를 제 이미 피곤해져
享受宜自便(향수의자편) : 기쁨을 누림이 절로 만족하리라.
靜究生成理(정구생성리) : 생성의 이치를 조용히 연구해 보면
足以當書卷(족이당서권) : 충분히 서책 읽은 것과 같으리라.
高秋滿山紅(고추만산홍) : 한 가을 온 산이 붉게 단풍드니
重來覽時變(중래람시변) : 다시 와서 계절의 변화를 보리라.

 

 

* 27. 차운상천진사16(次韻上天眞寺16)-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可對靑山何所求(가대청산하소구) : 청산을 마주 볼 수 있으니 무엇을 구할까
靜聽流水愛淸幽(정청류수애청유) : 고요히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맑고 그윽함 사랑한다.
千年老佛餘空塔(천년로불여공탑) : 천 년 묵은 늙은 부처가 빈 탑에 남아 있고
前度詩人記某丘(전도시인기모구) : 옛날의 시인들은 아무의 무덤만이 전하는구나.
牛背斜陽非淺興(우배사양비천흥) : 소 등에 비친 석양도 흥취가 얕지 않으니
禽聲古洞儘奇游(금성고동진기유) : 새 소리 들리는 옛 골짜기는 노닐기 좋은 곳이란다.
更陪杖屨江湖去(경배장구강호거) : 다시 어른 모시고 강호로 가려고
垂柳汀沙繫小舟(수유정사계소주) : 물가 모래벌판 버드나무에 조그만 배를 매었단다.

 

 

* 28. 차운상천진사15(次韻上天眞寺15)-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囂塵妨却此心求(효진방각차심구) : 속세는 방해 되노니, 이 마음 구하는 데
每向虛林愛境幽(매향허림애경유) : 매번 빈 숲 향하여 그윽한 경치 사랑하노라.
密樹陰邊聆細瀑(밀수음변령세폭) : 빽빽한 숲 그늘 곁에는 작은 폭포 소리 들리고
古藤圓處識高丘(고등원처식고구) : 묵은 등넝쿨 둥근 곳은 바로 높은 언덕이로다.
諸公老去隨年少(제공노거수년소) : 제공이 늙어감에 청소년들이 뒤따르고
尊佛春殘喜客游(존불춘잔희객유) : 석존불은 늦봄도 나그네 노는 것을 좋아한다.
三十年來重到客(삼십년래중도객) : 삼십 년 이래 이곳에 다시 온 나그네
猶然苦海一孤舟(유연고해일고주) : 아직도 고해의 한 외로운 배의 처지로다.

 

 

* 29. 차운상천진사14(次韻上天眞寺14)-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芳陰淸賞趁鶯求(방음청상진앵구) : 친구 좇아 꽃다운 그늘 즐겨 감상하며
浩蕩橫江意却幽(호탕횡강의각유) : 호탕하게 강을 건너니 마음이 문득 한가하다.
蠟屐風流今白髮(랍극풍류금백발) : 늙은이의 등산 풍류로다, 나도 이제 백발
羽衣消息又丹丘(우의소식우단구) : 신선의 소식은 또 저 신선 마을 단구에 있단다.
龍門晩築探奇勝(용문만축탐기승) : 용문산에 늦게 집 지어 좋은 경치 찾고
楊子禪房訪舊游(양자선방방구유) : 양자산 선방에서는 옛 친구들 만났도다.
一棹開來前路易(일도개래전로역) : 돛대 한번 저어 가면 앞길이 트이는데
迷津誰復謾招舟(미진수복만초주) : 미진에서 누가 다시 부질없이 배를 부르는가.

 

 

* 30. 차운상천진사13(次韻上天眞寺13)-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招邀芳夏氣相求(초요방하기상구) : 꽃다운 여름 맞아 기를 서로 구하여
眉宇相看水石幽(미우상간수석유) : 얼굴을 마주보니 산수는 더욱 고요하다.
不盡浮嵐迎疊嶂(부진부람영첩장) : 첩첩 산봉우리 맞아 끝없이 떠 있는 산기운
無邊漲綠緬高丘(무변창록면고구) : 끝없이 가득한 푸름이 높은 산까지 이어있다.
堪憐酒裏賢豪見(감련주이현호견) : 술 속의 현인과 호걸 봄도 사랑스러우나
誰識山中宰相游(수식산중재상유) : 산중의 재상과 노니는 것은 그 누가 알까
自去自來從所好(자거자래종소호) : 스스로 가고 오는 것을 내 마음대로 하며
百年心事付孤舟(백년심사부고주) : 백 년 일생의 심사를 외로운 배에 부치노라.

 

* 31. 차운상천진사12(次韻上天眞寺12)-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蕭灑安禪不外求(소쇄안선불외구) : 외물을 구하지 않고 맑고 깨끗한 참선 하며
穹然洞壑窈而幽(궁연동학요이유) : 텅 비어서, 골짜기는 매우 깊고도 그윽하구나.
翻思玄度尋支遁(번사현도심지둔) : 문득 현도가 지둔을 찾던 일주 생각나고
猥作元方侍太丘(외작원방시태구) : 외람히 원방이 태구 모시던 일을 이루었다.
鞍馬渾忘半日倦(안마혼망반일권) : 안장 얹은 말은 모두 한나절의 권태로움 잊고
樽醪且共一宵游(준료차공일소유) : 동이의 술로는 또 한 밤의 놀이를 같이하노라.
臨歸更證摩尼約(임귀경증마니약) : 돌아가면서 다시 마니산에서 만날 약속을 확인하니
已具東風浮海舟(이구동풍부해주) : 이미 동풍이 불어와 바다에 배를 띄우는구나.

 

* 32. 차운상천진사11(次韻上天眞寺11)-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黃鳥聲聲好友求(황조성성호우구) : 꾀꼬리는 소리마다 좋은 벗 부르고
綠楊處處野居幽(록양처처야거유) : 푸른 버들 곳곳마다 들판 집 고요하다.
芳原近水疑前渡(방원근수의전도) : 물 가까운 방초 언덕이 나루처럼 생각되고
茅屋依山自一丘(모옥의산자일구) : 산에 기댄 띳집은 절로 한 언덕 이루었구나.
未信名區因我勝(미신명구인아승) : 이름난 땅이 나 때문에 아름다운 것 아니니
卽從佳境與君游(즉종가경여군유) : 이래서 아름다운 경치를 좇아 그대와 노닌다.
此行定了尋眞趣(차행정료심진취) : 이번 가는 길에 참 멋을 찾는 일 마쳤으니
料理東風下峽舟(료리동풍하협주) : 동풍을 잘 헤아려 협곡으로 배를 내려보리라.

 

 

* 33. 차운상천진사11(次韻上天眞寺11)-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江村儘美詎他求(강촌진미거타구) : 강촌이 다 좋은데 어찌 딴 곳을 찾으랴
除却江村寺更幽(제각강촌사경유) : 강촌을 제외하면 절이 더욱 조용하리라.
走覓春光隨逝水(주멱춘광수서수) : 서둘러 봄 경치 찾아 흐르는 물을 따라서
卽看雲物善層丘(즉간운물선층구) : 구름과 경물 보니 층층의 언덕이 너무 좋구나.
狠啼鶯請縈紆路(한제앵청영우로) : 짓궂은 꾀꼬리 울음은 멀리 돌아오라 청하고
緩踏驢知汗漫游(완답려지한만유) : 천천히 걷는 나귀는 한가로이 노닐 줄 아는구나.
行色沓然迷去處(행색답연미거처) : 행색이 묘연하여 가는 곳도 애매한데
渡頭終日自橫舟(도두종일자횡주) : 나루터엔 종일토록 배만 절로 비껴 있어라.

 


* 34. 차운상천진사10(次韻上天眞寺10)-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禪房無處舊人求(선방무처구인구) : 선방엔 옛 사람이 찾을 곳이 전혀 없어
客到虛堂地自幽(객도허당지자유) : 빈 당에 나그네 이르니 땅만 절로 조용하다.
藤底舂聲餘澗水(등저용성여간수) : 등넝쿨 아래 방앗소리는 시냇물 소리
樓前寮舍半墟丘(루전료사반허구) : 누각 앞 기숙사는 절반이 빈터로구나.
百年地閱興衰跡(백년지열흥쇠적) : 백 년 간의 땅의 살핌은 흥망승쇠의 자취
三世緣深翰墨游(삼세연심한묵유) : 삼세의 인연의 깊이는 문장에 노니는구나.
古寺重恢同普濟(고사중회동보제) : 옛 절을 다시 넓힘은 널리 제도함과 같아
艄工那乏發慈舟(소공나핍발자주) : 뱃사공은 어찌하여 자비의 배를 출발시키지 않나.

 

 

* 35. 차운상천진사9(次韻上天眞寺)-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此身無累亦無求(차신무누역무구) : 이 몸은 거리낌 없고 구하는 것도 없어
浪跡因人到絶幽(낭적인인도절유) : 떠도는 자취 사람 따라 그윽한 곳에 왔노라.
傍馬行雲隨澗道(방마행운수간도) : 말곁에 가는 구름은 시냇가 길 따르고
囀鶯深樹礙林丘(전앵심수애림구) : 우는 꾀꼬리는 깊은 나무에 숲 언덕 막히었다.
靑眸未厭引杯數(청모미염인배수) : 젊은이는 잔 헤아리며 심을 싫어하지 않고
白髮還應秉燭游(백발환응병촉유) : 늙은이는 도리어 촛불 잡고 노는 데 응하는구나.
高興不愁不爛漫(고흥불수불란만) : 높은 흥취에 분위기 무르녹지 못함 걱정하지 말라
明朝更檥度迷舟(명조경의도미주) : 내일 아침에는 미진 건널 배 다시 대리라.

 

 

* 36. 차운상천진사8(次韻上天眞寺8)-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前躅凄迷不可求(전촉처미불가구) : 지난 자취 아득하여 찾아볼 수 없는데
黃黧啼斷綠陰幽(황려제단록음유) : 그윽한 녹음 속에 꾀꼬리 울음 그치는구나.
朽筒引滴涓涓水(후통인적연연수) : 썩은 홈통에는 물방울 끌어 졸졸 흐르고
破瓦耕翻壘壘丘(파와경번루루구) : 기와 조각이 갈아 뒤집혀 언덕에 쌓여있다.
幻境休留三宿戀(환경휴유삼숙연) : 덧없는 곳에 삼세를 연연하여 머물지 말고
名山只合一番游(명산지합일번유) : 명산이란 다만 한 번 노닐기에만 적당하단다.
且看白髮渾如此(차간백발혼여차) : 또 보건대 백발이 모두가 이 같으니
逝景眞同下瀨舟(서경진동하뢰주) : 가는 세월 진정 여울 내려가는 배와 같구나.

 

 

* 37. 차운상천진사7(次韻上天眞寺7)-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寺破猶奇絶(사파유기절) : 절은 퇴락했지만 기막히게 절묘한데
淸閒卽素心(청한즉소심) : 맑고 한가함은 곧 내 본심이란다.
幽禽棲夏木(유금서하목) : 그윽한 새는 여름 나무에 깃들고
急澗鬧風林(급간료풍림) : 급한 골짜기물은 바람숲 흩뜨린다.
碧落鐘聲斷(벽락종성단) : 푸른 하늘에는 종소리 끊어지고
黃昏畫壁深(황혼화벽심) : 황혼에 그림 벽이 깊숙하단다.
詩才愧蕪拙(시재괴무졸) : 시 재주 거칠고 졸렬하여 부끄러워
無計答何陰(무계답하음) : 하손과 음갱에게 응수할 계책 없단다.

 

 

* 38. 차운상천진사6(次韻上天眞寺6)-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入山非喜佛(입산비희불) : 입산은 부처를 좋아함이 아니요
佳處卽怡心(가처즉이심) : 아름다운 곳이 마음을 끼쁘게 한다네.
樵斧稀喬木(초부희교목) : 나무꾼이 베는 통에는 큰 나무 드물고
禪燈廢少林(선등폐소림) : 참선의 등불이 소림에서는 없어졌네.
壞墻花發晩(괴장화발만) : 무너진 담장에는 때 늦어 꽃이 피고
層筧水來深(층견수래심) : 몇 층 홈통엔 물이 깊게 내려오네.
丘壑平生想(구학평생상) : 산수는 평소에 늘 생각하던 곳
徘徊到夕陰(배회도석음) : 이리저리 배회하다 저녁 어둠에 이르렀네.

 

 

* 39. 차운상천진사6(次韻上天眞寺6)-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暇日殘春餞(가일잔춘전) : 한가한 날, 남은 봄을 전송하니
玆游愜我心(자유협아심) : 이렇게 도니니 내 마음 상쾌하다.
拂衣超火宅(불의초화택) : 옷자락 떨치고 세속을 초월하여
抽筆潤雲林(추필윤운림) : 붓을 뽑아 구름숲을 윤색한다.
蠟屐穿溪遠(납극천계원) : 나막신은 멀리 시내를 밟으니
禽聲引谷深(금성인곡심) : 새 소리는 깊은 골짜기로 이끈다.
名區不相負(명구불상부) : 좋은 경치 서로 저버리지 못하여
家住又山陰(가주우산음) : 나의 집도 산 음지쪽에 있어라.

 

* 40. 차운상천진사6(次韻上天眞寺6)-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偶到招提境(우도초제경) : 우연히 사찰의 경내에 이르니
蕭然淨我心(소연정아심) : 조용하여 내 마음을 맑게 한다.
佳辰陪杖屨(가진배장구) : 좋은 때에 어른들을 모시고
幽事覓雲林(유사멱운림) : 그윽한 일로 운림을 찾아왔도다.
碧水引筒遠(벽수인통원) : 푸른 물은 멀리 대통으로 끌어오고
黃鸝隔葉深(황리격엽심) : 노란 꾀꼬리는 나뭇잎 뒤에 숨었다.
誰能割塵想(수능할진상) : 누가 능히 속된 생각 끊고서
卜宅近峯陰(복택근봉음) : 봉우리 그늘 가까이에 집을 지을까.

