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中苦熱[병중고열]
次韻楊誠齋雪聲十絶句[차운양성재설성십절구]
以當赤脚層氷之想[이당적각층빙지상] 又寄淞翁[우기송옹]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병중에 극심한 더위를 만나
양성재의 설성시 십절구에 차운하여
맨발로 층빙을 밟는 기분을 연상하고, 또 송옹에게 부치다
燕子分披不住家[연자분피부재가] : 제비 새끼는 흩어져 집에 머물지 않고
雀兒林宿去檐牙[작아림숙거첨아] : 참새 새끼는 숲을 지키다 처마로 가네.
炎威不到瀟閑界[염위부도소한계] : 불꽃 더위 맑고 한적한 경계 이르지 않아
自若池塘紅藕花[자약지당홍우화] : 못과 연못의 붉은 연꽃은 태연자약하네.
水柳無風翠未行[수류무풍취미행] : 물 버들 바람 없어 물총새도 다니지 않고
一蟬初噪不成聲[일선초조불성성] : 한 매미 처음 지저귀니 소리가 서투르네.
垂垂菊葉愁仍槁[수수국엽수잉고] : 축 처진 국화 잎새 그냥 마를까 걱정되고
好遣絲瓜替吐英[호견사과체토영] : 좋은 수세미 꽃부리 바꿔 드러내 보이네.
白雲如萼幾時凋[백운여악기시조] : 꽃받침 같은 흰구름은 언제나 시들런고
不學烏雲獸樣跳[불학아운수양도] : 배우지 못한 먹구름 짐승 모양 솟구치네.
未見一風來勸起[미견일풍래권기] : 아직 한 바람이 와서 일으킴 보지 못해도
自能湧現自能銷[자능용현자능소] : 스스로 능히 솟아오르고 능히 사라지네.
憔悴甁花只暫姸[초췌와화지잠연] : 초췌해라 병의 꽃은 잠시만 고울 뿐이니
不如仍在樹頭看[불여잉재수두간] : 나무 꼭대기에 그대로 두고 봄만 못하네.
范寬雪譜差堪玩[범관설보채감완] : 범관의 설보가 조금 참고 희롱할 만하니
能作風門颯沓寒[능작풍문삽답한] : 풍문의 차가운 바람 소리 능히 지어내네.
詩障如煙撥不開[시장여연발불개] : 시는 연기처럼 막혀 트려 해도 안 열리니
會須平淡學歐梅[회수평담학구매] : 반드시 구매의 평담함을 배워야 한다네.
發狂大叫何無禮[발광대규하무례] : 발광하여 크게 외치며 어찌 예의 없는가
要自胸中碨磊來[요자흉중외뢰래] : 꼭 몸소 가슴 속에 헌칠하게 터져 와야지.
漆黑通宵不點燈[칠흑통소부점등] : 칠흑 같은 밤을 새우며 등불도 키지 않아
蹴飜酒榼與茶甁[축번주합여다병] : 술 통이며 찻 단지를 차서 넘어뜨렸다네.
賴渠歷亂螢光度[뇌거력란형광도] : 마침 개천을 어지럽게 반딧불이 건너니
微辨南庭偃檜屛[미변남정언회병] : 남쪽 뜰을 막은 전나무 나부낌 구분하네.
赤道平分作兩家[적도평분작량가] : 적도를 고르게 나누어 양가를 이루었고
渤泥南畔此辰佳[발니남반차신가] : 발니의 남쪽 변방은 이 때가 좋으리라.
遙知雪屋梅園裏[요지설옥매원리] : 멀리 눈 내린 집 매화 동산 속을 알기에
千樹方開臘後花[천수방개랍후화] : 무성한 나무 납향 뒤의 꽃을 모두 피우네.
未信炎曦起太淸[미신염희기태청] : 불꽃 햇빛이 태청서 일어남 미덥지 않고
雪霾都自地毬生[설매도자지구생] : 눈과 흙비도 모두 절로 지구에서 생기네.
