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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향 정광옥 시조

새한국문학회 문학상 시상식

by 목향정광옥서예가 2024. 2. 9.
새한국문학회 문학상 시상식 안내
 
새한국문학회 상반기 문학상 시상식이 2024년 3월 9(토) 오후 2시에 중구 구민회관에서 개최됩니다.
 
본회 회원인 김지수 회원이 제27회 한국문인상 수상자로 선정 되었습니다.
(한국문인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만 문학상 심사에 우선적으로 선정됨을  알려 드립니다)
 
춘천에서 시조시인으로 활동하는 정광옥 님이 수필가로 등단하여 제143회 신인상을 수상하게 되었으며 아울러 강원지회 회원으로 입회하였습니다. 두 분 수상자님 축하드립니다. 회원님들도 축하해 주시고 시상식 때 함께 참석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광옥 시인 등단 작품 2편입니다.
 

    



 수필 당선작


  
아버지와 소

 
                                             정광옥

 



정 씨 집성촌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가축으로 소와 닭을 키우고, 송아지를 키워 팔아서 살림을 하고 닭이 알을 낳으면 돈이 없는 시골에서는 학용품과 바꿔 쓰면서 공부를 하였다. 그 시절 쌀농사 몇 천 평 하는 것보다 소를 몇 마리 키우면 부자라는 소리를 들을 때였다.
소는 농촌의 일상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귀한 몸으로 봄이 되면 논과 밭을 갈고 우마차도 끌고 무거운 짐도 싣고 다니는 농경사회의 주인공이었다. 봄과 여름이면 개울가와 들녘으로 소 먹이 풀을 찾아서 나들이도 가고 추운 겨울에는 콩짚과 볏짚을 끓여서 먹였다.
겨울 새벽이면 아버지는 소죽을 끓이려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툭툭 도끼로 아버지의 장작 패는 소리가 들리면서 방을 덥혀주는 따뜻한 온기 때문에 자꾸만 이불 속으로 들어가며 깊은 잠에 빠져들기도 했다.
이때쯤이면 소는 방울을 흔들어 대며 아침을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밤새 새끼에게 젖 먹이느라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동이 트기 전에 가마솥 뚜껑을 열면 볏짚과 콩, 등겨 등을 넣고
푹푹 끓인 소여물의 구수한 냄새가 마당가에 퍼진다. 그러면 소 방울 소리는 점점 크게 울리고 여물 먹는 어미 소는 행복한 미소를 보내며 아버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 가족에게 행복의 다른 이름이었다.
이런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소는 논과 밭 갈고, 써레질하며 힘든 하루하루를 쉴 날 없이 보낸다. 행여나 비 올 때를 기다리며 쉬고 싶어 하는데 비는 오지 않는다. 어느 땐가 쉬이쉬이 꼬리로 등에 파리를 쫓고 있으면 그 다음 날은 비가 온다.
송아지 낳는 날이 되면 행여 잘못될까봐 모든 식구가 외양간을 들락거리며 걱정을 한다. 그러다 순산하면 식구가 늘었다고 좋아서 절로 웃음이 나곤 하였다. 아버지는 정말 좋아하며 송아지를 키우신다. 그러다가 송아지가 안 보이면 날이면 나는 새끼 찾느라 온 들녘을 헤맨다. 늦게 까지 새끼를 못 찾으면 나는 슬퍼서 밤새우느라 잠을 설친다. 그렇게 늦잠을 자고 일어난 날이면 아버지는 학교 가는 길이 멀다고 학교까지 데려다 주셨다.
소는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며 동물로 일반적으로 온화하고 겁이 많지만 주인에게 충성을 하는 동물이다. 호랑이와 싸워서 주인을 지켰다는 일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것이다.
몇 년 전에 소에게 구제역이라는 전염병이 찾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제역에 대하여 잘 모른다. 아주 오래전에도 구제역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는 죽는 소도 많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치유가 된다고 여겼다. 이럴 수 있었던 것은 소를 사육하는 마리 수가 적고 마을과 마을, 집과 집 사이가 멀어 전파력이 약했으며 한 집에서 많은 소를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요즘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병에 걸린 소는 먹을 수가 없다. 또한 전염력이 강해서 시간을 다퉈서 살 처분을 해야 한다. 구제역이 오면 걸린 집은 물론 옆 집 소까지 죽여야 한다. 소나 사람이나 통제를 받아야 하며 소를 기르는 집에는 방문도 못 한다.
그 지역도 출입통제라는 빨간 딱지를 받게 된다. 얼마나 불편한 생활을 하여야 하는지 모른다. 집을 떠난 자식들은 집에도 못 오고 명절 때도 방문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마음대로 밖에도 나 갈 수 없다. 나도 구제역으로 아버님 기일에도 설 때도 성묘도 못하였다.
이렇게 소는 살 처분을 하고 농가는 심한 마음고생은 물론 매우 어려운 생활로 삶의 의지까지 잃는다고 한다.
이렇게 농촌에서 논 갈고 밭 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었던 소가 삶에서 차츰 잊혀져 가고 있다. 이제는 그저 재산을 축척하는 가축일 뿐으로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 나오는 풀밭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얼룩 배기 황소는 더 이상 보기가 쉽지 않다.
새벽에 여물도 끓이지 않고, 풀 짐도, 고삐를 끌고 들녘에 나가지도 않는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여물 끓이며 따뜻하게 덥혀주던 이불 속이 생각나고 구수한 여물 냄새에 밥 달라고 딸랑딸랑울리던 어미 소의 방울 소리가 그리워진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여물을 끓이시던 아버지 모습이 떠오른다.