 

 

* 41. 차운상천진사5(次韻上天眞寺5)-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江湖相忘久(강호상망구) : 강호를 잊고 지낸 지 오래되어
泉石獨關心(천석독관심) : 자연에만 오직 관심이 있다네.
共渡迷津口(공도미진구) : 미진 나루 어귀를 함께 건너서
遙尋祗樹林(요심지수림) : 멀리서 절을 찾아왔다네.
殘花一春晩(잔화일춘만) : 남은 꽃으로 온 봄이 저물어
啼鳥萬山深(제조만산심) : 새 소리는 만산에 그다네.
桑下緣何重(상하연하중) : 세상 인연이 무엇이 중하여
遲遲出洞陰(지지출동음) : 늦고 늦어서야 어둔 골짝을 나오가.

 

 

* 42. 차운상천진사3(次韻上天眞寺3)-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紅葉題詩處(홍엽제시처) : 일찍이 붉은 입에 시 쓰던 곳
重來愴客心(중래창객심) : 다시 오니 나그네 마음 슬프다.
入門勸芳醑(입문권방서) : 문에 들어가니 좋은 술 권하고
落日翳喬林(낙일예교림) : 석양빛은 높은 숲에 가려졌구나.
破碓泉聲散(파대천성산) : 부서진 물방아에는 샘물 흩어지
荒寮草色深(황료초색심) : 쓸쓸한 집에는 풀이 무성하구나.
伊蒲容信宿(이포용신숙) : 스님이 이틀 밤을 묵게 허락하니
何事怕輕陰(하사파경음) : 날이 어두워진들 무슨 일이 두려울까.

 

 

* 43. 차운상천진사3(次韻上天眞寺3)-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旬五冷然善(순오냉연선) : 보름 동안 시원하게 잘 놀다더니
行休不悋心(행휴불린심) : 죽음에 다가감도 서운치 않았다네.
偶因尋蔓草(우인심만초) : 우연히 넝쿨진 풀을 찾다가
重覺入叢林(중각입총림) : 거듭 사찰에 들어옴을 아시 깨달았네.
苕上煙霞祕(초상연하비) : 넝쿨풀 위엔 연기와 노을이 잠겨 있고
丘中歲月深(구중세월심) : 언덕에는 세월이 깊구나.
寅緣慙講德(인연참강덕) : 친구들과 덕을 강론하기 부끄러우나
書帙見隨陰(서질견수음) : 책은 시간 나는 대로 대강 본다네.

 

 

* 44. 차운상천진사2(次韻上天眞寺2)-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絶俗曾非性(절속증비성) : 세상과 인연을 끊음은 본성은 아니거니
耽幽卽底心(탐유즉저심) : 그윽함을 즐김은 무슨 속마음일까.
病懷宜水石(병회의수석) : 병든 마음에는 수석이 꼭 알맞으니
閑界是雲林(한계시운림) : 한가한 경계는 곧 구름숲이로구나.
浪跡三山遍(랑적삼산편) : 떠도는 자취는 삼신산을 편력했고
淸樽萬木深(청준만목심) : 맑은 술은 온갖 숲이 있어 깊도다.
神怡須信宿(신이수신숙) : 심신을 수양코자 이틀을 묵었으니
歸馬亦芳陰(귀마역방음) : 돌아오는 말도 꽃다운 그늘에 있었구나.

 

 

* 45. 차운상천진사(次韻上天眞寺)-정약용(丁若鏞)-상천진사를 차운하다

適莫非吾道(적막비오도) : 좋아하고 싫어함은 우리의 도가 아니
從他不住心(종타부주심) : 되는 대로 하고 마음을 정하지 않았다.
倂騎貪佛日(병기탐불일) : 말고삐 나란히 하여 부처의 진리를 즐기
隨意坐禪林(수의좌선림) : 마음에 맞겨 절간에 앉아 있으니.
疊崿藏菴古(첩악장암고) : 첩첩 벼랑은 옛 암자를 안고 있고
高雲引客深(고운인객심) : 높은 구름은 나그네를 깊이 끌어들인다.
依遲出谷晩(의지출곡만) : 천천히 다니다 늦게야 골짝 나오니
不覺四山陰(불각사산음) : 사방의 산들이 어두워진지도 모르겠다.

 

 

* 46. 회동악(懷東嶽)-정약용(丁若鏞)-동악을 그리워하며

東嶽絶殊異(동악절수이) : 동악은 다른 산과 너무나 달라니
紫崿疊靑㟽(자악첩청㟽) : 붉은 벼랑 푸른 봉이 겹겹이 쌓구나.
雕鍥入纖微(조계입섬미) : 새기고 깎은 공이 극히 섬세하여
神匠洩機巧(신장설기교) : 조물주의 묘한 솜씨 드러나 있구나.
仙賞委瀛壖(선상위영연) : 선경의 구경거리 해변에 있어
幽姿獨窈窕(유자독요조) : 맑은 자태 홀로 맑고도 그윽하구나.
惜無棲隱客(석무서은객) : 애석하다, 은거하는 객 하나 없다니
瀟洒脫塵表(소쇄탈진표) : 깨끗이 속세의 모습을 활짝 벗어있거늘.

 

 

* 47. 추야(秋夜)-정약용(丁若鏞)-가을밤

情結林泉愛(정결림천애) : 사랑스런 임천에 정이 있어
門臨車馬音(문임차마음) : 문 밖에 오가는 수레와 말소리
竹欄勤點綴(죽란근점철) : 대난간을 열심히 엮어두고
花木强蕭森(화목강소삼) : 꽃나무 잎 시들어 앙상하도다
涼露枝枝色(량로지지색) : 찬 이슬 가지마다 빛 찬란하고
秋蟲喙喙吟(추충훼훼음) : 가을벌레 저마다 울음 운다
獨行還獨坐(독행환독좌) : 혼자 걷다 돌아와 혼자 앉으니
明月照幽襟(명월조유금) : 밝은 달이 깊숙한 가슴에 비춘다

 

 

* 48. 양강우어자(楊江遇漁者)-정약용(丁若鏞)-양강에서 고기잡이를 만나다

一翁一童一小年(일옹일동일소년) : 늙은이, 어린아이 그리고 소년
楊根江頭一釣船(양근강두일조선) : 양근강 머리에 고깃배 한 척
船長三丈竿二丈(선장삼장간이장) : 배 길이 세 발, 낚싯대 두 발
數罟數十鉤三千(수고수십구삼천) : 촘촘한 거물 몇 개, 낚싯바늘 삼천
少年搖櫓踞船尾(소년요노거선미) : 노 젓는 소년 배 꼬리에 걸터앉아
童子炊菰坐鐺邊(동자취고좌당변) : 어린아이 줄 삶으며 솥가에 앉아있다
翁醉無爲睡方熟(옹취무위수방숙) : 늙은이 술에 취해 깊은 잠에 들고
兩脚挂舷仰靑天(양각괘현앙청천) : 두 다리를 뱃전에 걸고 푸른 하늘 본다
日落江湖浪痕白(일락강호랑흔백) : 강호에 해 져고 흰 물결 일렁이는데
山根水浸村煙碧(산근수침촌연벽) : 산뿌리에 물 잠기고 마을 연기 푸르다
少年呼童攪翁起(소년호동교옹기) : 소년이 어린아이 불러 늙은이 깨우는데
魚兒撥刺天將夕(어아발랄천장석) : 새끼고기 뛰놀고 해는 저물어 가는구나
中流布網去復還(중류포망거복환) : 중류에다 그물 치고 갔다가 돌아오는데
上下刺船如梭擲(상하자선여사척) : 배 저으며 위아래 오가는 베틀북 같도다
伊軋唯聞柔櫓聲(이알유문유노성) : 삐걱 빼각 노 젓는 소리 들려오는데
蒼茫不辨雲水色(창망불변운수색) : 푸르러 물인지 구름인지 구별 못한다
黃昏收網泊柳浪(황혼수망박류랑) : 황혼에 그물 걷어 유랑에다 배를 대어
摘魚落地聞魚香(적어락지문어향) : 고기 잡아 땅에 던지니 고기 냄새 풍긴다
松鐙細數柳條貫(송등세수류조관) : 관솔불 밝혀 두고, 버들에다 세어 꿰어
鐙光照數銅龍長(등광조수동용장) : 그 불빛 물에 비치니 길다란 동룡이라
野夫估客爭來看(야부고객쟁래간) : 농부와 장사꾼들 서로 와 보면서
鏗鏗擲錢錢滿筐(갱갱척전전만광) : 땡글땡글 던진 돈이 상자에 그득하다
水宿風餐了無恙(수숙풍찬료무양) : 풍찬노숙을 하면서도 아무런 병 없고
浮家汎宅聊徜徉(부가범택료상양) : 둥실 뜬 배 집을 삼아 여유 있게 노닌다
人間富貴非善賈(인간부귀비선가) : 부귀 탐내는 인간들 장사를 못하여
盡將僞樂沾眞苦(진장위락첨진고) : 가짜 즐거움 누리려다 괴로움만 사버린다
朝將軒冕飾聖賢(조장헌면식성현) : 아침이면 성현인 양, 의관 차리고 뽐내고
暮設刀俎待夷虜(모설도조대이노) : 저녁이면 칼 도마로 원수처럼 대한다
跼蹐常如荷轅駒(국척상여하원구) : 수레 찬 망아지처럼 언제나 절절거리고
鬱悒眞同落圈虎(울읍진동락권호) : 답답하기 참으로 우리에 갇힌 호랑이로다
籠雉耿介不戀豆(농치경개불연두) : 새장의 꿩 깔끔함은 콩 탐내지 않은 것이고
塒鷄啁哳生嫌怒(시계조찰생혐노) : 닭장 닭들 조잘거림은 시기하기 때문이다
何如江上一漁翁(하여강상일어옹) : 어찌하여 강 위의 고기잡이 늙은이
隨風逐水無西東(수풍축수무서동) : 바람 따라 물결 따라 동서도 없도다
維州利害漠不聞(유주리해막불문) : 유주의 이해도 전혀 알지 못하고
東林勝敗俱成聾(동림승패구성롱) : 동림의 승패 역시 역시 귀를 막고 산다
蘋洲蘆港作園圃(빈주노항작원포) : 물풀 갈대 우거진 섬 그게 바로 정원이라
葦被篷屋爲帲幪(위피봉옥위병몽) : 갈대 이불 쑥대 지붕 안식처가 거기로다
會攜二兒入苕水(회휴이아입초수) : 나도 두 자식 데리고 소내에 들어서
令當一少與一童(영당일소여일동) : 소년 노릇 동자 노릇 하나씩 맡게하리라

 

 

* 49. 체풍숙대탄(滯風宿大灘)-정약용(丁若鏞)-바람에 갇혀 대탄에서 묵다

已識瞿唐惡(이식구당악) : 구당 험함을 알면서
猶希舶趠平(유희박초평) : 배길 평탄하길 바란다
江豚頗得意(강돈파득의) : 상되지 는 꽤나 좋겠지만
檣燕似留行(장연사유행) : 돛대 위 제비 못 가게 하는듯
拄笏靑山靜(주홀청산정) : 뺨 괴고 보니 청산 고요한데
維舟白日傾(유주백일경) : 배를 매자 해가 서산에 기운다
不須衝險隘(불수충험애) : 험한 길 무릅쓸 것 없으니
濡滯且謀生(유체차모생) : 체류하며 살 길 찾아보리라

 

 

* 50. 가흥강방선(嘉興江放船)-정약용(丁若鏞)-가흥강에 배를 띄우고

久厭山谿險(구염산계험) : 산 계곡 길 험하여 싫증나
翻思水路便(번사수로편) : 편리한 뱃길편으로 바꾸었다
悵違丹穴約(창위단혈약) : 단양 동굴 가자던 약속 어기고
獨上蘂州船(독상예주선) : 홀로 예주의 배에 올랐다
兩岸風煙麗(양안풍연려) : 양 언덕 풍경 수려하고
中流顧眄專(중류고면전) : 중류에 이르니 사방이 다 보인다
沙茸抽紫穎(사용추자영) : 모래밭엔 자색 풀싹 뽑혀있고
澗蘗綴黃姸(간벽철황연) : 개울에는 횡경나무에 튼 노랗고 예쁜 움
山晩禽吭滑(산만금항골) : 산에 해 지고 새소리 유창한데
堤暄馬戲儇(제훤마희현) : 날이 따뜻하여 둑에 말들도 잘 논다
游絲沙氣盛(유사사기성) : 모래 위의 아지랑이 너울거리고
移櫓水紋圓(이노수문원) : 노 저으면 수면은 둥근 파문 이룬다
娟妙飛峯出(연묘비봉출) : 예쁘장한 봉우리 날 듯이 나타나고
逶迤臥柳遷(위이와류천) : 비스듬한 버드나무가 휙휙 지나간다
盤渦趨急瀨(반와추급뢰) : 소용돌이치는 물 센여울로 흐르고
惡石吼驚泉(악석후경천) : 울퉁불퉁 바위에 부딪쳐 놀란 샘물
拂拂風醒酒(불불풍성주) : 씽씽 부는 바람에 술 깨고
搖搖水擊舷(요요수격현) : 찰랑찰랑 넘치는 물 뱃전을 친다
悠然出平地(유연출평지) : 저 멀리 평지가 나타나고
開朗見靑天(개랑견청천) : 명랑한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世界重重豁(세계중중활) : 가도 가도 드넓은 세계로다
人煙曲曲連(인연곡곡연) : 굽이굽이 연기가 자욱하고
險夷常遞換(험이상체환) : 험하고 평탄한 길 바뀌어 나타난다
憂樂每相牽(우락매상견) : 걱정과 즐거움 언제나 서로 끌리어
狹陋傷時俗(협루상시속) : 마음이 조잡하여 시속 슬퍼한다
優遊謝罪愆(우유사죄건) :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놀면서
庶將江海志(서장강해지) : 내 이제 강해에 뜻을 펼치어 보리라
暫絶市朝緣(잠절시조연) : 시조와는 잠시 인연 끊어버리고
去國鴟夷子(거국치이자) : 나라 버리고 떠난 치이자처럼 된다
能詩賈浪仙(능시가랑선) : 시 잘하는 가랑선도 있지 않았다
未應容大瓠(미응용대호) : 큰 박은 쓰이기 어려운 것이며
久已怯虛弦(구이겁허현) : 빈 활만 보고도 겁먹는 새와 같도다
愼索長安米(신색장안미) : 장안의 쌀 찾기 조심스럽도다
謀歸潁尾田(모귀영미전) : 영수 가의 밭으로 돌아갈 생각이도다
沈潛收銳氣(침잠수예기) : 침착하게 젊은 예기 거둬들여
放達送流年(방달송유년) : 세월을 자유롭게 보내고 있도다
此計心常有(차계심상유) : 이런 마음 항상 있어 왔었지만
今朝興渺然(금조흥묘연) : 오늘 따라 흥취가 야릇하도다
曾聞堯舜世(증문요순세) : 들은 말이지만, 요순 시대에는
猶有隱箕巓(유유은기전) : 기산에 숨어 산 자 있지 않았도다

