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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보

감자와고구마 어원

by 목향정광옥서예가 2014. 1. 28.

감자와 고구마’의 어원

김무림·강릉대학교 교수 


1.

  요즘의 사람들에게 ‘감자와 고구마’는 맛있는 간식거리이겠지만,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감자와 고구마는 밥을 대신하여 배고픔을 달래는 요긴한 대용식으로서 가난을 상징하는 듯한 음식이었습니다. 또한 감자와 고구마는 분명히 서로 다른 식물(植物)이지만, 덩이줄기(감자)와 덩이뿌리(고구마)로서 이웃사촌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두 식물을 서로 친근하게 연상시키는 요소입니다. 그런데 지역에 따라서는 ‘감자’가 ‘고구마’를 가리키기도 하고, ‘감자’는 ‘북감자, 하지감자, 지실’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역시 ‘고구마’를 가리키는 ‘감자’도 지역에 따라 ‘왜감자, 되감자, 호감자, 양감자, 사탕감자, 무감자, 지주감자’ 등과 같이 다양한 접두어를 붙여 부르기도 합니다. 우선 『표준국어대사전』(1999)에서 감자와 고구마에 대한 뜻풀이를 살펴보겠습니다.

■ 감자와 고구마의 뜻풀이
▪ 감자 「명사」
「1」 『식물』 가짓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60~100cm이며, 잎은 겹잎이고 어긋난다. 초여름에 흰색 또는 자주색의 통꽃이 줄기 끝에 핀다. 비교적 찬 기후에서 잘 자라고 성장 기간이 짧다. 남아메리카 칠레가 원산지로 온대, 한대에서 널리 재배된다. ≒마령서ㆍ번서01(蕃薯)「1」ㆍ북감저.(Solanum tuberosum)
¶여름이 되자 밭에 심은 감자가 잘 자라 녹색 잎이 무성해졌다.

「2」 ‘「1」’의 덩이줄기. 둥글고 황록색ㆍ적색ㆍ갈색이며, 녹말이 많아 식용하거나 가공용으로 널리 쓴다.
¶찐 감자/감자 한 알/감자가 굵다/감자를 캐다/점심에 감자를 삶아 먹었다./삶은 감자를 으깨어 샐러드를 만들었다.【<甘藷】

▪ 고구마 「명사」
「1」 『식물』 메꽃과의 여러해살이풀. 줄기는 덩굴이 되어 땅 위로 뻗으며 꽃은 보통 피지 않으나 때로 연한 붉은빛의 꽃이 나팔 모양으로 피기도 한다. 땅속뿌리는 식용하거나 공업용으로 쓰고 잎과 줄기도 나물로 식용한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따뜻한 지방에서 재배된다.(Ipomoea batatas)

「2」 ‘「1」’의 덩이뿌리. 흔히 길쭉한 타원형으로 녹말이 많아 식용하며 공업용으로도 쓴다. ≒감서01(甘薯)ㆍ감저02ㆍ남감저ㆍ단감자ㆍ저우. 
고구마 네 개/고구마 한 무더기/고구마를 삶다/고구마를 쪄 먹다/고구마를 캐다.

  감자와 고구마의 원산지는 모두 아메리카입니다. 우리나라에 고구마가 들어온 것은 18세기 후반의 일이라 하고, 감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좀 늦은 19세기 중반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감자와 고구마의 지칭에는 혼란이 있으며, 그 명칭의 유래도 간단치 않습니다. 오늘은 ‘감자’와 ‘고구마’의 의미와 형태의 변화, 그리고 어원에 대하여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

