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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사주단자와 함, 폐백과 이바지

by 목향정광옥서예가 2023. 9. 23.

사주단자와 함, 폐백과 이바지

四柱單子

전통 혼례 이어가기 1 – 사주단자

 

신랑 신부 양가가 정혼定婚을 하면 신랑 집에서는 신부 집으로 혼인 날짜를 잡아달라는 뜻으로 신랑의 사주四柱인 생년 0월 0일 0시의 네 간지干支 : 천간天干과 지지地支.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10간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12지를 적어서 보내는데, 이를 흔히 ‘사성四星 보낸다’, ‘단자單子보낸다’라고 말한다. 즉 신랑의 사주를 적은 종이를 사주단자四柱單子라 하는 것이다.

 

이를 기재하는 방식은 지역이나 가풍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정해진 규칙을 찾기보다는 집안 전통에 따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사주단자의 규격은 가로 30~40cm, 세로 25cm 정도가 적당하며, 좌우 양 끝에서부터 안쪽으로 모이도록 7번 또는 5번 접어서 그 복판에 신랑의 사주인 생년?월?일?시를 적고 다시 한 번 백지에 싼다.

 

봉투 앞면에는 사주 혹은 사성이라 쓰고 그 봉투는 봉하지 않는다. 그리고 수숫대나 싸릿대의 끝부분이 갈라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가운데 부분만을 쪼개 그 속에 봉투를 끼우고, 양쪽 끝을 청실, 홍실로 감으며 매듭은 동심결로 맺는다. 이때 수숫대나 싸릿대 대신 대나무를 사용하는 지방이 있는가 하면, 아예 끼우지 않는 지방도 있다. 사주단자를 싸릿대 등에 끼우게 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옛날에는 가방이 없고 손수 보자기에 싸서 들고 가야 하는데, 혹 구겨질 염려가 있어 그랬다는 말도 있고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잘 휘어지는 싸릿대처럼 앞으로 말 잘 들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이야기도 일부 지방에서 전해오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청홍색 보자기를 두를 때는 신랑을 의미하는 홍색이 밖으로 가도록 싼다.

 

한편 사주를 보낼 때는 보내는 이의 정성을 담은 사주 보내는 편지, 즉 납채문納采文도 함께 보내는데 대략 편지의 규격은 가로 60cm, 세로 40cm 정도.

사주 편지 예시 새 봄을 맞이하여 댁내 모두 평안하신지요. 그간 인사 여쭙지 못하여 송구스럽습니다. 저의 아들 혼사에 이미 허락하심을 주시었으니 이는 저희 가문에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주단자를 적어 보내오니 연길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부족하오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하여 주시기 바라면서 삼가 이 글을 올립니다. 00년 0월 0일 000 드림

사주와 사주 편지는 한복숍을 통해 마련할 수 있으며, 좀더 격식 있는 혼인 서식지를 작성하고자 한다면 전문 서예가에게 직접 의뢰할 수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상담할 수 있으며 전통 한지에 붓글씨로 직접 작성한 사주, 사주 편지, 한문 혼서지, 국한 혼용서지 등은

 

전통 혼례 이어가기 2 – 함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예물을 담아 보내는 상자를 함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는 오동나무로 만든 함을 귀하게 여겼는데 요즘은 편리하고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는 추세라 여행용 가방에 내용물을 넣어 보내는 경우도 많다.

 

격식을 중시하는 집안이라면 한복숍을 통해 과거보다 더욱 다채로워진 칠보 함이나 수가 놓인 함, 오동나무 함 등을 마련할 수도 있다. 함에는 결혼식 날 입을 예복과 예물 그리고 귀한 딸을 아들의 배필로 허락한 것에 감사하는 내용의 혼서지, 사주보, 오곡 주머니 등을 넣는다. 주머니에 넣는 곡식의 의미는 지방이나 가풍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자손의 번창과 가문의 영광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목화씨와 며느리의 부드러운 성품을 기원하는 노란 콩, 잡귀와 부정을 막는 붉은 팥, 백년해로를 바라는 찹쌀, 길한 장래를 기원하는 향나무를 담는다.

