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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조

[스크랩] 임천의 글씨, 석야의 시조 - 석야 신웅순

by 목향정광옥서예가 2014. 1. 25.

한글서예 에세이 한글 서예를 읽다-24

임천의 글씨, 석야의 시조

 

 

 

석야, 신 웅 순 | 시조시인․평론가․서예가, 중부대 교수

 

 

 

 

함박눈 때문에

인생은 굽을 틀고

 

 

늘 거기 섬이 있어

사랑은 출렁이나

 

 

울음이 섞인 내 나이

해당화로 터지고

 

 

- 신웅순의 「내 사랑은 1」

 

 

불혹에 쓴 시조이다. 함박눈 내리는 저녁 어느날 나는 그녀를 처음 만났다,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늘 거기에서 그녀는 섬이었고 나는 철석이는 파도였다. 울음이 섞인 내 나이, 해당화로 터진 불혹의 내 사랑.

나는 연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녀가 누구인지 내게는 중요치 않다. 내 어머니요, 내 아내요. 내 연인이기 때문이다. 이 첫 연시조가 이순의 가슴에 뜬 달처럼 임천의 글씨에 예쁘게도 얹혀졌다. 이를 무지개빛 인연이라 해둘까.

필자는 얼마 전 님의 서예 에세이를 쓴 적이 있었다. 따뜻한 마음에서였을까. 그녀는 필자의 졸시를 기품있는 필체로 우아하고 아름답게 장식해주었다.

필자가 임천이 한글 서예 에세이에서 소개했던 궁체 정자 작품의 내용 일부이다.

 

 

텅빈 가슴 속 언저리

외로움이 앉은 자리 저려

세상도 눈물 흘린다

-김국자의 ‘사랑’일부

 

 

텅빈 가슴 속 언저리가 외로움이 앉은 자리이다. 그 자리가 저려 세상도 눈물 흘린다는 얘기이다. 사랑은 이렇게 외롭고 서럽고 아린 것이다.

샘물처럼 마르지 않는 우리들의 사랑. 어쩌면 한글 서예에 대한 마르지 않는 님의 사랑이 이런 것은 아닐런지.

새벽 하늘빛 숨은 옹달샘 같은, 쪼르르 방울새 소리 미끄러진 여백 같은 정갈하고 아정한 임천의 글씨는 이쯤에서 서럽게도 아름답다.

 

 

겨울비가 내린다.

조금 있으면 저 겨울비는 저녁 눈발들을 데리고 올 것이다. 하늘가에 머물던 먼 유년의 별빛 같은 눈발도 데려오고, 젊은 날에 머물던 안개 같은 찬 바람도 데려 올 것이다. 텅 빈 가슴 언저리에 쌓여, 텅 빈 가슴 언저리에서 웅크린 채 앉아 울먹이던 내 사랑. 나이만큼 눈이 쌓이면 빈 겨울나무에 눈발로 바람으로 앉아 지난 세월을 달랠 것이다.

 

 

갑오 원단이다.

님이 손수 써서 부쳐준 필자의 졸시를 바라본다.

님의 글씨로 다시금 일깨워준 한겨울 차갑게 스쳐간 처연했던 지난날의 내 사랑. 지금쯤 어디선가에 겨울나무처럼 서서 기다리지나 않는지, 연못가에 혼자서 갈잎 추위에 떨지나 않는지, 시조 한 수로 나를 달래 본다.

 

 

그리움의 기슭은

너무나도 차갑다

 

 

졸지 않으려고

얼지 않으려고

 

 

물 가득 연못에 담고

밤마다 철석거린다

- 필자의 「내 사랑은 14 」

 

 

무딘 필자의 에세이로 님이 손수 써준 작품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

 

 

-출처:월간서예문화(2014.1),10쪽.

출처 : 서예세상
글쓴이 : 신웅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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