 

 

* 51. 체우숙이애(滯雨宿梨厓)-정약용(丁若鏞)-비에 갇혀 이애에서 묵다

風起靑楓亂(풍기청풍란) : 바람 일어 푸른 단풍잎 흩날려
江鳴白雨來(강명백우래) : 소나기 내리자 강물 소리들려온다
蕭蕭吹面入(소소취면입) : 쌀쌀하게 얼굴로 불어드니
細細作紋回(세세작문회) : 잔잔하게 파문이 일어 도는구나
煙火依隣艓(연화의린접) : 이웃 거룻배에 밥 짓는 연기
維纚近釣臺(유리근조대) : 낚시터 가까이에 배 매두었도다
朝袍憐最困(조포련최곤) : 벼슬아치 너무 피곤하여 가련하니
潦倒濁醪盃(료도탁료배) : 느슨하게 탁주잔을 기울여보세나

 

 

* 52. 증성수(贈惺叟)-정약용(丁若鏞)-깨어있는 늙은이에게

老朽猶奇骨(노후유기골) : 늙어 허약해도 뛰어난 풍골
丰茸憶舊髥(봉용억구염) : 푸짐하던 옛 수염이 생각난다
水程千嶂窅(수정천장요) : 물길의 노정은 천 길이나 깊은데
山閣一燈尖(산각일등첨) : 산 속의 집에는 뾰족한 등불 하나
辰弁音猶在(진변음유재) : 진한과 변한의 소리 아직도 남아
庚申涕共沾(경신체공첨) : 경신 년에는 모두 눈물 흘렸으리라
明朝泛淸壑(명조범청학) : 내일 아침 맑은 계곡에 배 띄우면
秋色滿汀蒹(추색만정겸) : 가을빛이 물가 갈대숲에 가득하리라

 

 

* 53. 차운렬수단오일견기(次韻洌水端午日見寄)-정약용(丁若鏞)-열수가 단오일에 보내온 시에 차운하다

仲夏滔滔草樹香(중하도도초수향) : 오월에는 온 세상 풀과 나무 향기 가득
楝花風盡麥朝涼(련화풍진맥조량) : 봄바람마저 다하고 보리는 아침에 서늘하다.
秧田閣閣鳴蛙鼓(앙전각각명와고) : 못자리논엔 개구리가 울고
葦箔重重結繭房(위박중중결견방) : 갈대잠박에 누에는 겹겹이 집을 짓는다.
老病那堪天向熱(로병나감천향열) : 늙고 병들어 어찌 더워지는 기후 견디며
幽憂仍與日俱長(유우잉여일구장) : 숨은 근심은 해와 함께 길기만 하도다.
何當掃盡蟲蟲氣(하당소진충충기) : 어찌하면 무더운 기운을 쓸어버리고
催遣陰官決土囊(최견음관결토낭) : 서둘러 비를 내리어 땅구멍을 터뜨릴까
田翁時作小沈冥(전옹시작소침명) : 촌 늙은이 수시로 얼마씩 취하여
薄薄茅柴缺缺甁(박박모시결결병) : 초가 못생긴 단지에 맛없는 막걸리로다.
餘肄丰茸桑更綠(여이봉용상경록) : 남은 싹 무성해라 뽕잎은 다시 푸르고
初香輕輭艾猶靑(초향경연애유청) : 첫 향기 부드러워라 쑥은 더욱 푸르다.
天時已見開重午(천시이견개중오) : 천시는 이미 오월 오일이 되었는데
老物何堪作半丁(노물하감작반정) : 늙은 나는 어찌 장정의 절반이나 할까.
政恐詩人歌鮮飽(정공시인가선포) : 시인이 배부르기 어렵다 노래한 게 두려워
愁看魚罶映三星(수간어류영삼성) : 통발에 삼성이 비춤을 시름겨워 바라본다.
七扶庭上一筵堂(칠부정상일연당) : 칠부 길이의 대청 위 한 자리의 마루
兀兀中安缺足床(올올중안결족상) : 한가운데 발 없는 걸상만을 안치했도다.
畏日偏添殘客熱(외일편첨잔객열) : 뜨거운 햇살은 나그네에게 더위 더하고
雌風分與庶民涼(자풍분여서민량) : 습한 바람은 서민들과 서늘함을 나누는구나.
一年長束迎人榻(일년장속영인탑) : 일 년 동안 길이 손님 맞는 걸상을 묶었으나
萬事全空結客場(만사전공결객장) : 손님과 사귀는 일이 전혀 없었도다
塵俗幫纏安用此(진속방전안용차) : 세속을 따르자면 어찌 이래서 되겠는가
不如閉眼且回光(불여폐안차회광) : 눈 감고 신선되는 회광 하는 것만 못하다.
閒人酒盡卽愁初(한인주진즉수초) : 한가한 사람 술 다하면 시름이 생기나니
終日無聊坐隱蒲(종일무료좌은포) : 종일토록 무료히 포단에 기대 앉았노라.
簾額周旋惟燕子(렴액주선유연자) : 주렴 위에 왕래하는 건 오직 제비들
樹陰團伏總鷄雛(수음단복총계추) : 나무 그늘에 모여앉은 건 병아리들이로다.
繞階草長何曾植(요계초장하증식) : 뜨락의 풀 절로 자라나니 누가 심었는가
排闥山來不待呼(배달산래부대호) : 부르지 않았는데 문만 열면 산이 다가온다.
試覓此心那個是(시멱차심나개시) : 시험 삼아 찾노니 이 마음이 어떤 것인가
公然言語□虛無(公然言語□허무) : 공연스레 말만하나 진정 허무하니라.
是人疾疹與生生(시인질진여생생) : 이 사람의 질병은 생명과 생겨났으니
流水浮雲一任情(류수부운일임정) : 흐르는 물 뜬구름처럼 일체를 뜻에 맡긴다.
浥雨榴花開造次(읍우류화개조차) : 비에 젖은 석류꽃은 창졸간에 피어나고
引風匏蔓走縱橫(인풍포만주종횡) : 바람 끄는 박넝쿨은 종횡으로 뻗어난다.
桑田日永鷄鳴午(상전일영계명오) : 해 긴 뽕나무밭에선 낝에 닭이 울고
芹徑泥深鳥叫晴(근경니심조규청) : 진흙탕 미나리 길엔 새가 갠 날에 지저귄다.
惆悵美人天末遠(추창미인천말원) : 슬프다 내 님, 하늘 끝에 멀리 있어
朅來余目幾時成(걸래여목기시성) : 서로 만남이 어느 때나 이뤄질런가.
不把他家較自家(불파타가교자가) : 다른 집 사람 끌어다 자신에 비교한다.
蚊虻草樹共生涯(문맹초수공생애) : 모기같은 벌레나 초목도 생애는 한가지
少猶澹泊惟啖菜(소유담박유담채) : 젊어서도 담박하여 채소만 먹었도다.
老益淸虛不啜茶(노익청허불철다) : 늙어서 더욱 청허하여 차마저 안 마시어
流水何妨循屈曲(류수하방순굴곡) : 흐르는 물, 굴곡을 따르니 무엇에 어려울까.
亂山端合鏟谽谺(난산단합산함하) : 봉우리들은 골짜기를 감추기에 합당하고
今辰果祭陳君否(금신과제진군부) : 이번 단오절에 과연 진군을 제사지냈을까
西瀝南苞莫謾誇(서력남포막만과) : 서력과 남포를 부질없이 자랑하여
駸駸一病在冥間(침침일병재명간) : 위급해지는 질병으로 저승길을 헤매다가
自得君詩舊觀還(자득군시구관환) : 그대 시를 얻고부터 옛 모양을 되찾도다.
煙雨門臨西折水(연우문림서절수) : 안개와 비 속의 문, 서쪽 꺾인 물에 닿고
雲霞坐擁北來山(운하좌옹북래산) : 운하 속에 앉아 북쪽 산을 포옹하는구나.
固窮免被心神擾(고궁면피심신요) : 곤궁함을 견디어 심신의 동요를 면하고
久臥從敎手脚頑(구와종교수각완) : 오래 누웠으니 팔다리가 뻣뻣해지는구나.
滿眼風光消受好(만안풍광소수호) : 눈에 가득한 좋은 경치에 즐거움 누리며
試從何處另求閒(시종하처령구한) : 어느 곳으로 좇아 따로 한가함을 찾으리오.
萬事全無可更嘗(만사전무가갱상) : 만사가 다시 경험할 것이 전혀 없어
風輪眩轉玩流光(풍륜현전완유광) : 바람 바퀴 도는 속에 세월을 즐기도다.
仙姑老去蓮俄白(선고노거연아백) : 선녀는 늙어가매 연꽃은 이미 희어
鬼叟歸來石是黃(귀수귀래석시황) : 귀신 노인 돌아오니 그게 바로 누런 돌이라.
五畝猶存容歇泊(오무유존용헐박) : 집 한 칸 아직 있으니 생활하기 편하고
三聲長在寄歡康(삼성장재기환강) : 삼성이 길이 있어 즐거움과 평안함 부쳤다.
年來是事消除盡(년래시사소제진) : 근년에는 이런 일이 씻은 듯이 없어지니
不向時人說短長(시인설단장) : 시인들을 향하여 좋고 나쁨을 말하지 말어라.

 

 

* 54. 유제족부예산공산거(留題族父禮山公山居)-정약용(丁若鏞)-족부 예산공이 사시는 산간 집에 머물며 짓다

澗邊小墟落(간변소허락) : 시냇가 작은 언덕배기
桑柘菀交枝(상자울교지) : 산뽕나무 무성하게 가지가 얽혔구나.
野麥蘇春凍(야맥소춘동) : 들판에 보리는 얼었다 봄에 다시 돋고
村鷄領晩兒(촌계령만아) : 마을 닭은 늦새끼 거느렸구나.
罷官生事拙(파관생사졸) : 벼슬 그만두니 살아가기 옹색하나
留客雅言遲(유객아언지) : 손님 머물게 하여 좋은 얘기 나눈다.
信宿驚舒重(신숙경서중) : 이틀 밤을 자면서 진중한 정에 놀라
低頭愧昔時(저두괴석시) : 옛날이 부끄러워 고개 숙이고 말았노라

 

 

* 55. 족부이부공산장부득정전괴석(族父吏部公山莊賦得庭前怪石)-정약용(丁若鏞)-족부 이 부공 산장에서 뜰 앞에 있는 괴석을 읊다

夫子不好怪(부자불호괴) : 선생은 괴이한 것 좋아하지 않았는데
胡爲蓄怪石(호위축괴석) : 어찌하여 괴석을 저렇게 쌓아 두었을까
卑險莫如禹(비험막여우) : 검소하기 우임금과 같은 이도 없었으니
猶然充貢額(유연충공액) : 일정량을 공물의 금액으로 정하였도다.
鬱林亦廉士(울림역렴사) : 울림 역시 청렴한 선비였으니
鎭船非瓦礫(진선비와력) : 배에 실을 것은 기와 조약돌이 아니었던가.
譎詭多竅穴(휼궤다규혈) : 진기하게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어
離奇有骨骼(리기유골격) : 이리저리 이상한 뼈대를 갖추고 있도다
雲根侵淸泉(운근침청천) : 구름 뿌리 맑은 샘에 잠기고
淋淋帶蒸液(림림대증액) : 방울방울 물방울이 맺히어 있구나.
觚稜潑淺紫(고릉발천자) : 모난 곳에는 옅은 자색이 돌고
苔髮滋鮮碧(태발자선벽) : 이끼가 더욱 선명하게 푸르구나
峯崿森成列(봉악삼성열) : 산봉우들은 높고 길게 늘어서고
厓谷細相闢(애곡세상벽) : 언덕과 골짜기 좁다랗게 열려있도다
泥黏一株松(니점일주송) : 진흙에 붙여진 한 그루 소나무
遠勢似千尺(원세사천척) : 멀리 보아 천척이나 되는 듯하도다.
渾如古木根(혼여고목근) : 흡사 해묵은 나무 뿌리 같고
擁腫縐襞積(옹종추벽적) : 울퉁불퉁 주름잡혀 있는 것 같도다
頑肥槩見黜(완비개견출) : 모양이 오동통하면 대개 다 내버리니
所崇在癯瘠(소숭재구척) : 좋은 것이 살이 없이 수척한 것이로다.
三峯特崷崒(삼봉특추줄) : 유독 뾰족한 봉우리 셋
舊載豐川舶(구재풍천박) : 옛날 풍천에서 실어온 것인가
豐川扼浿口(풍천액패구) : 풍천이 패강 어귀에 위치하니
湊集多金帛(주집다금백) : 황금과 비단이 많이 모여드는구나.
黃金與翠石(황금여취석) : 황금과 취석 두 가지 중에서
智者知所擇(지자지소택) : 슬기로운 자는 고를 것을 스승으로 알고있다네.