  ‘감자’란 말은 한자어 ‘감저(甘藷, 근대국어 한자음 표기로는 ‘감져’)’에서 온 것입니다. 감저(甘藷)는 중국의 책인 『본초강목』(本草綱目, 16세기)에 적혀 있으므로, 우리나라보다 먼저 중국에서 재배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조선 시대에는 『감저보』(甘藷譜, 姜必履 지음, 1766년)가 간행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조선 시대의 ‘감저(甘藷)’는 처음에 지금의 ‘감자’가 아니라 ‘고구마’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므로, 지금의 ‘감자’는 표준어에서 의미 변화를 겪은 것입니다. 지금의 감자는 한자어로는 ‘마령서(馬鈴薯)’입니다. 19세기에 ‘마령서(馬鈴薯)’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후 일반적인 통칭으로서는 ‘감저(甘藷)’에 속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통칭으로서의 ‘감저(甘藷)’는 ‘고구마와 감자’를 모두 아우르는 말이었으며, 그 품종의 다름에 따라서, 또는 지역에 따라서 다양하게 접두어를 붙여 호칭하게 됩니다. 지역에 다른 ‘감자’와 ‘고구마’의 다양한 관련 어휘를 대체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구마와 감자의 방언형
 ▪ 고구마: 감제(제주도), 감자/무시감자/고구마(전라도), 감자/고구마/고구메(경상도), 감자/무시감자/지주감자/고구마(충청도), 호감자/고구마(경기도), 고구마(강원), 호감자/고구마(황해도), 일본감재/사탕감재/고구마(함경도), 왜감재/되감재/양감재/고구마/디과(평안도)
 ▪ 감자: 지실(제주도), 북감자/하지감자(전라도), 감자/감재/북감자/당감자(경상도), 감자/감재/북감자/하지감자(충청도), 감자/감재/가지감자(강원도), 감자/올감자/감지(황해도), 감자/감지/감재(함경도), 감지/감재(평안도)


  ‘감자’에 붙는 이와 같은 접두어들은 ‘당(唐), 호(胡), 되[胡], 일본(日本), 양(洋), 무시(‘무’의 방언, 菁), 가지(‘茄子’의 차용음), 지주(‘濟州’의 변음), 북(北), 하지(夏至), 올[早]’ 등으로서 해당 식물이 유래한 곳, 모양, 맛, 생육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명명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다른 한자어 계통의 어휘인 ‘지실(地實), 디과(地瓜의 고음, 또는 방언음)’ 등도 있습니다. 위의 방언 분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감자’ 계열은 지금의 ‘감자, 고구마’를 통칭하는 말이며, ‘고구마’는 오직 지금의 ‘고구마’에 해당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자어 ‘甘藷’는 원래 중국에서 쓰였고, 그대로 우리나라에도 들어왔지만, 한글 표기는 19세기에 ‘감자, 감, 감져’ 등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고구마’의 한글 표기는 ‘고금아’라고 하여 역시 19세기에 문헌에 등장합니다.


■ 감자와 고구마의 19세기 문헌 표기
 ▪ 감자(藷, 국한회어)
남감(南薯, 국한회어)
감져(甘藷, 광재물보)
 ▪ 고금아(물명고)