 

이렇듯 함에 넣는 모든 품목이 딱 정해진 건 아니다. 며느리를 맞이하는 시부모의 기쁜 마음이 담겼다는 데 의미를 두고 평생 동안 귀하게 여기며 간직할 물건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함은 청홍색 보자기의 홍색이 보이게 싸되, 네 귀퉁이를 맞춰 위쪽으로 모은 뒤 묶지 않고 근봉(謹封, 편지나 소포 등의 겉봉에 ‘삼가 봉함’의 뜻으로 쓰는 말)이라 쓴 종이로 감는다. 함을 메고 갈 수 있도록 무명으로 어깨 끈도 만든다. 포장은 한복을 마련한 한복집에 의뢰하면 쉽게 준비할 수 있다

 

전통 혼례 이어가기 3 - 혼서 婚書

 

신랑 아버지가 신부 집에 딸을 보내주심에 감사한다는 마음을 전하는 편지. 예서禮書·예장禮狀이라고도 하는데, 신부 집에 함을 보낼 때 함께 넣어 보낸다. 봉투도 혼서지와 같은 재질의 종이를 사용하며 봉하지 않고 보자기에 싼다.

이때는 청홍 보자기가 아닌 검은색과 붉은색 겹보자기를 이용하고 근봉띠를 상·중·하단에 두른다. 혼서는 집안의 제일 높은 남자 어른이 쓰는 것이 원칙인데 요즘에는 한복집에서 마련해주는 전문 서예가가 작성한 것이나 인쇄된 제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혼서 예시1 OO김씨 김OO가 삼가 올립니다.
때는 O월에 귀댁에 백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본인의 자식 OO이가 장성하였으나 아직 배필이 없습니다. 귀댁의 사랑스런 따님을 배필로 맞이하려 하오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두루 다 갖추지 못하였으나 선인의 예가 있는지라 납폐(혼인 때,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예물을 보내는 일, 또는 그 예물. 흔히 붉은 비단과 푸른 비단을 보냄)의 의식을 행하려 합니다.
귀하의 은혜를 입어 삼가 절하며 이 글을 올립니다. 정해년 O월 O일

예시2 국화 향기 그윽한 가을을 맞이하여 귀댁의 평안하심을 양축합니다. 저의 아들 OO를 사랑으로 받아주시고 귀댁의 소중한 따님을 아내로 맞이하도록 허락하심은 저의 가문에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옛 어른들의 예절에 따라 납폐의 예를 드리오니, 갖추지는 못하였으나 너그럽게 양해하여 주시기 바라면서 삼가 이 글을 올립니다. 정해년 O월 O일 OOO 드림

 

전통 혼례 이어가기 4 - 폐백 幣帛

 

 혼례를 치른 신부가 시부모와 시댁 식구들에게 새 식구가 되었음을 고하는 의식. 예전의 혼례에서는 구고례舅姑禮라고 하였다. 대추·밤·술·안주 등을 상 위에 올려놓고 근친의 차례대로 큰절을 하고 술을 올린다.

5촌까지 폐백을 받는 것이 전통이나 요즘은 간소화해 3촌까지만 인사를 올리는 경우도 많다. 항렬이 같은 형제, 사촌, 외사촌과는 맞절을 한다. 며느리에게 절을 받은 시부모는 치마에 대추를 던져주며 부귀다남富貴多男하라고 당부한다.

 

집안을 일으키고 자손을 번성케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대추 고임은 대추마다 잣을 꽂고 대추를 쌓아올린 윗부분은 밤이나 잣으로 장식한다. 시어머니에게 드리는 육포는 어른들을 공경하며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는 뜻.

 

시아버지의 술안주로 올리는 건구절은 잣솔, 육포, 어포, 인삼부각, 호두정과, 귤정과, 생강정과, 곶감, 건소라로 구성된다. 육포, 구절판, 대추 고임 등으로 이루어진 폐백 음식은 집안의 가풍이나 지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자손의 번영과 윤택한 생활, 행복한 가정을 꾸리라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건 모두 한가지이다.한편 친정 부모님께도 절을 올리고자 할 경우, 시부모님께 미리 양해를 구한다. 폐백은 시댁에 드리는 새신부의 인사 절차이며, 신랑은 가정을 이루었음을 친척들에게 고하는 자리이기 때문. 폐백 도우미에게 진행을 요청해놓고 시댁 식구들에게 드리는 인사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어서 절을 올린다.

 

전통 혼례 이어가기 5 – 이바지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친정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시댁으로 가는 딸에게 정성을 다해 만들어 보내는 음식, 이바지!