 

 

* 56. 가흥강방선(嘉興江放船)-정약용(丁若鏞)-가흥강에 배 띄우고

久厭山谿險(구염산계험) : 산길 험한 것 싫증 나
翻思水路便(번사수로편) : 뱃길 편리하다 생각 바꾸었다
悵違丹穴約(창위단혈약) : 단양 동굴 가자던 약속 어기고
獨上蘂州船(독상예주선) : 홀로 예주가는 배에 올랐다
兩岸風煙麗(양안풍연려) : 양 언덕의 풍경이 수려하여
中流顧眄專(중류고면전) : 물 한가운데서는 사방이 다 보인다
沙茸抽紫穎(사용추자영) : 모래밭 부들에서 자색 풀싹 뽑아드니
澗蘗綴黃姸(간벽철황연) : 계곡의 횡경나무 노랗게 들어찼구나
山晩禽吭滑(산만금항골) : 산에 해 지면 새들의 노랫소리 부드럽고
堤暄馬戲儇(제훤마희현) : 날씨도 따뜻하여 둑에는 말들도 잘 논다
游絲沙氣盛(유사사기성) : 아지랑이 모래 위에 아른거리고
移櫓水紋圓(이노수문원) : 노 저으가면 물에는 둥근 파문이 진다
娟妙飛峯出(연묘비봉출) : 고운 산봉우리 날 듯이 나타나고
逶迤臥柳遷(위이와류천) : 비스듬히 누운 버드나무 지나간다
盤渦趨急瀨(반와추급뢰) : 소용돌이치는 여울물 세차게도 흘러
惡石吼驚泉(악석후경천) : 울퉁불퉁 바위에 부딪쳐 놀라서 소리친다
拂拂風醒酒(불불풍성주) : 씽씽 부는 바람에 술이 깨고
搖搖水擊舷(요요수격현) : 찰랑찰랑 넘치는 물 뱃전을 때린다
悠然出平地(유연출평지) : 아득히 먼 곳에서 평지가 나타나고
開朗見靑天(개랑견청천) : 눈 앞에는 훤히 푸른 하늘이 보인다
世界重重豁(세계중중활) : 가도 가도 드넓은 세상
人煙曲曲連(인연곡곡연) : 굽이굽이 안개가 자욱하다
險夷常遞換(험이상체환) : 험하고 평탄한 길 늘 서로 바뀌고
憂樂每相牽(우락매상견) : 걱정과 즐거움도 언제나 서로 끄는구나
狹陋傷時俗(협루상시속) : 마음이 좁아 세상 풍속 슬퍼하다
優遊謝罪愆(우유사죄건) : 한가히 놀면서 나의 허물 사죄하노라
庶將江海志(서장강해지) : 바라노니, 이제 강해에 뜻을 두고
暫絶市朝緣(잠절시조연) : 세상 풍조와는 잠시 인연 끊으리라
去國鴟夷子(거국치이자) : 나라 버리고 떠난 치이자 되고
能詩賈浪仙(능시가랑선) : 시 잘하는 가랑 선인처럼 되리라
未應容大瓠(미응용대호) : 아직은 큰 박처럼 수용되기 어렵고
久已怯虛弦(구이겁허현) : 빈 활만 보고도 겁 먹는 새 같은 신세로다
愼索長安米(신색장안미) : 장안의 쌀조차 조심스럽게 찾아
謀歸潁尾田(모귀영미전) : 영수가의 밭으로 갈 생각이로다
沈潛收銳氣(침잠수예기) : 침착하게 젊은 예기 거두어 두고
放達送流年(방달송유년) : 방달하게 자유롭게 세월을 보내고 싶도다
此計心常有(차계심상유) : 이러한 마음 항상 있어 왔지만
今朝興渺然(금조흥묘연) : 오늘 아침 따라 흥취가 야릇하도다
曾聞堯舜世(증문요순세) : 일찍이 들었노라, 그 옛날 요순임금 시대에도
猶有隱箕巓(유유은기전) : 기산머리에 숨어 산 자 있지 않았던가

 

* 57. 남자주타어(藍子洲打魚)-정약용(丁若鏞)-남자주에서 고기를 잡다

打魚每趁麥黃天(타어매진맥황천) : 매 번 보리누름에 고기를 잡으니
巨網橫流一字連(거망횡류일자련) : 세찬 물결에 큰 그물 일자로 연했다
立表始愁驅貉遠(입표시수구맥원) : 표지를 세우자니 오소리 달아날까 걱정
括囊方識籠鵝全(괄낭방식농아전) : 고기를 담으매 그제야 고기 잡은 것을 알았다
茶爐亂眼風中沸(다로난안풍중비) : 차 화로에는 어지러이 바람 속에 차가 끓는데
葡架明珠露共懸(포가명주로공현) : 시렁 위의 맑은 포도는 이슬처럼 매달렸구나
不有威靈由地主(불유위령유지주) : 이 지방 원님의 위령이 아니었다면
銀鱗那得滿歸船(은린나득만귀선) : 은빛 물고기를 어찌 배에 가득 잡을 수 있을까

 

 

* 58. 야(夜)-정약용(丁若鏞)-밤에

黯黯江村暮(암암강촌모) : 어둑어둑 강촌에 날이 저물어
疏籬帶犬聲(소리대견성) : 성긴 울타리에 개 짖는 소리 가득
水寒星不靜(수한성불정) : 물결소리 차가우니 별빛이 고요하지 않아
山遠雪猶明(산원설유명) : 산이 머니 눈빛이 오히려 밝도다
謀食無長策(모식무장책) : 식생활 영위함엔 좋은 계책이란 없고
親書有短檠(친서유단경) : 책을 가까이하려니 짧은 등잔이 있도다
幽憂耿未已(유우경미이) : 깊은 근심 끝없이 떠나지 않으니
何以了平生(하이료평생) : 어떻게 일평생을 마칠 수 있으리오

 

 