  19세기에 등장하는 ‘감자’와 ‘감’는 당시에 이미 ‘아’와 ‘’의 발음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서로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감져’라는 형태는 ‘藷’의 근대국어 한자음이 ‘져’이기 때문에 한자어 ‘甘藷’를 당시의 한자음으로 그대로 적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19세기에 이미 ‘감져’보다는 ‘감자/감’가 생활 어휘로서 널리 쓰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한자어 ‘甘藷(감져)’에서 ‘감자/감’로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이 설명이 되어야 하겠으나, 이에 대해서는 정확한 단서가 없습니다. 아마도 한자에서 ‘藷(져/근대국어 한자음)’와 ‘蔗(쟈/근대국어 한자음)’가 서로 그 쓰임이 중복되고 호환되는 것에 연유한다고 하는 것이 유력한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인데, 한자에서 ‘藷(저), 蔗(자), 薯(서)’는 원래 ‘사탕수수’나 ‘마’를 의미하여 그 용법에 넘나듦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져’에서 ‘감자’가 되는 다른 하나의 요인으로서는 국어의 내적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감져’는 양모음과 음모음의 연결인 반면에 ‘감자’는 양모음끼리의 연결이어서 이를 모음조화에 의한 변화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세국어 이후 모음조화는 오히려 ‘야’가 ‘하여’가 되고, ‘손소’가 ‘손수’가 되는 것처럼 그 조화적 연결이 오히려 파괴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모음조화의 원리를 ‘감져’가 ‘감자’가 되는 내적 변화의 주된 요인으로 삼기에는 주저되는 바가 있습니다.
  ‘고구마’의 어원에 대해서는 일본인 소창진평(小倉進平, 1920, 1975 재록)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대마도(對馬島) 방언인 ‘코코이모(koukouimo/こうこういも, 孝行藷)’를 차용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코코이모’는 ‘효행(孝行)’의 일본어 발음인 ‘koukou’와 토란 따위와 같은 뿌리식물을 의미하는 ‘imo(芋)’의 합성어로서, ‘고구마’라는 명칭은 이 말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마도에서 고구마 종자를 들여온 사람으로 알려진 영조대의 통신사 조엄(趙曮, 1719~1777)이 쓴 『해사일기(海槎日記)』의 건륭 29년(1764) 6월 18일자에 ‘名曰甘藷 或云孝子麻 倭音古貴爲麻’라고 하였으므로, 소창진평(小倉進平, 1920)의 견해는 타당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통신사 조엄에 의해서 대마도의 고구마 종자가 유입된 것은 틀림없는 일로 생각되지만, ������종저방(種藷方)������에서는 고구마가 선조~광해군 때 도입된 것으로 추정하면서, 그 근거로 1633년(인조 11년) 비변사에서 고구마 보급에 노력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으며, 아울러 ‘감저(甘藷)’라는 한어(漢語) 용어가 사용된 점으로 미루어 그 이전에 중국으로부터도 고구마라는 식물이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일본에 고구마가 유입된 것도 중국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므로, 조선 및 일본의 고구마 재배는 그 기원이 중국임이 분명합니다. 
  ‘코코이모(koukouimo/こうこういも)’에서 ‘고금아(고구마)’가 된 것을 설명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선 조엄의 일기에서도 왜음(倭音)으로 ‘고귀위마(古貴爲麻)’라고 한 것을 보면 수입 당시부터 말음은 ‘마(麻/ma)’에 가까웠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는 고구마가 ‘마[薯]’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우리말의 ‘마[薯]’에 유추하여 말음이 ‘-마’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것은 특히 ‘고구마’를 한자어로 ‘감서(甘薯)’라고도 한다는 것을 참조하면 개연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지금까지 ‘감자’와 ‘고구마’에 대하여 그 유입 경로와 어휘의 역사적 발달, 그리고 어원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이들 어휘가 모두 외래어이지만 그 기원이 ‘감자’는 한자어에, ‘고구마’는 일본어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자’는 처음에 단지 [고구마/甘藷]를 의미했지만, 이후 ‘감자’가 들어오면서 [고구마/甘藷, 감자/馬鈴薯]로 확장되고, 다시 ‘고구마’란 말이 들어와 [고구마/甘藷]란 의미 영역을 독차지하면서, ‘감자’는 [감자/馬鈴薯]만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즉 ‘감자’란 말은 본래의 뜻한 바를 잃고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어휘사적 과정은 표준어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방언에 따라서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감자’와 ‘고구마’의 어원이 한자어 ‘감져(甘藷)’와 일본어 ‘코코이모(koukouimo/こうこういも, 孝行藷)’에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현대의 어형에 이르렀는가 하는 것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몇몇 가능성을 제시하였지만, 또 다른 연유가 변화의 과정에 개입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참고 문헌

김무림(2004), 『국어의 역사』 서울: 한국문화사.
김민수 편(1997), 『우리말 어원사전』 서울: 태학사.
유창돈(1973), 『어휘사 연구』 서울: 선명문화사.
小倉進平(1920), “國語及朝鮮語のため” 『小倉進平著作集 4』(1975)에 再錄.
21세기 세종계획(http://www.sejong.or.kr): 한민족 언어 정보 검색

기타 자료 문헌 및 사전은 본문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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