 

 
 
 

사마귀의 슬픔


                                   정광옥



50년 전 일이다.
 
숙자는 공부 시간만 되면 엄지손가락 위에 붙은 사마귀를 떼려고 한다. 연필 깎는 칼로 피부 표면에 거칠고 딱딱한 것을 선생님한테 혼나면서도 계속 잘라내더니 이제는 새로 사 온 도루코 면도날로 거칠고 딱딱한 부근을 슬쩍 도려내곤 한다. 어느 날은 어쩌다 잘못하여 살갗까지 건드려 쉴 새 없이 피가 흐른다. 흐르는 피를 막으려고 공책을 뜯어서 엄지손가락을 뚤뚤 마는 것이다. 그 속에선 하염없이 청결한 피가 쏟아져 나오곤 한다. 뜯어진 공책 위로 계속해서 흘러 책상 위까지 온통 피투성이다.
난 옆에 앉아 문득 생각했다. 팬티 고무줄이 끊어져 마침 허리띠를 매고 있었던 차에 치마를 젖히고 고무줄을 잡아당겨 주면서 숙자에게 공책 한 장에 묶어서 처매 봐하며 팬티에서 뽑아 주었다.
공부 시간에 우리 둘이서 한 행동을 다 보신 선생님께서 화를 내신다. “정숙자, 김광자, 모두 나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하시며 호통을 치셨다. 숙자는 엄지손가락을 두껍고 검은 고무줄로 칭칭 감고 앞으로 나갔다. 나도 같이 쫓아 나갔다. 웬일인지 팬티가 그냥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행히 양쪽 다리 고무줄이 지탱해 주고 있었다.
나는 누가 알까 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치마가 길어서 다행이었다. 선생님께서 다시는 그러지마호통을 치며 들어가하시기에 종종걸음으로 걸어와 살그머니 내 자리에 앉았다. 속 팬티를 어떻게 올려야 할지 생각이다. 의자에 앉은 채로 배를 들어가게 하고 힘을 빼게 한 후 허리로 올려 팬티를 잡고 여러 번 휘돌리면서 팽팽히 잡아당겨 휘휘 감아 안쪽으로 찔러 놓고 허리띠를 다시 묶어 놓았다. 공부 시간에 누구 볼까 봐 걱정을 하면서 말끔하게 처리하였다.
나도 사마귀가 있었으면 생각했다. 선생님께서 공부 시간에 부르시면 저 사마귀 떼고 있어요.’ 하면 그냥 지나치신다. ‘사마귀 때문에 불편해서 말이에요.’ 하면서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해도 혼 내주지 않고 난 숙자의 그 모습이 부러웠다. 그래서 숙자에게 손에 사마귀는 어떻게 생겼니?” 물으니빗방울이나 낙숫물이 손에 닿으면 생겨하는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손등에서 병을 옮겨가도 된다는 것이다.
어느 여름날 소낙비가 내렸다. 집에 낙숫물이 떨어지는 곳에 손등을 얹어놓고 사마귀가 되길 기대했다. 낙숫물은 초가집 지붕에서 몇 년 묵은 황갈색으로 된 물이다. 나는 물이 더러운 물도 모른 채 비가 올 때마다 사마귀 좀 되라고 기원을 했다. 피부에 편평한 바이러스 질환이 생겼다. 무심코 긁으니 작은 좁쌀 같은 물질이 생겨 전염성 질환인지도 모르고 방치해 놓았더니 조금씩 솟아올라 얕은 구진丘疹이 발생되었다.
며칠 후에 보니 왼손 엄지손가락에 사마귀가 생겼다. 어떻게 해서 생겨지는 모르겠다. 손등에 생길 줄 알았는데 엄지손가락에 생겨 불편하다. 툇돌 위에 앉아서 낙숫물이 손등에 떨어지긴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숙자가 사마귀를 깎아낼 때 내 손에 바이러스가 닿아 전염된 것 같다.
나도 숙자처럼 공부시간이나 쉬는 시간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엄지손가락에 붙은 사마귀를 뜯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사마귀는 좀처럼 뜯어지지가 않고 점점 커지는 것이다. 사마귀를 떼어내려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였다. 아무리 칼로 뜯어내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동네 아저씨께 사마귀는 잠자리와 사마귀를 잡아서 뜯어먹게 하면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잠자리채를 만들기로 결심을 하였다. 집에서 쓰던 모기장을 오려서 싸리 빗자루 기다란 걸 뽑아 철사를 구부려서 잠자리채를 만든 것이다. 잠자리를 잡으러 고추 밭으로 향한다. 고춧대가 쓰러지고 짓밟아도 오로지 잠자리 잡기에만 열중하였다. 