친정어머니가 시댁에 음식 솜씨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므로 집안의 안목과 가풍을 담아 한껏 솜씨를 내 마련한다. 이바지 음식은 정해진 종류나 재료, 조리법이 없다. 가짓수나 화려한 장식, 겉포장보다는 얼마나 맛깔스럽게 준비해서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만든 육류와 찜, 밑반찬, 과일, 한과, 떡 등을 가풍이나 취향에 따라 선택한다. 최고급 한우와 신선한 채소를 비롯해 몸에 좋은 밤, 대추 등을 넣어 만든 전통 갈비찜, 신선한 전복을 찜으로 익혀서 갖은 양념으로 조린 전복초, 세 가지 색깔의 밀전병에 고기, 호박, 양파, 표고 등 다양한 채소를 넣은 삼색밀쌈 등은 특히 인기 있는 이바지 음식이다.

 

신랑의 모자_ 사모관대

 

 

전통혼례에 대한 혼례를 육례라고도 한다.


『주자가례(朱子家禮)』에 혼인절차를 6개의 예절을 기록하였기 때문에 생긴 것이 육례이다. 이것이 전통사회에서도 그대로 지켜지지는 않았다. 따라서 육례를 치렀다는 말은 복잡하고 어려운 여러 의례절차를 지냈다는 말이며 이것은 따라서 신중히 대하여야 한다는 말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전통사회에서 행하여진 혼례는 복잡한 것이었다.
첫째, 수소문부터 시작하여 상대방을 물색하고 어느 정도 정보를 입수한 다음은 탐색을 하여 모든 것을 종합하여 선을 보고 최종결정을 한다.
양가에서 처음 정식으로 표현화된 의례가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사주(四柱)와 청혼서(請婚書)를 보내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답이 신부 집에서 신랑 집에 택일과 허혼서(許婚書)를 보내는 것이다. 만약 신부 집에서 사주를 받지 않으면 그것은 혼인을 거부한 것이 된다.

원래 서울에서는 결혼식 전날 밤에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함을 보내는데 지방에서는 이와 다르다. 지방의 경우 신랑 집과 신부 집의 거리가 있기 때문에 함이 초행을 따라간다.
신랑과 상객 그리고 대표일행과 '함진아비'와 '중방' 등이 신부 집에 혼례를 올리러 가는 것을 초행이라 한다.


혼례시간에 맞추어 거리가 멀면 일찍 떠나야 한다. 신랑 일행이 신부 마을에 가까이 오면 '인접' 또는 '대반(對盤)'이라 하는 신부측 안내원이 나와 신랑 일행을 정방에 안내한다.

 

신랑이 대례청(大禮廳)인 신부 집에 들어가기 전에 함진아비가 얼굴에 먹칠을 하고 "함 시시요."하면서 집안으로 들어선다.
함을 받기 위해 신부 집에서는 멍석을 깔고 상을 놓고 병풍을 쳐 놓는다. 이때 시루떡을 하여 놓기도 한다. 함진아비에게 수고하였다고 여비를 준다.
함은 신부 어머니가 받기도 하지만 복 많은 여인이 받아 들이기도 한다. 함을 받은 사람이 함을 들고 안방으로 가져가 깔고 앉으면서 "복 많이 왔네"하고 소리친다. 신부 어머니가 함에 슬그머니 손을 넣어 첫번에 잡히는 옷감의 색을 보고 신부가 첫아들을 낳을 것인지 첫딸을 낳을 것인지를 본다.
함에는 제일 밑바닥에 숯, 고추, 목화씨 등을 넣는다. 이것들은 장수, 득남, 복을 상징하는 물건들이다. 그리고 신부 옷 두벌을 넣고 혼서지(婚書紙)를 넣는다. 옷 두 벌은 노랑과 빨강 저고리, 청색과 빨간 치마를 말한다. 혼서지는 여자가 평생 지녀야 할 귀중한 문서로 신랑 신부의 이름과 사주가 적혀 있다.

