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보릿고개 / 정광옥
작년에 심은 장미가 제법 예쁘게 피었다
뜨락에는 환한 장미 웃음이 가득 차 있다
사는 것이 그림이다
엉겅퀴 개망초 냉이꽃 오월의 가뭄처럼 길가에 우뚝 서있다.
나방 한 마리가 밤새도록 전봇대 불빛에 취해 아침까지 푸드덕 거리며
지친 상태로 부턱 부턱 소리 내며 날개 짓 한다.
오월이면
콩, 참깨 파종 밑거름을 주고
텃밭에 상추랑 아욱이랑 물주기 위해
동이에 이고 온 뽀족한 돌부리에 흔들려 옷이 다 젖는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별이 떠오르며
온종일 쉰내 나는 어머니의 적삼은 소금기에 뻣뻣하다.
연두 빛 산골
오월 그믐날
남풍이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구리 빛 보리밭은 익어 가는데
부슬거리며 내린 비
보리 밭 사이에는 종달새 한 마리 알을 품고 있다
한나절 쉴 새 없이 재잘 거리는 참새 떼들도 잠이 들었나보다
나뭇잎으로 감싼 하지 감자 캘 때면
오월의 보릿고개는 구름사이로 어머니가 스쳐간다.
2019.6.9
목향 정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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