* 59. 독좌음(獨坐吟)-정약용(丁若鏞)-혼자 앉아서

世云棄我我忘身(세운기아아망신) : 세상 나를 버리고, 나는 내 몸 잊었구나
七尺浮沈付與人(칠척부심부여인) : 일곱 자 내 몸을 남에게 맡겨 버리는가
偶落江湖明月夜(우락강호명월야) : 밝은 달밤, 우연히 강 호수에 나오니
水晶界上不生塵(수정계상불생진) : 수정 같은 세계에는 먼지 하나 생기지 않아
村南村北百花光(촌남촌북백화광) : 마을 남북쪽에 온갖 꽃이 활짝 피어
翁意逢春欲變郞(옹의봉춘욕변랑) : 늙은이가 봄을 만나 소년이 되고 싶구나
笑問壚婆連日債(소문로파연일채) : 선술집 노파에게 연일 진 빚 웃으며 물으며
鷄毛筆記枕邊牆(계모필기침변장) : 닭털 붓으로 베개 머리 벽에다 적어두노라
從古脩名向此求(종고수명향차구) : 예로부터 좋은 명성을 여기에서 구하나니
窮途天許可人由(궁도천허가인유) : 하늘이 허락한 궁한 길을 사람에서 찾을까
靈均若使身榮達(영균약사신영달) : 굴원이 만일 자신이 영달을 누리게 했다면
未必離騷在案頭(미필리소재안두) : 이소경이 반드시 지어지기는 않았으리라
園收橡栗禦窮冬(원수상률어궁동) : 정원의 상수리와 밤을 거두어 겨울 대비했는데
還怪春來懶作農(환괴춘래나작농) : 도리어 이상하구나, 봄날엔 농사짓기 싫증난다
但遣村隣操耒耜(단견촌린조뢰사) : 다만 이웃 사람 보내어 쟁기 대신 잡혀
不妨忘食獨搘筇(불방망식독지공) : 식사도 잊고 홀로 지팡이 의지함을 방해마라
悲歡回互變三飧(비환회호변삼손) : 슬픔과 기쁨 서로 돌아 끼니마다 변하고
龍爛泥沙海化鯤(용란니사해화곤) : 용은 진흙에서 시들고, 바다 새는 붕새로 변한다
至竟人間無好事(지경인간무호사) : 필경에는 인간 세상에 좋은 일이 없으리니
不須招返未歸魂(불수초반미귀혼) : 돌아가 오지 못하는 넋을 불러 올 것도 없도다
樂事元來轉眼空(락사원래전안공) : 즐거운 일은 원래 순식간에 없어지고
臨分却恨有相逢(임분각한유상봉) : 헤어지며 문득 서로 만날 수 있기를 한하는구나
遙憐客散樽空後(요련객산준공후) : 아득히 가련하다, 손님들 가고난 뒤 술통은 다 비고
矮屋悲吟臥孔融(왜옥비음와공융) : 낮은 집에 홀로 누워서 슬피 글을 읊던 공융이여
曾業文章擬代耕(증업문장의대경) : 일찍이 글을 업으로 삼아 농사 대신 벼슬 하려 하였으나
誤尋徑路入愁城(오심경로입수성) : 지름길 잘못 찾아 근심의 성에 들었구나
田翁常做閑閑樂(전옹상주한한락) : 시골 늙은이는 항상 한가하고 여유 있는 것은
賴是平生不識丁(뢰시평생불식정) : 곧 평생에 고무래 정자도 모르는 무식 때문이로다
海山休說路三千(해산휴설로삼천) : 동해의 봉래산이 삼천 리 밖 있는 것 말하지 말라
已作陳人六十年(이작진인육십년) : 이미 진부한 인생 육십 평생이 다 되었도다
肯逐劉安鷄犬後(긍축유안계견후) : 즐겨 유안의 닭과 개의 뒤를 따라
金丹滿握不昇天(금단만악불승천) : 단약을 가득 쥐고 하늘에 오르지 않으리오
雨後遙山別樣孤(우후요산별양고) : 비 온 뒤의 먼 산은 유별나게 고적하니
故人天末見頭臚(고인천말견두려) : 옛 사람 하늘 끝에서 머리를 내밀었구나
雲窓做得搘頣夢(운창주득지신몽) : 구름 창에 기대어 턱 받치고 꿈꾸니
百尺樓前萬頃湖(백척루전만경호) : 백 척의 누각 앞에는 만 이랑의 호수로다
水盡南天信使稀(수진남천신사희) : 물 다한 남쪽 하늘가엔 소식도 드물어
秋來誰製芰荷依(추래수제기하의) : 가을이 오면 누가 은자의 옷을 지어주리
無因鼓枻江潭去(무인고설강담거) : 뱃전 두드리며 강호로 떠나가려니
遙唱滄浪對夕暉(요창창낭대석휘) : 석양을 마주보며 멀리 창랑가를 부르노라
騎牛不到況乘驄(기우불도황승총) : 소 탄 사람도 안 오는데 더구나 말을 탄 사람 오랴
隱几蕭然草屋中(은궤소연초옥중) : 쓸쓸히 초막집에 와상에 기대앉으니
隔紙非無寬世界(격지비무관세계) : 종이 창 밖으로 더 넓은 세계 없지 않지만
平生羞作鑽窓蜂(평생수작찬창봉) : 평생에 창문 뚫는 벌 되기는 부끄럽구나
休將言說惹賓筵(휴장언설야빈연) : 빈객이 모인 자리에서 언설을 일으키지 말고
妨我閒中撫一絃(방아한중무일현) : 한가로이 일 현금 타는 나를 방해 놓지 말아라
謂傲謂狂都任汝(위오위광도임여) : 오만하다 미쳐다 하더라도 모두 네게 맡겨 두고
西風無樹不鳴蟬(서풍무수불명선) : 가을 바람에 매미 울지 않는 나무는 없도다
平生求友少蘭金(평생구우소란금) : 평생 친구를 찾았으나 진정한 친구 드물고
身後何人識碣陰(신후하인식갈음) : 죽은 뒤에 그 누가 묘갈비 기록을 알아보리오
不爲傳玄留篋草(불위전현유협초) : 양자운처럼 상자 속에 태현경을 갖춰놓고
子雲千載待知音(자운천재대지음) : 천 년 뒤에 알아 줄 이 있길 기다리겠노라
窮居未必友朋疏(궁거미필우붕소) : 곤궁해도 꼭 친구가 멀어지지만은 않으니
將夢爲眞覺屬虛(장몽위진각속허) : 꿈을 참인 줄 알았는데 깨고 보니 허무한 처지로다
記得山中前夜雨(기득산중전야우) : 기억하건대, 산 속의 지난 밤 내린 비에
同心騎馬到階除(동심기마도계제) : 친한 친구가 말 타고 마당가에 이르렀구나
柴荊終日爲誰關(시형종일위수관) : 가시 사립문 종일토록 누굴 위해 닫아놓고
抱得群窮不放還(포득군궁불방환) : 여러 궁한 귀신들을 품에 안고 내보내지 않아
已料展禽官合黜(이료전금관합출) : 전금이 벼슬길에서 쫓겨날 줄 이미 알았도다
那堪牧犢老因鰥(나감목독로인환) : 소 먹이는 늙은이 홀아비 신세를 어찌 견디며
循階㶁㶁水悲鳴(순계괵괵수비명) : 섬돌 돌아 콸콸 흐르는 물소리 슬피 울리는구나
惆悵淸宵獨坐情(추창청소독좌정) : 서글프다, 맑은 밤에 홀로 앉은 이내 마음이여
只有空山一片月(지유공산일편월) : 오직 사람 없는 텅 빈 산에 조각달이 밝아
天涯分與故人明(천애분여고인명) : 하늘 저 편의 친구와 밝음을 나누고 있도다
今古乾坤閒靜身(금고건곤한정신) : 고금천지에 한가롭고 조용한 이내 몸
爲僧悔作下山人(위승회작하산인) : 중이 됐다가 하산한 사람 된 것을 후회하노라
春過喚醒看花夢(춘과환성간화몽) : 봄이 지난 뒤, 불러 꽃구경하는 꿈 깨어났다
一上禪牀滿地塵(일상선상만지진) : 선상에 한번 오르니 온 세상에 티끌 가득
若將煙水論嚴光(약장연수론엄광) : 강호에 은거한 일을 엄광과 논한다면
不若無名杜五郞(불약무명두오랑) : 이름 없던 저 두오랑보다 못할 것이다
一室坐來三十載(일실좌래삼십재) : 한 방에 삼십 년이나 가만히 앉아
更無一步到東牆(경무일보도동장) : 한 발짝도 동쪽 담장 밖을 나가지 않았다
吾生無用亦無求(오생무용역무구) : 나의 인생 쓸모없고, 또한 바라는 것도 전혀 없어
吾在吾廬吾自由(오재오려오자유) : 나는 내 집에서 내 자유대로 지낼 뿐인데
今日偶看庭草長(금일우간정초장) : 오늘은 우연히 뜰에 자라난 풀을 보았노라
門前無客罷梳頭(문전무객파소두) : 문전에 오는 손 없어 머리도 빗지 않으며
歸來不覺過三冬(귀래불각과삼동) : 돌아온 뒤로는 어느덧 삼동이 지났구나
我學無生兒學農(아학무생아학농) : 나는 삶이 없길 배우고 아이는 농사를 배우니
聞說錫山山路改(문설석산산로개) : 들으니, 석산에는 산길을 고쳤다하니
要尋蹊徑懶携筇(요심혜경나휴공) : 좁은 길 찾아 천천히 지팡이 끌고 간다
悠悠晨夕廢饔飧(유유신석폐옹손) : 아득한 나날을 아침저녁 끼니 폐하고
六魄如登北海鯤(육백여등북해곤) : 여섯 넋이 마치 북해의 곤어를 탄 듯하구나
出世也須無異法(출세야수무이법) : 출세하는 게 응당 다른 방법 전혀 없나니
虛無無處不神魂(허무무처불신혼) : 허무한 곳에 있으니 신령하지 않은 곳이 없구나
鬱蒸自合多陰雨(울증자합다음우) : 무더우면 저절로 장마가 많은 법
涼月淸宵不易逢(량월청소불역봉) : 서늘한 달빛 맑은 밤을 만나기 쉽지 않다
龍井玉壺天籟靜(용정옥호천뢰정) : 차와 술에는 자연의 소리 고요하고
瀟湘露下竹融融(소상로하죽융융) : 소상강 이슬 아래에는 대숲이 무성하다
婦餉新菑子出耕(부향신치자출경) : 며느리는 새밭으로 밥 내가고, 아들은 밭을 가니
山窓花木自東城(산창화목자동성) : 산창의 꽃나무들은 동성에서 피어난다
老傖已向勤中過(로창이향근중과) : 이 늙은이도 부지런히 일하며 살아 왔는데
力役初除籍上丁(력역초제적상정) : 호적상에 장정의 부역이 이제 막 면제되었구나
種桃何必歲三千(종도하필세삼천) : 어찌 씨앗하나 심는데 삼천 년이나 필요하며
一核剛投十八年(일핵강투십팔년) : 씨 하나를 심은 지 바야흐로 십팔 년이나 쓰리오
方丈小庭千尺樹(방장소정천척수) : 방장산 작은 뜰엔 천척의 나무가 있고
吾廬亦有洞中天(오려역유동중천) : 나의 집에도 또한 신선 세상이 있도다
病鶴歸來瘦影孤(병학귀래수영고) : 병든 학이 돌아오니 파리한 형상 외롭구나
濠梁淸淺照頭臚(호양청천조두려) : 호량의 맑은 물에 머리가 환히 비치니
求魚何不隨鷗鷺(구어하불수구로) : 고기를 잡는자가 어찌 갈매기를 따르지 않으리오
無數鰷鱨在五湖(무수조상재오호) : 피라미 자가사리가 오호에 무수히 많은데
我愛花紅紅便稀(아애화홍홍편희) : 나는 붉은 꽃 좋아하는데 붉은 꽃은 드물구나
經年綠暗暗人衣(경년록암암인의) : 지나온 여러 해에 녹음이 내 옷을 어둡게 하니
日光不識何時過(일광불식하시과) : 세월은 어느 새, 다 지나갔는지 도무지 모르겠노라
有客到門常落暉(유객도문상락휘) : 손이 문 앞에 이르면, 언제나 저녁 해는 지고
南隣有客繫靑驄(남린유객계청총) : 남쪽 이웃에 손님이 있어 청총마 매어두었다
京洛風光邸報中(경락풍광저보중) : 서울의 풍광이 관보 안에 실려 있으니
聽說新聞皆似舊(청설신문개사구) : 듣자 하니, 새 소식이 모두 옛 소식 같구나
南柯庭蟻午衙蜂(남가정의오아봉) : 남가군의 뜰의 개미요 일하는 벌이로다
靑樓珠箔綺羅筵(청루주박기라연) : 청루의 구슬 주렴, 화려한 비단 자리
鶯鷰爭春傍管鉉(앵연쟁춘방관현) : 관현악 연주 속에 꾀꼬리 제비가 봄을 다툰다
終歲未曾嫌寂寞(종세미증혐적막) : 한해가 다가도록 적막함을 싫어 않으니
何煩吾樹有新蟬(하번오수유신선) : 어찌 번거로이 내 나무에 새 매미 울어대는가
中天亦日耀黃金(중천역일요황금) : 중천의 붉은 태양 황금빛으로 빛나니
始見黃鸝在綠陰(시견황리재록음) : 비로소 녹음 속의 꾀꼬리를 보는구나
頭白不禁啼一句(두백불금제일구) : 머리 희어져 울음 금치 못한다는 한 글귀
去將嬌滑向知音(거장교골향지음) : 가서 좋은 소리로 친구를 향해 울어야지
力弱元來種植疏(력약원래종식소) : 힘 약해서 원래 나무 심는 일 거의 없는데
紫薇花早碧窓虛(자미화조벽창허) : 백일홍 꽃나무는 일찍 창틈에 푸르러 있구나
機心猶與蠨蛸角(기심유여소소각) : 간사한 마음 오히려 갈거미와 서로 겨루는구나
枝上牽絲自起除(지상견사자기제) : 가지 위의 거미줄을 스스로 일어나 없애나니
見說胡塵暗九關(견설호진암구관) : 듣건데, 오랑캐들 소란하여 대궐이 캄캄하니
鷦鷯何幸早知還(초료하행조지환) : 뱁새가 어이 다행히 일찍 돌아올 줄 알겠는가
鰥官似我人皆笑(환관사아인개소) : 나같이 외로운 벼슬아치를 남들이 다 비웃는다
今日方知人不鰥(금일방지인불환) : 오늘에야 비로소 사람은 외롭지 않음을 알고
三更推枕聽雷鳴(삼경추침청뢰명) : 삼경에 베개 밀쳐내고 천둥소리 듣는다
風雨南來亦動情(풍우남래역동정) : 남녘서 몰아 온 비바람에 또 마음이 움직이니
自是要將星斗洗(자시요장성두세) : 이는 본디 수많은 별들을 깨끗이 씻으려하는구나
去爭山月半輪明(거쟁산월반륜명) : 반 둥근 산 위 달과 밝음을 겨루려 함이로다
紛總總中剩此身(분총총중잉차신) : 수다히 많은 사람 중에 이 몸이 남아 돌아
不知還是鬼邪人(불지환시귀사인) : 이 몸이 귀신인지 사람인지 알지 못하겠다
憑將窓明窓暗色(빙장창명창암색) : 장차 하루하루 흐르는 세월
一刹那間了一塵(일찰나간료일진) : 어느 한순간에 한 티끌이 되고 말리라
收拾歸來冷眼光(수습귀래냉안광) : 수습하여 돌아오매 눈빛이 늙었구나
曾經塗抹做新郞(증경도말주신랑) : 일찍이 어린 시절에 신랑이 되었다가
此身已似菩提樹(차신이사보제수) : 이 몸은 이미 저 보리수와 같아
分付枝柯莫出墻(분부지가막출장) : 가지만 나눠 주고 담장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天地何嘗廢蚓鳴(천지하상폐인명) : 천지가 어찌 지렁이 울음소리 없애어
物生那得盡無情(물생나득진무정) : 모든 생물, 어찌 제 뜻을 다 펴지 못하는가
此心炯炯常如日(차심형형상여일) : 이 마음은 항상 저 태양처럼 맑아
想像重泉夜亦明(상상중천야역명) : 아마도 죽은 구천의 밤 또한 밝도다
窮老應無分外求(궁로응무분외구) : 궁한 늙은이 응당 분수 밖의 요구가 없고
霽行潦止摠悠悠(제행료지총유유) : 비 개면 가고, 비 오면 머뭄이 한가로다
光光來得光光去(광광래득광광거) : 빛나게 오고, 빛나게 가는구나
只個靑天在我頭(지개청천재아두) : 푸른 하늘만 내 머리 위에 있을 뿐
回薄天時屬大冬(회박천시속대동) : 시절이 돌고 돌아 한겨울에 이르렀구나
吾衰不復夢羲農(오쇠불부몽희농) : 이 몸 노쇠하여 복희씨 신농씨 꿈꾸지 않는다
衡門自足洋洋樂(형문자족양양락) : 초막집에서 절로 양양한 즐거움 족하니
肯向焦原更著筇(긍향초원경저공) : 어찌 다시 지팡이 짚고 불탄 언덕 향하리오
書生談治慕罋飧(서생담치모옹손) : 서생이 정치를 논하면서 끼니를 연연하니
何異南人說北鯤(하이남인설북곤) : 남쪽 사람이 북해의 곤어를 논함과 어찌 다른가
我自逍遙蚊睫上(아자소요문첩상) : 나는 스스로 모기 눈썹 위에 소요하는 자니
不敎門弟賦招魂(불교문제부초혼) : 제자들에게 <초혼부>를 짓지 않게 하여라
餘生已覺萬緣空(여생이각만연공) : 남은 생애, 이미 온갖 인연 헛되었음을 알아
媿殺今秋菊再逢(괴살금추국재봉) : 올 가을에 국화를 다시 만나 부끄럽도다
臥想黃泉團骨肉(와상황천단골육) : 생각건대 황천에 가서 혈육들이 서로 만나면
冥間應自樂融融(명간응자락융융) : 저승에서 응당 절로 즐거움이 넘치리라
本無一畝可躬耕(본무일무가궁경) : 본래 한 이랑도 몸소 농사지을 땅 없어
朶却空頣舊在城(타각공신구재성) : 헛 입맛만 다시면서 그 옛날 성 안에 있도다
一斥窮鄕身便老(일척궁향신편로) : 궁향에 한번 버려져 몸이 문득 늙고
不堪與國更充丁(불감여국경충정) : 나라 위해 다시 병사로 충원될 수도 없구나
恒沙世界渺三千(항사세계묘삼천) : 항하의 모래 세상 아득한 삼천 년
淵谷城隍遞萬年(연곡성황체만년) : 못과 골짝 성과 해자가 만년을 번갈았구나
莫道人人均賦授(막도인인균부수) : 사람마다 똑같이 주어졌다 말하지 말라
本無聲臭可尋天(본무성취가심천) : 하늘은 본디 소리도 냄새도 찾을 수 없으니
炎海氷山跡也孤(염해빙산적야고) : 더운 바다, 얼음 산은 자취도 외롭다
老年明白舊頭臚(로년명백구두려) : 늙어서도 그 머리는 분명 그 머리구나
江山在處無賓主(강산재처무빈주) : 강산은 있는 곳마다, 손님도 주인도 없으니
免向君王乞鑑湖(면향군왕걸감호) : 군왕께 감호를 구걸하는 일은 면하였다오
地冷柴門鳥雀稀(지냉시문조작희) : 싸늘한 가시 사립문에는 새들도 날지 않고
芰荷秋盡返初衣(기하추진반초의) : 마름과 연잎 가을에 다 시들어 처음 옷으로 바꿔 입었다
待看庭樹東西影(대간정수동서영) : 정원의 나무 동서의 그림자를 기다려 눈여겨 바라보니
消却前榮冉冉暉(소각전영염염휘) : 석양은 뉘엿뉘엿 앞 처마를 넘어가는구나
騎牛較好舊乘驄(기우교호구승총) : 소 타는 일이 말 탄 것보다 좋기만 하다
隨分狂歌草澤中(수분광가초택중) : 분수에 따라 풀 우거진 못에서 소리쳐 노래하다
至竟蠕蠕唯待化(지경연연유대화) : 결국엔 꿈틀거리다 죽을 때만 기다리노라
人生何異入窠蜂(인생하이입과봉) : 인생살이가 집에 든 벌들과 무엇이 다르리오
權將草席代芳筵(권장초석대방연) : 임시 거적자리로 꽃다운 자리 대신하니
亦有江禽勝管鉉(역유강금승관현) : 물새의 소리 또한 관현악보다 낫구나
萬事不生間計較(만사불생간계교) : 온갖 일 생기지 않고 간간이 생각할 일 생기니
老年淸寂似枯蟬(노년청적사고선) : 노년의 맑고 적막함이 매미 허물 벗은 매미 신세로다
月出波心萬濤金(월출파심만도금) : 물결에 달 떠오니, 온 물결이 금빛지고
水天晴碧解雲陰(수천청벽해운음) : 물과 하늘 맑고 푸르러 구름이 그늘 걷힌다
翛翛忽覺淸人聽(소소홀각청인청) : 우수수 이는 소리가 문득 귀를 맑게 하니
問是風音是樹音(문시풍음시수음) : 묻노니, 이것이 바람 소리인가 나무 소리인가
說仙說佛計全疏(설선설불계전소) : 신선이나 부처에 대해선 전혀 생각함이 없어
都把吾身寄太虛(도파오신기태허) : 이 내 몸 몽땅 가져다 태허에 부치노라
透得局中休歇法(투득국중휴헐법) : 세상을 쉽게 사는 법을 터득하니
亂紛紛地玩乘除(란분분지완승제) : 수다히 어지러운 곳에서 그 틈을 즐기노라
天生萬物不相關(천생만물불상관) : 하늘이 내린 만물, 서로 상관할 일 없어
妙法單傳是八還(묘법단전시팔환) : 이심전심의 오묘한 법이 바로 팔환의 방법이로다
說與先生休計較(설여선생휴계교) : 선생에게 말하노니, 계교 쓰지 마시고
人鰥何必勝官鰥(인환하필승관환) : 사람 외로움이 어찌 반드시 벼슬 외로움 이기리오

