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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보

창작지원금 덕분에 작품 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었어요”

by 목향정광옥서예가 2014. 2. 18.

[정부 출범 1년 국민 릴레이 인터뷰 ‘지난 1년 이래서 행복했다’] ① 일러스트레이터 손현정 씨

[서울] 많은 예술인들에게 있어 지난 2013년은 무척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예술인복지법의 제정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출범으로 인해 예술인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 정책이 실현됐기 때문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작년 한 해 예술인들이 안정된 기반에서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비록 대부분의 사업이 시범 단계에 있어 앞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점도 많지만, 많은 예술인들이 이런 사업들로 인해 좀 더 안정되고,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손현정(28·일러스트레이터) 씨도 지난 한 해 동안 예술인복지법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 예술인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손 씨는 세상을 향해 막 날갯짓을 시작한 젊은 작가이다. 운좋게도 손 씨는 대학원을 막 졸업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자마자 예술인복지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지난 2013년에 1~2차에 걸쳐 진행했던 예술인 창작 디딤돌 사업의 지원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손 씨는 지난 2013년 예술지원금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역량을 다질 수 있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손현정 씨는 지난 2013년 예술지원금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역량을 다질 수 있었다.

예술인 창작 디딤돌 사업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하는 예술인 복지 사업의 하나로, 예술가들이 경제적인 압박 없이 좀 더 안정된 환경 속에서 예술  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창작 활동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창작역량 발굴이 필요한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창작준비금, 장기간 예술활동에 종사한 중견·원로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창작전환기, 장애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 예술인 창작활동 지원 등 3개 분야로 나뉘는데, 이 중 손 씨가 참여한 사업은 창작준비금 사업이다.

이 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월 60만 원의 창작활동비가 5개월간 지급된다. 예술가들이 일정 기간 창작 역량 발굴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제 막 전업작가의 생활을 시작해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은 손 씨에게 안성맞춤인 사업이었다. 하지만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3월에 진행된 1차 모집에서 지원대상자로 선정됐는데, 지원이 확정된 직후 서울시 청년혁신활동가 사업의 일환으로 기업에서 단기간 근무를 하는 바람에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돼 선정이 취소됐어요. 창작디딤돌 사업 1차 모집 때에는 고용보험 미가입자만 지원 대상이 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아쉬웠는데, 다행히 2차 모집 때 고용보험 가입자도 신청을 할 수 있게 돼 신청을 했는데 또 다시 선정돼 혜택을 받을 수 있었죠.”

지난 2013년 5월에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그룹전<봄>전에 전시된 손씨의 작품.
지난 2013년 5월,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그룹전 ‘봄’전에 전시된 손 씨의 작품.

손 씨는 이런 과정을 거쳐 2013년 8월부터 12월까지 창작지원금을 받으며 그림 실력을 쌓고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는 등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위한 기반을 닦아나갔다.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활동비 덕분에 별도의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작품 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예술 관련 직업이 그렇듯, 일러스트레이터는 기반을 닦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수입이 불안정한 직업이다. 그래서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힘겹게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곤 한다.

그런 이들에게 한 달에 60만 원이라는 활동비는 든든한 지원군 노릇을 톡톡히 한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남은정 담당자는 “예술 작품이 발표되고 향유되기까지 긴 기간이 소요되는데, 그 준비 기간에는 실질적으로 소득이 생기기 어렵고 불안정한 경제적 기반 때문에 지속적으로 예술 활동을 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때문에 창작 준비 기간 동안에도 안정적으로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예술과 사회의 소통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창작 디딤돌 사업을 계획했다.”며 사업의 취지를 밝혔다.

손 씨의 경우 창작지원금이 작품 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버는 데에도 도움이 됐지만, 계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창작지원금을 받으면 매달 재단에 활동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자칫 잘못하면 느슨해지기 쉬운 창작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좀 더 과감하게 다양한 활동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돼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린마인드>일러스트레이션 작업.
‘그린마인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

“평소에는 돈이 되는 일을 해야 했기에 작품을 통해 저의 신념과 생각을 표현할 기회가 적었는데, 지원금 덕분에 경제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좀 더 자유롭게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골라서 할 수 있었어요. 저는 평소에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아서 ‘그린마인드’라는 환경 관련 잡지에 제 그림을 재능기부 형식으로 기고했는데, 창작지원금을 받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보수를 바라지 않고 제 신념을 표현하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을 거예요. 창작지원금 덕분에 경제적 부담 없이 그림을 통해 제 신념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창작준비금 사업의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개인적인 작업 할동 내역만 보고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사회공헌 연계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보고해야 한다. 손 씨는 이런 제도도 작업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평소에는 경제적,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실천으로 옮기기 힘든 사회공헌 활동에 참가하면서 다양한 경험도 해보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을 뿐 아니라, 서로 돕는 삶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손 씨는 지원 기간 동안 초등학교 진로체험 교육, 범죄 우발 지역 벽화 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참가하면서 나누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고, 예술가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남양주 금곡초등학교에서 진로체험교육을 진행하는 손 씨의 모습.
경기 남양주 금곡초등학교에서 진로체험 교육을 진행하는 손 씨의 모습.

“평소 저의 그림으로 사회에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그동안 마음의 여유가 없어 따로 시간을 내지 못했어요. 창작지원금 덕분에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사회 공헌 활동을 할 수 있었죠.” 손 씨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의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점을 창작지원금의 순기능 중 하나로 손꼽았다.

지난해 창작준비금을 받으며 착실히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기반을 다져온 손 씨는, 지원금을 받으며 키워왔던 역량을 바탕으로 2014년도에는 좀 더 깊이 있는 작업을 하고, 단체를 조직해 좀 더 굵직굵직한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흔히 일러스트레이션이라고 하면 장식적이고 예쁜 그림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일러스트레이션은 단순히 예쁘기만 한 그림이 아니라 작가의 신념과 철학을 담고 있는 시각예술입니다.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모든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만든 것이, 일러스트레이션 연구 모임인 ‘파이아트’(http://blog.naver.com/pi_art)입니다. 학교 동기들과 만든 모임인 파이아트는 전시, 학술논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의 철학이 담긴 심도깊은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을 제작하고, 이를 많은 대중과 나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손 씨는 단순히 예쁘기만 한 그림이 아니라, 작가의 철학과 신념이 담긴 일러스트레이션을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손 씨는 단순히 예쁘기만 한 그림이 아니라, 작가의 철학과 신념이 담긴 일러스트레이션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도에는 손 씨와 같은 예술인들에게 창작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던 예술인 창작디딤돌 사업이 예술인 ‘긴급복지 지원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긴급복지 지원 사업은, 창작 디딤돌 사업처럼 창작을 지원한다기보다는 생계 유지에 긴급성을 요하는 예술인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과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었던 작년 사업과는 달리 가구 기준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자만이 지원 신청을 할 수 있다.

현재 개인 작업을 하는 틈틈이 올해 5월 시민청갤러리에서 열리는 도깨비 관련 그룹 전시를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손 씨는 창작지원금 제도를 통해 세상을 향해 힘차게 발돋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은 예술인복지법이 손 씨와 같이 적극적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예술인들에게 큰 희망이 돼줬으면 한다.

정책기자 이현지(프리랜서) casama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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