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림·강릉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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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사람들에게 ‘감자와 고구마’는 맛있는 간식거리이겠지만,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감자와 고구마는 밥을 대신하여 배고픔을 달래는 요긴한 대용식으로서 가난을 상징하는 듯한 음식이었습니다. 또한 감자와 고구마는 분명히 서로 다른 식물(植物)이지만, 덩이줄기(감자)와 덩이뿌리(고구마)로서 이웃사촌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두 식물을 서로 친근하게 연상시키는 요소입니다. 그런데 지역에 따라서는 ‘감자’가 ‘고구마’를 가리키기도 하고, ‘감자’는 ‘북감자, 하지감자, 지실’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역시 ‘고구마’를 가리키는 ‘감자’도 지역에 따라 ‘왜감자, 되감자, 호감자, 양감자, 사탕감자, 무감자, 지주감자’ 등과 같이 다양한 접두어를 붙여 부르기도 합니다. 우선 『표준국어대사전』(1999)에서 감자와 고구마에 대한 뜻풀이를 살펴보겠습니다.
■ 감자와 고구마의 뜻풀이 ▪ 감자 「명사」 「1」 『식물』 가짓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60~100cm이며, 잎은 겹잎이고 어긋난다. 초여름에 흰색 또는 자주색의 통꽃이 줄기 끝에 핀다. 비교적 찬 기후에서 잘 자라고 성장 기간이 짧다. 남아메리카 칠레가 원산지로 온대, 한대에서 널리 재배된다. ≒마령서ㆍ번서01(蕃薯)「1」ㆍ북감저.(Solanum tuberosum) ¶여름이 되자 밭에 심은 감자가 잘 자라 녹색 잎이 무성해졌다.
「2」 ‘「1」’의 덩이줄기. 둥글고 황록색ㆍ적색ㆍ갈색이며, 녹말이 많아 식용하거나 가공용으로 널리 쓴다. ¶찐 감자/감자 한 알/감자가 굵다/감자를 캐다/점심에 감자를 삶아 먹었다./삶은 감자를 으깨어 샐러드를 만들었다.【<甘藷】
▪ 고구마 「명사」 「1」 『식물』 메꽃과의 여러해살이풀. 줄기는 덩굴이 되어 땅 위로 뻗으며 꽃은 보통 피지 않으나 때로 연한 붉은빛의 꽃이 나팔 모양으로 피기도 한다. 땅속뿌리는 식용하거나 공업용으로 쓰고 잎과 줄기도 나물로 식용한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따뜻한 지방에서 재배된다.(Ipomoea batatas)
「2」 ‘「1」’의 덩이뿌리. 흔히 길쭉한 타원형으로 녹말이 많아 식용하며 공업용으로도 쓴다. ≒감서01(甘薯)ㆍ감저02ㆍ남감저ㆍ단감자ㆍ저우. ¶고구마 네 개/고구마 한 무더기/고구마를 삶다/고구마를 쪄 먹다/고구마를 캐다.
감자와 고구마의 원산지는 모두 아메리카입니다. 우리나라에 고구마가 들어온 것은 18세기 후반의 일이라 하고, 감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좀 늦은 19세기 중반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감자와 고구마의 지칭에는 혼란이 있으며, 그 명칭의 유래도 간단치 않습니다. 오늘은 ‘감자’와 ‘고구마’의 의미와 형태의 변화, 그리고 어원에 대하여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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