只緣身在卑湫境[지연신재비초경] : 다만 이 몸 낮고 좁은 곳에 있는 까닭에
常苦蝦蟆得意聲[상고하마득의성] : 항상 개구리 우는 소리 듣기 괴롭다네.
炎薰却到熱家無[염훈각도열가무] : 불꽃 태워도 도리어 열가엔 이르지 못해
蔗雪梅醍倒百壺[자설매성도백호] : 흰 사탕수와 매실즙을 일백 병에 따르네.
折脚床敧如死臥[절각상기여사와] : 다리 꺾여 기운 침상에 죽은 듯이 누우니
蚤騷蚊齧聚枯膚[조소문설취고부] : 벼룩 쓸고 모기 물며 마른 살갗에 모이네.
火候那能會做仙[화후나능회주선] : 화후가 어찌 능히 신선을 맡아서 만날까
風光本地有天年[풍광본지유천년] : 이 땅의 풍광 속에 타고난 수명이 있다네.
鈔鑼潭上瓜皮艓[초라담상과피접] : 초라담 연못 위에 둥둥 떠 있는 과피선이
這是蓬萊采藥船[저시봉래채약선] : 이것이 무릇 봉래산의 약 캐는 배로구나.
誠齋[양성재] : 宋[송] 나라 때의 시인 楊萬里[양만리]의 호.
淞翁[송옹] : 尹永僖[윤영희 : 1761- ?], 자는 畏心[외심], 호는 松翁[송옹].
진안현감 역임, 역적의 자손이 과거에 합격했다하여 관직이 평탄치 못함.
絲瓜[사과] : 수세미.
范寬[범관] : 宋[송] 나라 때 사람으로 특히 산수화에 능했다.
그의 저서 중에 《雪譜[설보]》가 있는데, 여기서는 곧 杜甫[두보]의 '熱[열]' 시에
想見陰宮雪[상견음궁설] : 상상해 보니 궁전 북쪽의 쌓아둔 눈에
風門颯沓開[풍문삽답개] : 바람 부는 문이 서늘하게 열려 밟는다.
는 고사에 비유하여, 雪譜[설보]만 보아도 서늘함을 느낄 수 있다는 뜻.
杜詩批解 卷17[두시비해 17권].
平淡[평담] : 평범하다, 수수하다, 마음이 고요하고 의욕이 없음.
歐梅[구매] : 宋[송] 나라 때의 歐陽脩[구양수]와 梅堯臣[매요신]을 합칭한 말.
이들은 詩[시]로써 서로 交分[교분]을 가졌다 함.
通宵[통소] : 徹夜[철야] :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우는것.
渤泥[발니] : 서남쪽 大海[대해] 가운데 있는 나라 이름, 보르네오.
太淸[태청] : 도교에서 하늘을 이르는 말.
熱家[열가] : 권세가 있는 집안.
火候[화후] : 불의 세기와 시간, (도덕·학문·기능 따위의) 정도, 결정적인 순간,
옛날, 도교에서 丹藥[단약]을 만들 때 알맞은 불의 정도.
瓜皮艓[과피접] : 과피선. 小船[소선, 작은 배]의 일종임.
與猶堂全書[여유당전서]
第一集詩文集第六卷[제1집시문집제6권] 松坡酬酢[송파수작]
詩集[시집] 丁若鏞[정약용 : 1762-1836]
'한시(한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강산(金剛山) 주제 한시(漢詩) 48수 (18) | 2023.06.11 |
---|---|
한용운의 옥중 한시 (0) | 2021.07.04 |
한시( 詩) 모음 (0) | 2019.08.13 |
의암선생의 시 詠雪山 (영설산) / 설악을 읊다 (0) | 2019.08.04 |
한용운선생의 시모음 (0) | 2019.08.04 |
댓글