 

함도 중요하지만 함을 지고 온 흰 광목의 멜빵은, 신부가 안방에서 대례청으로 나오는 길에 깔아 신부가 그 위로 걸어가게 한다. 그리고 후일 신부가 가마를 타고 신행을 갈 때 그 가마를 이 흰 광목으로 X자로 엮어 신부 가마임을 표시한다. 그리고 첫 아이가 나면 이것으로 옷을 해서 입힌다고 한다.
함이 중요한 것은 그 안에 혼서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함진아비가 얼굴에 먹칠을 하여 흉한 모습을 하는 것이다. 신랑 신부에게 가장 중요한 혼례 문서인 혼서지에 가장 미천한 사람이 짊어지고 간다는 것이 흥미로운 것이다. 이것은 가장 천한 것이 가장 귀하다는 한국적 해학을 말하는 것이고,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은 잡귀를 쫓는다는 주술적 의미가 있으며, 함진아비가 함을 판다고 익살을 부리는 것은 경직되기 쉬운 엄숙한 순간을 농으로 넘기는 한국인의 지혜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함진아비가 신부집이 어디냐며 소리를 지르고, 함을 얼마에 사겠느냐고 흥정을 하고 익살을 부리다가 신부 집 인접의 안내로 함을 상 위에 놓는 것이다.

 

택일에 적힌 시(時)에 맞추어 신랑이 대례청인 신부 집에 들어선다.

신랑은 사모관대로 정장을 하였다. 신랑이 행하는 의례를 전안지례(奠雁之禮)라 한다. 대례청과는 약간 떨어진 곳에 소반상을 놓고 빨간 보자기를 씌웠으며 뒤쪽에 병풍을 쳐 놓았다.
신랑이 이 상 앞에 다가와 앉으면 일을 돕는 사람이 나무로 만든 오리, 즉 목안(木雁)을 신랑에게 준다. 신랑은 이것을 맏아 상 위에 놓고 일어서 4배(拜)를 한다. 절을 하는 사이에 신부 어머니가 치마로 목안을 싸서 신부가 있는 안방에 던진다. 이것이 서면 첫아들을 낳고 이것이 누우면 첫딸을 낳는다고 한다.
전안지례가 끝나면 신랑이 대례청 오른편 즉 동쪽에 선다. 대례청 위에는 쌀·대추·밤·닭·송죽·쪽박·촛대 등이 놓여 있다. 이들은 모두 다산·장수·다복·건강 등을 상징하는 물건들이다.
신부가 흰 광목 위를 하님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온다. 대례청 서쪽에 서면 신랑 신부 따로 남과 북을 향하여 손을 씻는다.

이어 마주 보고 교배지례(交拜之禮)를 한다. 신부가 2배하면 신랑이 1배하고 다시 신부 2배, 신랑 1배를 한다.
이어 합근지례라 하여 술잔을 나눈다. 첫 잔과 둘째 잔을 각자가 마시고 셋째 잔은 청홍실로 연결한 것을 바꾸어 마신다. 이로써 대례가 끝난 것이다.
이 대례에 대해 전안지례를 소례라 한다. 소례는 신랑 혼자 북두칠성에 맹세한 것이고, 대례는 신랑 신부가 예로서 첫 대면을 하고 술을 마심으로 무(無)에 상태로 들어가 화합을 함으로 부부가 된 것이며 이것을 만인 앞에서 행한 것이다.
대례가 끝나면 신랑과 신부는 일단 안방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다. 신부는 뒤쪽에 앉아 있고 신랑은 신부 집에서 만들어 준 옷으로 갈아 입는다. 이것을 관디벗김이라 한다. 의례복을 벗고 평복으로 돌아올때 여자집에서 해준 옷을 입는다는 것은 여러가지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어 밖에서는 잔치가 벌어지고 신랑과 상객은 잠시 후 신부집으로부터 큰 상을 받는다. 이것을 먹는 척하고 수저를 놓으면 그대로 신랑 집으로 보내지는 것이다. 신랑 집에서는 음식 차림을 보고 그 집의 안주인 솜씨를 평하는 것이다.
저녁이 되면 신방을 꾸민다. 신방에는 요기상을 놓으니 신랑이 한 잔을 들고 신부 옷을 벗긴다. 신부를 뒤에서 얼싸안고 옷을 벗기되 지방에 따라 위에서부터 푸는 곳도 있고 가슴부터 푸는 곳, 또는 버선부터 벗기는 곳도 있다.
겉옷을 벗기고 안아서 자리에 뉜다.

 

다음날 아침에 떡국이나 죽을 들고 비로소 신랑이 신부집 장인 장모와 근친에게 인사를 한다.
낮이 되면 신랑다루기를 하니 이것을 동상례(東床禮)라고도 한다.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고 답이 시원치 않으면 신랑의 발을 묶어 치켜 올리고 발바닥을 막대기로 친다. 신랑의 고통을 빨리 덜어 주기 위해 신부 집에서 푸짐한 주안상을 낸다.