 

 

* 60. 기아(寄兒)-정약용(丁若鏞)-자식에게

京華消息每驚心(경화소식매경심) : 서울 소식 올 때마다 놀라는 내 마음
誰道家書抵萬金(수도가서저만금) : 집에서 온 편지 만금이라 누가 말했나
愁似海雲晴復起(수사해운청복기) : 시름은 구름처럼 개었다 다시 일고
謗如山籟靜還吟(방여산뢰정환음) : 비방은 소리처럼 잠잠하다 다시 읊는구나
休嗟世降無巢谷(휴차세항무소곡) : 세상이 말세라서 소곡같은 따르는 이 없고
差喜門衰有蔡沈(차희문쇠유채침) : 가문은 쇠했어도 채침같은 후계자가 있도다
文字已堪通簡札(문자이감통간찰) : 편지를 나눌 만큼 문자공부는 되었으니
會敎經濟着園林(회교경제착원림) : 살림에 착안하여 경제공부를 해두어라

 

 

* 61. 타맥행(打麥行)-정약용(丁若鏞)-보리타작

新蒭獨酒如湩白(신추독주여동백) :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희고
大碗麥飯高一尺(대완맥반고일척) : 큰 사발에 보리밥이 높기가 한 자로다
飯罷取耞登場立(반파취가등장입) : 밥 먹고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雙肩漆澤翻日赤(쌍견칠택번일적) : 검게 탄 두 어깨가 햇볕에 번쩍인다
呼邢作聲擧趾齊(호형작성거지제) : 응헤야 소리 내며 발 맞춰 두드리니
須叟麥穗都狼藉(수수맥수도랑자) : 삽시간에 보리 이삭 온 마당에 가득하다
雜歌互答聲轉高(잡가호답성전고) :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고
但見屋角紛飛麥(단견옥각분비맥) : 다만 지붕 위에 어지러운 보리티끌 뿐이구나
觀其氣色樂莫樂(관기기색락막락) :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고
了不以心爲形役(료불이심위형역) :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음을 알았도다
樂園樂郊不遠有(락원락교불원유) :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니
何苦去作風麈客(하고거작풍주객) : 어찌하여 벼슬길 떠나는 것 고민하고 있는가

 

 

* 62. 등남원광한루(登南原廣寒樓)-정약용(丁若鏞)-남원 광한루에 올라

層城曲壘枕寒流(층성곡루침한류) : 층층 성벽 굽은 보루는 강을 베고 누웠는데
萬馬東穿得一樓(만마동천득일루) : 만마관 동녘을 지나오니 한 누각이 나타나네
井地已荒劉帥府(정지이황유수부) : 유수의 고을에는 정전 이미 묵었고
關防舊鞏帶方州(관방구공대방주) : 대방의 나라 요새로서 예로부터 철벽이었다네
雙溪草綠春陰靜(쌍계초록춘음정) : 쌍계의 푸른 풀에 봄그늘 고요하고
八嶺花濃戰氣收(팔령화농전기수) : 팔령에 꽃은 만발하고 전쟁의 기운 걷혔구나
烽火不來歌舞盛(봉화불래가무성) : 봉화불 오르지 않고 노래와 춤 성하거니
柳邊猶繫木蘭舟(유변유계목란주) : 수양버들 가지에는 아직 목란 배가 묶여있네

 

 

* 63. 산거잡흥20(山居雜興20)-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竹間經唄晩來多(죽간경패만내다) : 대밭 사이 불경 소리 늙을 수록 많아지고
迷海津梁亦障魔(미해진양역장마) : 미혹한 인생고해의 물길 그것이 역시 방해로구나
松絡帽兒松葉粥(송락모아송엽죽) : 송락모에 솔잎죽 먹으며
餘齡要學老頭陀(여령요학노두타) : 남은 인생 늙은 스님의 교리를 배우고 싶다

 

 

* 64. 산거잡흥19(山居雜興19)-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瓔珞初收坐嗒然(영낙초수좌탑연) : 목걸이 벗어놓고 멍하니 앉아서
佛前香縷細無煙(불전향루세무연) : 불전에 피운 향이 다 타들어가는구나
且將一卷高僧傳(차장일권고승전) : 다시 한 권의 고승전을 들고서는
遮得繩牀半日眠(차득승상반일면) : 승상을 가리고 한 나절 잠이든다

 

 

* 65. 산거잡흥18(山居雜興18)-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老榧高槐帀數重(노비고괴잡수중) : 오래 된 비자나무와 큰 홰나무가 둘러싸고
四山遮絶碧芙蓉(사산차절벽부용) : 사방의 산들은 푸른 연꽃을 가리고 서있구나
曉來略剪檐頭竹(효래략전첨두죽) : 처마에 닿은 대나무를 새벽에 얼마간 가지쳤더니
添出遙天一妙峯(첨출요천일묘봉) : 저 먼 하늘에 묘한 봉우리 하나 더 나타난다

 

 

* 66. 산거잡흥17(山居雜興17)-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紙窓紅色映朝暾(지창홍색영조돈) : 아침햇살에 종이 바른 창 붉어지고
擾鹿馴鼯盡到門(요녹순오진도문) : 날 뛰는 사슴과 길들은 다람쥐들 문으로 밀려온다
援取烏圓徐撫頂(원취오원서무정) : 고양이를 끌어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禪心慈愛似兒孫(선심자애사아손) : 자애로운 불심으로 손자처럼 대한다네

 

 

* 67. 산거잡흥16(山居雜興16)-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殿角天河欲四更(전각천하욕사경) : 집 귀퉁이 은하수, 밤은 깊어 사경인데
銀鐺風靜꟏無聲(은당풍정취무성) : 바람이 멎자 풍경소리 전혀 들리지 않는구나
百重林裏幾多鳥(백중림이기다조) : 온갖 숲풀 속에 새들은 많은데
只有一雙相答鳴(지유일쌍상답명) : 오직 한 쌍이 저들끼리 화답하며 울음운다

 

 

* 68. 산거잡흥15(山居雜興15)-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花落溪橋不見人(화락계교불견인) : 꽃잎 떨어진 개울가 다리에 사람은 없고
隔林新月似車輪(격림신월사차륜) : 숲풀 건너 솟은 달은 수레바퀴처럼 둥글도다
思將百頃金波水(사장백경금파수) : 저기 저 수백 이랑 금빛 물결을 끌어다가
滌盡閻浮萬斛塵(척진염부만곡진) : 세상 흙먼지를 있는 대로 모두다 씻어버렸으면

 

 

* 69. 산거잡흥14(山居雜興14)-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雲海斜陽似畫中(운해사양사화중) : 해질 녘의 구름바다 한 폭의 그림 같아
鷿鵜飛處數帆紅(벽제비처수범홍) : 오리 날아다니는 곳에 붉은 돛단배 떠다닌다
回艫盡入沙灣泊(회로진입사만박) : 뱃머리를 모두 돌려 모래톱에 대니
剛怕挐山舶趠風(강파나산박초풍) : 산과 배도 옮기는 먼 바람이 너무 무서워서네

 

 

* 70. 산거잡흥13(山居雜興13)-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浩笑從前柏子禪(호소종전백자선) : 호탕하게 크게 웃던 종전의 백자선이
不如觀老舌生蓮(불여관노설생연) : 혀에서 연꽃이 생긴 구경하는 노인만도 못하구나
須知兩個都差了(수지양개도차료) : 그러나 둘이 다 틀렸다는 걸 알아야지
超悟應輸賈浪仙(초오응수가랑선) : 초탈하기는 가랑 신선이 응당 그들보다 낫다네

 

 

* 71. 산거잡흥12(山居雜興12)-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竹籬茆屋似村家(죽리묘옥사촌가) : 대울타리와 띠지붕이 마을 집 같고
牆角山茶一樹花(장각산차일수화) : 담 모서리 차나무 한 그루에 꽃이 피었구나
會補心經金字畫(회보심경금자화) : 금가루로 쓴 반야심경 글자 획을 때우는지
燕泥無數落袈娑(연니무수낙가사) : 제비 진흙이 무수히 가사에 떨어졌네

 

 

* 72. 산거잡흥11(山居雜興11)-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陣陣南風陣陣涼(진진남풍진진량) : 불어대는 마파람 한없이 서늘해서
七斤衫薄倚書房(칠근삼박의서방) : 칠근 얇은 적삼이로 글방에 눌러있다오
從來一箇癭瓢子(종래일개영표자) : 종전부터 자루 하나 달린 표주박을
兼作茶甌與酒觴(겸작차구여주상) : 찻잔과 술잔으로 겸용으로 써왔소

 

 

* 73. 산거잡흥10(山居雜興10)-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靑潮遠蹴蔚藍廻(청조원축울람회) : 멀리서 쪽빛 같은 물을 차고 밀려오는 푸른 조수
粘著漁莊一舸來(점저어장일가래) : 고기잡이 큰 배 한 척이 붙어서 오고 있구나
小帆只疑留不動(소범지의류부동) : 작은 돛단배 꼼짝 않고 제자리에 있는 듯
轉頭翻已過西臺(전두번이과서대) : 뱃머리 돌려 어느 사이 서쪽 누대를 지나고 있다

 

 

* 74. 산거잡흥9(山居雜興9)-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牆外新畦一棱方(장외신휴일릉방) : 담 밖의 새 밭 한쪽 모서리에
萵芽初綠芥臺黃(와아초록개대황) : 상치 싹은 파릇하고 겨자 동은 누렇구나
竹根破筧憑誰灌(죽근파견빙수관) : 대홈통으로 물댈 사람 누구인가
每到朝昏半餉忙(매도조혼반향망) : 아침 저녁 식때면 한참 동안 바쁘다

 

 

* 75. 산거잡흥8(山居雜興8)-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梔子花開白滿枝(치자화개백만지) : 치자꽃 활짝피어 가지마다 하얗고
一庭香雪勝茶絲(일정향설승차사) : 온 뜰에 향기로운 논이 차 향기보다 더짙구나
山扉送客無餘冗(산비송객무여용) : 객 떠난 산중 집에 번거로울 일 전혀 없어
聊足今朝未了詩(료족금조미료시) : 에오라지 오늘 아침 못다 지은 시 마저 짓는다

 

 

* 76. 산거잡흥7(山居雜興7)-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燕家兒子漸生翎(연가아자점생령) : 제비집에 어린 제비들 깃털이 생기고
燕母時來亦聽經(연모시래역청경) : 어미 제비 때때로 날아와 불경 소리 듣는구나
終是天機非佛性(종시천기비불성) : 그러나 타고난 바탕이 불성이 아닌지라
還飛去捕綠蜻蜓(환비거포록청정) : 도로 날아가 잠자리 어린 잠자리를 잡는다

 

 

* 77. 산거잡흥6(山居雜興6)-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紫鴿飛回白鴿眠(자합비회백합면) : 자색 비둘긴 날아돌아오고 흰 비둘기 잠들어
午茶初點日如年(오차초점일여년) : 차를 처음 따르는데 하루가 일 년 같구나
年來厭讀來家易(년내염독내가역) : 근년에는 역경 읽기가 싫어 가역으로 돌아와
新批觀梅第一篇(신비관매제일편) : 새로이 관매역 제일편을 검토한다

 

 

* 78. 산거잡흥5(山居雜興5)-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寂寂寥寥復寂寥(적적요요복적요) : 적적하고 쓸쓸하고 게다가 적막한 곳
一機透了萬綠消(일기투료만록소) : 정신 한번 통일하면 온갖 인연 다 사라진다
自從身有維摩病(자종신유유마병) : 내 몸에 유마병이 생기고서
不復看花度石橋(불복간화도석교) : 다시는 꽃을 보러 석교를 넘어가지 못한다

 

 

* 79. 산거잡흥4(山居雜興4)-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澹靄晴嵐晝刻長(담애청람주각장) : 옅은 놀과 갠 이내, 낮시간이 길기도 한데
藥花深處小藜牀(약화심처소려상) : 약초꽃 깊숙한 곳에 작은 침상 놓였구나
瓣香燒了簾垂地(판향소료염수지) : 판향을 태우면서 땅에 닿게 발을 치고
閒誦楞嚴一兩章(한송릉엄일양장) : 나는 능엄경 한두 장을 한가히 외워본다

 

 

* 80. 산거잡흥3(山居雜興3)-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晩櫻新筍愜禪心(만앵신순협선심) : 늦앵두와 새 죽순가 불심에 맞지 않아
飯罷香臺作午陰(반파향대작오음) : 밥공양 끝나자 향대에는 낮그늘이 지네
洗盡鉢兒無一事(세진발아무일사) : 바리때를 씻고 나면 아무 할 일도 없어
自將餘食施山禽(자장여식시산금) : 먹다가 남은 밥을 산새에게 공양한다네

 

 

* 81. 산거잡흥2(山居雜興2)-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芳林受日曉粧鮮(방림수일효장선) : 향긋한 수풀이 햇빛 받아 아침 단장 선명하고
淺綠深靑色色姸(천록심청색색연) : 옅은 녹색나무와 짙푸른 나무 색색이 다 곱도다
自挈淳州白瓷碗(자설순주백자완) : 순주 고을 산 백자와 주발을 손에 들고
過溪閒汲虎跑泉(과계한급호포천) : 시내 지나 호포천을 한가로이 걸어본다

 

 