주둥이가 약해 보이는 것은 힘을 쓰지 못할 것 같아서 작은 것은 잡지 않는다. 겹눈이 커다랗고 구슬처럼 잘 생기고 머리 부분이 커야 잠자리도 힘이 세 보이고 잘 뜯어먹을 것 같아 그런 잠자리만 찾아다녔다. 굵직한 잠자리 한 마리를 잡아 날개를 뒤로 모아 손가락 사마귀를 뜯어먹게 한다. 그러면서 아픈 것도 참고 피가 나올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먹게 하고 날려 보내고 또 다른 잠자리가 먹게 한 후 멀리 보낸다. 엄지손가락이 얼얼하면 이를 악물고 이제는 "다 낫구나." 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이번에는 사마귀를 찾아다니기로 했다. 사마귀는 곤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나는 잡기가 두렵다. 엄지손가락에 붙은 사마귀를 뜯어먹게 하기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징그러워 만지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지만 내 손 사마귀를 떼기 위해서는 무서워도 해야 한다.
사마귀를 잡으려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사마귀가 집에 들어와 불빛을 향해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살짝 잡으려고 했으나 좀처럼 자신이 생기지가 않는다. 서로가 머리끝을 곤두세우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사마귀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편이다. 여름 저녁 불빛 쪽으로 곤충을 잡아먹으러 다닐 때 내 눈에 띈 것이다. 사마귀를 살그머니 잡아 엄지손가락에 붙은 사마귀를 먹게 하는 것이다. 사마귀는 내 살이 맛있는지 씩씩하게 이쪽저쪽 눈을 굴리며 사람처럼 씹어 먹는 것이다. 정말 아프다. 맨 살을 뜯어 먹으니 엄청 아프다. 정신 차려서 사마귀가 붙은 부분만 뜯어먹게 하는 것이다. 잠자리보다 훨씬 아프고 느낌조차도 소름이 끼친다. 무섭고 싫어도 떨어진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내 손가락에 붙은 사마귀는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커져 있었다. 나는 정말 화가 났다. 사마귀에게 보복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사마귀를 찾아다니다 보니 눈에 띄었다. 넓적한 돌멩이 위에 얹어 놓고 뾰족한 돌멩이로 찍는다. 찍다 보면 배속에서 하얀 충 실뱀이 나와서 꿈틀거렸다. 사마귀 뱃속에 있는 충은 세상에 빛을 보듯 신나게 뛰쳐나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무서움을 참고 사마귀를 죽였다. 생존 할 수 있는 것은 하얀 실뱀 뿐이고 따뜻하게 몸을 보호해 주던 사마귀의 형체는 어디로 갔는지. 실뱀은 각자 살려고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나는 으악!’ 하고 고함을 지르며 집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태어나 불행하고 처참하게 사라진 사마귀. 철모르는 어린 시절 내 손에 난 사마귀 때문에 사마귀를 죽게 한 일을 추억으로 돌려 보며 내 죄를 스스로 뉘우친다.


 







 

 정광옥 약력 
 

강원 춘천시 지석로 63. 208호(석사동 현진에버빌상가), 우 24414
전화: 033-253-2992 / 핸드폰: 010-2339-4179 / E-mail: cko1023@hanmail.net
* 대한민국미술협회 서예부문초대작가
* (사)강원여성서예협회 이사장
* 목향한글서예학원 원장  /  목향한글서예연구소 소장 https://mokhyang.kr/
* (사)충효예실천운동본부 춘천지회장 / 시조시인
* 한국예술문화원 캘리그라피 춘천센터소장 / 대한민국한글서예명인(한국예총)
* 제43회 신사임당 상 대상수상자(2017년)  / 강원도사임당모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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