둘째 날 밤을 신랑이 신부 마을 밖에 나가서 자고 돌아오니 이것을 인재행(因再行)이라 한다. 전통적으로 신랑이 첫날밤을 자고 자기 집에 돌아와야 하고 신부 집에 재행걸음을 가야 한다. 보통 수년을 이렇게 하여 '해묵이'라는 말이 있다. 말하자면 혼례식을 올리고 해를 묵혀 가지고 신행(新行)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오래 신부가 자기 집에 머물수 없어 3일만에 신행을 하고 이에 재행을 하기 위해 인재행이란 것을 하게 된 것이다.

신부가 시집으로 가는 것을 신행(新行)이라 한다.
신랑이 초행걸음 하였을 때보다 사람이 더 많이 신행에 따라간다. 상객(上客)이 가고 하님이 가며 짐꾼들이 가고 신부의 가마가 가야 한다. 가마는 함을 지고 왔을때 멜빵으로 쓴 광목으로 옆을 두르고 가마 위에는 호피(虎皮) 수놓은 것을 얹고 간다.
신부 가마가 신랑 집에 가까이 오면 사람이 나와 목화씨나 콩을 뿌려 잡귀를 쫓고 문 앞에 불을 피우고 이것을 넘어오라 한다. 이것은 불로 정화를 한 것이 된다.
신부 가마를 신랑이 열어 주면 자기 방으로 들어가 신랑의 경우와 같이 큰상을 받는다. 이것도 신부 집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신부가 시가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것을 구고례라 한다.
원칙으로 말하면 시조부모가 계셔도 시부모에게 먼저 절을 하는 것이다. 집안에 넓은 곳에서는 신부가 큰절 하느라 힘이 들고 후에는 일어서지도 못할 때가 있다.

다음 날부터 시부모가 그치라 할 때까지 아침에 문안인사를 올린다. 흔히 3일은 계속된다. 이 사이에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데리고 가까운 일가 친척의 집을 다니며 인사를 한다. 손님을 맞는 집에서는 음식을 대접한다.


신부가 시집을 와서 첫농사를 지어 가지고 떡과 술을 만들어 친정을 다녀오는 것을 근친이라 한다. 근년에는 결혼한 지 일주일 이내로 친정을 다녀온다.
근친이 끝나야 혼례가 모두 끝난 것이 된다. 따라서 의혼(議婚)으로부터 시작하여 원칙대로 하면 혼례 모두를 끝내는 데 몇 년이 걸린다. 해묵이를 하고 첫농사를 지어 근친하는 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을 두고 혼례를 하였다. 이렇게 어렵게 맞이한 부인이기에 함부로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 '육례를 치른 사람'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하는 것이다.

전통혼례에서 중요한 것은 소례, 대례를 올리는 엄숙하여야 할 순간들에 옆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쉬지 않고 이렇게 어렵게 맞이한 부인이기에 함부로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 '육례를 치른 사람'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하는 것이다.전통혼례에서 중요한 것은 소례, 대례를 올리는 엄숙하여야 할 순간들에 옆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쉬지 않고 농을 하여 신랑이나 신부를 웃게 하여 신랑 신부는 애써 참으려 한다.
무질서하게 보이고 떠들썩한 사이에 준엄한 의식이 치러지는 혼잡속의 질서가 우리 선조들의 지혜였다.

 

신부의 화관

 

혼례는 4대 가례(家禮)의 하나이다.

남자와 여자가 하나로 합쳐 위로는 조상의 제사를 지내고 아래로는 자손을 후세에 존속시켜 조상의 대를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 치르는 예로 옛사람은 '인륜도덕의 시작이며 만복의 근원'이라 할 만큼 중요한 일로 여겼다.

요즘은 남자가 장가들고 여자가 시집가서 부부가 되는 혼인이 결혼이라는 말로 대치되어 많이 쓰여지고 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말의 의미에는 '장가든다'는 의미만 있으므로 결혼이라는 용어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즉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는 일을 '결혼'이라고 하면 남자가 장가드는데 여자가 곁붙여서 따라가는 것이 된다. 따라서 남자가 장가들고 여자도 당당히 시집가는 것의 의미가 있는 '혼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혼인예식의 경하금품의 포장에 쓰는 글도 신부의 집에 보내는 것에는 '축 결혼(祝 結婚)', '축 화혼(祝 華婚)'이라고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집가는 신부에게 장가드는 것을 축하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경하혼인(慶賀婚姻)'이라고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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