* 82. 산거잡흥1(山居雜興1)-정약용(丁若鏞)-산에 살면서

曉參纔罷飯鐘鳴(효참재파반종명) : 새벽 참선 끝나자 식사 알리는 종 울리고
水霧林霏始放晴(수무림비시방청) : 물과 숲에 낀 안개비가 점점 걷히네
欲註鬘經還閣筆(욕주만경환각필) : 불경의 주석을 쓰려다 붓을 다시 놓았으니
繞籬鶯語太分明(요리앵어태분명) : 울타리 주위의 꾀꼬리 울음소리 너무 분명해서라네

 

 

* 83. 茶山花史20(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天遣先生享此園(천견선생향차원) : 하늘은 선생을 보내어 이 동산을 누리게 하시고
春眠春醉不開門(춘면춘취불개문) : 잠과 술취하여 문도 열지 않는다네
山庭一冪莓苔色(산정일멱매태색) : 산속 마당에 이끼 색으로 온통 덮였는데
唯有時時鹿過痕(유유시시녹과흔) : 때때로 사슴 지난 흔적이 보일 뿐이라네

 

 

* 84. 茶山花史19(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都無書籍貯山亭(도무서적저산정) : 산정에 쌓여 있는 서적이라고는 전혀 없고
唯是花經與水經(유시화경여수경) : 오직 화경과 수경뿐이라네
頗愛橘林新雨後(파애귤림신우후) : 조금 좋기는 귤나무숲에 새로 비 내린 뒤
巖泉手取洗茶甁(암천수취세차병) : 바위샘 손으로 퍼서 찻잔을 씻는 일이라네

 

 

* 85. 茶山花史18(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舍下新開稅外田(사하신개세외전) : 사랑 아래 새로 개간한 조세 없는 밭
層層細石閣飛泉(층층세석각비천) : 층층이 자갈을 쌓고 흐르는 샘물 가두었지
今年始學蒔芹法(금년시학시근법) : 금년 처음으로 미나리 심는 법 배워
不費城中買菜錢(불비성중매채전) : 성 안에서는 채소 사는 비용 들지 않는다네

 

 

* 86. 茶山花史17(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廡下葡萄骨格麤(무하포도골격추) : 행랑 아래 포도덩굴 골격이 울퉁불퉁
去年氷雪老藤枯(거년빙설노등고) : 지난해 눈 얼음 묵은 등나무 말랐구나
朝來忽有龍鬚展(조래홀유용수전) : 아침에 보니 뜻밖에 용수가 나와
秋至應懸馬乳酥(추지응현마유소) : 가을이면 젖 나오는 마유가 열리겠네

 

 

* 87. 茶山花史14(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戎葵葉葉拂輕風(융규엽엽불경풍) : 해바라기 잎새마다 산들바람 너울대고
時至須看一丈紅(시지수간일장홍) : 때가 되면 한 길 높이의 꽃을 피워 보이다네
自是芳心知向日(자시방심지향일) : 이로부터 꽃다운 마음이 해를 향할 줄 알아
孤根不入柳陰中(고근불입유음중) : 버드나무 그늘 속에는 뿌리 내리지 않는다네

 

 

* 88. 茶山花史13(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月季移栽僅一盆(월계이재근일분) : 월계화 옮겨심은 것 겨우 한 그루
穉枝纖弱未舒根(치지섬약미서근) : 어린 가지 작고 약해 아직 뿌리내리지 못하네
含風鬪雪知何日(함풍투설지하일) : 바람 안고 눈과 싸움이 어느날이 되어
瘦客相看欲斷魂(수객상간욕단혼) : 마주보는 야윈 길손 넋이 끈어지려하네

 

 

* 89. 茶山花史12(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膚癢於經是紫薇(부양어경시자미) : 부양이 책어서는 백일홍인데
一枝榮暢一枝衰(일지영창일지쇠) : 한 가지에 꽃이 피면 또한 가지는 진다네
直緣承乏編園籍(직연승핍편원적) : 아쉬울 때 꽃 피라고 정원에 엮어둔 것이지
不是孤芳絶世稀(불시고방절세희) : 세상에 드물게 피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네

 

 

* 90. 茶山花史11(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巵子人間誠絶殊(치자인간성절수) : 치자가 인간에게 정말 귀한 것이라
少陵詩句未應誣(소릉시구미응무) : 두소릉의 시구가 거짓은 아닐 것이네
晩來微雨携長鑱(만래미우휴장참) : 늦어 오는 가랑비에 긴 가래 들고 가서
一樹分栽得數株(일수분재득수주) : 한 나무를 나누어서 몇 그루로 심었네

 

 

* 91. 茶山花史10(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海榴花瓣大如杯(해류화판대여배) : 해류의 화판 크기가 술잔만한데
種子初從日本來(종자초종일본래) : 그 종자가 처음 일본에서 온 거라네
莫笑枯寒到三月(막소고한도삼월) : 삼월까지 메마른 자태 비웃지 말지어다
群芳衰歇始應開(군방쇠헐시응개) : 모든 꽃들 다 지거든 비로서 필 것이네

 

 

* 92. 茶山花史9(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一樹當樓葉亂抽(일수당루엽난추) : 나무 한 그루 다락에 닿아 잎만 어지럽고
都無蓓蕾著枝頭(도무배뢰저지두) : 가지 끝에 붙어있는 꽃망울은 전혀 없어라
前年枉被園丁斸(전년왕피원정촉) : 지난 해에 정원지기 잘못 잘라버렸는데
待到花開是繡毬(대도화개시수구) : 꽃 피기 기다려 보니, 그게 바로 수구였다네

 

 

* 93. 茶山花史8(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紅藥新芽太怒生(홍약신아태노생) : 붉은 작약 싹 너무도 탐스러워
尖於竹筍赤如瓊(첨어죽순적여경) : 죽순보다 뾰족하고 붉기는 경옥 같아라
山翁自守安萌戒(산옹자수안맹계) : 산 늙은이 싹이 다칠까 스스로 지켜
不放兒孫傍塢行(불방아손방오행) : 아이들을 언덕 곁 출입을 막는구나

 

 

* 94. 茶山花史7(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海天風力遠飛沙(해천풍력원비사) : 바다 하늘 바람 거세어 모래 멀리 날리어
故揷牕前一字笆(고삽창전일자파) : 창 앞에 꼽히어 한일자로 대파자를 쳐놓았네
不是山人養衰疾(불시산인양쇠질) : 산사람이 병 고치기 위한 것 아니라
祇應遮護牧丹花(기응차호목단화) : 오로지 모란꽃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네

 

 

* 95. 茶山花史6(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油茶接葉翠成林(유차접엽취성림) : 차나무가 밀집하여 푸른 숲 이뤘는데
犀甲稜中鶴頂深(서갑릉중학정심) : 물소 껍질 모난 것 처럼 학의 머리도 깊어진다네
只爲春風花滿眼(지위춘풍화만안) : 봄바람에 곳곳마다 꽃만 가득 피우기 위해
任他開落小庭陰(임타개낙소정음) : 작은 뜰 그늘에서 제 마음대로 피고 진다네

 

 

* 96. 茶山花史5(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井上緋桃三兩枝(정상비도삼양지) : 우물 위에 붉게 핀 복숭아꽃 두서너 가지
山深不許外人窺(산심불허외인규) : 산 깊어 외인이 보기를 허락하지 않더니만
攢峯未礙春風路(찬봉미애춘풍로) : 모여있는 산봉우리들 봄바람 오는 길 막지 못하여
野蝶村蜂聖得知(야접촌봉성득지) : 들 나비와 마을 벌들이 용케도 알았구나

 

 

* 97. 茶山花史4(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林園宿昔住佳期(림원숙석주가기) : 이 숲 동산에서 옛 모임 좋은 약속이라
期在寒梅第一枝(기재한매제일지) : 찬 매화꽃 한 가지 필 무렵 모이기로 했었지
慚愧盟詞成鰂墨(참괴맹사성즉묵) : 부끄럽다, 그 글쟁이 모임 오징어 먹통 되버리고
如今花落子離離(여금화낙자리리) : 지금처럼 꽃 다 지고 열매만 올망졸망하다니

 

 

* 98. 茶山花史3(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竹裏行廚仗一僧(죽리행주장일승) : 대밭 속 부엌일을 중 하나에 의지하고
憐渠鬚髮日鬅鬅(련거수발일붕붕) : 수염과 머리털 갈수록 흐트러져 가련해지네
如今盡破頭陀律(여금진파두타율) : 지금은 불교의 계율은 다 깨버리고
管取鮮魚首自蒸(관취선어수자증) : 신선한 생선머리 손수 맡아서 요리한다네

 

 

* 99. 茶山花史2(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小池眞作草堂顔(소지진작초당안) : 작은 못이 참으로 초당의 얼굴인데
中起三峯石假山(중기삼봉석가산) : 가운데 봉우리 셋 솟으니 돌 쌓아 만든 산이라
差次百花常繞砌(차차백화상요체) : 계절 따라 피는 온갖 꽃 섬돌에 둘러있고
水心交纈鷓鴣斑(수심교힐자고반) : 물 속에 아롱지는 자고새가 있구나

 

 

* 100. 茶山花史1(다산화사)-丁若鏞(정약용)-다산화사

茶山窈窕橘園西(차산요조귤원서) : 다산 갚숙하고 조용한데 귤 농원의 서편이라
千樹松中一道溪(천수송중일도계) : 천 그루 소나무 속으로 흐르는 한 줄기 개울이 흐른다
正到溪流初發處(정도계류초발처) : 바로 개울로 흐르니 처음 발원한 곳이라
石間瀟洒有幽棲(석간소쇄유유서) : 깨끗한 바위 사이에 물이 흐르고 조용한 집이 있다네

 

 

* 101. 茶山八景詞8(다산팔경사8)-丁若鏞(정약용)-다산팔경의 노래

小溪廻合抱晴巒(소계회합포청만) : 작은 시내 감돌아 맑은 묏부리 감싸 있고
翠鬣紅鱗矗萬竿(취렵홍린촉만간) : 푸른 갈기 붉은 비늘 같은 소나무 높기가 만간이로구나
正到絲簧聲沸處(정도사황성비처) : 거문고며 피리 소리 들끓는 곳에 바로 있나니
天風吹作滿堂寒(천풍취작만당한) : 온 집이 차갑도록 천풍이 불어오는구나

 

 

* 102. 茶山八景詞7(다산팔경사7)-丁若鏞(정약용)-다산팔경의 노래

淺雪陰岡石氣淸(천설음강석기청) : 눈 덮인 응달 언덕에 바위 가운 첨명하고
穹柯墜葉有新聲(궁가추엽유신성) : 높은 가지 비는 잎에 신비한 소리나는구나
猶殘一塢蒼筤竹(유잔일오창랑죽) : 아직도 남아 있는 언덕의 어린 대나무
留作書樓歲暮情(유작서루세모정) : 공부 다락 세모의 정경을 머물러 지켜주는구나

 

 

* 103. 茶山八景詞6(다산팔경사6)-丁若鏞(정약용)-다산팔경의 노래

風靜芳池鏡樣磨(풍정방지경양마) : 바람 잔 풀 우거진 못이 거울처럼 맑으면
名花奇石水中多(명화기석수중다) : 이름난 꽃 기괴한 돌 물 속에 많이 있구나
貪看石罅幷頭菊(탐간석하병두국) : 바위틈에 병두국화 두고두고 보기 탐해
剛怕魚跳作小波(강파어도작소파) : 고기 뛰어 물결 일까 그것이 너무 겁나는구나

 

 

* 104. 茶山八景詞5(다산팔경사5)-丁若鏞(정약용)-다산팔경의 노래

巖苗參差帶薄雲(암묘삼차대박운) : 작은 바위더미에 엷은 구름 덮이고
經秋石髮長圓紋(경추석발장원문) : 가을을 난 바위털이 동그랗게 길게 자랐구나
仍添颯杳臙脂葉(잉첨삽묘연지엽) : 이에 연지같은 붉은 잎이 우수수 보태지면
濃翠輕紅不細分(농취경홍불세분) : 짙은 푸름과 옅은 붉음이 자세히 분간되지 않는구나

 

 

* 105. 茶山八景詞4(다산팔경사4)-丁若鏞(정약용)-다산팔경의 노래

 

黃梅微雨著林梢(황매미우저림초) : 황매가 가랑비에 숲 마무 가지에 젖으면
千點回紋水面交(천점회문수면교) : 수면에는 천 개나 동그랗게 물방울 인다네
晩食故餘三兩塊(만식고여삼양괴) : 저녁밥 일부러 두세 덩어리 남겼다가
自憑藤檻飯魚苗(자빙등함반어묘) : 등나무 난간에 기대앉아 고기새끼 먹이 준다네

 

 

* 106. 茶山八景詞3(다산팔경사3)-丁若鏞(정약용)-다산팔경의 노래

山葛萋萋日色姸(산갈처처일색연) : 산 칡은 우거지고 햇살은 부드러워
小爐纖斷煮茶煙(소노섬단자차연) : 작은 화롯불에 차 달이던 가는 연기 끊어지네
何來角角三聲雉(하래각각삼성치) : 어디선가 깍깍대는 세 마디 꿩소리
徑破雲牕數刻眠(경파운창수각면) : 구름 창문 열리니 잠시 든 잠을 깨우네

 

 

* 107. 茶山八景詞2(다산팔경사2)-丁若鏞(정약용)-다산팔경의 노래

山家簾子水紋漪(산가렴자수문의) : 산촌의 집안 발 밖에 일렁이는 잔물결
照見樓頭楊柳枝(조견루두양유지) : 누대 앞에 흔들리는 버들 가지 비춰보니네
不是巖阿有飛雪(불시암아유비설) : 바위에 눈 날리는 것이 아니라
春風吹絮弄淸池(춘풍취서농청지) : 봄바람이 버들 솜 날려 맑은 못물 놀린다네

 

 

* 108. 茶山八景詞1(다산팔경사1)-丁若鏞(정약용)-다산팔경의 노래

響牆疏豁界山腰(향장소활계산요) : 산허리를 경계로 소리 울리게 쳐진 담장
春色依然畫筆描(춘색의연화필묘) : 붓으로 그린 듯 봄빛이 변함없네
愛殺一溪新雨後(애살일계신우후) : 비가 멎고 난 뒤 개울이 너무 좋아
小桃紅出數枝嬌(소도홍출수지교) : 복사꽃 몇 가지가 뻗어나와 예쁘게 펴 있구나.

 

 

* 109. 池閣月夜(지각월야)-丁若鏞(정약용)-목가 누각의 달밤

芳池月色可淸宵(방지월색가청소) : 풀우거진 못에 어린 달빛 맑은 밤
露結蛛懸見柳梢(로결주현견유초) : 이슬 맺히고 거미 매달린 버들가지 보인다
忽有一泓生眼底(홀유일홍생안저) : 갑자기 깊은 웅덩이 눈 아래 하나 생겨
微風吹作海門潮(미풍취작해문조) : 산들바람 불어와 바다 문 앞에 조수를 만드는구나

 

 

* 110. 淡泊(담박)-丁若鏞(정약용)-담박

淡泊爲歡一事無(담박위환일사무) : 담박을 좋게 여기니 아무런 일도 없어
異鄕生理未全孤(이향생리미전고) : 타향살이도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다네
客來花下攜詩卷(객래화하휴시권) : 손님 오면 꽃 아래서 시집을 들고보고
僧去牀間落念珠(승거상간낙념주) : 스님 떠난 침상에는 염주가 떨어져 있다네
菜莢日高蜂正沸(채협일고봉정비) : 장다리에는 한낮이면 벌이 들끓고
麥芒風煖雉相呼(맥망풍난치상호) : 보리 까트라기에 바람 따스하면 꿩들이 서로 부른다네
偶然橋上逢隣叟(우연교상봉린수) : 우연히 다리 위에서 이웃 늙은이 만나
約共扁舟倒百壺(약공편주도백호) : 조각배 함께 타고 술을 실컷 기울이기로 약속했다네

 

 

* 111. 池上絶句(지상절구)-丁若鏞(정약용)-못 위에서 적구를 짓다

煖風吹髮度芳池(난풍취발도방지) : 따뜻한 바람 머리털 날리며 못 위를 지나는데
池上橫筇獨坐遲(지상횡공독좌지) : 못 위에서 대지팡이 비껴들고 혼자 서성이노라
老滑禽簧無澁處(노활금황무삽처) : 노련한 새의 노랫소리는 껄끄러운 데 없고
嫩黃楓葉勝紅時(눈황풍엽승홍시) : 노랗게 돋은 단풍잎이 붉은 꽃보다 더 예쁘구나

 

 

* 112. 過南塘浦(과남당포)-丁若鏞(정약용)-남당포를 지나며

南塘村口暮潮還(남당촌구모조환) : 남당마을 입구에 저녁 밀물 밀려오고
浦浦泥沙綠水間(포포이사녹수간) : 포구는 갯벌과 푸른 물 사이에 보이네
鹽戶生涯隣蟹穴(염호생애린해혈) : 갯마을 한평생을 게구멍과 이웃이요
漁莊風俗近魚蠻(어장풍속근어만) : 어부의 풍속은 고기잡이 그것과 가깝다네
秋雲遠冪陳璘島(추운원멱진린도) : 저 멀리 가을 구름 진린의 섬 덮고
落日斜明李穎山(낙일사명리영산) : 지는 해는 옆살로 이영의 산을 비쳐주네
北望巖厓千萬疊(북망암애천만첩) : 북녘으로 바위산을 바라보니 천겹 만겹 겹쳐있어
從來無路見鄕關(종내무노견향관) : 종래부터 고향바라볼 길이 전혀 없다네

 

 

* 113. 練帶亭十二絶句11(연대정십이절구11)-丁若鏞(정약용)-연대정에서 절구 십이 수를 읊다

釅茶一碗酒三杯(엄차일완주삼배) : 진한 차 한 주발에 술 석 잔
墨客詩豪好朅來(묵객시호호걸래) : 묵객과 시인들 잘도 가고 잘도 오네.
冷煖世情都似此(냉난세정도사차) : 염량을 쫓는 세상 인정이 모두 이와 같아
當年獨自剪蒿萊(당년독자전호래) : 당년에 스스로 묵은 풀을 제거했다네

 

 

* 114. 練帶亭十二絶句10(연대정십이절구10)-丁若鏞(정약용)-연대정에서 절구 십이 수를 읊다

羨君經濟合機緣(선군경제합기연) : 기회와 인연에 그대의 경제가 합치함이 부러워
蠹死螢乾却悄然(두사형건각초연) : 좀 죽고 반딧불 말라 죽는 것이 도리어 쓸쓸하다.
首夏濃姸黃鳥世(수하농연황조세) : 초여름은 짙고 고와 꾀꼬리의 세상이요
芳年浩蕩白鷗天(방년호탕백구천) : 호탕한 봄 경치는 백구의 하늘이로구나.

 

 

* 115. 練帶亭十二絶句9(연대정십이절구9)-丁若鏞(정약용)-연대정에서 절구 십이 수를 읊다

魚經魚具聚魚菴(어경어구취어암) : 고기는 어구를 지나 고기집에 모이고
門壓風漪百頃潭(문압풍의백경담) : 집은 바람 물결에 눌려 백 이랑 못에 불어온다.
翠碧汝眞心力韌(취벽여진심력인) : 물총새 너는 참으로 심력이 질겨
久窺終得一魚銜(구규종득일어함) : 오랫동난 엿보다 끝내 고기 한 마리 잡는구나.

 

 

* 116. 練帶亭十二絶句8(연대정십이절구8)-丁若鏞(정약용)-연대정에서 절구 십이 수를 읊다

藍子洲邊折脚鐺(남자주변절각당) : 남자섬 주변에 다리 부러진 솥 걸고
靑泥芹共鱖魚烹(청니근공궐어팽) : 개밭의 미나리 가져다 쏘가리국을 끓이어라
是知西塞山前叟(시지서새산전수) : 곧 알겠노라, 서쪽 변방 산의 늙은이
只管浮家度一生(지관부가도일생) : 물에 뜬 집에 살면서 일생을 지내는구나.

 

 

* 117. 練帶亭十二絶句7(연대정십이절구7)-丁若鏞(정약용)-연대정에서 절구 십이 수를 읊다

芙蓉峯影浸漁臺(부용봉영침어대) : 부영봉의 그림자는 어대에 잠기고
月似車輪宛轉來(월사차륜완전래) : 수레바퀴 같은 달이 서서히 굴러온다.
漾漾金波三萬頃(양양금파삼만경) : 삼만 이랑의 금빛 물결 넘실거리고
此間眞是小蓬萊(차간진시소봉래) : 이 사이에 참으로 작은 봉래섬이 있구나.

 

 

* 118. 練帶亭十二絶句6(연대정십이절구6)-丁若鏞(정약용)-연대정에서 절구 십이 수를 읊다

鵁鶄鸂鷘鷿鷈群(교청계칙벽체군) : 푸른 백로 원앙새 농병아리들 떼지어
盡向晴沙聚不分(진향청사취불분) : 모두 맑은 모래톱 향하여 나누어지지 않나니
若道水邊無可樂(약도수변무가락) : 만일 물가에 즐거운 것이 없다고 말한다면
爾曹何必此紛紛(이조하필차분분) : 너희들이 어찌 꼭 여기에서 분분할 것인가

 

* 119. 練帶亭十二絶句5(연대정십이절구5)-丁若鏞(정약용)-연대정에서 절구 십이 수를 읊다

風蒲獵獵百帆懸(풍포렵렵백범현) : 하늘하늘 부들 풀, 온갖 돛에 걸려
落照光中上瀨船(낙조광중상뢰선) : 석양빛 받으며 여울로 올라가네.
回笑綠陰深樹裏(회소녹음심수리) : 가소롭다. 깊은 나무 속 푸른 그늘에서
窮年鑽紙老江邊(궁년찬지노강변) : 일생을 글만 읽으며 강가에서 늙음이여

 

 

* 120. 練帶亭十二絶句4(연대정십이절구4)-丁若鏞(정약용)-연대정에서 절구 십이 수를 읊다

鐵馬山前鐵馬村(철마산전철마촌) : 철마산 앞에 있는 철마 고을
鱗鱗碧瓦盡名園(린린벽와진명원) : 줄지은 푸른 기와집들 모두가 이름난 동산
都來莫脫塵埃氣(도래막탈진애기) : 도시에 속된 기운 벗어나지 못해
一笠亭興勢最尊(일립정흥세최존) : 조그만 한 정자의 흥취 귀하기만 하다.

 

 

* 121. 練帶亭十二絶句3(연대정십이절구3)-丁若鏞(정약용)-연대정에서 절구 십이 수를 읊다

人世滔滔醉不醒(인세도도취불성) : 사람들이 모두 취하여 깨지 못하니
臨邛未必獨沈冥(임공미필독침명) : 임공에만 유독 병든 것이 아니었네.
長卿也是無情緖(장경야시무정서) : 사마장경은 정서가 없어
不向壚頭築小亭(불향로두축소정) : 목로 집 머리에 작은 정자도 짓지 않았네.

 

 

* 122. 練帶亭十二絶句2(연대정십이절구2)-丁若鏞(정약용)-연대정에서 절구 십이 수를 읊다

名花易落玉難全(명화역락옥난전) : 좋은 꽃 쉬 떨어지고 옥 보전키 어렵우니
缺界安排欲問天(결계안배욕문천) : 이지러진 경계 안배한 것을 하늘에 묻고 싶어라.
故就崩沙頹岸上(고취붕사퇴안상) : 짐짓 저 무너진 모래 언덕 위에
便敎領此好山川(편교영차호산천) : 안이하게 이 좋은 사천을 점령케 하였구나.

 

 

* 123. 練帶亭十二絶句1(연대정십이절구1)-丁若鏞(정약용)-연대정에서 절구 십이 수를 읊다

黃驍微白綠驍靑(황효미백록효청) : 황효는 약간 희고 녹효는 푸른데
虹氣彎環十里汀(홍기만환십리정) : 무지개가 명사십리에 빙 둘러 서려있네.
勿以茅齋藐低小(물이모재막저소) : 띳집이 낮고 또 작다고 생각지 마소
渠儂元是合江亭(거농원시합강정) : 그 모습이 원래 이 정자에 가장 어울린다오.

 

 

* 124. 耄甚自嘲五絶句5(모심자조오절구5)-丁若鏞(정약용)-늙음이 심한 거을 조롱하여 지은 오언절구

年光恰對衡峯矗(년광흡대형봉촉) : 세월이 흐름이 우뚝한 형봉을 마주한 것 같고
時候今逢澤腹堅(시후금봉택복견) : 기후는 어제 물이 꽁꽁 얼어버린 때이라네.
綠隱牕戶深生暈(녹은창호심생훈) : 푸른 그늘 창 아래에 등잔불 빛 흐릿하고
駸駸將及仲尼肩(침침장급중니견) : 말달리듯 바삐 공자의 나이를 따라가는구나.

 

 

* 125. 耄甚自嘲五絶句4(모심자조오절구4)-丁若鏞(정약용)-늙음이 심한 거을 조롱하여 지은 오언절구
 
投老深知老可悲(투노심지노가비) : 늙어보니 늙음이 슬프다는 걸 깊이 알겠네
高年稱慶是全癡(고년칭경시전치) : 나이 높다고 경하하는 건 완전한 어리석어라
眞如旅舍將歸客(진여여사장귀객) : 참으로 곧 돌아갈 여관의 나그네와 같아
恰到蕭晨秣馬時(흡도소신말마시) : 써늘한 새벽에 말먹일 때가 된 것과 꼭 같다오.

 

 

* 126. 耄甚自嘲五絶句3(모심자조오절구3)-丁若鏞(정약용)-늙음이 심한 거을 조롱하여 지은 오언절구

刀牙竹脚玻瓈眼(도아죽각파려안) : 닳은 치아, 마른 다리, 흐릿한 눈
軒適詩中寫得全(헌적시중사득전) : 헌적의 시에서 표현을 아주 잘 했는데.
只有一言要續尾(지유일언요속미) : 단지 거기에 한 마디를 덧붙이면
胡桃髻子火珠懸(호도계자화주현) : 호두만한 상투에 구슬까지 달려 있다네.

 

 

* 127. 耄甚自嘲五絶句2(모심자조오절구2)-丁若鏞(정약용)-늙음이 심한 거을 조롱하여 지은 오언절구
 
癡聾本分戒煩苛(치롱본분계번가) : 노망과 귀머거리는 원래 번거로움 경계해야 하나니
百事含容偶一呵(백사함용우일가) : 모든 일을 모른 체하다가 우연히 한 번 꾸짖는다.
自視惺憁無過誤(자시성총무과오) : 스스로는 정신 총하여 아무 잘못 없건마는
衆推爲耄可如何(중추위모가여하) : 모두가 날 노망했다고 하는 것을 어찌하리오.

 

 

* 128. 耄甚自嘲五絶句1(모심자조오절구1)-丁若鏞(정약용)-늙음이 심한 거을 조롱하여 지은 오언절구

哄堂大噱隔簾帷(홍당대갹격렴유) : 주렴 밖에서 떠들썩하게 웃는 소리 들려
定有人間絶倒奇(정유인간절도기) : 사람들에게 포복절도할 일이 있는 듯하네.
徐起呼兒問委折(서기호아문위절) : 천천히 일어나 아이 불러 그 곡절 물어보니
但云無事偶相嬉(단운무사우상희) : 별일 없이 우연히 서로 즐겼다고만 하네.

 

 






























 



 

 


 

 





 

 

 
 
 
 
 
 

 

 
 
 


 
 

 

 
 

 
 
 

 
 
 
 

 



 
 
 

 
 

 
 

 

 

 
 

 

 

 

 
 
 
 
 

 

 







 

 




 

 



 

 


















 

 



 

 


 

 

 

 


 

 
















 

 




 

 

 


 

 



 

 





 

 




 

 








 

 

 


 

 







 


 

 


 

 

출처 : 소정
글쓴이 : 동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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